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
><i><size=50>"네가 어디서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size></i>
<i><size=50>중요한 것은 네가 어디서 살았는가다."</size></i>
재난 발생 후 30년, 화염성월 4일,
어둠을 잃은 세계는 30년 동안 영겁의 대낮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자정이 되어도 하늘은 밝고 화창했다.
이곳은 생명을 지푸라기처럼 하찮게 보는 잔혹한 나라, 「잿빛 변방」이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피는 황폐한 대지에 붉은 밀랍을 덮어씌웠다. 타오르는 태양 아래, 녹아내린 핏빛 밀랍은 개울물처럼 흐르고 흐르며, 뜨거운 바람에 일렁였다.
피어오르는 증기와 하늘을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한 열차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피와 절망이 뒤섞인 장막 속으로 내달렸다.
카드 돌려!
오늘 혈액세 징수 상황은 어때?
별로야.
병사는 피투성이인 가방을 카드 테이블 놓은 뒤,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순간,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가방 안에는 젖어있는 "어린 새싹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역겨움을 자아내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본능적으로 어떤 "가지"에서 왔는지 암시하고 있었다.
폐허가 된 마을 하나를 털었는데, 남자 16명, 여자 15명밖에 없더라고.
어디 보자... 참 운도 없네. 다 늙은이뿐이잖아? "천사"는 늙은이를 싫어한다니까, 돈 몇 푼 못 받게 생겼구먼.
궁금하면 지고천한테 물어보던가, 왜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마다 젊은이를 그렇게 많이 죽였는지.
게다가 자연재해 발생 주기도 조금씩 짧아지고 있어. 지난번엔 3년이었는데, 이번엔 4~5개월도 되지 않았지, 그렇잖아? 이번 규모로 봤을 때, 다음번에는 전인류가 멸망하게 될지도 몰라.
멸망하면 오히려 잘 된 거지. 우리가 죽는 것도 아니잖아.
병사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카드를 던졌다.
너는?
그래, 너 말이야. 조용히 앉아만 있는데, 오늘 수확은 어땠냐고?
창가에 기대어 있던 인간이 살짝 고개를 들더니, 모자챙 아래로 맞은편 승객을 힐끗 쳐다봤다.
병사와 인간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됐다, 됐어. 침묵이 곧 금이라는 말도 있지. 그럼 "대부", 어서 맘몬의 보물이나 찾길 바랄게.
그는 병사의 조롱을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며 열차 안의 환경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창밖의 기이한 분위기와는 달리, 열차 안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곳곳에 장식된 보석들이 열차의 흔들림에 따라 반짝이면서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좌석에는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앉아 있었는데, 인간과 동일한 제복을 입고 있었다. 천사의 사냥개이자, 모두가 경멸하는 도살자인 그들을 세간에선 이렇게 불렀다.
강철 군단.
꽉 잡아.
열차에서 감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명령이 울려 퍼졌고, 인간과 병사들은 손잡이를 꽉 잡았다. 곧이어 열차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갑자기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조금씩 땅이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바퀴에서 불꽃이 튀었고, 열차는 유황으로 포장된 공중 철로를 따라 천천히 하늘로 나아갔다.
열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걸 느낀 인간은 조용히 창가에서 일어났고, 카드 테이블을 떠나, 다음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그 소식 들었냐? "그레이 레이븐"이 부활했대...
헛소리하지 마. 재난 발생 이후, 영혼이 부활하는 경우는 없었어. 그런 소식을 믿는 건, 해가 질 거라고 믿는 거만큼이나 멍청한 거야.
하, 하지만, 마을에서 "그레이 레이븐" 깃발이 걸려 있는 걸 정말 봤단 말이야. 게다가 저항군의 수장도 "그레이 레이븐"이라고 불린다던데...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병사들은 과거와 미래의 학살에 관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누구도 통로를 지나가는 인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저 멀리서 울음소리가 전해졌다가, 순식간에 또 사라졌다.
