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머나먼 각명의 길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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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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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 굉음, 연속된 충격으로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

자크리는 오래된 기록에서 이런 격렬한 폭격을 본 적이 있었고, 그것은 사람들이 버려진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 폭탄을 사용했던 것이었다.

그가 주도적으로 제작한 정비 로봇만 사용하면, 아무리 견고한 고층 건물이라도 안전하게 철거할 수 있었기에, 기계 엔지니어가 보기에 그런 수법은 너무나도 난폭했다.

그렇기에 그는 폭약으로 이 로봇을 폭파하는걸, 직접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폭탄이 이 거상에 영향을 줄 거라는 것 또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보고드립니다. 여기는 구조 분대, 주둔지 내 모든 사람이 철수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여기는 유도 분대, 대형 침식체가 피해를 입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래, 잘했어!

와타나베는 단도를 거두고, 무전 전신으로 격려의 한마디를 남기고는, 앞서 치른 전투의 끝을 맺었다.

방금 근거리에서 전투를 관측해 본 결과, 목표의 손상도가 매우 높아 움직임을 멈췄고, 공격 행위 또한 멈췄다. 하지만 현재 목표는 아직도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지 않아, 근접 전투는 여전히 위험하다.

이제 내 명령에 따라, 모두 철수...

아니에요. 리더님, 잠시만요!

목표의 이동 경로가 계획된 경로를 벗어난 게 확인됐습니다! 현재 두 시 방향으로 이동 중이며, 수용 대상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구조 분대! 상황 보고해!

여기는 구조 분대, 주둔지 멤버들은 주둔지 인원들을 거의 다 철수시켜, 수용 경로에 인원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직 1명 남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현재 주둔지에 남아있습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수용 경로 근처의 전투 인원들을 호출합니다!

알겠습니다. 폭파 분대의 수마입니다. 수용 경로 근처에서 구조 임무를...

지직... 지지직...

군인 필로

수마를 호출합니다! 수마 응답하세요! 목표가 당신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어서 상황을 보고하세요!

콜록, 콜록.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무전 전신에서 몇 차례 폭발의 울림이 전해지며, 긴박한 여자의 목소리를 거의 묻어버렸다.

여기는 폭파 분대의 수마, 지금 대형 침식체의 공격 범위 안에 있어서 여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술 분대의 자크리를 호출합니다! 목표 침식체의 이동 경로에 편차가 생겨, 유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크리 씨! 자크리 씨! 들리세요? 전에 저희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잖아요! 빨리 수행하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기는 폭파 분대의 수마! 기술 분대 자크리 씨를 호출합니다!

젠장, 무선 전신 신호가 교란을 받은 건가?

여기는 와타나베, 자크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수마의 정보를 확인했고, 무선 전신은 교란을 받지 않았다.

우리는 증원을 파견해, 유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자크리는...

와타나베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 설계도를 손에 쥐고 있는 기술병을 보자, 그 기술병은 멀리 있는 거상을 보며, 식은땀을 비 오듯이 흘렀다.

아... 아아...

자크리는 두 손을 떨었고, 그로 인해 손에 들고 있던 설계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자크리 씨는 또 왜 그러는 건가요! 지금 이렇게 결정적인... 콜록! 콜록!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기는 수마. 자크리 씨를 호출합니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수마의 거센 외침, 기침 소리 그리고 거상의 무거운 발소리는 자크리의 귀에 조금씩 귀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멍하니 있지 마세요. 어서 설계도에 대해 말해달라고요! 리더님은 아직 우리가 논의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자크리는 이성을 되찾고, 창고에 들어가는 와타나베를 바짝 쫓던 시선을 거둔 후, 수마가 바닥에 펼쳐놓은 각종 설계도를 봤다.

아, 네, 여기 있어요. 언제든지 시작해도 돼요.

자크리 씨는 폭탄의 성능과 메커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전에 리더님이 어느 정도 알려주셔서, 기본 정보는 좀 알고 있어요.

