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아 대철수 후 삼 년째.
와타나베는 공중 정원을 벗어나 3년간 지구에서 방랑했다.
와타나베는 지구에서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진영에 가입했고 생존자를 만났다. 방랑한 이 몇 년은 그가 겪었던 몇 해의 침식체 전투처럼 평온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몇 년 동안의 동요를 겪으면서, 와타나베 주위엔 어느새 많은 동료가 생겼다.
그의 동료들은 공중 정원에서 받아주지 않은 군인들, 임시 수용소에서 발버둥 치던 방랑자, 다른 주둔지와 합병했던 협력자들, 다른 지구 단체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지구에서 헤매다 최근에야 수용된 난민들도 있었다.
리더.
그래.
와타나베는 손에 향료로 가득 찬 작은 주머니를 구석에 있는 동료한테 던져버리고는 장갑을 벗어 손에 먼지를 털었다. 또한 큰 냄비에 식재료들이 펄펄 끓어오는 것을 보며, 이 음식으로 주둔지의 사람이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군인이 작은 주머니를 받아 등 뒤에 있는 마대에 마구 집어넣자, 마대 속의 식재료와 향료가 눌려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기요, 그만 돌아가세요. 계속 지켜보지 않아도 돼요. 당신도 먹을 수 있다고요.
군인은 주머니를 집어넣으면서 창밖에 취사차 내부만 지켜보는 난민들에게 서둘러 떠나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창밖의 난민들은 목만 움츠린 채, 취사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 달에 음식 절도 사건만 세 번째라 주둔지의 분위기는 매우 긴박한 상태였다. 음식의 분배 문제와 주둔지 사람 간의 신뢰 문제로 인해 주둔지를 관리하는 군인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군대 배경이 없는 자들이 편하게 물자를 사용하도록 취사차 근처에 보초를 세우지 않았다. 단지 잠깐 휴식을 취하는 병사들을 식재료 주위에 앉혔다. 누군가가 식재료를 훔치는 걸 방지하면서, 병사들 내부의 도둑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꼬르륵.
콜록콜록.
장시간 동안 신경을 곤두세워 식재료를 지키느라 굶주림이 찾아왔다. 군인은 급히 기침 소리로 배에서 나는 소리를 덮으려고 했지만, 와타나베는 단번에 병사의 기침 소리를 들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점심밥이 거의 다 됐어.
휴, 드디어 먹을 게 생겼네요. "인간 그룹"이라는 주둔지와 협력했는데, 엄청 많은 물건을 줬는데도, 식재료를 이만큼 밖에 받지 못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수색대가 많은 식재료를 찾아서, 그게 아니면 모두 굶어 죽었을 거예요.
우린 계속 그 주둔지랑 협력해야 하니, 이 저녁밥이 있을 때 마음껏 즐기도록 해. 수마가 협상하러 간지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난 걸 보니, 아무래도 협상이 그렇게 순조롭지 않은 것 같네.
예상했던 일이야. 상대는 수많은 물자를 갖고 있으니, 쉽게 우리랑 협력하려 할 리가 없지. 우리는 우리의 "외교관"이 최선을 다할 거라고 믿기만 하면 돼.
만약 협상에 실패한다고 해도, 우린 플랜 B가 있어. 나중에 치르려는 그 전투 말이야.
다 그 전투를 위해 너희들을 배불리 먹이는 거야. 최근에 유통기한이 몇 년 지난 전투식량을 얻었으니, 너희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기엔 충분할 거야.
동둔 그룹이 개발한 이 전투식량은 종종 식재료가 변질돼 불만 신고를 받곤 했지. 하지만 이 전투식량은 발효되면 영양가가 더 높아지니, 너희들이 장기간 전투에서 먹기 더 좋을 거야.
전투요? 그 거대한 침식체와의 전투는 괜찮지만... 사람 상대로는...
그런 김빠지는 말 하지 마. 쉬운 전투는 없어. 우린 임무와 목표가 있잖아.
일단 밥부터 먹자. 리더님, 어서 식사하시죠!
그래, 곧 갈게.
아직 재료 1개가 부족하지만, 지금 찾을 시간이 없어서 그저...
이게 필요한 거예요?
와타나베 앞에 아주 작은 손이 나타나 손을 활짝 펼쳤고, 그 손에는 특이한 모양의 풀잎이 있었다.
맞아, 윤지초. 고마워.
윤지초는 영양 보충과 건강 관리에 좋지. 사막에서도 보기 힘든데 어디서 찾았어?
