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4 시선의 우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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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풍설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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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는 불에 탄 넓은 대지에 서서 주위의 비참한 상태를 지켜보았다.

그 사건 이후로 그녀는 075호 지하 도시 주변을 맴돌았다.

은밀한 구석이나 그녀들만 아는 폐허의 오솔길, 주위를 탐색하고 있는 구조체들도 포함해 그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색했다.

하지만 여전히 루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얻은 답은 루나가 여기에 없다는 것 뿐이다.

알파는 너무 뻔한 이 답 앞에서 다음은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 어디에 있는 거야.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으면 머릿속에 그녀와 관련된 무수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눈앞에 떠오른 가장 뚜렷한 기억은 그녀가 어둠을 넘어 자신에게 손을 내민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소녀는 새하얀 눈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은 이 일련의 행동을 겨울 계획이라고 불렀지. 일부러 작명권을 집행자들에게 넘겨준 거 같아.

그러나 그런 수단까지 이용할 수 있는 집행자들이 과연 작명권을 가질 만한 자격이 있을까?

롤랑?

잡음과 기억이 뒤섞여 의식의 바다 속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허상이 되었다.

아니, 이건 잡음이야.

루나가 사라진 후, 이 둔탁한 소리는 항상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눈앞의 끝없는 황사를 바라보며 생각을 다시 과거로 되돌렸다.

네 말은, 대행자가 되었을 때 다량의 잡음이 들렸다는 거야?

틀림없어.

그게 뭔데?

일종의 촉매제라고 생각하면 돼.

처음 대행자가 됐을 때…. 나는 아직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목소리가 말하는게 사실이라고 오해하고 있었어.

루나는 부유를 멈추고 폐허 사이에 조용히 착지했다.

그렇다면 이것도 승격 네트워크로부터의 온 것인가?

아니, 하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어.

의식의 바다가 손상됐을 때와 증상이 같아.

이건 이해하기 쉽게 비유했을 뿐, 실제로는 내가 말한 것보다 더 복잡해.

최근에도 많은 구조체가 단시간에 전투력을 늘리기 위해 이런 손상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선택했어.

언니도 대행자가 되면 그걸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농담하지 마. 내가 대행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래? 그냥 다시 한번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면 네 앞에서 직접 얘기할게. 나는 그런 거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

넌 이미 승격 네트워크의 자질구레함에 얽매여 있는데, 만약 나까지 뛰어들면 또 누가 너를 도와줄 수 있겠어?

고마워, 언니.

하지만 대행자가 되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

승격 네트워크는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수해 줘. 이미 잃어버린 역사와 기록들을 포함해서 말이야.

대행자가 되었을 때?

응.

기억 속의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격 네트워크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도 있어.

???

이 행성에 있는 인간은 퍼니싱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다.

α

…………

???

왜 이런 생각이 생긴 거지?

잡음은 새벽 울리는 알람처럼 의식의 바다 속에서 울려 퍼졌다.

???

공중 정원에서 떠나게 한 그 사건 때문이야, 아니면 루나가 대행자가 되는 계기가 된 그 사건 때문이야?

α

아니, 이것들은 모두 하나의 출발점일 뿐이야.

???

... 출발점.

아쉬움을 표현하듯 잡음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계속할 필요 없어. 가브리엘.

네가 인간과 구조체를 몰살시켜도 그 중에서 선별을 통과할 수 있는 인원은 없을 거야.

그러나 그들은 잠재적인 위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근원을 제거하지 않는 한, 몇 번을 처리해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그 안에서 "씨앗"을 찾아 이곳을 지키면 돼.

네.

가브리엘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하늘로 사라졌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언니.

…………

알파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루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한 듯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나한테 들려준 동화 스토리를 아직도 기억해?

내가 너한테 들려줬던 동화 스토리는 많은데, 어떤 걸 말하는 거야?

《마왕과 불로불사의 약》.

…………

지금까지 난 그때의 생각을 믿고 있어——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언니.

마왕의 약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것이 선별과 진화이며 생명을 완전히 멸망시키지 않는 방법이야.

살아남은 사람은 마왕처럼 괴물이 되겠지만, 그럼 뭐 어때?

"괴물"은 단지 인간의 판단 기준에 따라 설정한 말일 뿐이야. 만약 이 호칭이 선별을 통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이것을 영광으로 여길 거야.

다른 생명이 살아남길 원해?

당연하지.

인간의 눈에는 내가 비열한 범죄자라 보일지라도, 죄를 짓기 위해서는 대상이 필요한 법이야.