그럼 수월하겠네요. 먼저 제 설계도를 봐보세요, 저도 자크리 씨의 설계도를 보면서, 같이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할지 확인해 보죠.

아, 네, 알겠어요.

다른 영역의 설계도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표준 형식으로 작성된 설계도는, 두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줘, 금방 설계도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자크리의 눈빛은 눈앞의 설계도에 오래 머물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천천히 수마를 향해 갔다.

자크리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사, 사실 제가 공중 정원에 가지 않은 이유는...

누군가가 당신을 아주 오래 돌봐줬는데, 침식이 폭발한 그때 당신은 공중 정원에 갈 자격이 있었지만, 그자는 자격이 없어 지구에 남기로 한 거 맞죠?

수마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어, 수마 씨가 어떻게...

공중 정원에 갈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은 건, 누군가 음모를 꾸민 것 같지도 않고, 아마 지구의 사람에 대해 깊은 그리움이 있던 거겠죠. 리더님께 정맥 주사 영양액을 받은 걸 보니, 분명히 오랫동안 돌봐줘야 할 사람이 있는 거고요.

그리고 우물쭈물하는 겁쟁이 같은 모습을 보니, 자크리 씨를 이곳에 남아있게 하는 사람은, 형님 혹은 누님이겠죠.

네, 맞아요. 정확하게 맞췄어요. 형님이에요. 어릴 때부터 저를 돌봐줬죠. 흐흐...

공중 정원의 정책은 매우 엄격해요. 제 등급은 저 혼자만 올라갈 수 있는데, 제가 어떻게 혼자 갈 수 있겠어요. 적어도 저는 같이 있어 줄 수 있죠.

다행히 형님은 저를 싫어하지 않죠. 형님은 자신의 몫을 제게 나눠주기도 하고요. 흐, 흐흐.

그날,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형님, 형님이...

갑자기 부상을 당해, 자크리 씨를 돌봐주지 못했나요?

음... 네.

아카디아 대 철수 후 삼 년째.

그런 것 같았어요. 대철수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구에 있는 사람 중, 그러지 않은 사람은 없죠.

그, 그럼, 수마 씨도?

자크리 씨보다 조금 더 안 좋아요. 가족이 다 세상을 떠났죠.

노인분들이 애초에 워낙 몸이 안 좋으셔서, 할머니와 같은 나이대의 분들부터 시작해, 혈청을 한번 멈추면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여동생은 뛰는 게 느려서 침식체에 잡혔어요.

나머지는...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모두 짓밟혀서 세상을 떠났죠. 그래도 고통 없이 떠났어요.

맞네요. 그러고 보니, 그 로봇은 바로 자크리 씨가 만든 거였어요.

IUSL호, 정비 로봇이요.

아, 저기, 그, 그런가요...

자크리는 못 들은 척하며, 수마를 등진 채 지도를 만지작거렸다.

자크리는 먼저 지도를 하나씩 펼쳐 바닥에 놓았다. 모서리 한쪽이 말린 걸 본 그는, 옆에 모래를 쌓아 모서리를 고정했고, 곧이어 또 다른 지도의 모서리가 말려 올라갔다.

뭐 하고 있어요? 지도의 모서리와 씨름하는 건 재미있나요?

몇 분이 지나도, 자크리는 그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지도를 평평하게 펼치면 보기 더 편해서요.

말 돌리지 말고, 사람을 보면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눈앞이 흔들리며, 하늘과 땅이 뒤집어졌고, 자크리는 수마에게 멱살을 잡혔다.

그 눈빛은 뭔가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요. 마음에 담아두기만 해선 도움이 안 돼요.

아... 저기... 그게...

청년 병사는 한참 헛소리하고는 힘겹게 한마디를 꺼냈다.

당, 당신은 제가 미우신가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런 걸 개발해서.

아니요, 저는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자신만 탓할 뿐이에요.

단지 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탓할 뿐이에요.

그... 그렇군요. 흐...

앗... 아이고...

