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후, "인간 그룹"의 주둔지 가장자리.
총구를 반 인치 들어 올려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붉은빛을 조준했고, 숨을 참은 채 발사했다.
삐삐삐...
후우... 후! 명중했어!
남성은 멀리서 쓰러진 침식체를 보며 슬며시 주먹을 쥐었다.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옆에 있는 녀석은 신경 안 쓸 거야?
그러자 또 다른 한 명의 여성이 그의 주먹을 눌러 내려버렸다.
자기 어깨너머로 검은 총열이 튀어나오자, 남성은 어서 귀를 막고 엎드려, 저격총을 든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빨리 장전해! 마지막 무리야! 실수하지 마!
말 안 해도 알아!
남성은 한쪽으로 굴러, 그 여성의 엄호를 받으며 빠르게 장전했다.
됐어! 나가자!!
그 여성이 총알을 모두 발사하자, 그 남성도 자기의 총알을 가득 장전했다.
조준할 필요 없이, 그 방향으로 탄약을 마음껏 쏟아붓기만 하면 됐다.
됐어, 됐어! 충분해! 저 침식체 무리가 이미 활동을 멈췄어! 이러다가 임시 주둔지의 물자가 다 바닥나겠다!
연속된 총격 소리가 울린 후, 그 남성은 자기의 귀가 아니라, 머리부터 아파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여성 멤버가 그의 머리를 세게 치고는 방아쇠를 놓으라고 했다. 모래 먼지가 걷힌 후, 자신이 방금 사격한 방향을 다시 바라보자, 그곳에는 쓰러져있는 몇 명의 침식체밖에 없었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그래, 맞아, 이겼어. 환호를 하던 축하를 하던 빨리해. 우리 주둔지에서는 이런 침식체 무리를 수없이도 봤으니, 나중에 엄청 많이 하게 될 거야.
지금 자원을 회수하러 가야 하니까, 이따가 모두에게 통지해.
그 여성은 먼 곳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고, 그곳은 "인간 그룹"의 주둔지이자, 두 사람이 호위병으로서 수호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먼저 주둔지로 돌아가지 않고, 침식체가 쓰러진 쪽으로 전진했다. 그곳은 두 사람이 호위병이었을 때 사용했던 임시 주둔지였으며, 그들의 물자가 들어 있었다.
여성은 침식체가 제멋대로 파괴한 텐트를 치우며, 안에 물자를 하나하나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네. 모래가 많이 묻지는 않아서, 닦으면 먹을 수 있어.
악, 더럽지도 않아? 그 빵은 땅바닥에서 몇 바퀴나 굴렸는데도 주워 먹는 거야?
내가 보기에, 이거는 그래도 나한테 줘.
가, 가라고, 방해하지 마. 더 먹고 싶으면 네 몫이나 먹어. 그저께 네가 그 메스꺼운 곳에서 뭘 주워 먹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주둔지의 비축량이 적지 않긴 하지만, 이 물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굶어 죽는 건 매한가지일 거야.
쳇...
망신당한 남성 멤버는 반박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총기를 거두고는 주둔지를 향해 몸을 돌렸고, 입을 삐쭉거리며 화제를 돌렸다.
이쪽은 다 치운 것 같은데, 침식체는 이제 더 없는 거지?
내 쪽에선 다른 반응을 감지하지 못했어.
그럼 얼른 다 치우고 돌아가자. 다른 곳에 있는 초병도 위기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니, 아마 다 해결됐을 거야.
맞아, 해결됐어. 리더님이 우리에게 더 주의해야 한다고 하셔서, 이 침식체 무리가 엄청 클 줄 알았는데 괜히 놀랐네.
그건 그렇고, 와타나베라는 그자 말이야, 말을 엄청 무섭게 하던데. 침식체가 경계를 건너면 위험하다고 하지를 않나.
공중 정원의 구조체는 무슨. 내가 보기엔 그냥 의심만 많고, 입만 벌리면 헛소리...
