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마음의 항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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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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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스는 자신의 사무용 책상 앞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숙여 손목 위의 오래된 기계식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 판이 상당히 닳은 것으로 보아, 족히 10년 이상은 사용한 것 같았다.

시곗바늘은 와이어스의 단말기 메일함에 전자 메일이 전송될 때까지 조용히 움직였다.

……

메일은 이번 정비 부대의 시험 결과를 기록한 메일이었다. 세계 엔지니어 연합의 고참 멤버인 와이어스는 아는 사람을 통해 맨 처음으로 해당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와이어스는 빠르게 명단을 훑어보다가, 자신이 보고 싶었던 이름을 찾아내자마자 그것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후, 그는 책상 아래 은닉된 공간에서 또 다른 편지를 꺼냈다.

그 편지는 손으로 쓴 편지로, 황금시대에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와이어스와 같은 사람들에게 손으로 쓴 편지의 유일한 장점은 편지 내용이 네트워크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기밀성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와이어스가 그 편지를 펴보자, 편지지에는 아무런 글씨도 없었고, 그냥 단순한 숫자열만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좌표였고, 말 없는 초대였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의 편도 티켓이었다.

때가 됐어.

그렇게 말한 와이어스는 일어나 실험실을 나가버렸고, 그의 발걸음엔 조금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와이어스! 어이, 와이어스! 내가 시험에 통과했어!

3일 뒤면 정비 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며칠 동안은 밖에 있어야 하니, 네가 준 숙제는 좀 늦게 제출해도 되지?

와이어스?

흥분했던 마음이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텅 빈 실험실엔 익숙하다 못해 진저리나던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카레니나는 와이어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정을 원자시계처럼 정확히 계획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항상 특정 시간대에 해당 장소에 나타났었다.

하지만 지금, 와이어스의 흔적은 이 방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는 듯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

정리된 책상 위엔 간단한 쪽지 하나만 남아 있었다. 카레니나는 쪽지를 들어서 봤는데, 와이어스가 남긴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쪽지의 내용이 많지 않은 글자로 적혀 있는 게, 꼭 먹물을 아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넌 이미 정비 부대의 심사를 통과한 후일 거다.

그걸 해냈다는 건, 난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

넌 이 분야에 재능이 있어. 기초를 단단히 다진 후엔 혼자서도 잘 발전할 수 있을 거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끝났으니, 더 이상 너와 함께할 필요가 없어졌다.

캐논 박사님의 후계자로서, 앞으로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내길 바라.

이상이다.

이상이라고?

이 사람은 카레니나에게 수년간 지식을 가르쳐 준 사람이자, 이 혹독한 세계에서 구조체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이런 관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끊어버리고, 아무 말도 없이 떠나 버렸다.

그 후로, 와이어스는 카레니나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