넌 부족민을 죽여본 적이 있냐? 사람 머리 가죽 벗기는 그런 짓 말이야. 걔네가 왜 몸에 동물 뼈를 걸치는지 알기나 해?
저항군들은 쓰레기 같은 폭도들이야! 성당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신화 속 고대 귀신을 들먹이면서 너 같은 겁쟁이들한테 겁주는 거라고. "그레이 레이븐"은 부족민이 몸에 걸친 동물 뼈 같은 거야!
내가 맘몬 열 개 걸고 장담하는데. 군단은 일주일 내에 저항군의 본거지로 쳐들어갈 거고, "그레이 레이븐"이라 사칭하는 그 미치광이를 찾아내서 죽여버린 뒤, 성당에 있는 죽음의 비석에 매달아놓을 거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잠깐만,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들려?
말의 울음소리 같은데?
"자유로운 백성들이 일제히 내 이름을 부르리니. 심판은 이미 도래하였도다."
야! 거기 너,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야? 열차가 올라가는 동안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넌 이름이 뭐야? 어느 소대 소속이야?!
술 냄새를 풍기던 병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 소리에 여러 병사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을 향했다.
그때 열차 칸 끝의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오더니 고개를 들어 매서운 표정을 드러냈다.
내가 너희들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다.
그 순간, 열차 안에 핏빛이 번쩍였고, 기묘한 슬픔이 공간에 퍼지며 영혼을 뒤흔들었다.
흘러내린 핏자국마다 부름에 응답하듯 일렁이며 끓어올랐다. 그러면서 붉은 물결이 점차 하나의 커다란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드디어 숨통이 트이네요… 아~ 참 매혹적인 "욕망"이죠.
소환에 응하여 와주신 피의 맹세자, "그레이 레이븐"이시여.
여인 모습을 드러낸 순간, 열차 안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양쪽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그러면서 악마를 감지하는 드림캐처가 갑작스레 울리기 시작했다.
악, 악마다!!
대체 어떻게 열차에 탄 거지? 좀 전에 드림캐처가 왜 울리지 않은 거야?!
처음 뵙겠습니다, 승객 여러분. 유감스럽지만 이번 열차는 과도한 욕망을 적재한 탓에, 잠시 멈춰서 정비할 예정입니다.
여인은 공포에 휩싸인 병사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한쪽 뺨에 손을 괸 채 차가운 미소를 보였고, 그 미소 속엔 경멸함으로 가득했다.
이번 여정은 여기까지입니다, 승객 여러분...
다음 생엔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시기 바랍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폭발이 잇따랐다.
열차가 전체가 흔들리더니,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을 토해냈다.
?!
뒤쪽에서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동력이 끊기면서... 열차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누, 누군가가 열차를 탈취한 것 같습니다!
멈추지 마라! 그리고 지상 철로를 이용해서 속도를 올려. 후방은 우리가 맡겠다!
강철 군단. 전투 준비.
그때 창밖에서 반사된 빛이 "천사"의 말을 끊었다.
금속이 햇빛에 비춰서 광택을 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수많은 총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것들은 조여오는 올가미처럼 열차를 단단히 둘러싸고 있었다.
수십 개의 총열이 어두운 심연처럼 사냥감을 조준한 상태로, 아무런 소리 없이 피비린내가 나는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엎드...
"천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총알들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불꽃이 열차 구석구석을 관통하자, 비명과 피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마치 인간 세계의 죄악을 빗물로 씻어주는 것 같았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열차는 긴 불꽃을 달고 혜성처럼 날아가다가 땅으로 추락했고, 피비린내 나는 빗속에서 하늘을 뒤덮는 먼지를 일으켰다.
수십 초간의 격렬한 공격이 이어지다가 사격이 중단됐고 모든 것은 하늘을 선회했으며, 결국 모래와 자갈 속으로 일제히 사라졌다.
공격을 마친 총들은 한 기사의 뒤로 모여졌는데, 그자는 붉은 말을 타고 모래언덕 위에서 질주하는 열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전쟁이 시작됐다.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이 시작됐다.
