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s인가? 피드백 회로가 너무 느려. 벌써 클럭 사이클이 몇 번이나 지난 거야.
신경 인터페이스의 적합도가 아직 31.2%밖에 안 되는데, 이래서는 수용할 수가 없겠어.
에너지 공급 모듈은 이 크기가 한계인 건가? 에너지 공급을 연계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어. Ⅵ한테 분배 전략도 학습시켜야겠어. 이 정도 출력으로는 금방 방전될 거야.
하... 아직 문제가 많구나.
유이는 써 내려가던 펜을 멈추고 멍하니 눈앞의 실험대를 바라보았다.
또 다른 그녀? 아니. 뭔가 다른 존재인 것 같았다.
유이처럼 흑백이 섞인 긴 머리를 지녔지만, 그 얼굴에는 미묘한 장난기와 영악함이 배어있었다.
두 눈이 뜨이는 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유이의 산산조각 난 어린 시절처럼 이 세계는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Ⅵ는 완전히 자라기 전까지 유이의 곁에만 있다면, 그런 고통스러운 일을 겪지 않을 것이다.
유이는 자신의 "새로운 탄생"을 보는 것처럼 조용히 Ⅵ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델라웨어 님. 어머, 이 아이는... Ⅵ의 기체인가요?
네. 조금 더 자란 모습을 기준으로 디자인했어요. 정식 탑재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요.
더 기계적인 느낌이 날 줄 알았어요.
아직 너무 어려서요. 각성에 더 가까워졌을 때, 그 의식에 맞춰 더 적합한 외형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왜요?
오늘 기술부를 지나가다가 들었는데, 많은 연구원이 모델을 기체에 탑재했다고 하더군요.
그 기체들도 미완성품이긴 하지만, 실기 테스트에 들어갔대요.
너무 성급하네요. 그 기체들은 아직 조정도 않았을 거고, 육성한 모델도 실기 테스트를 할 수준은 아닐 텐데요.
유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 그럼,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장담할 수 없어요. 아무도 시도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입력 장치가 받아들이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는 걸러지지 않은 거라 새로 태어난 모델에겐 충격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건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죠.
유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Ⅵ의 성과를 본 뒤, 일부 연구원들도 자신의 의식을 샘플로 모델을 생성하기 시작했어요.
델라웨어 님처럼 자신이 자신의 실험체가 된 거죠.
이런 방식을 통해 Ⅵ와 비슷한 모델들을 조정해 냈대요. 더 생동감 있고,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래요? 그들에겐 좋은 시작이네요.
제가 봤을 땐, 다들 좀 어리숙했어요. Ⅵ만큼 귀엽진 않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Ⅵ의 생일이죠?
헤르타는 이 공간을 흥미진진하게 둘러보았다.
깨끗하고 소박했던 실험실이 오늘은 특별히 알록달록한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Ⅵ의 생일이라 간단히 장식만 했어요. 이따가 훈련도 해야 하고요.
생일이 뭐야?
Ⅵ가 제 이야기를 듣고 신나서 튀어나왔다.
생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야. 생일인 아이는 축복을 받고, 소원도 빌 수 있어.
Ⅵ, 네 소원은 뭐야?
유이가 부드럽게 Ⅵ의 캡슐을 토닥였다.
유이가 나랑 놀아줘!
Ⅵ는 신나서 방에 놀이공원을 투영해 버렸다.
생일이라 특별히 골라놓은 데이터셋이야.
에...
Ⅵ이 실망한 소리를 냈다.
델라웨어 님은 오늘같이 특별한 생일날에도 훈련을 시키려고요?
헤르타가 지켜보다 못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데이터셋을 특별히 정성껏 골랐고, 실험실에서 파라미터도 잘 조정할 거예요.
하루 종일 파라미터 조정, 데이터 선별, 코드 작성까지 하시잖아요. 하늘이 선택한 자는 지난번 연결 이후 오랫동안 오지 않고 있고요. 저도 추가 회의가 항상 있어서 바빴어요.
아무도 Ⅵ와 제대로 대화해주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해야 빨리 성장할 수 있어요.
델라웨어 님, 있잖아요.
헤르타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Ⅵ가 지난번에 왜 보안과를 골탕 먹이고 광원을 세계 종말의 모습으로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델라웨어 님도 Ⅵ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어린아이는 외로움을 쉽게 느끼는 존재라고요.
흑흑흑, 헤르타 이모...
언니라고 불러주세요. 꼬맹아!
쿨럭... 델라웨어 님. 생일이니까 Ⅵ와 많이 시간을 보내 주세요. 생일인 아이의 소원은 들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알겠어요.
야호!
하지만 지금 이 장면은 Ⅵ가 시뮬레이션한 거라 실제로는 놀 수 없어. 알지?
맞아.
Ⅵ의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
141호 도시에 음반 가게가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 가면 가상 현실과 관련된 물건이 있을지도 몰라요.
예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한때 그런 제품들이 유행했다고 하더군요. 델라웨어 님과 Ⅵ가 함께 가상 현실 장비에 접속할 수 있다면, Ⅵ와 같이 놀 수 있지 않을까요?
헤르타, 그 가게 위치를 알려주세요.
유이는 꽤 흔쾌히 승낙했다.
좌표를 델라웨어 님의 단말기로 보냈어요.
유이, 나 소원 하나 더 있어.
말해.
이름을 갖고 싶어. 정식 이름 말이야.
그래. 너도 이제 꽤 자랐으니, 때가 됐네.
아이 이름을 다 자라고 나서 짓는 건 없어요! 델라웨어 님도 참...