그냥 돌아다니다 발견했어요.
……
와타나베가 눈앞에 있는 아이를 살펴보았다. 그 아이의 장비는 파손됐고, 머리카락이 건조한 것이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와타나베는 지구에서 방랑하던 몇 년 동안 수없이도 이런 아이를 봐왔지만, 이렇게 아무런 표정 없이, 메마른 눈동자에 막연함이 묻어있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그것은 이 황야 속에 오랫동안 방랑한 성인만이 갖고 있을 법한 눈빛이었다.
와타나베는 오른쪽을 힐끗 쳐다봤다. 식재료를 지키던 리앙은 이해한 듯 빠르게 식재료를 확인했으며, 와타나베한테 아무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냈고, 당장은 이 아이가 식재료를 훔쳤다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었다.
그래, 네가 이 사막의 행운아였나 보네. 윤지초를 찾아줘서 고마워.
최근 주둔지에 새로 가입했니? 너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까?
질문을 2개나 했네요. 전 연속 2번 질문받는 걸 싫어해요.
워런, 리더님한테 무슨 말버릇이니?
소년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 여성이 허겁지겁하게 취사차에 들어왔다.
취사차에는 왜 들어간 거야. 여기는 군인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잖아.
윤지초는 이미 줬으니까 필요할 때 사용하세요.
소년이 여성을 한번 쳐다보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취사차에서 나갔다. 그 여성은 소년을 쫓아 몇 발짝 걸어봤지만, 곧 다리에 힘이 풀려 와타나베가 어쩔 수 없이 부축해야 했다.
콜록, 콜록, 죄송해요, 리더님. 제 아들이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예의를 잘 모르니 리더님이 이해해 주세요. 워낙 에너지가 넘쳐나는 아이라서요.
괜찮아.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낯선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 좀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이 말을 하면서 와타나베는 잠깐 취사차 밖의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갈망하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경계와 적대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휴, 저희도 주둔지를 몇 번 바꿨는지 몰라요.
그러면 우리 주둔지에선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랄게.
와타나베는 대화를 짧게 마무리하고는 다시 옆에 있는 큰 냄비에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입으로는 계속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여기는 잘 적응하고 있어?
적응이요? 제 남편은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달라요. 워런과 저를 받아주는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리더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 우리는 수용소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인 집단일 뿐이니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 자그마한 힘을 보태야 해.
특히 복로사 여사. 나중에 많은 일들이 당신의 연구에 의존해야 하니, 당신은 과학자로서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해.
아, 별말씀을요.
그렇게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는 전에 머물렀던 공중 정원 임시 수용소가 아니야. 나도 더 이상 아카디아 대 철수의 장교가 아니고. 우리가 상하 관계도 아니잖아.
단지 습관일 뿐이에요. 우욱...
복통을 느낀 복로사는 입을 가린 채 허리를 굽혔고, 와타나베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
위궤양이 재발한 거야? 주둔지에 마침 의사가 있으니 약을 좀 받아. 밥은 내가 따로 남겨놓을게.
아, 괜찮아요. 고질병이거든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리더님께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은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대부분 사람들이 신체에 큰 문제가 없으면 좋겠어.
네, 리더님의 말씀이 맞아요. 의사 선생님한테 가서 진찰받을게요.
복로사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며 와타나베의 눈빛을 피하다가, 방금 아이가 뛰어가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아, 우선은 제 아들을 찾아봐야겠어요. 그는 장난꾸러기여서, 잠깐 안 보면 또 일을 저지르죠.
죄송해요. 리더님, 먼저 실례할게요.
와타나베는 복로사가 종종걸음으로 취사차를 나가는 걸 보고 바짝 쫓아갔다.
이어서 입구에서 손을 뻗어 취사차에 들어가려는 난민을 막았다.
뭐예요! 방금 그 아이랑 엄마도 들어갔는데 저는 왜 못 들어가나요?
보고 싶으면 편하게 봐도 되지만, 그러면 이따가 시간을 놓쳐서 나눠주는 물건을 못 받을 수도 있어.
리앙, 필로, 물건을 들고나가.
네!
구석에 쪼그리고 앉던 군인 두 명이 벌떡 일어나, 양쪽에서 끓어오르는 큰 냄비를 들고 취사차 밖으로 나왔고, 취사차 밖에는 뜨거운 밥이 담긴 큰 냄비가 하나 더 있었다.
화로대 위에 큰 냄비가 놓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취사차 안에서 흩어져 쉬고 있던 군인들도 하나둘 무기를 주워 들고 취사차 주위에 대기했으며, 몇 명만 남아서 내부를 지키고 있었다.