말을 탄 기사는 고삐를 당기며 하늘을 가득 채운 황사 속으로 향했다.
이랴!
젠장, 정말 미치겠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뒤에 생존자가 더 있나? 조금만 더 버티자! 곧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손잡이를 꽉 쥔 여객 전무는 지평선 끝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다음 검문소에 도착한다면, 강철 군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마을보다 먼저 나타난 것은 흐릿한 그림자였다.
여객 전무는 깜짝 놀라 눈을 비볐다. 그 그림자는 핏빛 빗속에서 조금씩 커지더니, 손에 든 무시무시한 장창이 멀리서도 보일 만큼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
여객 전무의 머릿속에 떠오른 유일한 단어였다.
...
죽고 싶어?!
어디 한번 덤벼봐. 죽여줄 테니까!!!
여객 전무는 손잡이를 끊어질 것처럼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열차는 포효하며 철로 끝에 있는 작은 그림자를 향해 돌진했다.
어서
멈춰!!!
붉은 사신이 폭풍의 목줄을 틀어쥐었다.
무적인 것만 같았던 강철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창에 관통당하고 말았고, 하늘로 돌아가려는 헛된 망상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옥불이 그녀의 피부를 필사적으로 태워내고 있었지만, ‘죽음’이 그녀에게 안겨준 재생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녀는 그렇게 죽음과 재생을 반복했다.
!
기사가 포효하며 발 아래 강철을 부수자, 몸이 땅속 깊이 박히면서 모래와 자갈이 부서졌다. 이 충격으로 울리는 소리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악마와 지옥 열차가 목숨 걸고 싸우며, 그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붕괴시켰다. 그 싸움으로 인해 지상에는 백 미터에 달하는 불에 탄 흔적이 남겨졌다.
쾅!
굉음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십여 초가 지나자, 세상은 마침내 고요해졌다. 질척거리는 빗소리가 다시 불꽃 튀는 소리의 메아리를 대신했다.
쳇. 별것도 아니네.
끓어오르는 짙은 안개가 걷히자, 상처 하나 없는 기사가 폐허의 끝에 우뚝 서 있었다.
이번 대결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자는 "죽음"이었다.
월산이 튀는 피와 날리는 쇳가루를 막으면서 철저히 인간을 보호했다.
열차의 진동이 멈추자, 열차의 움직임도 멈췄다. "기근의 기사"는 월산을 접으며 우아하면서도 공손하게 인간의 뒤에 섰다.
둘은 시체의 산과 피바다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산송장들의 신음이 메아리쳤다.
아, 형태가 사라지고 영혼마저 소멸했는데, 이 도박꾼들은 카드 테이블을 떠나지 않네요.
아... 아...
소름 끼치는 비명과 함께, 시체들은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들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고, 영혼은 벗겨져 나간 껍데기 같았고, 짙은 피 냄새를 풍기며 둘에게 다가갔다.
30년 전, 지고천은 신을 죽인 인간을 처벌하기 위해 생사의 법칙을 어기고 인간 세계에 "재난"을 내렸다.
그 이후로, 이 세상의 망령들은 환생할 수 없게 되었고, 성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대신, 계속 인간 세계에 남아, 간신히 움직이는 산송장이 됐다.
그레이 레이븐님, 제가 더 처리할 일이 있을까요?
슝...
열차의 반대편에서 날아온 은침이 둘에게 다가오는 산송장을 정확히 맞혔다.
아...
산송장은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아... 끄악...
산송장은 곧 경련으로 인해 온몸에 혈포가 생겼고, 서서히 녹아내렸다.
으아아아아!!!
그들은 단 몇 초 만에 피 증기로 녹아내리더니, 무언가에 이끌리듯 은침이 날아온 방향으로 날아갔다.