이건 나의 소원일 뿐만 아니라, 승격 네트워크 선별의 본질이기도 해. 그래서 나는 반드시 승격 네트워크의 사명을 완수할 거야.

하지만 아직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류가 스스로의 편견에 빠져 퍼니싱의 초보적인 선별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루나는 고개를 돌려 멀리서 불같이 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쩌면...

승격 네트워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대행자로 선발되었어.

"대행자" 입장에서도 루나의 인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낮은 상태였다.

그러나 루나가 선별을 추진하는 이유는 "조건에 맞는 생명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 단지 그것뿐이었다.

이 소원에 그녀 자신의 목적이 담겨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증오과 혼돈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맨 처음에는 단지 그것 때문이었다...

우아... 너 괜찮아?

... 안심해. 운명은 나를 이렇게 쉽게 포기하진 않아.

당신 같은 사람이 운명을 믿기 시작하다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 그냥 교훈을 얻었을 뿐이야.

…………

이번에 온 건 "선물"을 가져온 구조체야.

잘 숨겨왔던 거야. 인간들도 전술을 계속 개선하고 있어.

동료에게 자폭을 시킨 거야?

그래. 그리고 그는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했어. 그렇지 않으면 그 표정에서 뭔가가 보였을 거야.

... 이래도 살아서 돌아오신 분이야, 그래서 어떻게 된거야?

죽었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야.

…………

그 녀석은 롤랑이 겨우 발견한 새로운 동료였는데...

지난번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도, 인간은 승격 네트워크의 비밀을 훔쳐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겁니까?

자신들의 구조체도 퍼니싱에 면역되게 하고 싶다거나? 승격자처럼 퍼니싱에 의해 기체가 강해지거나? 아니면 한 명의 승격자를 통제하거나 아니면 대행자를...

그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아. 부하인 꼭두각시에게 서로 죽이도록 시켜서 자신이 어부지리를 취하게 하는 것은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수법이지.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또 어떻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는 거 같아. 안 그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별을 계속 추진해야 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들에게 방해를 받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 어떻게 선별해 데려올지...

루나 아가씨의 말은, 동료를 계속 늘려야 손실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적절한 씨앗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들이 아직 선별을 통과할 각오와 환경이 없더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비겁한 책략에 휘둘리지 않을 힘만 가지고 있다면——승격 네트워크의 사명을 방해하는 인간들은 없을 것입니다.

네... 네... 그런 힘을 찾으면 그때 불러...

…………

이러한 경험은 오래전부터 일상이 되었다.

인간의 습격이 너무 길어서 심연을 빠져나가는 바람이나 그림자처럼 늘 곁에 따라다녔다.

그에 비해 과거에 버림받고 배신당한 일은 심연에 발을 들여놓는 출발점일 뿐이었다.

그녀들을 파묻은 증오는 이 추격과 포위, 예기치 못한 함정과 음모 속에서 조금씩 모여, 강이 되어 심연의 바닥으로 흘러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냥 미리 설치해놓은 매복이나 기습뿐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접촉할 수 있는 씨앗 근처에도 일정한 확률로 "선물"이 숨겨져 있게 되었다.

수많은 내기 속에서 인간의 추적에서 탈출할 때마다, 인간 측에게 개선해야 할 부분을 제공한 셈이다.

그 수단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더 비열해져 갔다.

그러나 승격자에 대해서나, 그들의 공통된 잘못된 길에서나, 각자 의식의 바다 속에 숨겨진 기억은 이러한 고통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경험은 겹겹이 쌓인 상처와 같았다.

쌓이는 과정을 제쳐두고 상처만 봤을 때, 그것은 치명적이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흉터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랫동안 축적되어 조금 있으면 한계를 맞이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여기인가 보군.

선별에 갓 합격한 신인을 구하기 위해 일행은 얼음으로 뒤덮인 영역에 발을 디뎠다.

하얀 눈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주위에는 여러 명의 연구원이 누워 있었다. 수송차 한 대가 공격으로 인해 산산조각 나 있었다.

하아, 우리가 늦었나.

롤랑이 갈라진 차량 안으로 들어갔다. 동료가 거대한 구속 장치 안에 누워 있었다.

현장에 남겨진 흔적으로 보아 그가 강제로 탈출하려는 순간에 구속 장치에 의해 사망한 것 같았다.

인간이 이렇게 무서운 것을 개발할 수 있다고?

이것은 그의 능력과도 관계가 있어.

내가 눈여겨본 건 그의 성장 속도였지만 이 환경에서는... 성장할 시간조차 주지 못했군.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커다란 몸집이 공중에서 사람들 곁으로 착지했다.

루나 아가씨.