와타나베는 화로대 옆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여러 번을 진행했음에도 이다음의 일은 여전히 그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자, 이제 음식을 분배하겠다!
긴 국자를 냄비 가장자리에 두드리며 땅땅 소리를 내자, 취사차 주위에 흩어져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소용돌이치듯 모여들었지만, 곧 옆을 지키던 군인들에게 밀려났다.
모두 배식을 받을 수 있으니까, 질서를 지키세요!
지금부터 음식 배급을 시작한다. 주식은 제3 취사병이 책임지고, 인당 받을 수 있는 양은 모두 정해져 있다. 반찬과 추가 공급은 전부 내 쪽에서 받고, 지정된 식당에서 식사하도록. 모두 줄을 서.
알겠어요, 알았다고요. 빨리 배급해 주세요!
제자리로 밀려난 군중 속에서 짜증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렸지만, 와타나베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래도 주둔지 사람들은 여전히 불평하고, 대화할 힘이 있기에 상황이 괜찮게 흘러가는 편이었다.
이곳에는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굶주림에 시달리는 난민들까지 많이 모여들었고, 굶주린 수십 개의 눈은 배급하고 있는 음식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이전에 좀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동료들은 괜찮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새로 가입해, 자칫하면 그와 군인들이 애써 지키던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무력으로 질서를 지키는 준비를 해야 했었다.
다행히 지금 주둔지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 밥을 먹기 위해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순서대로 와.
한마디의 명령으로, 흩어진 스캐빈저가 각자의 더러운 그릇을 끌어안은 채, 이리저리 굽은 줄을 섰다.
첫 번째 순서를 차지한 스캐빈저가 주식을 받아서 와타나베를 향해 다가갔다. 그 스캐빈저는 조심스레 와타나베 앞으로 그릇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그 스캐빈저의 눈빛은 경계로 가득 찼으며, 와타나베가 자신이 들고 있던 그릇을 순식간에 빼앗지는 않을까 두려워했다.
자, 이건 네 몫이야. 특별히 씨를 제거했어. 알레르기 증상이 계속 나타나면, 버티지 말고 빨리 의사를 찾아가. 다음 사람.
뜨거운 음식을 식기에 부으자, 식기를 들고 있던 스캐빈저는 몇 초 동안 벙쪘다.
제가 이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아세요?
이제는 알레르기가 거의 다 치료된 상태겠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의사도 갑자기 이런 걸 먹으면 위장이 적응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했어.
알레르기는 어떻게...
주둔지를 합칠 때, 당신들의 리더님이 내게 알려줘서 모든 사람의 식습관을 기억하고 있어.
다른 알레르기 증상도 있는 건가? 의사한테 가서 등록하는 게 좋겠네. 문제가 생기고 나서 말하면 너무 늦고, 이후의 전투는 당신에게 의지해야 하니까 참고만 있지 마.
없어요.
참,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그런 말을 하면.
스캐빈저가 눈을 내리깐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식기를 들고 떠났고, 그의 뒤에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래, 자, 이건 오늘의 네 몫이야. 아직 입에 맞지 않는다면 수색대의 할아버지한테 가서 조미료 좀 달라고 해봐.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
오빠라고 불러.
감사해요. 오... 오빠.
착하네.
그러면 오빠, 조금 더 주시면 안 될까요? 너무 배가 고파요. 어제는 거의 밥을 먹지 못했어요.
그 여자아이는 반짝거리는 눈물을 머금은 채 그릇을 들었고, 그 눈물이 그릇에 떨어지면 그릇에 담긴 얼마 없는 음식이 몇 배로 늘어날 것만 같았다.
그러면 뒤에 삼촌과 이모들에게 음식을 나눠줄 수 있을지 물어봐.
내 기억대로라면 너는 이번 주에 벌써 세 번째 이 말을 하고 있지.
거짓말은 너를 믿는 사람만 속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지금 너를 믿는 사람...
쳇. 나쁜 아저씨. 안 준다면 안 주는 거지, 왜 가르치려고 해요.
여자아이의 눈살을 찌푸리며 와타나베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와타나베를 향해 메롱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줄을 벗어났다.
동쪽 수색대에 가서 조미료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잊지 말고. 그들에게 임무를 받으면, 조금이라도 보급을 더 받을 수 있을 거야.
와타나베는 그 여자아이를 향해 외치고는, 고개를 돌려 손을 흔들었다.
자, 다음.
