귓가에 잡음이 사라지고 사방이 심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알파가 눈을 떴다. 그 검은 모습은 그녀의 예상대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멀지 않은 곳에서 모두와 싸우고 있었다.
본·네거트!
좋습니다,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요.
아직 선별에 통과되지 않은 "씨앗"들보다 대행자 자격을 건드리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는군요.
대행자? 알파, 너 설마...
난 그런거에 관심 없어.
정말 아쉽군요.
그가 모두가 있는 방향으로 가볍게 왼손을 들자,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쓰나미처럼 덮쳐 왔다.
알파는 태도를 뽑아 힘을 모은 뒤 내리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둘로 갈랐다. 검광이 균열로부터 본·네거트를 향해 날아가 그의 방어 필드를 격돌했다.
그걸 볼 수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전사로서 느낀 위험에 대한 직감일 뿐이었습니까?
그 ‘충격’은 그녀에 의해 갈라져 뒤쪽 바닥에 부딪혔다. 땅에는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본·네거트가 알파를 향해 걸어가자 그의 발걸음에 따라 수많은 붉은 퍼니싱 전류가 그를 향해 모여들었다.
——알파는 자신의 몸에 있는 힘이 빠르게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도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쓸 수 있는지 몰랐는데.
알파는 눈살을 찌푸린 채 태도를 계속 휘둘러 여기저기서 오는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쳤다. 그리고 칼을 거두고 칼집의 힘을 무기에다 에너지를 축적했다.
그녀가 칼을 뽑아 재빠르게 본·네거트를 향해 찔렀을 때 그녀의 칼날은 상대방에게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맨손으로 칼을 잡다니.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의 손과 칼날 사이에는 약간의 틈이 있었다.
아니. 저것도 필드의 한 용법이겠지.
분석력 좋군요.
이번에 그는 모두와 밀착된 상태에서 그 전류를 다시 방출했다.
조심해. 전력으로 방어해!
과연 그게 쓸모 있을까요?
붉은빛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모두가 임시로 정한 방어 진형이 그의 공격을 잠시 막아냈지만 이로 인해 발 밑 바닥이 무너졌다.
!!
네 사람이 함께 아래층으로 추락하자 옆에서 한 여성의 부드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재회네요?
너는...
발걸음을 멈춘 뒤 알파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니 한때 "자비로운 자"라 스스로 일컫던 여성이 모두가 추락하는 정면에 서있었다.
그리고 본·네거트도 그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공격을 멈췄다.
지금이야!
가자.
그 세 명은 주변의 혼란스러운 연기 속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player name]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자비로운 자,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미안해요. 온실 밑에 있는 그 "엄마"에게 주의를 끌렸어요.
그래서 여기에 남아 그녀의 성장 방식을 지켜보고 싶어요.
………………
본·네거트는 자비로운 자를 바라보며 드물게 침묵을 유지했다.
(계속 여기 있을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본·네거트가 다음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알파는 몸을 돌려 출구로 나갔다.
……
멀어져 가는 알파의 뒷모습을 보고도 본·네거트는 더 이상 막지 않았다.
앞에 있는 손님이야말로 그가 대접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붕괴되고 있는 지하 수로를 떠난 알파는 다시 이 폐허로 돌아왔다.
그녀는 철수하면서 주운 명패를 수송기 근처에 놓은 뒤, 돌아서서 이 황량한 땅을 떠났다.
그 폭발로 인한 연기가 사라진 후 모든 것은 또다시 차가운 고요함에 휩싸였다.
거센 바람은 산산조각으로 변한 만물을 안고 만신창이가 된 초토에 휘몰아쳤다.
이 모래먼지들은 언젠가 대지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낼 것이다.
모두를 태운 수송기가 완전히 하늘로 사라졌을 때.
한 오토바이가 석양빛을 받으며 난민의 주둔지를 지나 지평선을 향해 질주했다.
——긴 밤이 다가와도 그녀는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