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경고...
주의... 고정...
반짝이는 빨간색 조명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몸이 제어를 잃고, 기내와 함께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가슴 쪽에 칼자루가 나타나 지휘관을 지지해 줬고, 이로써 기내의 바닥에 지휘관의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누가 밧줄이나 쇠사슬을 갖고 있어? 이 녀석을 의자에 묶어 버리게.
에휴, 일어난 거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별다른 일은 없어. 그냥 이번 여정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말을 마치자, 베라가 갑자기 칼자루를 뽑아 들었고, 바닥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는 빠르게 옆에 있는 안전벨트를 낚아챘다.
이건... 수송기가 회피 비행을 하는 건가?
하지만 생각하던 그때, 반짝이던 빨간색 불빛이 갑자기 사라졌고, 보통 상황에서 사용되는 일반 조명이 들어왔다.
고정이 해제됐습니다. 이제 안전합니다.
솔직히 도시에 있는 그 녀석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건가요? 탐측 장치를 테스트하는 건가요? 정말 놀라 기절할 뻔했어요.
방공 시스템에 발각된 것 같았다.
컨스텔레이션의 배치는 충분히 많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했다.
분명 긴급 정도가 높지 않은 분쟁임에도 불구하고, 급히 베라도 함께 이 황금시대의 사라진 도시를 향하게 했다.
비행기 계류장에 발을 디딜 때, 지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에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뒤를 돌아, 거대한 풍차를 바라봤다.
풍차의 날개가 유유히 회전하며, 이곳에서 일어난 수많은 이야기의 목격자으로서, 오늘도 여전히 상징적으로 도시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지휘관이 이렇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이 도시에 있는 오랜 친구를 방문하려고 하는 건가 봐? 내가 선물 같은 거라도 찾아줄까?
이 도시에서 산뜻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
우리가 이곳에 뭐 하러 왔는지 까먹은 건 아니겠지?
컨스텔레이션, 황금시대에 완성되지 못해 사라진 도시는 로봇 세르반테스에게 인수된 후, 아이라를 통해 다시 인간의 손에 돌아왔다.
공중 정원은 이 도시를 지상에 복귀하는 첫 번째 거점으로 결정했다.
그러므로 컨스텔레이션은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분쟁에도 영향을 받아선 안 됐다.
다행히도 이 도시는 지휘관이 떠났을 때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펑..."
베라의 귀가 움직였고, 청각 센서가 어렵지 않게 바람 소리에 섞인 이상한 소리를 감지했다.
어, 이상 로봇들의 파티가 이미 시작된 모양이네.
베라가 칼자루로 지휘관의 허리를 찔렀다.
베라가 손을 뻗어, 멀지 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가리켰다.
이상 로봇들이 뭘 굽고 있는 거려나? 어떻게 이 도시의 분위기까지 지상의 일반적인 상황처럼 만들었네.
정찰 부대가 컨스텔레이션에 입주했을 때, 인간은 본 적 없던 로봇과 마주쳤었다.
처음엔 여러 부대의 멤버들이 그들을 이상 로봇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스스로를 각성 로봇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게 된 후, 외교부와 리스트를 비롯한 멤버들이 모든 공중 정원의 멤버들에게 동일한 호칭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각성 로봇과 접촉할 때는 조심해야 해.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즉시 외교부로 연락해 줘. 우리가 너에게 적절한 조언을 줄게.
부탁할게.
출발하기 전에 리스트 의원이 한 당부가 떠올랐다. 호칭에 대해 더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일은 너희 지휘관들이 해결하면 되는 거잖아~
베라의 농담으로,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지금까지도 거의 모든 지휘관이 각성 로봇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는 중이었다.
베라의 의견을 묻기도 전, 그녀가 칼자루로 지휘관의 허리를 밀어냈고, 그렇게 건물의 계단을 향해 떠밀려 갔다.
지휘관은 노선 계획에만 집중하면 돼. 나머지 일은 내가 처리할게.
걱정하지 마.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다 해도, 혼자서 임무를 완료할 수 있어. 절대로 지휘관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능력을 마음껏 펼쳐봐.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가진 능력은 어떨지 한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