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1 끝과 시작의 경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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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1-11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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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자국 가득한 폐허에서 난민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당신 같은 인재를 영영 놓쳤을 수도 있겠네요."

"마르타 여사님, 게스트리고에 온 걸 환영합니다."

"이곳엔 완벽한 교구와 안전한 환경이 갖춰졌고, 회사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침식체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허름한 보육 구역과는 달리, 여기서는 보다 나은 교사 체험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겨우 5점 차이로 합격하지 못했다고, 아이들을 그렇게 버려야 하나요?"

……

"아직도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군요. 이 학생들은 회사의 자산이고, 가치를 발휘하지 못했으니 자원을 낭비할 필요는 없죠."

"고작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는군요, 점심에 졸업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건 잊지 않았죠? 학생들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보세요, 다들 실험복으로 갈아입었죠? 그녀들은 곧 회사의 위대한 계획 중 하나인 제7행렬 계획에 투입될 겁니다."

"인간 의식을 샘플로 이용해 모델을 만들고, 인간 사회의 도덕성과 전쟁 능력을 갖춘 AI 모델을 훈련하는 일입니다."

"쓸모없는 불량품보단 이 졸업생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하지 않나요?"

"계획에 참여한 학생들이 정신적 이상이 생겼다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완성품들보단 차기 교육생들에게 신경 쓰는 게 더 마땅할 것 같네요."

"됐어요, 당신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이번만 특별히 정보를 알려줄게요."

"실험체가 부족해서, 연구원들의 '동의'를 받기만 하면, 그들도 회사의 의식 샘플링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강한 신경 펄스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래서 이상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다 사소한 문제들이죠."

"회사는 자산을 처분할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죠?"

…………

포성이 마르타를 잠시 기억 속에서 끌어냈다.

E 구역 23번가에서 41~50번이 주민들을 서쪽으로 대피시키고, 최대한 게스트리고 안전 구역으로 인도해 주세요.

장관님께 보고드립니다. 43, 45, 46번은 파괴되었습니다. 남은 7기가 임무를 수행하게 됐습니다.

침식체가 동쪽 세 방향에서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도시 내환과 중심부에는 수비 병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곧 중심부 폐허가 점령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목숨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시험 통과 후의 진급이 중요한가요? 대부분의 침식체들이 도시 중앙으로 향하고 있어요. 억지로 버티다 간 결국 모두 희생될 거고, 그럼 다음 전장은 여기가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이들은 출발했나요?

모두 지시하신 대로 각 구역에서 주민들 인도 중입니다.

알았어요.

"실험은 실패했어요. 통제를 벗어난 기계체가 실험실을 파괴하고 퍼니싱까지 끌어들였죠."

"당신의 학생들과... 연구원들은 그 사고로 모두 죽었어요."

"어째서 남은 실험체들을 데려와 예전의 학생들이 입었던 교복을 입히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옛날 그 학생들과 닮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가요?"

"음... 자세히 보니 좀 닮은 것 같긴 하네요."

"이런 명분으로 그녀들을 폐기될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건가요?"

"하하, 괜찮은 접근법이긴 하지만, 회사 자산인 만큼, 그녀들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겨우 두 번째 시험인데, 개체 23기가 전장을 이탈했고, 프로그램에 설치한 제9 법령에 의해 강제 폐기됐네요."

"쯧쯧, 충격적인 데이터군요. 참 어리석을 정도로 착한 것 같네요."

"그녀들에게서 예전 학생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죄책감과 선의를 실험체에 투영한 건가요?"

"현실을 직시하세요. 그 학생들은 모두 <size=50>죽었어요</size>!

"지금 당신이 "교육"하고 있는 건, 그저 "무기"로 쓰이는 기계체일뿐입니다."

"그런 '무기'들에게 인간 교육을 하고 감정을 갖게 하다니..."

"자아의식이 생긴 무기들이 전장에서 명령을 거부하고 도망치다 제9 법령에 따라 강제 폐기된 거잖아요!"

"선생님, 학생 가르치기 놀이는 그만 끝냅시다."

"마지막 방법? 뭐... 아예 없는 건 아니죠."

"최종 시험만 통과하면 제9법령이 삭제될 거고, 그녀들은 무기 신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어요, 어떤 침식체도 141 도시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겁니다."

"그러지 못하면 그녀들의 통제권은 호르스트를 필두로 한 다른 파벌에 넘어가게 됩니다."

"선생님보다... 상급자가 돼서 명령을 내리는 게 더 쉽겠죠, 당신은 이미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잖아요."

장... 장관님! 이 붉은 표식은... 침식체들이 도시 중심에 침입했습니다!