소리, 소리, 소리, 소리...
뭐라는 거야? 뭘 그렇게 더듬어...
듬어, 듬어, 듬어, 듬어, 듬어...
여성 멤버의 목소리도 조금씩 잠겼다.
남녀 멤버 모두 그들의 주둔지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원래 이 호위소에서 바라보면 텐트와 "인간은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낡은 깃발이 보이고, 더 멀리 바라보면 말린 과일들이 보여야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쓰러져있었고, 네모난 형태의 강철로 몸을 두른 거상 1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 거상은 움직이며, 천천히 강철 팔을 들어 주둔지를 향해,
내리쳤다.
대형 침식체야. 이건.
여성 멤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갑자기 그녀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 살려주세요!!!
마치 모래언덕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작은 외침으로 시작해, 큰 무리의 외침으로 이어졌고, 모랫바닥이 무너지면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울부짖는 소리에는 간간이 수십 발의 총성도 들렸다. 먼 곳에 있는 주둔지의 변두리에서 총구가 불을 내뿜으며, 거상을 공격하는 것이 보였고, 이는 자갈을 석상에 던지듯이, 아무런 손상도 입히지 못한 것 같았다.
적, 적이 방어선을 뚫은 거야? 어서 돌아가 지원하자.
지원은 무슨 지원이야! 네가 돌아가도 아무런 도움도 안 돼! 맞아 날아가기만 할 뿐일 거야.
여성 멤버는 남성 멤버의 멱살을 움켜쥔 채, 총을 들고 주둔지로 가려는 그를 땅에 넘어트렸다.
그녀는 원래라면 수많은 동료가 모여있어야 할 그 주둔지가, 거대한 로봇이 지나가며 걷어차이고, 반항하는 사람들의 몸이 모래 알갱이처럼 쉽게 높이 들어 올려지고,
누군가가 그들을 받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다.
지정된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구조 목표를 유인하고 있습니다!
대형 침식체 목표가 이동 중입니다!
구조 분대는 순서대로 구조 작업을 수행해! 유도 분대는 유인 임무를 수행하도록!
태양을 등진 커다란 그림자가 여성의 뒤에 있는 모래언덕에 나타났고, 그녀는 그림자가 팔을 휘두르는 걸 봤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뒤에서 불빛이 나와, 거상을 명중했다.
그 불빛은 거상에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빈번하게 나오는 불빛들이 그의 주의를 끌어, 그 거상은 점차 그 남성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거상이 이쪽을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두 걸음, 세 걸음.
으어, 아... 도망, 어서 도망가.
쾅!
……?
그러자, 모래 구덩이에서 뿜어 나온 거대한 불빛이 거상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모래언덕 위의 그림자는 허리를 굽혀 빠르게 모래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와, 남성의 힘 빠진 팔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일어나게 했다.
당황하지 마. 우리는 그 대형 침식체를 조금씩 해체하려는 거야!
저 깃발 보여? 저쪽으로 가! 저곳에 우리 쪽 사람이 대응하고 있어!
몇 시간 전, 와타나베의 주둔지.
침식체에 길 안내를 해준다고요? 종말에 희망을 잃은 사람이 할법한 말이네요. 아마도 리앙 그들의 생각이겠죠.
그들이 제시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우리 주둔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결정을 내렸지.
모든 사람이라면 저도 포함인가요? 역시 저를 정말 잘 아시네요, 저도 동의해요. 방금 그 분위기를 보니, 한 번 더 도박수를 쓰지 않으면, 언제 또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무슨 계획이 있나요?
이 로봇을 터트려 버리겠다는 것이, 우리가 논의한 계획이야.
그 대형 로봇은 사막 아래에 잠복해 있어서, 수시로 침식될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침식체가 너무 가까이 와 이제 시간이 부족해. 그러니 수단이 좀 거칠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해.
