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같이 놀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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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와 도전을 받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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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목적지 도착!

나나미와 아르카나는 파워를 타고 고속으로 비행했다. 찾아낸 신호의 출처까지 날아가는 데는 반나절도 안 걸렸다.

여기서부턴 우리 스스로 찾아가야 해. 점프!

어때? 아르카나는 멀미 안 했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지만, 로봇은 멀미가 나지 않아요. 그리고 선현님, 이곳은 각성 로봇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네요.

그러게. 그 "OAKES"가 괜찮아야 할 텐데. 출발하자!

아르카나는 폐허가 돼버린 도시를 둘러봤다. 주변엔 총알구멍이 가득한 로봇들이 넘쳐났고, 그중엔 침식된 흔적이 있는 로봇들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로봇은 평범한 로봇임에도 파괴되고 버려졌었다.

이 로봇들은 잘못된 길을 걸어, 선현님의 계몽을 얻지도 못하고 죽었어요. 너무 불쌍해요.

아르카나는 고개를 저으며, 폐허에서 부식된 로봇의 머리를 주웠다.

그들은 살아있는 게 아니에요. 만들어졌을 때부터 파괴될 때까지, 계속 인간의 도구이기 때문이죠.

아르카나...

결국 각성 로봇이라는 단체도, 선현님을 제외하면 아무도 진정한 각성에 도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선현님의 생각과 마음을 배우려는 거죠. 그러면 저희도 언젠간 선현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구나. 아르카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르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나미와 마주 봤다.

저는 기계 교회의 대리 지도자며, 모두의 "어머니"로서, 그 답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어요.

제가 각성하게 된다면, 선현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신자로서, 우주의 저편을 향한 여정에 항상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나나미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자기 뒤에 남은 발자국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모두가 나나미를 따르기 위해 모이는 게 아니라, 나나미의 친구이자, 서로의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

나나미는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기계 교회에 모였으면 좋겠어. 단순히 각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걸 찾도록 말이야.

모두가 힘겹게 로봇으로부터 새로운 삶을 얻었으니, 이 세상을 마음껏 즐겨야 하지 않겠어?

언젠간 기계 교회에서 나나미와 방향이 다른 로봇이 나타날지도 몰라. 그게 로봇 각성의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지.

아르카나는 걸음을 멈추고, 나나미가 한 말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지만, 결국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현님, 전 아직도 선현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어요.

기계 교회의 모두가 선현님 덕분에 미개한 도구에서 자아를 가진 "생명"이 됐어요. 선현님의 길을 따라가야, 진정한 각성에 도달할 수 있어요.

교회 멤버 중 누구도 선현님의 생각과 의지를 어기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을 거예요. 누구도 선현님의 인도를 멀리할 수 없죠.

인도는 하나의 계기일 뿐이야. 나나미가 없었던 과거에도 교회의 모두가 아르카나를 따랐잖아.

산길은 점점 험난해졌다. 나나미는 손을 뻗어, 아르카나가 가파른 언덕을 오를 수 있도록 잡아줬다.

하지만 저희도 선현님의 인도가 부족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선현님이 예견하신 최악의 미래로 향할 뻔했어요.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나서, 아르카나는 오랫동안 교회의 본부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로봇의 몸으로 걷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아르카나가 없었다면, 모두 여기 있는 로봇처럼 움직이지 않는 고철로 변했을 거야. 오늘 우리가 여기 와서 더 많은 각성 로봇을 구할 기회도 없을 거고.

나나미는 미래의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의 과거를 구한 건 아르카나야. 그게 바로 아르카나의 소원이잖아!

그것이 제 소원인가요?

이 소원은 선현님의 계시로 생겨난 거라고 생각해요. 선현님의 인도가 없다면, 저희는 홀로 나아갈 수 없을 거예요.

나나미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아르카나를 향해 검지를 세웠다.

기계 선현인 나나미가 아르카나에게 이제 나나미의 의지를 따르지 말고, 자신의 뜻대로 살라고 "명령"한다면 어떡할 거야?

선현님을 따르지 않는다면...

아르카나는 나나미의 질문을 연산하기 위해, 모든 연산 능력을 동원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르카나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미안, 미안해! 방금은 그냥 농담이었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아르카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고, 이어서 나나미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니에요. 선현님께서 주신 명제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요. 제가... 잘 생각해 볼게요.

