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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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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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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

함교 정비실

여기 있었네요. 카레니나.

비앙카, 여긴 어쩐 일이야?

비앙카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카레니나는 놀란 듯했다.

제가 지휘 센터의 관측기기 수리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정비 부대 전체가 동원된 모양이네요. 바쁘면 나중에 다시 올게요.

괜찮아. 다른 함교의 관측기기와 연동해서 시뮬레이션 연산을 하는 중이야. 그래야 문제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거든. 그런데 계산량이 많아서 최소한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해.

지금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어. 날 찾아온 거야? 무슨 일인데?

예술 협회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던 소포를 맡게 됐어요. 그런데 제 생각엔... 이걸 당신에게 전해줘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비앙카는 "와이어스"라는 이름이 적힌 소포를 꺼내 카레니나에게 건네줬다.

와이어스?

그는...

카레니나는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조용히 그 소포를 풀었다.

이건...

소포 안에는 반쯤 녹슨 철제 상자가 들어 있었고, 그 안에는 손으로 만든 작은 망원경이 들어 있었다.

무슨 망원경인가요?

기기 자체는 부채꼴의 눈금판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투명한 작은 원형 거울이 설치돼 있었다. 구리로 만들어진 골격이 녹색을 띠고 있어서, 제작 연도는 분명 예전일 것으로 보였다.

아니. 이건 섹스턴트야. 간단히 말하자면, 각도를 측정하는 기계지. 18세기 사람들은 이걸 항해에 사용해서, 언제든 배의 위도와 경도를 알 수 있었어.

간단한 기하광학을 이용해 만들어진 거라, 황금시대 이전엔 거의 보이지 않았어. 물리학자나 천문학자들에게는 꽤 가치 있는 수집품이 될 수 있지.

하지만 와이어스가 왜 이런 걸 가지고 있을까? 그는 노트북조차 연합에서 일괄로 제공한 것을 사용하고 있었고, 사적인 물건도 별로 없었어. 선물을 받았을 가능성도 없고...

카레니나는 그 섹스턴트를 꺼낸 뒤, 철제 상자를 뒤집어봤다. 그러자 상자 밑면에 레이저로 새겨진 글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 가장 젊은 제자 와이어스에게. 진리를 추구하는 창해에서 너의 방향을 찾기를 바란다.

캐논.

그렇구나. 이건 할아버지가 와이어스에게 남긴 거야.

이 섹스턴트... 부품의 마감 처리를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거 같아.

예전에도 할아버지는 나한테 모험 이야기에 나올 법한 단망경이나 도시 안에 송출되는 라디오 방송을 몰래 들을 수 있는 광석 라디오 같은 이런저런 장난감을 자주 만들어 주셨었어.

내가 와이어스와 알게 된 그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 섹스턴트는 할아버지가 달에 가기 전에 와이어스에게 준 걸 거야. 그 후 할아버지는...

그럼, 이건 "선생님"이 "제자"에게 남긴 기념품 같은 거네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와이어스는 왜 이걸 예술 협회에 맡겼고, 그 후에 그런 짓을...

카레니나는 짜증이 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뒤, 철제 상자를 흔들어보면서 안에 다른 단서가 있는지 확인했다.

음...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카레니나는 철제 상자 안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스펀지를 벗겨냈다. 그러자 바닥에서 누렇게 변색한 작은 카드 한 장이 떨어져 나왔다.

찾았다.

몇 년 전, 그 무인의 실험실에서 했던 것처럼,

카레니나는 그 카드를 주운 뒤, 위에 적힌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비앙카.

비앙카. 야, 비-앙-카!

아? 네. 듣고 있어요.

잠시 딴생각하던 비앙카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끌려 다시 정신을 차린 뒤, 앉은 카레니나에게 눈길을 돌렸다.

거짓말하지 마. 너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지?

아, 아니에요. 듣고 있었어요. 음... "루시아"라는 구조체에 관해 이야기한 거 맞죠?

맞아! 그 미운 루시아 말이야!

루시아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카레니나의 후드 아래 숨겨진 역원 장치가 불안정하게 딸깍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며, 속에 쌓인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다는 듯 행동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잘했어도, 지난번 시뮬레이션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으... 화나!

집행 부대가 그렇게 대단해!? 이긴 후의 루시아는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했었어!

... 이제 루시아와 신경전을 펼칠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요.