자크리가 멋쩍게 웃기 전에 수마는 손을 확 놓았고, 자크리는 그렇게 모랫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물쭈물하는 거 짜증 나요. 자크리 씨가 계속 예전 일을 얘기하는 걸 보고 받아준 건데, 이제 저까지 우물쭈물하게 됐어요.

그냥 말하세요. 어디를 폭파하면 가장 쉬운가요. 리더님은 아직 우리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그 로봇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요. 지금 그 로봇이 모든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니, 우리가 살려면 그 기계를 폭파해야 해요.

맞아요, 살아남아요. 당신은 지구에 남기로 했는데, 설마 형님이 굶어 죽는 것을 보고 싶은 건가요? 리더님과 리앙이 무슨 계획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형님을 돌보고 싶겠죠? 그럼 꾸물거리지 마세요.

아아, 네, 먼저 방금 그 설계도의 3페이지를 보시고, 구역의 구조를 확인해 보세요. 제가 이따가 자세히 말해드릴게요. 저도 그럼 당신의 폭탄 비율을 확인해 볼게요.

그래요.

수마가 무언가를 던지자, 설계도 한 장이 자크리의 품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크리가 전에 펼쳐놓은 설계도들 한 장씩 집어 들어, 연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수마는 자크리가 폭약을 향해 중얼거리는 것을 듣지 못했다.

감정... 에이... 그럴 리가...

형님도... 그 로봇 때문에 다쳤는걸...

누구보다도 빨리 그 로봇을 해결하고 싶어... 누구보다도...

누구... 누구보다도...

자크리는 진작에 로봇을 해결하려 했고, 해결할 수 있었다.

근데 왜, 나는 그러지 못하는 걸까.

자크리는 예전에 이 로봇이 침식되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렸다.

자크리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그 로봇의 에너지와 탐측 기능을 껐다고 생각했지만, 그 로봇이 여전히 움직이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자크리가 설계한 그 로봇이 잠시 휴면 상태가 됐을 때, 스스로 다른 에너지를 흡수해 비축할 수 있었다. 주 에너지 공급 경로가 차단될 시, 로봇은 스스로 예비 에너지를 사용해 계속 행동할 수 있었다.

자크리는 심지어 이 설계를 제안했을 때, 동료들 앞에서 의기양양했던 자기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크리는 예전에 그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로봇의 주요 동력을 해결했다고 생각한 그때, 로봇이 예비 에너지로 살아나, 수십 명의 동료들을 발밑에 짓밟은 것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자크리가 기억하는 설계를 빠짐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모랫바닥의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은 로봇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누적했는지 예상하지 못했다.

자크리! 정신 차려!

퍽!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고, 동시에 와타나베의 얼굴과 두 손바닥이 자크리 앞에 나타났다.

그럼에도 와타나베는 두 손으로 얼굴을 때렸다. 방금 그 대형 침식체와의 전투로, 와타나베 몸에 남은 상처에는 쇳내가 나고 있었고, 심지어 손바닥이 얼굴을 누르는 촉감은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크리는, 따가운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자크리, 네 눈빛은, 예전에 그 대형 기계를 보았을 그때와 똑같아.

와타나베의 낮은 목소리는, 그 대형 침식체가 일으키고 있는 땅울림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와타나베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자크리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넌 후회하며 겁을 먹고 있어. 예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네가 겪었던 실패를 회상하고 있지.

리더님, 저, 저는...

맞아, 그 로봇은 끔찍하지. 모두가 그 로봇을 두려워해. 너는 그 로봇의 제작자로서, 그가 해치는 모두의 생명을 네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지.

하지만 기억해 둬.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퍼니싱이 없었다면, 그 큰 기계는 네 가장 큰 명예가 됐을 거야.

명예... 제가요?

그래, 미래의 로봇 영재 자크리. 세계 중공업의 사람들한테 너의 이름을 여러 번 들었어. 그것은 네가 한때 매우 소중히 여겼던 명예였지.

하지만 지금, 네게는 여전히 또 다른 명예를 얻을 기회가 있어. 우리의 동료와 우리 두 주둔지의 사람들을 구하는 명예 말이야.

