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심연에서 선택한 길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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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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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가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루나는 루시아를 붙잡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언니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거야.)

루나처럼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루시아도 인간에 대해 루나와 똑같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승격 네트워크의 선별에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똑같이 배신당한 구조체에 동정심을 품고 있는 거겠지?)

예전에 루나는 언니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언니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 비 오는 밤의 통곡 끝에 루시아는 모든 감정을 쏟아낸 것 같았다.

둑이 무너진 감정 뒤엔 끝없는 막연함만이 존재했고, 루나는 루시아의 얼굴에서 표정을 짓는 것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

루나 아가씨, 저희가 따라갈까요?

익숙한 목소리가 생각에 잠긴 루나를 깨웠다. 그리고 롤랑과 가브리엘이 한쪽 그늘에서 나왔다.

됐어. 아무리 봐준다 해도 언니의 실력은 공중 정원의 구조체를 상대하기에 충분해.

더구나 승격 네트워크가 만든 연결고리로도 언니의 상황을 알 수 있어.

혼자 걷고 싶다고 했으니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둬.

보고할 사항이 있어?

그 승격자의 흔적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색 범위를 넓혔지만, 그의 행방을 가리키는 단서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

루나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었다. 상대방이 그렇게 쉽게 잡혔다면 "사기꾼"이라는 별명도 붙지 않았을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루시아에 대한 소식이에요.

……?

이건 루나의 예상을 빗나가는 소식이었다. 고개를 돌려 롤랑을 바라본 루나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미세한 파동이 일어났다.

무슨 소식?

"그레이 레이븐은 지난 임무에서 거의 전멸했고, 유일한 생존자 루시아는 공중 정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라고 개과천선하려는 몇몇 녀석들한테서 들었어요.

놀라움, 이해, 분노... 루나의 옅은 금빛 눈동자에 여러 감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 뒤 다시 평온으로 돌아왔다.

그래? 그들은 원래 언니가 아니었더라도 언니를 놔주려 하지 않네.

그녀에게 이 일을 알려줄까요?

……

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고 해서 언니가 자신의 편이 되어줄까? 루나는 처음으로 이 일을 망설였다.

내 소원은 계속 언니와 함께 있는 건데, 지금의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언니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내가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 틈이 생긴 건 아닐까?

루나 아가씨?

롤랑, 가브리엘, 언니가 승격자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루나의 기습 질문에 두 승격자는 큰 의문이 들거나 하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이전 추격 시 받은 데이터로 봤을 때, 루시아의 전투 능력은 우리가 접한 구조체 중에서도 보기 드물었습니다.

다만 승격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건 서투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별에 통과한 이상 운용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겁니다.

루시아가 승격 네트워크의 힘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루나 아가씨의 계획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루시아는 루나 아가씨가 선택하셨고, 루나 아가씨의 의지는 곧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이니 저흰 반드시 따를 것입니다.

가브리엘의 단호함에 비해 롤랑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답을 늦췄다.

루나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롤랑을 바라봤다.

제 생각엔 승격 네트워크에게 있어...

롤랑은 먼저 가브리엘을 본 뒤 루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루시아가 루나 아가씨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루시아의 합류는 루나 아가씨에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잖아요.

지금의 루시아는 이걸 의식할 시간과 계기가 필요한 것뿐이에요.

이게 제가 말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그렇게 오래 고민하더니 결국 내린 결론이 고작 이겁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단어를 만들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데.

옛말에 "걸출한 사람의 안목은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잖아? 우리가 의견이 일치한 것에 기뻐해.

롤랑의 말은 들은 루나가 다시 루시아가 떠난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루나는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 승격자에 관한 단서를 계속 찾아봐. 적어도 누가 파견한 건지는 알아내야 해.

롤랑이 말한 일은 언니가 내 곁에 돌아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지.

네.

삐삐삐!

상처투성이 침식체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거대한 로봇팔에 통째로 부서졌다.