회사 계약에 따르자면, 그 무기들에 대한 통제권이...

알고 있어요. 스크린에서 그녀들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아요. 사람들 대피 상황은 어떻죠?

대부대가 게스트리고 도서관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방어하기 좋은 곳이지만...

계속하세요.

침식체들이 사람들을 따라 게스트리고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멀리서 호르스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르타의 눈썹이 무심코 꿈틀거렸다.

10분 전에 마지막으로 입수한 소식인데, 지상이 이미 함락됐을까 걱정됩니다.

마르타는 수납장에서 마그네틱 키를 꺼냈다.

뭘 하시려는 겁니까?

키 작용 범위가 한정적이라, 일단 학생들이 있는 도서관으로 가야 해요.

밖은 이미 침식체에게 점령당했어요! 죽을 수도 있단 말이에요!

혼자 갈게요. 당신들은 안전한 곳에 머물 권리가 있죠.

마지막으로 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을 한 번 본 마르타는 그대로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주민들을 게스트리고로 유도하자, 침식체의 공격이 뒤따라왔다. 마르타는 학생들과 함께 후위를 맡았다.

한때 형광 국화로 가득했던 화단은 불바다가 되었고, 붉은 연기 속에는 부서진 기계체들이 묻혀 있었다.

찌직——

쳇.

[엔진의 추진력을 최대로 설정합니다.]

제타비의 모습이 순간 검붉은 전류처럼 일렁이면서 칼날이 떨어지기 직전에 18호 기체를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는 코어가 손상되어 역시 희생을 피하지 못했다.

그 다음은...

[출력 과다]

다음은 19호였다. 그녀의 처리 중추엔 이상한 것들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타비에게 인간들의 유치한 농담을 들려주는 게 일상이었다.

25호는 데이터 퍼즐을 좋아했다. 최근에는 퍼즐 면적이 무려 3제곱미터로 확장됐다.

31호는 기괴한 모양의 종이비행기를 접는 걸 좋아했다. "언젠가는 종이상자에 제타비를 태워 날려 보낼 거야"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잔여 에너지 43.21%]

[기체 파손율 23.57%]

34호... 41호... 56호...

[잔여 에너지 30.14%]

[기체 파손율 43.57%]

제타비의 기체의 파손율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전장을 헤매고 있었다.

제타비!!

?

[연결 재구축이 완료되었습니다.]

멍한 상태에서 깨어난 제타비는 날아오는 총알을 간발의 차로 피해냈다.

그 아이들이... 모두 죽었어.

화약 연기 속에는 학생들의 부서진 몸이 가득했다.

처참한 광경 때문에 제타비의 의식마저 불안정해졌고, 그러면서 계속된 과부하로 에너지가 부족해져 그녀는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알겠어...

제타비는 또다시 주위의 침식체들을 처치했고, 지휘관은 기회를 노리며 제타비가 구한 생존자들을 이끌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윽...

아이비그,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어.

선생님, 놓아 주세요.

아이비그가 지휘관의 부축을 거부했다.

선생님도 다치셨잖아요. 계속 저희를 데리고 가시다가는 죽을 수도 있어요.

아이비그를 붙잡은 지휘관은 뒤따라오는 학생들에게 계속 전진하라고 손짓했다.

이 기체의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고 엔진도 파손됐어요. 행동 능력을 잃었기에 더 이상 전투 가치가 없다고요.

지휘관은 귓가에 유탄의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다리의 심한 통증을 억누르며 일어난 지휘관은 쓰러진 아이비그를 부축했다.

또 하나의 침식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제타비는 번개처럼 지휘관 곁으로 돌아왔다.

주변 침식체는 모두 제거했어, 아이비그는 내가 부축할게.

전황이 아직 불안정하고, 도서관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어, 서두르자.

항상 고요했던 게스트리고 도서관은 전과 다르게 비명과 포성이 뒤섞인 공간이 돼버렸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고, 몸을 겨우 지탱하면서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

지휘관, 정말 훌륭한 철수 작전이었어.

레보비츠가 지급한 통신 단말기에서 갑자기 호르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난 대량의 침식체가 갑자기 닥쳐들어 도시가 혼란에 빠진 걸 봤을 뿐일세.

근데 지휘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네, 철수 과정에서 많이 다쳤나?

질 게 뻔한 전투에서 목숨 걸고 자신과 무관한 기계체들을 지휘하다니, 대체 원하는 게 뭔가?

하, 아직도 그런 유치한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나?

이 도서관이 군사급 방어력을 갖췄다 한들, 침식체의 공격 앞에선 오래 버티지 못해. 넌 아마... 아니, 넌 분명 여기서 목숨을 잃게 될 거야.