자기 몸을 잘 챙기도록 해. 알겠지?
알겠어요.
와타나베는 마지막 스캐빈저가 그릇을 들고 떠나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결국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찌 됐든 군인들이 들고 있는 총기는 여전히 충분한 위력을 발휘했다.
평민들의 음식 배급은 끝났으니, 이제 우리 군인이 밥을 먹을 시간이다.
모두! 일 열로 나란히 서도록!
와타나베의 호령에 주위를 지키던 병사들은 빠르게 총기를 거두고, 모여들어 일 열로 나란히 섰다.
이제 점심 분배를 시작하겠다. 한 명씩 앞으로 와.
와타나베의 명령에 따라, 첫 번째 순서에 선 청년 병사가 주눅이 든 채, 그릇을 들고나와 주식을 받고는 반찬을 받았다.
자크리, 네 몫이야.
와타나베는 청년에게 그릇을 돌려준 후, 다시 허리춤에서 작은 액체 봉지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이거는 영양액, 네 형 거야.
어, 리더님 감사합니다. 흐흐, 흐.
자크리는 한 손으로 그 작은 액체 봉지를 받은 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짝!
그때 와타나베가 그의 뺨을 두 손으로 살살 때렸고, 그 어색한 웃음은 와타나베의 손에 의해 사그라들었다.
내가 전에 뭐라고 했어. 이렇게 웃지 말라고 했지.
멋쩍게 웃으면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없어. 너를 귀찮게 하지 않던 사람에게 네가 만만하다고 알려줄 뿐이야.
그리고 이곳에선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 없어.
아, 네, 알겠습니다!
와타나베가 손을 놓자, 자크리는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똑바로 서서 가슴을 폈다.
그래, 그래야지.
잊지 마. 형한테 준 그 자원은 우리가 특별히 챙겨주는 게 아니라, 모두 네가 직접 번 거야.
감, 감사합니다. 리더님. 잊지 않겠습니다.
흐흐... 흐...
하아...
와타나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다음.
자, 마지막이네. 이제 다 나눠줬으니, 남은 건 내게 맡겨.
네!
와타나베가 팔을 내려 긴 국자로 반쯤 비운 냄비를 탕탕하고 몇 번 두드리자, 주식 분배를 담당했던 군인들이 이 금속의 두드리는 소리에 그릇을 들고 떠났다.
남은 음식은... 괜찮아, 여기 없는 사람한테 충분히 나눠줄 수 있겠어.
곧이어 와타나베는 한 그늘진 곳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우선은 수마야, 언제까지 거기에 서 있으려는 거니?
아. 저를 봤어요?
취사차의 그늘에서 군복을 입은 여성 한 명이 나왔고, 와타나베는 주식 한 숟가락을 그릇에 담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밥을 반쯤 나눠줬을 때 돌아와,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오래 서 있었는데, 내가 그것도 눈치 못 챌 정도는 아니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우선 밥부터 먹어.
그래도 일단 보고드리죠. 협상 결과는.
일단 밥부터 먹어. 넌 이미 12시간 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고, 가져간 전투식량도 먹지 않았잖아. 넌 구조체가 아니야. 우리가 말한 대로 모두가 자원을 받을 수 있는 전제하에, 자신의 몸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해.
알겠어요. 먹으면서 보고드릴게요.
수마는 손을 들어 항복하고는 와타나베의 맞은편에 앉아, 그릇을 건네받은 후 음식을 대충 먹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계속 앞서 말했던 화제를 이어갔다.
협상 결과는 리더님이 예상했던 대로, 합의가 조금도 되지 않았어요.
입이 다 닳아빠질 정도로 말해도,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주둔지 지하에 대형 로봇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아요.
그러고는 그들은 제게 기존의 협력 관계는 유지할 수 있지만, 사람들을 동요하게 하는 이런 소문을 계속 말하고 다닌다면, 거래를 끊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물자가 부족하고 상대는 물자를 충분히 비축하고 있잖아. "인간 그룹"의 불신도 일리가 있어.
와타나베는 말을 이어가며 팔을 들어 올렸고, 홀로그램 장치가 팔뚝에서 몇 가닥의 빛을 발사해 모래언덕의 지도를 표시했다. 그러고는 두 큰 원이 나타나 두 주둔지의 위치를 표시했다.
하지만 좀 더 일찍 알려주지 않으면, 우리의 중요한 협력 동료는 아마 곧 죽을 거야.
