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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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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

어둠이 감도는 "우리" 안에서 철창 밖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로 보아 꽤 젊은 사람 같았다.

반나절 전, 인간은 베라가 계획한 대로 "해변 유랑" 시나리오를 수행하다 오로라 부대에 붙잡혔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오로라 부대에 붙잡혀 해변에서 이곳으로 끌려온 뒤부터, 줄곧 이 젊은 남자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어 신경이 쓰였다.

제가 누군지 궁금하신가 보네요?

제 소개를 드리죠. 하니프라고 합니다. 소대 대장이에요.

보기에 "귀한 손님" 같으신데, 소홀히 대할 수는 없죠.

인간은 두어 걸음 앞으로 나아가 눈앞의 철창을 붙잡았다.

인간의 움직임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긴장했고, 구석에서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바다에서 우연히 만나 데려온 분이라 관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위에서 자주 사고가 나는 상황에서는요.

...

그 말씀은 제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우연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딱 맞춰서 무인도 근처에서 공중 정원의 지휘관님을 발견하게 됐을까요?

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공중 정원에선 다들 쿠로노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 어떻게 이곳까지 "유랑"하게 되셨는지... 그래야 대화가 될 것 같은데요.

저는 우연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딱 맞춰서 무인도 근처에서 공중 정원의 지휘관님을 발견하게 됐을까요?

잠시 말을 고르던 인간은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기로 했다.

혹시... 우리가 찾는 것과 당신들이 찾는 게 같은 물건은 아니겠죠?

그건 곤란할 것 같네요. 쿠로노의 일을 굳이 공중 정원과 나눌 필요는 없으니까요.

불길한 침묵이 감돌았다. 상대방이 명백히 우호적인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하니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하자, 어둠 속에서 한 대원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데려가면 될까요? 아니면 바로...

일단 이송해. 이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상부에는 내가 설명할게.

그들의 대화를 들은 지휘관은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음? 불안해 보이시네요?

하니프는 지휘관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듯, 씩 웃으며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이 이상하게 번뜩였다.

바로 앞까지 다가와 철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며, 하니프가 작은 목소리로 도발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농담이었습니다. 연기를 잘하시던데 자신이 없으신가요... 수석님?"

하니프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더 이상 이 젊은 남자와 "연기"를 계속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지휘관은 즉시 손등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움직이지 마!

밖의 대원들이 재빨리 총을 겨눴지만, 이미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다들 총 내려! 여기는 방음이야. 신호가 밖으로 새 나갈 일 없어.

...

대원들은 일제히 총구를 내렸지만, 여전히 우리 앞의 상황을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도 머리 위에 나타난 부자연스러운 색채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니프는 오른손을 외투안에 숨긴 채 뭔가를 만지작거렸고, "여유만만한" 태도를 유지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진작에 당신의 손발도 묶어둘 걸 그랬네요.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안의 사람이 순식간에 팔을 뻗어 하니프의 목을 정확하게 움켜쥐었다.

대장님!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뒤쪽에서부터 오로라 부대 대원들이 연달아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그림자가 오로라 부대 사이를 누비며 모든 이를 쓰러뜨렸다.

아무도 방아쇠를 당길 새조차 없었다. 붉은 그림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앞까지 다가왔다.

베라는 여유롭게 대치 중인 죄수와 간수를 바라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흥, 너희 둘 연기에 푹 빠졌네? 이제 다 처리했어.

미리 입에 넣어둔 추적기 덕분이야. 아니었으면 우리 소중한 지휘관을 잃을 뻔했네.

콜록콜록... 이제 좀... 놓아주시죠!

베라가 이미 무기를 들어 올린 것을 보고, 인간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아직도 안 놔주게? 계획을 바꿔서 그냥 죽여버릴 생각이야?

그것도 좋지. 난 네 판단을 지지해.

콜록... 으윽!

베라가 이미 무기를 들어 올린 걸 보고, 하니프의 도발에 대한 "보복"도 충분했다고 생각한 인간은 그만두기로 했다.