랜턴을 든 은발의 청년이 길 끝에 나타났고, 손에 든 랜턴으로 생명의 고통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556번 매튜스·반델린, 안식하거라. 그 여행은 단순한 사고였고, 네 딸의 죽음은 네 잘못이 아니야.
슝... 은침이 또 다른 산송장을 향해 날아갔다.
557번 헨리·매카시... 아무리 기도를 반복해도 네 죄를 가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난 네 모든 죄를 용서하고, 네 이름으로 계속해서 구원의 길을 걷겠다... 안식하거라.
으가아아아아악...
558번, 559번...
안식하거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홍빛 가닥이 "역병의 기사"의 손에 의해 실처럼 엮이더니 "역병"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모였다.
생명은 세상의 궁극적인 병소라고 지고천은 말했었다. 그렇다면, 역병은 중생에게 해탈을 주는 의사나 마찬가지였다.
쉬익...
절단하는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면서 뜨거운 창끝이 열차의 한쪽 문을 관통했다. 그러자 버터를 자르듯 문에 두 개의 자국이 남았다.
누군가 밖에서 발로 문을 세차게 걷어찼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 문이 썩은 나무처럼 쉽게 열렸다.
문이 열리자, 강철 조각들과 함께 굴러온 것은 "천사"의 머리 두 개였다.
도망치려던 조무래기들은 내가 처리했어.
붉은 머리의 기사가 열차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말을 탄 "전쟁의 기사"가 경계하며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분"이 오신다.
강철 군단의 지원군도 오고 있어. 5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서 움직여야 해.
비장, 담낭, 소장, 학살... 처참히 먹어 치워주겠어!
학살! 짜릿해! 학살! 짜릿해!
주변에서 괴상한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반격에 나선 살아남은 천사들은 산송장들과 함께 열차로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저기요, 좀 제대로 쏠 수는 없어요? 왜 아직도 석고로 만든 잡것들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어요?
"죽음"의 정보가 잘못됐어. "천사"로 가득 찬 수송 차량이라, 일반 총알로는 소용없었어.
여기서 나와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하, 그 새 부리 낀 녀석이 "인도적으로" 하자고만 안 했어도, 진작에 내가 이 쓰레기들을 다 정리했을 거야. 그럼, 너희들이 여기서 질질 끄는 꼴도 볼 필요 없었을 거고 말이야.
무분별한 폭력은 이 세계에 더 많은 병을 가져올 뿐이야. 악마야.
명령이 내려지자, 열차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인간은 날카로운 칼로 손바닥을 벤 뒤, 피를
피가 모여들었다가 사라지면서, 기사 넷의 가슴 앞에 각각 다른 붉은 문양을 그려냈다.
지옥과 협력하여, 악마의 위력을 얻어 천사를 죽이는 건, 피의 맹세자가 계약자에게 내리는 신성한 권능이었다.
알았어.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레이 레이븐"님.
알겠어.
인간과 기사 넷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은 뒤, 무기를 들고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적들의 물결 속에서 피의 길을 뚫고 나갔다.
뚝뚝.
기사들이 흩어지자, 인간은 갑자기 어깨에 어떤 끈적한 액체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죽어라!!
열차 위에 조용히 매달려 있던 천사가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면서 창백한 발톱으로 피와 살을 찢기 위해 인간의 목덜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인간은 그 순간, 살짝 몸을 틀었다. 그러자 치명적인 다섯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대로 나무 바닥에 박혔다.
꺽?!
땅에 쓰러진 "천사"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때 인간의 총구가 천사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인간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줄칼로 금속을 내리친 것처럼 불꽃이 마구 튀어 올랐다.
많은 해가 지난 후, 서부의 시인들은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을 시로 만들었다. 그렇게 "그레이 레이븐"과 천계 기사들의 전설이 역사의 비문에 새겨지게 된 것이다.
바로 오늘, 인간은 밤을 되찾는 서사시의 한 구절을 열었다.
바로 오늘, 인간 세계에서 30년 동안 축적된 불씨가...
잿빛 변방에서 혁명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