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촛불의 형벌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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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밀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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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노안. 어서 와서 도와줘.

너의 "복제체"가 들이닥쳐서 문제를 일으켰어!

……

통신을 끊은 청년이 침대 옆에 앉은 인간 지휘관을 응시하며 잠시 침묵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작된 "평화로운 납치극"은 약 5-6시간 동안 지속됐다.

노안과 매우 닮은 이 수격자는 시종일관하게 그의 낯설고 냉담한 태도로 "그들"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휘관이 가져온 수많은 소식에 관심이 있어 보였으나, 아무리 설득해도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다.

"이 노안"의 관점에서는 "복제체"의 기억을 지우고, 정화 구역에 "가둔" 공중 정원이야말로 진정한 악의 세력이었다.

인간의 의아한 대답에 청년은 자신의 단말기로 블랙 램 소대가 감시와 포위를 당하는 여러 개의 영상을 띄웠다.

그럼, 이건 혹사가 위조한 건가?

대답하지 않을 건가? 이것도 혹사 탓으로 돌릴 줄 알았는데.

맞아.

그리고... 공중 정원이 정말 굳게 뭉쳐 있었다면, 이 감시 영상이 혹사를 통해 내 손으로 넘어오진 못했을 거야.

결국 "이 노안"을 설득하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밖에도 "이 노안"에게 많은 정보를 줬다.

그는 노안과 유사한 본질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설령 지휘관의 말을 믿지 않아도, 혹사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의심을 심어주는 것만으로,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청년이 감옥을 떠나기도 전에, 노안이 준 태엽 반딧불이가 주머니에서 떨어졌다.

그것을 본 "노안"은 떠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즉시 지휘관한테 다가왔다.

다시 묻지. 이거 어디서 난 거야?

내 수호 부적이야. 명패만큼이나 나에게는 중요한 물건이지. 여기 있는 흠집은 날 한 번 구해주느라 생긴 거야.

……

그는 태엽 반딧불이의 탄흔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혹사는 줄곧 그에게 그가 본체라고 말했다.

공중 정원에 남겨진 건 기억이 지워진 꼭두각시에게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꼭두각시가 어떻게 눈 오는 날의 마지막 추억을 가지고 있는 걸까?

……

"자신"에 대한 이해로는 앞에 있는 사람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 이상, 반딧불이를 수호 부적으로 지휘관에게 줄 리가 없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낡은 장난감에 불과하므로, 무언가를 증표로써 주려 했다면 좀 더 그럴듯한 물건을 준비했을 것이다.

"노안"이 생각에 잠긴 틈을 타, 지휘관은 조용히 코트 안으로 손을 넣어 자신의 현재 좌표를 발신하려고 했다.

단말기 스크린을 보지 않고 기억을 더듬어 비상 연락 화면을 겨우 찾았을 때, 노안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뭘 하는 거지?

"노안"은 지휘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단말기를 지휘관 품에서 끄집어냈다.

암호화된 채널에 연결할 수 있어. 그전에는 통신을 중단했던 건가?

단말기를 든 노안이 강제로 인간의 안면 인식을 사용해 인증에 성공했다.

암호화된 채널 조작 화면을 열어 스피커 모드를 켰다. 그러자 두 사람의 뛰는 발소리가 들렸다.

암호화된 채널의 반대편.

도망치는 베테의 그림자를 뒤쫓아 지하 수로로 뛰어든 노안은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지상으로 이어지는 사다리에 올라갔다.

과거 수송 부대에서 쌓은 방향감각으로 노안은 지금 입구 통로의 위층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피비린내와 시체 썩는 냄새도 더욱 짙어졌다. 입구와 다른 점은 여기에 순환액 냄새가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는 육체가 이곳에 갇혀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잊힌 영혼들이 주변에서 울부짖고 있을까?

!!

교란 장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많은 힘을 쓴 노안의 기체는 과부하 상태였다.

반면, 반백이 훌쩍 넘는 노인은 동그랗게 몸을 말은 벌레처럼 외골격의 도움을 받아 엄청난 속도로 출구를 향해 굴러가고 있었다.

임시로 구축된 낮은 터널은 이러한 추격을 견디지 못하고 삐걱대기 시작했다.

여기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바닥이 베테가 달릴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간다면, 뒤쫓는 이가 붕괴와 함께 아래층으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베테!!

청년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터널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죽은 자들의 원한과 함께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린 어두운 그림자는 몇 미터 떨어진 신분 인증대에 손을 뻗으며, 청년을 비웃듯 웃었다.

잘 있어라.

!!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해도 따라잡기 힘들다면...

운에 맡기는 수밖에...

걸음을 멈춘 노안은 경멸적인 미소를 지은 노인을 향해 에너지 방출 검을 들어 올렸다.

이곳에서 죽은 이들이여...

인증이 통과하는 찰나, 뇌광이 검날 위에 모이더니 엔진 소리와 함께 주위의 약해진 벽을 들이받았다.

노안

제발 도와줘!

모든 것이 굉음과 함께 붕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