루시아는 집행 부대에서 강력한 구조체 중 하나는데, 정비 부대의 일원인 당신이 그녀와 맞붙어서 이 정도 결과를 낸 것만 해도 대단해요.

전혀 다른 문제야! 집행 부대든 정비 부대든 난 이 분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 다음 시뮬레이션 상대도 루시아로 정해야겠어!

시뮬레이션 상대를 당신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에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커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비앙카는 카레니나를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마시지 않으면 얼음 다 녹아요.

비앙카의 말에 주문한 아이스 오렌지주스를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난 카레니나는 그제야 빨대를 물고 고양이처럼 얌전히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카레니나와 비앙카는 관심사와 취향, 심지어 좋아하는 맛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까지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비앙카는 카레니나가 열광하는 공학 서적엔 관심이 없었고, 카레니나 역시 비앙카가 좋아하는 고전 문예 영화엔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첫 만남 이후 계속 이어져 왔고, 카레니나가 정비 부대에 합류해 익숙한 멤버와 동료를 얻었음에도 여전히 비앙카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아참, 폭파팀 팀장이 된 거 축하해요. 정비 부대에서 이렇게 빨리 진급한 구조체는 예전에 없었죠?

흥. 당연하지. 멀지 않아 곧 대장도 될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이번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이전 팀장이 임무 중에 실종돼서, 순서대로 내가 올라간 거니까.

그래요... 음...

비앙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또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니, 요즘 너 계속 그러더라. 비밀이 있는 듯 굴면서, 나한텐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잖아.

평소에도 저 자신에 대한 건 거의 얘기하지 않잖아. 널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난 네가 어느 부대 소속인지도 몰라.

카레니나의 말에 순간 멍해진 비앙카는 눈동자를 살짝 아래로 깔았다. 그리고 얼굴엔 미안함과 답답함이 섞인 기색이 감돌았다.

죄송해요. 카레니나.

숨을 살짝 들이킨 비앙카는 손끝으로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그때, 비앙카의 개인 단말기가 갑자기 울렸다.

비앙카는 단말기에 표시된 발신자 정보를 본 후, 바로 연결했다. 앞서 고민이 가득했던 비앙카의 표정은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센? 네... 알겠어요. 그 신호를 주의 깊게 보세요. 네...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

카레니나. 전...

괜찮아. 네 일 먼저 처리해. 급한 일인 거 같던데?

카레니나는 태연하게 손을 흔들며, 비앙카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 나중에 보세요.

……

한 손으로 턱을 괸 카레니나는 비앙카의 뒷모습이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봤다.

카레니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이전의 화가 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방 안의 다른 대원들의 잡담 소리가 조금씩 카레니나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카레니나는 빨대를 물고 있으면서, 창밖에 펼쳐진 거대한 인공 천막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푸른 하늘이 너무나 선명해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거의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공중 정원과 지상을 오가는 그녀들에게 이런 장막은 그저 우습고 서툰 거짓말에 불과했다.

그건 현실의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 없었기 때문이다.

침식체, 인간, 구조체들의 시체가 쌓여서 불타오르면, 질식할 듯한 검은 연기는 수십 킬로미터까지 퍼져 나가 보이는 모든 것을 덮게 될 정도가 된다.

카레니나는 이런 상황을 자주 봤다. 왜냐하면 새로운 거주지가 종종 옛 전장 위에 세워진 적이 있었는데, 이런 잔해들을 치우지 않고선 정비 부대가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쿨럭... 쿨럭...

구조체는 호흡할 필요가 없지만, 자극적인 냄새를 맡으면 본능적으로 기침이 나왔다.

됐어. 이제 이 구역은 정리됐어. 너랑 너 그리고 너, 장비를 들고 나랑 같이 가자. 폭발에 사용할 폭탄 양 계산을 위해서 보급된 자원을 점검해야 해.

미간을 찌푸린 카레니나는 정비 부대 멤버들의 얼굴을 확인한 뒤,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카레니나가 폭파팀 팀장이 된 후 처음 지상에 내려가는 임무였다. 정비 부대는 탈환된 땅에 새로운 거주지를 건설해야 했고, 폭파팀의 임무는 고에너지 폭탄을 사용해 기존에 있던 폐허와 위태로운 건물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었다.

팀장님. 이렇게 한 건물 한 건물을 다 계산해야 하나요? 예전엔 대충 필요한 양을 추정해서 썼어요.