그래서 그들을 직접 위기를 겪게 하는 것이, 하나하나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
대형 침식체가 막 가동됐을 때 행동해야 해. 안타깝게도, 그들이 짐을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없으니, 그들의 중요한 짐이 주둔지에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그래서, 당신들은 그 로봇을 침식시킬 계획인가요?
IUSL호 정비 로봇은 방진 설계가 되지 않은 채, 모래에 묻혀있지. 비록 가동은 가능하나, 기능은 아마 온전치 않고, 우리는 지금의 그것을 이용할 수도 없으니, 위협만 될 뿐이야. 하지만 상대의 주둔지가 그 위에 지어졌고, 우리도 모래를 파낼 수 있는 장비가 없어서, 예전같이 그것들이 침식되기 전에 분해할 수도 없어.
결국 우리가 논의해 낸 유일한 계획은, 실제로 그 로봇을 침식시키고, 실체와 약점이 드러나게 한 다음 해체하는 거야.
물론 상대 주둔지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전제 조건이야. 그래서 우리도 후속 작업을 진행할 구조 분대를 구성했지.
결정적인 해체 도구는, 네가 제일 잘 다루는 폭탄이야.
폭탄이요? 제가 만든 폭탄은 어느 정도 위력이 있긴 하지만, 정비 로봇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로봇의 취약한 부위에 정확하게 터트린다면 모를까, 아무리 큰 폭탄이라도 단번에 해결할 수 없어요.
마침 우리는 그 로봇이 어디가 가장 약한지를 알고 있지. 우리에게는 전문가가 있거든.
어이, 자크리, 이리 와.
아, 네. 리더님.
와타나베가 고개를 돌려 부르자, 한 청년 병사가 넋이 나간 채 대답했으며, 그는 설계도를 가득 안고 주눅 든 모습으로 다가왔다.
흐흐, 리더님, 부르셨나요?
전에 소개를 못 했지? 이쪽은 원래 75 군영의 무기 연구원이었던 자크리야. 자크리, 이쪽은 24호 첨병 부대의 폭파병인 수마야.
아, 네, 안녕하세요. 수마 씨라고 하셨죠? 리더님께 수마 씨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자크리입니다. 흐흐.
동시에 IUSL호 로봇의 설계자기도 해.
설계자요? 이런 유형의 로봇과 기술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은데,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공중 정원... 네. 맞아요. 하지만 저는 올라가지 않았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아, 아니지. 리더님, 이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하지 마세요...
이번 임무에서 기술에 관한 세부 사항은 네가 수마와 함께 수행해야 해. 그 신분을 말하면 설명하기 더 쉬울 거야.
게다가, 이 얘기는 언젠간 하게 돼 있어. 주둔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네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
이건 좋은 기회야. 그들에게 네 가치를 알려야 해.
아, 네.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우선 수마와 전술 세부 사항을 상의하도록 해. 이따가 다른 전투 인원들이 확인하러 올 거야.
약점을 해체하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그 로봇의 이동 경로를 지뢰 구역으로 유도해, 최대한 동력을 감소시켜야 해. 이동 경로 유인은 내가 지금 유도 분대를 찾아가 확인하려 하니, 나중에 결과를 알려줄게.
와타나베는 손을 흔들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우회해 주둔지의 무기 창고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안에서 여러 목소리의 외침이 들려왔고, 이는 이후의 전투를 위해 동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대형 로봇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어요! 약한 부위에 정밀 해체를 시작하겠습니다!
자크리의 신호에 따라, 그 거상의 신체는 점차 불빛으로 물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이번은 꼭 성공할 거예요. 경험이 쌓였거든요.
거상이 이어진 불빛의 유도로 떠나려던 그때, 등을 굽힌 채 엄청나게 붐벼있는 사람이, 군인들이 열어준 길을 통해 힘겹게 전진해 나갔다.
당황하지 마! 유도에 따라 이동하고, 남은 침식체의 세력을 조심해!
모두! 3번째 구조 행동을 수행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