솔직하게 말하지. 침식체는 이미 침입했고, 네가 지휘에 참여했다고 해도, 우리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해.

우수한 인재는 회사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 나를 따라온다면 말이지.

왜지? 그래... 아직도 네 학생들이 무기 취급 받을까 걱정하는 거라면...

내가 인심 써서 한 가지 더 알려줄게, 우리의 공동 목표는 이미 달성된 상태야.

침식체가 도시 중심에 침입했고, 네 학생들은 모두 자유를 얻었어.

그러니 지휘를 포기하고, 이곳을 떠나도 된다는 거지.

지휘관... 정말 유감이야.

통신 화면 속 호르스트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냉소를 띤 채 양손을 등 뒤로 돌린 후, 무언가를 조작하는 듯했다.

[통제권 이전 프로토콜: 적용 완료되었습니다.]

[공격 명령 전송 완료]

(명령 접수 완료)

(공격 개시)

————

지휘관은 문득 심한 통증을 느꼈다. 대구경 총알 몇 발이 뒤에서 그의 몸을 관통했던 것이다.

지휘관이 고개를 돌리자, 뒤에 있던 모든 학생이 멍한 표정으로 지휘관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조심해!!

[집단 공격 명령]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제타비는 극심한 통증으로 잠시 기절한 지휘관을 밀쳐냈다.

윽!!

제타비는 지휘관을 품에 안은 채 총알을 막아냈고, 그녀의 파손된 아머에서 불꽃이 튀었으며 전기회로마저 드러나게 되었다.

빗나갔나? 분명히 심장을 조준했는데, 다시 시도해.

[집단 공격 명령 재실행]

(지금 총구가... 선생님을 향해 있잖아!!)

인간 전투복에 묻은 피를 본 아이비그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한 번도 없었던 저항 신호가 명령 실행을 방해했고, 아이비그는 필사적으로 총구를 돌렸다.

명령에 복종해.

………………

명령을 거부합니다.

NO.53명령을 거부합니다, NO.47명령을 거부합니다, NO.39명령을 거부합니다

[제9법령: 경고]

삐삐삐삐삐삐삐... 학생들의 목걸이에서 죽음의 종소리 같은 고주파 음이 울렸다.

어떻게 된 거지? 제9법령이 발동되더라도 명령을 거부하겠다?

마지막 기회를 주마, 너희의 인간 "선생님"을 죽여라.

…………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제9법령: 즉시 실행]

붉은 전류가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사신의 낫처럼 그녀들의 목을 조여왔다.

!!

전류가 서서히 퍼지더니 그녀들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미 늦어버렸다. 모든 상황이 한순간에 일어났다.

제타비는 그녀들에게 달려가 전류를 무릅쓰고 목걸이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법령에 잠겨 꿈쩍도 하지 않았다.

53호, 47호, 39호... 전류에 의해 그녀들의 부품이 하나둘씩 빠르게 분해되고 있었다.

"제타비, 시험 통과하면 같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캐러멜을 만들자.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

"제타비, 에너지 캔에 맛 신호를 너무 많이 넣지 마. 충전 효율에 영향을 미친단 말이야."

"제타비, 해 질 무렵 시계탑에 서 본 적 있어? 시각 모듈로 엄청 넓은 풍경을 수집할 수 있어."

"제타비, 우리..."

………………

전류가 팔을 타고 올라오면서 극심한 통증 신호가 처리 중추를 강타했다. 그럼에도 제타비는 여전히 목걸이를 꽉 쥐고 있었다.

[잔여 에너지 25.48%]

[기체 파손율 51.56%]

제타비의 눈앞에 개체들의 얼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왜 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기억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는 건가?

[제10법령. 긴급 정지]

붉은 전류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들은 전원이 꺼진 듯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마르타?!

비상구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연로한 여성이 나타났다. 보아하니 이곳으로 오던 중 중상을 입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꼿꼿이 서 있었다.

마르타는 미니 형광 큐브를 쥐고 있었는데, 그걸 이용하여 학생들을 갑자기 멈추게 만든 것 같았다.

…………

그녀는 현장을 차분히 훑으며 긴급 정지로 모든 학생들이 죽음을 면했다는 걸 직접 확인했고, 평소 날카롭기만 했던 두 눈에는 피로와 안도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마르타는 제자리에서 쓰러졌다. 지하 지휘실에서 이곳까지 달려오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쳇, 그렇다면...

쾅!!!

도서관 대문이 폭발 기류에 날아가 버렸다.

그윈플렌~ 화려하게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