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같이 놀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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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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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실례 좀 할게...

소녀는 반밖에 없는 나무 문에 노크를 했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가끔은 노크를 한 다음, 문 뒤에서 살아남은 인간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나나미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퍼니싱이 폭발한 뒤로, 아무리 인간 모양을 하고 있어도 쉽게 낯선 이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인간을 만나는 건 그래도 좋은 편이었다. 왜냐하면 문 뒤에 숨어 있는 건 대부분 퍼니싱으로 미쳐버린 침식체였고, 모두 이유 없이 나나미를 공격하곤 했다.

휴, 눈이 빨간 이상한 로봇이 없어서 참 다행이야.

나나미에겐 황금시대의 최첨단 기술이 탑재돼 있었으며, 심지어는 자가 복구 능력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술들은 끊임없는 부상으로 인해 제 기능을 잃었다.

어쩌면 자가 복구 능력은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나나미가 인간처럼 생활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다쳤을 때, 스스로 복구하기 위함일 수도 있었다.

실례할게.

나나미는 부서진 문을 열어, 실내라고 하기도 애매한 곳으로 들어갔다. 사실 이곳은 폐허라 해도 무방했다.

띠링~ 띠리링~

나나미가 뭘 밟았는지, 방 안에 있던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면서, 신나는 음악이 들려왔다.

"꼬마 영웅이여~ 세계를 지켜라!"

이건...

나나미는 돌에 파묻힌 컨트롤러를 주웠다. 흠집이 많았지만, 여전히 화면 속의 작은 캐릭터를 조종해서 가상 세계로 모험을 떠날 수 있었다.

너도 나나미랑 똑같네. 갑자기 혼자 낯선 세상을 마주하게 됐구나. 그렇다면... 나나미가 도와줄게!

나나미가 컨트롤러를 조작했다. 화면 안에 있는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걸 본 나나미는 즐거워했다. 이건 그녀가 부모와 헤어지고,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난 뒤, 처음으로 느껴본 즐거움이었다.

인간은 정말 대단해. 간단한 숫자와 코드로 이렇게 재밌는 세상을 만들었잖아!

나나미나 다른 로봇도 이렇게 만들어졌으려나? 그랬다면 좋을 텐데.

그나저나 나나미는 앞으로 다른 인간을 만날 수 있을까? 인간이 만든 세상도 보고 싶어.

어쩌면 세상엔 나나미와 마찬가지로, 퍼니싱에 침식을 당해도 붉은 눈으로 변하지 않는 로봇이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나미를 믿고,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인간도 있을 것이다.

나나미는 입을 삐쭉 내밀며 미래의 일을 고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다.

그래도 일단 찾아보자! 이 게임기도 가져가야지. 스캔 시작!

나나미는 순식간에 이름 모를 게임기의 스캔을 끝냈다.

이러면 나중에 재료가 생겼을 때, 새로 만들어서 플레이할 수 있겠지?

나나미는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앗, 그렇지! 그럼 나나미도 새로운 몸을 만들 수 있겠네? 그러면 이제 눈이 빨간 이상한 로봇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리고 계속 여행하면서 친구가 될 동료를 찾을 수 있겠지?

나나미는 화면 속의 게임 캐릭터를 쳐다봤고, 마침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외형은 그 게임에 있는 걸 참고하면 돼!

역시 나나미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 랭킹으로 바뀐 거구나!

나나미가 가리킨 랭킹의 한 곳엔 온라인을 뜻하는 아이콘이 있었다.

그런데 랭킹에 새로 올라온 "OAKES"는 도대체 누구야?

이 "OAKES"라는 유저가 선현님이 아니라면... 다른 유저인 걸까요?

응. 그럴 수밖에 없어.

네빌 말로는 이 게임이 황금시대의 산물이라던데... 지금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진짜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닐까?

그렇다 해도 온라인 모드엔 연결할 수 없어요. 퍼니싱 폭발 이후, 게임 서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인터넷 서버가 끊겼거든요.

이상하네. 전엔 서버가 연결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누군가가 개인 서버를 만든 거겠지? 이 상황에서 일반인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텐데... 도대체 누구인 걸까?

어쩌면 인간이 아니라 각성 로봇일지도 몰라요.

나나미와 아르카나가 추측하는 동안, "OAKES"의 순위가 올라가 있었다. 이는 새로운 유저가 게임의 버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유저라는 걸 증명했다.

대단한걸! 이러다간 금방 나나미의 순위를 앞지를지도 몰라.

우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으니, 누군지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게임에선 소통이 중요하잖아!

NANAMI

"안녕~ 네가 그 OAKES야? 난 NANAMI라고 해~"

OAKES

‘?’

NANAMI

"어떻게 서버에 연결한 거야?"

OAKES

"당신은 1위인 NANAMI이십니까?"

NANAMI

"맞아. 내가 그 NANAMI야!"

OAKES

"당신도 로봇이십니까?"

NANAMI

"들켰네~! 어떻게 알았어? 그렇다는 건 너도 로봇이라는 거지?"

OAKES

"인간은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NANAMI

"아니야. 인간 중에도 NANAMI보다 훨씬 잘하는 유저가 있어."

OAKES

"당신을 앞지르고, 최고점을 받을 겁니다."

NANAMI

"진짜~? 흥흥, 하지만 NANAMI는 엄청 강하거든!"

OAKES

"옥스가 당신을 앞지르고, 최고점을 받을 겁니다."

짧은 대화가 끝났다. 나나미는 다시 연결하려 했지만, 옥스에게 거절당했다.

확실히 각성 자격을 얻은 로봇으로 보이지만, 선현님과 대화하는 것보단 랭킹의 1위를 노리는 것 같네요.

아르카나는 기계 교회의 설립 초기에 수많은 각성 로봇을 만났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 게임에만 집착하는 로봇을 만났을 때, 아르카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 로봇이 정말 각성 로봇이었다면, 아르카나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기계 교회는 어떤 동포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는 선현님이 하신 것처럼, 그 로봇을 찾아내고, 선현님의 계시를 전파하겠습니다.

기계 교회엔 대형 정보 교환 중추인 "잿빛 탑"이 있었다. 잿빛 탑의 연산 능력이라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단말기를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다들 바쁜 것 같네.

그러면 이번엔 아르카나랑 나나미가 나서서 이 동료를 데려올까?

조금 의외였지만, 아르카나는 나나미가 내민 손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네. 이번엔 제가 동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