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팔레트 전쟁 / 미래 서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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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서막 미래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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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복도를 걸으며, 끝에 있는 로비까지 한 걸음씩 다가갔다.

양쪽에 정렬된 각 파벌의 각성 로봇들이 지휘관과 둘시네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세르반테스 님의 조수인 둘시네아가 승리한 파벌을 결정하기로 한 거 아니야? 왜 인간을 한 명 더 추가한다는 거야?

나한테 묻지 마. 나도 몰라. 어쩌면 인간 쪽의 대표일지도 모르잖아.

인간이 우리 로봇의 예술을 이해할 리가 없잖아.

그 아이라라는 구조체를 잊었어?

……

쾅!

논의하던 목소리는 로비의 정문이 닫힘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엔 세 개의 파벌에서 가져온 그림들이 놓여 있었으며, 각 파벌당 10장씩 총 30장이 있었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부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까지, 다양하게 존재했다.

하지만 둘시네아가 이런 방식으로 팔레트 전쟁을 끝내기로 한 이상, 지휘관도 둘시네아의 판단을 믿어야 했다.

……

믿어도 되는 거겠지.

지휘관님, 데이터베이스에 충분한 사례가 없어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어요.

로봇들의 그림 스타일은 예상보다 빠르게 변했다. 둘시네아의 데이터베이스엔 다른 누군가의 분석을 조합해 만든 판단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이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색깔의 복잡한 정도에 따라 선별해도 괜찮을까요?

이제 막 시작한 거라고는 해도, 너무 대충 한 것 같았다.

그 작은 몸은 모퉁이 앞에 멈춰 섰고, 그 눈에 띄지 않는 곳엔 두루마리 그림 한 폭이 놓여 있었다.

한동안 이렇게 평범한 그림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최근엔 각성 로봇의 기이한 생각, 아이라의 기예와 화려한 색깔 같은 번잡한 붓놀림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머릿속에 몰려들었다.

하얀 새 한 마리가 지붕에 앉아있는 그림만 봐도, 매우 드물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 그림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31번째 그림이었다.

각성 로봇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 빠르게 달려와, 순식간에 그 그림을 빼앗아 갔다.

죄송합니다. 둘시네아. 이 그림은 전시열에 있지 않습니다. 다른 두 파벌이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각성 로봇은 손에 잡히는 대로 흰 천을 가져와 그 그림을 감쌌고, 뒤에 있는 창문을 열어, 곧바로 밖에 던져버렸다.

저기, 남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 우리 파벌이 그런 걸 여기에 둘 리가 없잖아.

이럴 때 일부러 이런 그림을 올려놓고도 인정하지 않는 걸 보면, 다른 파벌을 공격하는 걸로 봐도 되겠지?

계속 옆에서 침묵을 지키며 바라만 보던 각성 로봇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3대 파벌의 마스터들이 모두 제때 나서서 다른 일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그것은 바로 둘시네아의 결론이었다.

둘시네아를 살짝 잡아당겨 보니, 놀랍게도 둘시네아는 멍 때리고 있었다.

둘시네아는 정신을 차리고, 예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3대 파벌의 그림에서 한 장씩 골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글은 텐트에서 며칠 동안 밤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라에게 지휘관이 써달라고 부탁한 평가였다. 이는 주로 세 개의 예술 파벌에 관한 분석과 의견이었다.

다행히 현재 로봇파의 예술은 아직 인간의 예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에, 아이라는 냉정한 사고 끝에 빠르게 이 원고를 완성했다.

아이라가 쓴 글을 보자, 거의 빈틈이 없다고 할 수 있었으며, 아무리 문외한이더라도, 아이라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미론과 마크가 없는 상황에선, 지휘관 말고는 둘시네아를 의심할 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팔레트 전쟁은 여기까지만 하고, 각 파벌의 무승부로 결정할게요.

이것은 둘시네아가 할 수 있는 각성 로봇의 눈높이에 가장 적합한 처리 방식이었다.

아이라의 글로 로봇 무리를 납득시키고, 예술을 통해 무승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했다.

그 후, 컨스텔레이션의 관리자 신분으로 무승부를 발표하며, 팔레트 전쟁의 종료를 선언했다.

……

그들은 예상과 달리 의논하지 않았고, 오히려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 침묵 속에서, 모든 로봇은 같은 의견을 가진 것 같았다.

둘시네아 님, 당신이 무승부라고 하면 저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승부를 가리면 됩니다.

왜 팔레트 전쟁을 멈춰야 하는 겁니까?

무승부는 끝난 거라고 할 수 있잖아요.

컨스텔레이션이 정상 운영되도록 복구해, 인간과의 교섭에 준비해야 해요.

저희는 그런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컨스텔레이션의 관리자 입장에서 팔레트 전쟁을 멈추라고 강요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

어쩌면 이것이 컨스텔레이션의 미래에 가장 이득이 될 방법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저희는 더욱 따를 수 없습니다.

세르반테스 님이 계셨다면, 이런 변명에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은 갑자기 약점을 찌르는 단검 같았으며, 세르반테스의 입장으로 던진 각성 로봇의 질문은 둘시네아를 잠시 침묵에 빠지게 했다.

이러한 침묵이 둘시네아의 예정된 실패와 더 가까워지게 했다.

……

각성 로봇이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그때, 둘시네아의 머리 위에 있으며, 관리자의 권한을 상징하는 광환에 갑자기 움직이는 빛이 감돌았다.

뭡니까? 둘시네아 당신은 권한을 사용해서, 저희를 강제로 막으려는 겁니까?

돌발 상황이 일어나자, 상황은 점차 혼란스러워졌다.

어떤 각성 로봇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그림을 회수하려 했고, 또 어떤 이는 도시 안에 있는 네트워크에 연결해 정보를 전송했다.

또 어떤 각성 로봇들은 천천히 다가가, 물리적인 수단으로 둘시네아를 도시 내 네트워크에서 내보내려는 것 같았다.

네네네~

"펑!" 하는 큰 소리가 소란을 뒤덮었고, 튀어 오른 나무 부스러기가 달빛 아래에서 어지럽게 휘날렸다.

창문을 깬 다리는 허공에서 살짝 접혔고, 생체공학 피부가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화살 세 개가 일렬로 바닥에 박혔고, 포위하려는 각성 로봇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진정하세요.

아무도 이에 반응하지 못했으며, 지휘관과 둘시네아는 창문을 깨고 들어온 아리사에게 옷깃이 잡혀,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저들이 도망갔다!

어서 다른 로봇을 동원하고, 전군 출동해 저들을 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