와타나베가 손을 들자, 모래언덕 아래 다른 구역이 나타났고, 와타나베가 있는 주둔지 지하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협력 동료인 "인간 그룹"의 주둔지 아래에는 커다란 붉은 반점이 나타났다.
그들의 기지는 대형 로봇의 위에 지어져 있어서, 침식돼 재가동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거야.
시간이 충분하면 당연히 오랜 기간 그들과 관계를 다지고, 비교적 느린 방식으로 이 숨겨진 위험을 제거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어.
와타나베가 맵을 살짝 돌리자, 오른쪽 상단에 붉은 점 몇 개가 더 나타났다.
사막 한편에서 상당수의 침식체가 돌아다니는 것이 감지됐어. 비록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고, 명확한 행동 방향도 있지 않지만, 그들의 궤적으로 예측해 보면, 몇 시간 후, 이곳에 몰려올 거야.
그때는 그 대형 로봇이 분명히 침식될 거야.
네, 그들에게도 그렇게 전했는데 도저히 믿지 않았어요.
자원이 풍부한 그들에게 긴급히 철수하라는 것은, 황야에 자원을 두고 떠나라는 것과 같아. 이런 신뢰 관계는 몇 주간의 "외교"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지금 간단한 물자 거래만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아직 더 장기적인 협력이 필요해.
이게 바로 이후의 행동에 담긴 의미지.
네.
와타나베가 홀로그램 스크린을 치우고는 수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자, 정보를 다 종합했어.
이제 마지막 한 가지의 일만 남았어.
지시를 내려주세요.
너는 아직 밥을 다 먹지 않았어.
……
……
네, 알겠어요, 제가 졌어요. 그렇게 쳐다보지 좀 마세요. 리더님은 다른 할 일이 없으세요?
있지, 심지어 아주 많아. 그래서 내가 편하게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네가 빨리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래요. 알겠어요.
수마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릇을 들었다.
이미 많이 얘기했었잖아. 너는 외교 외에도 폭파병 쪽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그 재능을 낭비하지 마.
알겠어요. 이제 그만 말해도 돼요.
몸조심해. 우리는 곧 전투를 맞이할 거야.
그때가 되면, 배불리 먹지 않은 것을 후회할 거야.
배불리 먹다니. 그런 농담 마세요. 지옥에 떨어질 거예요.
비축했었다면 그 난민들이 그렇게 굶주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전 많은 당직 군인이 식물을 모아 음식을 만들고, 심지어 리더님도 스스로 식재료를 처리해야 하는 것을 봤어요.
……
침묵이 흘렀고, 바람에 휘날려 소리를 내던 모래자갈은 먼 곳에서 굶주림의 소리를 감추는 것 같았다. 그러자 난민들이 그릇을 든 채, 식당에서 식기를 긁는 소리가 은연히 두 사람에게 들려왔다. 이는 배를 채우기 위해 잔반에서 마지막 남은 음식의 열량을 긁어모으는 소리였다.
보세요,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래서 음식을 좀 더 남겨두라고 했잖아요.
이거 바로 우리가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야.
이번에 우리가 상대 주둔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는, 잠재적 위기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협력 기회를 얻기 위함도 있어.
물론 협력이 물자 교환에 그친다면 그저 급한 불을 끌 뿐이지. 이번에 "인간 그룹"과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야.
결과에 대해 약속할 수도, 하지도 않겠지만, 모두가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이 주둔지에 있는 자들을 믿어주지 않겠어?
무슨 소리예요, 이렇게 오래 리더님을 따랐는데, 제가 리더님을 못 믿겠어요?
와타나베의 눈에는 감사와 인정을 받아 마음이 놓였다는 눈빛이 맴돌았고, 곧이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를 믿으라는 게 아니라, 이 주둔지의 사람을 믿으라는 거야. 이 주둔지에 모인 모든 자들.
물론 이 안에 수마 너도 포함되지. 살아야 할 사람이든, 그 결과를 이뤄야 할 사람이든, 너는 어느 쪽에도 포함돼 있어. 어쩌면 이후에 "인간 그룹"의 사람들도 포함될지도 몰라.
흐음... 목표를 크게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죠.
수마는 말없이 어깨만 으쓱이고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자, 밥도 다 먹었으니, 임무 있으면 빨리 말씀하세요.
이따가 배치 작업을 해야 해, 곧 협력자를 소개해 줄게.
바로 몇 시간 후에 전투가 벌어질 거다. 침식체 집단이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면,
이번에는 우리가 예전처럼 직접 상대하지 않고, "인간 그룹"의 주둔지까지 "길 안내"를 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