돌아왔네, 조사는 어떻게 됐어?

이 장치는 북극 항로 연합에서 운반해 온 겁니다.

동쪽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새로 지은 군영이 있습니다. 그 안에도 비슷한 장치들이 있었고 소수의 연구자들이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동쪽? 군영?

지난번 알파가 외뿔고래 때문에 이곳에 왔을 때도 내가 조사해 봤지만 그때도 군영을 본 적이 없었어.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일반 주민인데 왜 갑자기 이런 장치를 갖게 되었지?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이 장치들과 기술을 그들에게 공유했겠지.

하지만 그 둘 다 가능성이 높아.

주민이 알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도, 이 설원 밑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그들이 원래부터 이런 힘을 가졌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곳에 와서 그 기술과 장치를 공유했을 거야.

즉, 북극 항로 연합이 그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고?

응.

그 사람들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거 아니야? 걔네랑 협력하면 도대체 무슨 이익이 있지?

이전에 바닷속에서 침식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어. 숲을 지키는 자들의 전투력으로는 대응하기 부족해서 그때 그들이 피해를 봤어.

그들이 물자를 교환하기 위해 협력을 했을 거라고 나는 추측해.

현재 지구상에는 일정 규모의 인간 거점이 많지 않아 승격자와 관계가 있는 계획에 협력하는 곳은 더욱 적지.

그들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을 숨기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대가가 좋아도 이런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을 거니까.

그 주둔지는 단순한 협력관계의 상징이지 따로 숨겨진 장소가 있다는 건가?

여기를 포함해서 다시 조사하는 게 좋겠네. 주둔지를 파괴하더라도 곧 새로운 것을 지으니 더 발견하기 어려워질 거야.

정말 이것 뿐이야?

루나 아가씨의 말씀은?

내 추측일 뿐이야. 그레이 레이븐... 아니, 언니가 레븐쉬 사건을 조사한 것과 그 후의 일로 보면, 그들은 이 군영이 완성되기 전부터 협력했을지도 몰라서.

이번 사건과 그 군영은 이미 가지고 있는 기본 위에서 새로운 기술 실험을 한 것에 불과해.

확실히 그런 것 같아. 이곳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류와 소량의 특산물을 제외하고는 물자가 부족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닐 거야.

만약 그들이 정말로 그 자들의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당연히 여기 있는 사람을 전부 몰살시켜 잠재적인 위험을 없애야 합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들 대부분이 일반 어부들이고, 쿠로노와 협력한 것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물자를 바꾸기 위함이겠지.

연구용 건물만 파괴하면 돼.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들의 연합으로 인해 우리 측은 이미 여러 번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선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만약 그들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위험은 계속 존재하게 됩니다.

…………

알파는 눈을 감았다. 끝없는 설원에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휴머노이드형 구조체를 만난 일이 떠올랐다. 그녀들이 인간의 공포와 편견에 직면했을 때의 태도, 그리고...

나는 숲을 지키는 자들에게 기대하고 있어. 충분한 기회만 있다면 그들 중에는 반드시 선별에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

언니 말이 맞아. 너희들도 계속해서 예전의 임무를 수행해.

일행은 루나에게 예를 올리고 재빨리 떠났다. 조용한 설원에는 알파와 루나 두 사람만이 남았다.

언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알파를 보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

루나는 알파 곁에 떠 있었고 멀지 않는 곳에 눈과 잔해를 바라보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언니, '루시아'를 만났어?

응.

어땠어?

뭐가 어때.

그녀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것 같았어.

그 지휘관은 좀 다른 거 같아.

그날이 오기 전까지 그녀가 한동안 좋은 꿈을 꾸게 해줄게.

그럼 언니 말대로 할게.

찬바람이 루나의 긴 머리를 날렸고 그녀의 작은 몸집도 바람에 흔들렸다.

알파가 다가와 루나의 팔을 잡았다.

이 다음, 군영 이외의 "숨겨진 곳"을 찾아내는 임무가 있는데, 내가 해도 될까?

군영 인근의 단서를 조사하던 중, 눈보라 속에는 깜짝 놀랄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루시아! 살아 있었구나!

아니야! 이 정도 퍼니싱 농도... 설마 침식체가 된 거야??

α

무롤! 진!

침식체가 말을 했어?!

... 말하자면 길어. 너희도 나한테 너무 가까이 오지 마. 침식될 수 있어.

그녀는 경고를 하면서도 몸에 있는 퍼니싱을 통제해 바이러스가 두 사람을 침식시키지 않도록 했다.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있어?