물자를 이렇게나 많이 줬는데, 굳이 애쓸 필요가 있나요?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아낀 자원은 그대로 거주지에 다시 공급할 수 있어. 이 소모품들은 폭탄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고.

총 62개 측정 지점뿐이야. 오후 내로 다 할 수 있겠어. 맞다. 휴고는 어디 있지? 이번 임무 명단에 휴고도 있어야 하는데.

휴고는 어제 기체 수리 신청서를 내서 오늘은 후방으로 조정된 것 같아요.

뭐 그게 [삐!] 말이 돼? 내가 팀장인데, 휴고가 신청한 사실을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저도 휴고가 직접 얘기해서 알았어요. 팀장님도 항상 뺀질대는 휴고의 성격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쳇... 됐어. 나중에 그 녀석한테 따지겠어. 지금은 임무가 우선이니까.

음...

카레니나가 대원들을 이끌고 폐허를 조사하려 할 때, 장비가 잘 갖춰진 구조체 부대가 그들 주위에 조용히 나타났다.

폭파팀의 대원들은 서로를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그 부대의 소속을 알아보고 곤란한 표정으로 주변 동료들과 속삭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여, 여러분은 정화 부대 아니신가요!? 여기엔 무슨 일이죠...

동요하지 마세요. 여러분. 전 정화 부대 부대장 센이에요. 우린 명령받고 조사하러 왔을 뿐이에요.

우리가 무슨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당신들 정화 부대는 배신한 구조체만 잡는 거 아닌가요? 우린 문제가 없어요. 카레니나 팀장님, 대신 말 좀 해주세요.

우리의 명성이 이렇게 안 좋나요?

센은 쓴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자조했고, 이 감정의 변화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흰 여기 계신 모든 분이 배신자라고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정화 부대의 정보망에 따르면, 누군가가 특별한 방법으로 공중 정원의 기술과 자원을 훔치고 있다고 해요.

저흰 여러분이 조사에 협력해 주길 요청함과 동시에 단서 파악을 원할 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례하게 행동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당신이 카레니나 맞나요? 당신이 담당자이시니, 다른 대원을 대표하여 협력해 주시기를 바라요.

……

하지만 카레니나는 침묵을 지키며, 센 옆에 서 있는 구조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비앙카. 너 정화 부대 소속이었어?

카레니나는 비앙카와 마주치는 순간이 그녀의 첫 번째 업무 현장에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를 알고 계시나요. 대장님?

……

비앙카도 말없이 카레니나를 바라봤지만, 별다른 놀라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비앙카는 카레니나의 의문이 가득 찬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레니나는 제 친구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업무 시간이니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할 거예요.

저희의 의도는 센이 이미 명확히 말했어요. 카레니나.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려요.

비앙카를 계속 응시하고 있던 카레니나는 그녀가 무언가 더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정비 부대의 대원이 뒤에서 가볍게 카레니나를 밀고 나서야 그녀는 모두가 자신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레니나는 주먹을 잠시 꽉 쥐었다가 살짝 풀었으며,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한 후에야 "폭파팀 팀장"의 신분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 있는 대원 중에 배신하거나 내통하는 대원은 없을 거라고 믿어. 너희가 조사하겠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지금 우리 임무는 매우 중요해. 오늘, 이 폐허를 치우지 못한다면, 정비 부대의 후속 작업을 시작할 수 없어. 그럼, 기존 계획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이 팀을 맡고 있고, 부대 내 비밀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가 너희들이 하는 자원 도난 조사에 협력할게.

그 대신 너흰 나머지 대원들이 작업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돼. 감시하고 싶다면 대원을 남겨. 어차피 내가 너희하고 같이 갈 거잖아.

팀장님 스스로 그들의 "인질"이 되겠다는 건가요?

끼어들지 마! 인질은 무슨 인질이야. 네가 그 배신자야? 그럼, 자수해. 다른 대원들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게!

아니요. 전 아니에요! 팀장님.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어때? 이 계획에 동의하는 거야?

당신이 정말로 저희가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이 방법이 최선일 거예요. 전 카레니나의 제안에 동의해요. 센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이의 없어요.

그럼, 같이 가줄래요. 카레니나.

비앙카는 본능적으로 카레니나에게 손을 뻗으려 했지만,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반쯤 든 손을 급히 거둬들였다.

비앙카는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 센에게 마지막으로 몇 마디 당부한 뒤, 나머지 대원들을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

가시죠. 당신 대원들의 감시는 제가 맡을게요.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카레니나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비앙카를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