가브리엘은 금속 조각에서 침식체의 기억 칩을 주운 뒤, 데이터를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잔인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아? 너와 같은 부륜데.

선별에 통과하지 못한 침식체일 뿐, 저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당신은 자신과 약해 빠진 구조체를 같은 부류로 생각합니까?

날카로운 질문이네.

롤랑은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유지했다.

어때? 그 승격자의 꼬리를 찾았어?

가브리엘은 판독 슬롯에 넣은 칩을 뽑은 뒤, 바닥에 있는 금속 조각 속에 던졌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접촉한 그 승격자가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구역으로 갑시다.

잠시 쉬는 건 어때? 난 너처럼 피로를 모르는 건 아니라서 말이야.

그리고 루나 아가씨가 이 승격자에 대해 너무 집착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느낌이 좋지 않아. 뭐니 해도 지금 루나 아가씨 자체로도 충분히 주목받고 있잖아.

공중 정원에서도 이 승격자를 비밀리에 찾고 있어. 그리고 지금은 그들과 정면충돌할 때가 아니야.

대행자의 의지가 바로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입니다. 아니면 루나 아가씨의 결정을 의심하는 겁니까?

내 충성심은 확고해. 하지만 충성을 더 잘하려면, 주인님의 마음도 잘 이해해야 하잖아.

그럼, 그 충성심을 행동에 옮기십시오. 말로만 하는 충성은 인간만이 가진 열등한 성질입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걱정되네. 루나 아가씨가 그 승격자를 이렇게 신경 쓰는 건, 날 해고하고 그를 내 자리에 앉히고 싶으신 건가?

롤랑은 과장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동료의 일관된 농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승격자에게는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인간과 연결한 승격자로서,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으니 루나 아가씨가 그를 잡으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정말로 그게 이유라고 생각해?

웃음을 참지 못한 롤랑이 말했다.

루나 아가씨에겐 다른 고려 사항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우리가 추측하는 게 아닙니다.

루나 아가씨께서 그를 갖고 싶어 하신다면 우린 약탈하면 되고, 루나 아가씨께서 그를 파괴하고 싶어 하신다면 짓밟으면 됩니다.

상대방이 같은 승격자라도 말입니다.

그것도 루나 아가씨를 위해서야?

루나 아가씨 그리고 승격 네트워크를 위해섭니다.

……

그럼 위대한 승격 의지를 위해 다른 구역은 너한테 부탁할게.

뭘 하러 가십니까?

그 승격자를 찾는 것 외에도 우린 자질 있는 이를 찾아서 선별을 진행해야 한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마침 내가 노렸던 목표가 몇 있는데, 지금이 그 그물을 걷어야 할 때거든.

네가 대신해 주겠다고 하면 나야 고맙지만.

그렇게 많은 행동을 추가해서 선별 프로세스를 늘이지 않아도 된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승격 네트워크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루나 아가씨 앞에 자질 있는 이를 데려다 놓기만 하면 됩니다.

당신의 길고 지루한 게임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에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억울하지. 나도 진정으로 자질이 있는 이를 뽑기 원한다고.

당신의 그 따분한 프로세스로 말입니까?

시련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그 방법이 정말 유용하길 바랍니다. 다른 대행자들도 행동을 시작했으니, 우리도 동료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대행자를 이렇게 경계할 줄은 몰랐네.

절대적인 힘을 가진 강자만이 자신의 의지대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뒤처진 인간들을 모두 몰아내면 남은 건 승격자 세력 간의 대결이지 않겠습니까?

그들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행자가 승격 네트워크를 향해 자신의 힘과 의지를 드러내는 그날을 무척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그건 복음일 겁니다!

그럼, 내 방식에 동의한다는 거네?

동료가 늘어나는 일에 관해선, 전 항상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전 단지 당신이 즐거워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 소모한 시간이 가치 있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걱정 마. 이번엔 대어를 낚을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

롤랑이 멀리 있는 지평선을 바라봤다.

과연 그들이 어떤 연극을 연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