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팔레트 전쟁 / 베라와 동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베라와 동행-3

>

짙은 적색 불빛이 혼전 속에서 이곳저곳을 누볐다.

1분도 되지 않아, 서로의 그림에 안료를 뿌리기 바빴던 로봇들이 잇달아 멈춰 섰다.

로봇들은 손에 든 분사기가 장검에 의해 파손된 것을 보며 잠시 넋을 놓았다.

그러자 로봇들은 안료 통으로 바꿔 들고, 원래의 목표를 향해 던졌다.

이게 네가 세운 계획이야?

로봇들의 사이를 헤치던 베라가 지휘관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대부분의 "무기"를 파괴했음에도, 로봇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다른 방식으로 벽에 그려진 상대방의 그림을 파괴하려 했다.

이런 행위를 통해, 한쪽을 우승자로 가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시하기 짝이 없네.

그때, 베라의 몸엔 안료가 드문드문 묻어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스프레이를 꺼내, 분사구를 베라 쪽으로 돌렸다.

치익.

분사된 액체가 지워낸 안료가 천천히 떨어졌고, 베라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털었다.

!!!

털어낸 액체는 각성 로봇이 있는 쪽을 향해 날아갔고, 하마터면 세워져 있는 캔버스에 "구멍" 몇 개를 낼 뻔했다. 이를 본 각성 로봇은 서둘러 화판을 다른 곳으로 옮겨, 화판의 뒷면이 이쪽을 향하게 했다.

각성 로봇들이 사용한 안료는 예술 협회의 안료와 성분이 똑같았으며, 아이라가 제공한 스프레이는 최고의 청소 도구였다.

하지만 지휘관은...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알록달록하게 안료가 묻은 몸을 보고, 당장은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아무래도 지휘관의 운동 능력으로 봐선, 금방 다시 지금 같은 모습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방이 로봇들의 캔버스가 된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알록달록한 "분장"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각성 로봇이 화판 뒤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저희는 그렇게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매우 뛰어난 영상 기록 분석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서, 안료로 당신을 원래의 색감으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각성 로봇은 손에 든 분사기를 머리 위로 올려, 지휘관의 피부색과 똑같은 색깔의 안료를 분사했다.

각성 로봇은 캔버스 하나를 잃은 것처럼, 매우 안타까워하며 풀이 죽은 것이 느껴졌다.

참, 제가 제안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저와 함께 뒤쪽에 숨지 않으시겠습니까?

각 파벌에 있는 그라피티 로봇을 감소시키고 싶다 하셔도, 혼전으로 돌진하는 방법은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어? 그런 것도 알아? 너희들은 내키는 대로 안료를 뿌리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훼손된 전술 모듈들에서 소량의 관련 데이터를 복원했습니다.

나름 잘 분석했다는 대답을 듣고 싶은 거야?

입 다물고 네 그림이나 그려.

……

지휘관은 양측이 철저히 난전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자신의 대화 의도는 순식간에 날아다니는 안료에 집어삼켜졌다.

이곳은 전장입니다. 전장에서 적을 이해하려는 겁니까?

적? 전장? 웃기는 소리.

너희들은 서로에게 안료를 뿌리는 게 다잖아. 이게 어딜 봐서 도시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전투야? 결국엔 고작 그림 몇 장, 칭찬 몇 마디 때문에 도시 전체를 불안에 떨게 한 거잖아.

이건 단지 그림과 칭찬 몇 마디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이건 컨스텔레이션의 예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슈퍼 대결전입니다.

각성 로봇이 다소 화를 내며 화판을 두드렸다.

베라가 각성 로봇의 예술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각성 로봇 역시 베라가 이 모든 분쟁을 장난으로 여기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지휘관, 기다려 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베라가 지휘관의 손에 있던 스프레이를 뺏어갔다.

진정한 전쟁은 어떤지 알고 싶다고 했지?

지금 당장 전쟁의 잔혹함을 네게 보여줄게.

말을 마친 베라는 스프레이의 분사구를 화판의 가장 상단에 겨눴다. 스프레이를 누르기만 하면, 스프레이의 액체가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깨끗이 지울 것이었다.

각성 로봇이 깜짝 놀라, 화판에 있는 캔버스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베라가 한 손으로 각성 로봇을 눌러 꼼짝도 못 하게 했다.

너희들의 리더가 있는 위치를 말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놈들이 세 개의 파벌로 나뉘었는데, 리더 같은 건 없다고 하기만 해봐.

제... 제가 그들의 리더가 있는 곳을 압니다.

말을 마치자, 각성 로봇이 급히 지도에서 두 곳을 가리켰다.

베라가 손에 든 스프레이를 흔들자, "달칵달칵" 소리에 각성 로봇은 자신도 모르게 화판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네, 놈, 들의 리더가 어디 있냐고. 이 스프레이로 정신 좀 차리게 해줄까?

저희의 리더가 있는 위치는... 왜 필요하신 겁니까?

뻔하잖아. "무장해제" 후에도 멈추지 않으니까, 내가 직접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지.

스프레이를 붙잡고 있던 손은 검지를 펴 등 뒤를 가리켰고, 그들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선 로봇들의 "예술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각성 로봇은 잠시 주저하다 앞에 있는 작품을 봤고, 곧이어 안료를 뒤집어써 가며 안료 통을 던지고 있는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결국 각성 로봇의 시선은 위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베라와 분사구 위에 올려져 있는 검지에 떨어졌다.

멈, 멈추세요. 알려드리겠습니다.

저희 리더는 저 구역의 부근에 있습니다.

각성 로봇은 각오한 듯, 손을 뻗어 먼 곳에 있는 한 건물을 가리켰다.

시원시원하네.

저희는 이 몸의 존재에 구속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리더, 위대한 초 현실 로봇 야수파의 예술을 위해 헌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