아르카나가 답을 얻게 된다면, 나나미에게도 말해줘!

아르카나는 앞서가던 나나미를 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 자신은 무너진 예배당에 버려졌고, 어느 소녀가 실수로 두고 간 그림을 처음으로 봤었다.

그날부터 아르카나는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네, 그럴게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요.

나나미는 단말기를 꺼내, 표시된 좌표 정보를 투영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어! 잠깐만...

선현님?

여기 봐. "OAKES"의 순위가 5위까지 올라왔어! 곧 나나미를 앞지르겠는데? 정말 대단한걸!

나나미는 따라잡히는 게 달갑진 않았지만, 한편으론 기뻐했다.

이 새로운 동료는 나나미처럼 게임을 정말 좋아하겠지?

나나미는 그 로봇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아르카나, 빨리 가자!

나나미와 아르카나는 손쉽게 그 각성 로봇을 찾았다. 하지만...

아닙니다. 전 <노르만의 영웅 11>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나자마자 나나미는 그 로봇에게 게임을 엄청 좋아하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눈앞의 "OAKES"라는 로봇은 두 손으로 컨트롤러를 잡은 채, 재빠르게 조작할 뿐, 찾아온 그녀들을 보고도 딱히 반응을 하지 않았다.

우웅... 왜 그러는 건데에에!!

아무리 위험한 순간에도 낙천적인 웃음을 짓는 나나미였지만, 지금 이 순간엔 실망감이 몰아쳐 슬픔에 빠졌다.

아르카나는 이 방을 둘러봤다. 이곳은 바깥의 폐허에 비해 상당히 호화롭게 느껴졌다.

이곳에 초기 모델의 소형 여과탑이 설치돼있네요? 어쩐지 이 근처의 퍼니싱 농도가 엄청 낮더라고요. 하지만 일반인의 집에 이런 기술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요... 실례지만 이건 당신이 직접 만든 건가요?

아르카나가 "OAKES"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OAKES"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계속 컨트롤러를 조작했다.

선현님, 이 동포의 각성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요.

아르카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떻게든 이 로봇에게 이곳을 떠나, 기계 교회에 가입하는 걸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르카나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눈앞의 로봇을 초대했다.

다시 소개하죠. 저희는 자신의 의지를 각성한 로봇들이 모인 기계 교회입니다. 기계 선현님의 인도하에 각성 로봇이 걸어야 할 길을 찾고 있어요.

기계 교회에선 퍼니싱과 인간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곳을 떠나 자유를 얻을 수 있죠.

로봇은 이성적인 존재이니, 이 로봇의 사고 회로가 손상되지 않은 한 자신의 제안에 동의할 거라고 아르카나는 생각했다.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노르만의 영웅11>의 랭킹 1위가 되기 전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실망하던 나나미는 "OAKES"의 말을 듣고, 바로 정신을 차렸다.

역시! 너도 이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아닙니다. 전 이 게임에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이건 제 업무일 뿐입니다.

말이 오가던 사이에 그 로봇은 또다시 게임을 클리어해 순위가 바뀌었다. "OAKES"의 순위는 이제 2위가 됐고, 1위인 나나미와 점수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당신들의 제안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노르만의 영웅 11>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면, 제 인격 데이터는 모두 삭제되고, 논리 회로는 초기화될 겁니다. 다시 말해, 저는 죽을 겁니다.

각성 로봇에겐 사망이란 개념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긴 생명과 계속 교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각성 로봇들은 사망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아르카나는 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선현님에 대한 모독이에요. 선현님의 인도를 받아야 저희 로봇이 그나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은 왜 거절하는 건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로봇은 코웃음만 치고, 설명조차 하지 않겠다는 듯, 다시 스크린의 전투에 집중했다.

아르카나가 계속 추궁하려던 그때, 나나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설마 "OAKES"... 옥스는 네 이름이 아니라, 이 어린 남자아이의 이름이야?

나나미가 방 안에 있던 액자를 집어 들었다. 그건 한 남자아이와 이 로봇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고, 사진의 배경은 이 방이었다.

액자에는 "OAKES MIADI"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