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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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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와 동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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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는 붉은빛이 공중의 물체를 모두 절단했다.

베라는 각종 용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안료에 맞춰, 칼을 휘두르며 여유롭게 몸을 움직여 피했다.

이쪽으로 다가오지 마세요..!!

알아보기 어려운 초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림 도구를 들고 있는 각성 로봇들은 "대마왕"의 발걸음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이루었다.

싸움을 잘하는 로봇은 이미 쓰러졌는데, 그냥 얌전히 항복할 수는 없는 거야?

말이 오가는 사이에, 베라는 몸을 돌려 날아오는 안료 통을 피한 후, 칼집으로 무모하게 돌진해 오는 각성 로봇을 막았다.

베라가 어렵지 않게 이리저리 피하는 것을 보자,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마음속으로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지휘관 쪽은...

으아아아아.

여러 가지 도색 도구를 장착한 로봇들은 지휘관을 곤란하게 했다.

그들은 인간과 매우 유사했기에, 조금만 흥분해도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푸슉.

안료가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주황색 "물결"로 목욕하는 도중, 손에 든 발사기로 구속 도구 여러 개를 발사해 반격했다.

곧이어 안료가 더 이상 분사되지 않았고, 단단히 구속된 각성 로봇은 쓰러진 채,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땅에서 굴렀다.

지휘관이 자신의 몸을 다시 살펴보니, 다양한 색깔의 안료로 뒤덮여 있었다.

지휘관의 손에 붓이 있었다면, 자신에게 묻은 안료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술 협회에서 사용하는 안료 제거 스프레이를 꺼내 사용해 봤다.

역시 공중 정원의 분석과 일치했다. 컨스텔레이션의 각성 로봇들이 사용한 안료의 성분은 황금시대의 인간이 만들어 낸 것과 동일했으며, 스프레이의 효과가 금방 나타났다.

각성 로봇들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지휘관 또한 구속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은 육체로 "완전무장"한 금속에 대항했고, 안료 발사기의 사정거리는 지휘관의 발사기보다 훨씬 멀었기에, 이는 매우 불공평했었다.

상대방의 "빗발치는 탄알"을 맞으며, 상대에게 다가가야 함을 의미했다.

스프레이로 얼굴에 묻은 "색채"를 제거한 후, 베라가 대두로 싸우는 곳을 바라봤고, 그곳에선 불공평한 싸움도 벌어지고 있었다.

실력을 보여줘 봐!

베라는 칼끝으로 안료가 공급되는 파이프를 베어버린 후, 날아오는 안료 통을 받아냈고, 안에 든 안료를 다른 각성 로봇의 시각 센서를 향해 던졌다.

결국 그 마지막 방어선도 "대마왕"에 의해 무너졌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전투력"을 잃은 로봇의 머리 위에 작은 백기가 올라와, 바람에 휘날렸다.

흥이 깨지긴 했지만,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긴 했군.

베라는 칼을 거뒀고, 앞길을 막고 있는 각성 로봇을 밀쳐냈다.

그 후 몸을 살짝 숙이고는 턱을 어루만지며, 흥미롭다는 듯 각성 로봇들이 겹겹이 둘러싸 지키던 캔버스를 훑어봤다.

은유적인 선들과 자유로운 색깔이 함께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큰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그 그림이 표현한 광경은 자연을 묘사한 수준을 벗어났다.

이 그림은 저희 초 현실 로봇 야수파의 야심작입니다. 어떻습니까? 꽤 괜찮지 않습니까?

각성 로봇의 우두머리가 두 손을 허리에 짚으며,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

심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 느낌입니다.

샘플 채집은 뭐부터 베어버리면 돼? 지지대야 나무판이야?

그 순간, 각성 로봇의 머리에서 나사 몇 개가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각성 로봇이 빠르게 베라에게 달려가, 그림과 그녀의 사이에서 길을 가로막았다.

베라가 손을 뻗어 각성 로봇의 머리를 잡으려 하자, 작은 백기가 즉시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당신들은 이 도시의 소란을 잠재우려 온 것이지 않습니까?

저는 다른 두 파벌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그림을 훼손하지 않겠다고만 약속하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베라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 장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 각성 로봇은 더욱 불안해했고, 어떤 사물을 흉내 내려는 듯, 팔을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초 현실 로봇 야수파의 작품들이며, 유일무이한 보물들입니다.

베라는 멈추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파괴되면, 세상 어디에서도 똑같은 작품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베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다가갔다.

저는 당신의 곁에서 초상화를 그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작품은 건들지 말아 주세요.

베라는 자신의 그림자가 각성 로봇을 완전히 뒤덮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꼬마야, 솔직히 말하자면 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

일부러 몇 번의 기침 소리를 낸 후에야 베라는 움직임을 멈췄고, 그 후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지휘관, 어디 불편한 곳이 있는 거야? 기다려 봐, 내가 알맞은 치료를 해줄게.

이런, 정말 아쉽지만, 그럼 또 아플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베라는 다섯 손가락 안에서 주사기를 이리저리 돌렸고, 결국에는 수납 상자에 넣었으며, 그 각성 로봇이 지휘관 쪽을 볼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났다.

각성 로봇은 다소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합니다.

각성 로봇은 더 의아해졌다.

누가 뭐라 해도, 불필요한 교전 없이 분쟁을 잠재운다는 건 현재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무래도 지휘관 일행은 뒷날에 발전될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소 짜증을 내던 베라에겐 눈빛을 보내는 것만으로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다.

질문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이 로봇은 왜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겁니까?

이 로봇은 아무리 봐도 당신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이 말을 들은 베라는 아니나 다를까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쉽게도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로봇이 아니야.

우리 같은 구조체들은 지휘관에겐 그저 장난감에 불과할지도 몰라.

하지만 지휘관 쪽을 바라본 베라의 눈빛은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