콜록콜록!

하니프는 붉게 부어오른 목을 부여잡고 기침하면서 우리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 자물쇠를 열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때, 베라가 갑자기 하니프의 무릎 뒤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베라의 위험한 눈빛과 마주쳤다.

이건 경고야. 위에서 다 들었거든. 네가 내 지휘관한테 쓸데없는 말을 꽤 많이 지껄였더라.

다음에 또 그런 잔머리 굴리거나 함부로 입 놀리면, 이렇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진 않을 거야.

네가 무슨 속셈인진 모르겠지만, 굳이 우리 손으로 네 부하들을 전부 처리하게 했으니, 이제 넌 혼자라는 걸 알아둬. 앞으로는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공중 정원에 "투항"하려는 생각은 접어. 우린 인정 안 할 거야.

콜록... 역시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을 함께 받아들일 만한 분이시군요... 조금 전에도 이분에게서 똑같은 말씀을 들었어요.

하니프는 손목을 풀고 있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약속은 잊지 않았고, 언제든지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섬 뒤편에 있습니다.

인간은 손목을 풀며 베라가 던진 제식 권총을 받아서 들었다. 한 번 만지작거리더니 하니프의 머리를 겨눴다.

파오스... 크흠, 공중 정원의 정규군이 이런 강도 짓을 하시다니요...

약속은 잊지 않았고, 언제든지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섬 뒤편에 있습니다.

하니프가 더는 저항할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한 인간은 무심히 총을 허리에 꽂았다.

며칠 전, 인간은 "약속대로" 백골 해변에서 베라와 만났다. 두 사람은 "허밍버드" 잔해에서 임무 목표인 진짜 "열쇠"를 발견했고, 베라는 그 자리에서 수년 전 쿠로노 013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타이밍을 맞춘 듯, 쿠로노 소속의 이 젊은이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왠지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작은 거래"를 다시 한번 제안했다.

하니프

"열쇠"만 찾으신 걸로는 부족합니다. 제가 "보물 상자"가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공중 정원이나 쿠로노와 협상하는 것보다, 제가 직접 상자를 열어 드리는 게 훨씬 빠를 겁니다.

다만... 제가 오로라 부대를 빠져나올 만한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하네요.

마침 잘됐네, 여기.

베라는 인간을 살짝 앞으로 밀어냈다.

이 "미끼"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오로라 부대가 이 사람한테 손대기만 하면, 내가 끼어들 명분이 생기니까.

뭘 그리 놀래? 네가 여기 있는 김에 "잘 써먹어야지".

지금 상황으론 이보다 더 좋은 미끼가 어디 있겠어.

하니프는 인간을 한참 동안 유심히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네요. 수석님께서 저를 "구출"해 주실 순간이 기대됩니다.

총으로 하니프를 겨누며 해안가까지 왔지만, 울창한 관목 숲과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았다.

흑막으로 뒤덮인 거대한 철조망이 앞쪽 해안을 엿보지 못하게 가리고 있었고, 살아있는 것처럼 셋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 바로 쿠로노가 "보물 상자"를 숨긴 곳이야?

인간은 공중 정원에 위치 정보를 동기화하고 베라에게 흑막을 걷어내라고 손짓했다.

아니, 그건 아닙니다. 여긴 그저 경유지라고 할까요? 아니면...

막이 서서히 걷히자...

바람이 불었다.

거센 파도가 해안가를 덮치듯 밀려오는 가운데, 거대한 함선을 드러냈다.

이게 바로 보물을 향하는 방주입니다.

베라는 철조망 너머로 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다음 "항해"의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는 듯, 베라의 입가에 서서히 설렘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바다에서 "보물"을 찾는 이야기가 또 다른 장을 펼치게 된다니.

인간은 눈앞의 광경과 베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래전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아틀란티스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하... 정말 완벽한 "출항"의 순간이야.

베라가 고개를 살짝 돌려 인간을 바라보았다. 새빨간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지휘관, 나의 지휘관... 내가 초대했으니까 끝까지 함께해 줘야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