어쩌면 넌, 한 번 실패했고, 소중한 사람을 구할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새로운 기회가 생겼어. 네게 우리가 있는 한, 넌 여전히 그 사람과 우리 모두를 보호할 기회가 있어.

이 명예는 네 손에 달렸어.

전...

자크리는 말을 이어가며, 허리를 굽히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이마에 가득 맺힌 식은땀이 자갈에 떨어졌다.

전...

곧이어 그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방금 바닥에 떨어진 설계도를 주웠다.

네... 그 기회를 잘 잡을게요.

기술 분대를 호출합니다! 여기는 자크리. 기술 분대가 폭파 분대와 협력해, 임시 구조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후, 후...

내핵이 여러 번 중상을 입었음에도, 무거운 거상은 여전히 천천히 움직였다. 작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높이 솟은 자갈들이 유도하는 군인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흩어지게 했다.

그 거상의 등 뒤 한구석에는, 여자 군인이 자갈을 맞으며, 포복하고 있었다.

보고드립니다. 여기는 폭파 분대의 수마! 유도 전술이 효과가 있었고, 대형 침식체가 잠시 유인 방향으로 복귀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지금 기존의 주둔지 구역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왜 아직도 멍하니 있는 거예요! 어서 가요! 뭘 우물쭈물하는 거냐고요!

수마는 넓은 사막을 넘어, 침식체에 짓밟힌 낡은 텐트를 찢었다. 텐트 아래에는 벌벌 떨고 있는 한 청년밖에 없었고, 수마는 그 청년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그의 하체는 뿌리가 내린 듯이 조금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는 근처에 배회하는 대형 침식체를 바라보며, 자기가 있던 주둔지가 함락되는 것을 지켜봤다.

당신은 "인간 그룹"의 그 부관님 맞죠? 이곳에 도대체 볼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저, 저는 못 갈 것 같아요.

제 모든 것이요. 그 로봇이 가족들과 같이 찍은 사진, 친구가 선물해 준 작은 기계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을 다 부숴버렸어요.

그들은 모두 떠나, 저 혼자만 남게 됐어요. 이제 제게 살아갈 이유는 없어요. 차라리 이곳에서...

부관은 눈앞에서 점점 다가오는 대형 로봇을 멍하니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수마가 부관의 손을 놓자, 그가 팔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네, 좋아요, 그렇게 목숨을 포기하세요. 곧 가족을 만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당신이 죽으면, 이곳에서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을 기억할 사람이 없을 거예요.

제가 부관님을 기억해요. 부관님은 모래사장과 놀이공원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가족분은 생일에 부관님과 함께 영화의 샛별에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몇 개 했었다고 하셨죠. 샥스빌을 본 날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잊지 못할 거고, 그뿐만 아니라, 새해가 되는 날마다...

부관님이 이렇게 죽으면, 이것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래도 아직 이곳에서 혼자 죽기를 바라나요?

……

침묵이 흐른 후, 부관은 다시 힘없는 팔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부관은 수마의 손을 잡았다.

좋아요.

이제, 어서 뛰세요. 뛰지 않으면, 그 대형 침식체가 우리를 짓밟아 고깃덩어리가 될 거예요!

여기는 수마! 구조 인원이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확보했습니다! 철수 방향을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알겠다. 3시 방향에 구조 차량이 가고 있어! 9시 방향 유도 차량도 접근했다! 최대한 빨리 철수해!

철수요? 아마 늦은 것 같아요!

여기는 예정 폭파 지점과 아주 가까워요. 저 대형 침식체가 분명히 폭탄을 터뜨릴 거예요!

쯧, 어쩔 수 없죠. 곧 큰 게 오니까 참으세요.

네?

부관이 묻기도 전에, 수마는 그의 머리를 모래 속에 집어넣고는 자신도 몸을 숙였다.

곧이어 뒤쪽에서 거센 충격파가, 그들을 모래더미 속으로 짓눌렀다.

세상을 모두 뒤덮을 것 같은 폭발 속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