이곳에 침식체 수량이 좀 이상하다고 하길래 무슨 문제가 있나 의심돼서 우리 보고 와서 확인하래. 단서를 수집하는 대로 다시 돌아가야 해.

루시아, 우리와 함께 공중 정원으로 돌아갈래?

아니, 나는 더 이상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의식 회수한다고 했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서 난 너희들이 이미...

하하, 몇몇 기술적인 장애에 부딪혔다고 들었어.

무롤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사상자가 많아서 기체를 새로 제작하는 것도 어렵고 모델에도 문제가 있어.

그러나 고위층은 그해 사고를 조사하려면 어떻게든 우리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모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일손도 부족해 지상의 인간과 무슨 계약을 맺었는지 그들보고 도와달라고 했어.

계약서? 네 말은 이곳에 위에 연구를 보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단서가 될 만한 말을 들은 알파는 무기를 움켜쥐었고 말투는 심각해졌다.

기술을 연구하는 그런 일은 나는 잘 모르지만, 나는 확실히 옆의 그 군영에서 깨어났어.

계약을 성사시켜 우리를 다시 일깨워준 일도 모두 이 안에 있는 연구원들이 한 말이야.

또한 그들은 조정을 위해 우리 보고 당분간 군영에 머물며 간단한 임무에 협조해 달라고 말했어.

(무롤과 진도 이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건가...)

무롤의 너그러운 미소를 지켜보면서 알파는 칼자루에 쥔 손을 늘어뜨렸다.

다시 깨어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위에서 조사하려고 했던 그 일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더라고.

맞아. 우리는 의식 회수할 때 공격을 받았고 기억 데이터가 온전하지 않아서 그때 사고의 일이 떠오르지 않아.

그 당시의 일을 기억해? 공중 정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때의 진실을 말해줘.

... 그래.

그녀는 기쁨을 억누르고 추억 속에 묻어둔 조각을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 들려주었다.

... 그런 일이 일어 났다니.

그들은 내가 떠나기 전에 "루시아"를 복제했는데, 만약 너희가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면 그녀를 만날 수지도 몰라.

또 다른 루시아...?

이건 잠시 후에 얘기하고 루시아, 넌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그는 웃으며 두 손을 머리 뒤로하며 다가왔고, 이 익숙한 동작을 보고 알파도 조금은 그리운 마음이 생겼다.

고위층이 시찰할 때, 진의 자세가 어설프다는 이유로 호되게 혼났던 일도 떠올랐다.

네 목에 있는 그것들... 내 명패야?

응?

이 코팅도... 뒷면의 소대 휘장도 다 닳아 없어 지겠어!

옛날을 그리워한다고? 아니...

이것은 단지 내가 영원히 그 일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 주기 위해서일 뿐이야.

원한이 서린 그녀의 말에 진은 오히려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건 나한테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거야!

참, 내가 예전에 썼던 명패 좀 볼 수 있을까?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

그는 웃으며 지금 자신의 새 명패를 떼고 정보를 교환하려는 듯 알파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가까이 오면 침식이 두렵지 않아?

그런 섭섭한 소리는 하지마.

무롤, 너도 볼래?

좋아.

두 사람은 무방비 상태로 알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로부터 명패를 걷네 받았다.

하지만 그 순간 알파는 비열한 함정에 빠졌다.

재회의 기쁨은 환상일 뿐이었다.

희망이라는 이름을 달고 군인을 부추겨 용감히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의식 회수다. 깊은 못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아무런 메아리도 치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선 두 동료는 언행 기록만으로 만들어진 AI였다. 황금시대부터 있는 프로그램으로 당시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 기뻐하는 환상들이 무너져 내린 후, 알파의 앞에는 겹겹이 쌓인 구속 역장만이 남았다.

저기...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전에 모두가 말한 것처럼, 이 녀석들은 침식체와 마찬가지로 지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으니 동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 말이야.

하지만 주임 님으로부터 이 계획을 들었을 때는 나도 바보라고 생각했어. 왜냐면… 침식체가 옛 친구를 그리워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지금 것을 보면....왠지......

하... 만약 누군가가 죽은 친구를 이용해서 나를 속인다면 난 반드시...

엄숙한 청년의 목소리

그런 쓸데없는 동정은 집어치워!

아! 언제 오셨어요?

엄숙한 청년의 목소리

이 괴물들이 감정이 있든 없든 침식체나 퍼니싱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적들이다.

우리가 살아남고 싶다면 이렇게라도 연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하기 마련이야. 적을 동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다음 달 물자 비축을 확인해.

죄송해요. 카프란 주임님...

카프란

계속 일들 해. 우리에게 물러날 길은 애초에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