네. 네. 알았어요. 가는 길에 생각해 볼게요.
유이는 황급히 행렬을 떠났다.
도시 환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화로운 음반 가게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찾는 거 있으세요?
저희 매장에는 황금시대의 DVD, 음반, 복고풍 게임기, 홀로그램 프로젝터 등이 있습니다.
가상 현실 관련 장비가 있나요?
네. 손님, 있습니다. 홀로그램 프로젝터도 있고, AR 안경이나 VR 헤드셋도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보시겠습니까?
이것들 모두 인간이 가상 현실을 체험하기 위한 거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점원은 "인간이 가상 현실을 체험하기 위한 거죠?"라는 질문에 혼란스러워했다.
인간이 체험하는 거 말고, 컴퓨터가 접속할 수 있는 건 없나요?
아... "화이트 박스" 말씀하시는 거군요?
"화이트 박스"요?
큐브처럼 생긴 소형 컴퓨터입니다. 처음부터 AI 모델에게 현실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귀중한 VR 장비입니다.
다른 VR 장비와 달리 데이터가 정교하게 필터링되어 있어서 모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조정이 쉽도록 인간 의식 연결 인터페이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원은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유이는 조용히 점원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워낙 귀중한 물건이라 저희 가게에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데이터 스트림에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괜찮아요. 전 많은 데이터를 걸러본 적이 있어요. 박스 하나쯤은 괜찮을 것 같네요. 얼마죠?
음, 이상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더 이상 활용 가치가 없습니다.
고쳐서 사용하실 수 있다면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사용 전에 꼭 주의하셔야 합니다.
유이는 어렵지 않게 Ⅵ의 생일 선물을 얻었다.
유이는 행렬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생일도 아닌데 묘한 기쁨을 느꼈다.
헤르타 님, 오늘 건강검진을 좀 미뤄주세요.
Ⅵ 선물을 샀는데, 수리할 시간이 좀 필요해서요.
평소처럼 통신 단말기로 헤르타를 호출했다.
응답이 없었다.
헤르타 님? 헤르타 님?
유이는 곧바로 연락하려는 충동을 억제했다.
<size=40>발신 측 통화 요청 및 통신 네트워크 신호는 정상입니다. 발신 측 물리층과 네트워크 장애는 배제합니다.</size>
<size=40>수신은 정상이나 응답 없습니다. 개별 현상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size>
유이는 목록에 따라 각 부서 공용 통신, 부장 개인 통신, 마지막으로 관리자 통신을 순서대로 호출했다.
전부 응답이 없었다.
개별 현상이 아니라 대규모 통신 장애인 것 같았다.
행렬 계획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군사 암호화 채널을 사용하고 있으며 행렬이 통합 관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행렬에 있었다. 10의 -30승 미만 확률의 런타임 이상을 제외하면, 행렬이 실행한 긴급 차단이었다.
무슨 일이 있길래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일까?
오늘 기술부를 지나가다가 들었는데, 많은 연구원이 모델을 기체에 탑재했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이가 걸음을 옮길수록 먼지와 연기가 짙어졌다.
유이 쪽으로 황급히 도망치는 그림자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델... 델라웨어...
연구원이 유이를 알아봤지만, 도망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침식체가 왔어요. 어서 도망치세요!!!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연구원의 몸은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버렸고, 달리던 관성으로 몇 미터를 더 미끄러졌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칠흑같이 짙은 연기 사이로 연구원 뒤로 달리는 그림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쫓고 있었다.
끼익!!!
수년 전 마주했던 공포가 다시 심장을 조여왔다.
감사원 특속 실험실
감사원 특속 실험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죠. 이전 두 번의 임무와 같은 내용이에요. 파오스의 창을 사용해 게슈탈트 서브 단말기에 침입해서 신생 모델을 감시해야 해요.
이번은 달라요. 그 서브 단말기가 퍼니싱의 침입을 받은 게 확인됐어요. 퍼니싱이 그 신생 모델까지 장악한다면...
라스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게슈탈트는 임무 수행자로 여전히 지휘관님을 지정했어요. 저는 파오스의 창 시스템을 조정하러 왔을 뿐이에요.
라스티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침입은 매우 위험할 거예요. 지휘관님의 마인드 표식이 퍼니싱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요.
절대적이진 않아요. 서브 단말기에는 자체 방화벽이 있지만 지휘관님께 주어진 시간도 많지는 않아요.
지휘관님께서는 서브 단말기가 침식되기 전에 그 신생 모델을 구출하거나 제거하셔야 해요.
게슈탈트가 여전히 지휘관님을 지정했지만, 지휘관님의 안전을 고려하면 이 임무는 강제성이 없어요.
침입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은 지휘관님께 있어요.
침입할까 말까?
지난번 게슈탈트의 고장으로 엔진이 정지한 것과 비교하면, 라스티가 이번에 설명한 위협은 사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같았다.
실제로 침식되더라도 그것이 공중 정원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였다.
게슈탈트의 침입 요청은 인간의 관점에서 고려된 것이다. 그럼, 이 임무를 수락하는 건 인간을 위한 결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일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더 직접적인 감정이 있었다.
무언가가 그곳에서 지휘관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이런 "직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라스티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그녀는 가상 키보드에 빠르게 명령어를 입력한 뒤, 지휘관을 뒤쪽 프레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프레임 문이 닫히고 데이터화된 세계가 눈앞에 서서히 펼쳐졌다.
모델 코드네임: 하늘이 선택한 자. 신분 확인 완료됐습니다.
연결 시간이 초과했습니다.
재연결 시도 중입니다.
접근이 거부됐습니다. 포트가 차단됐습니다.
음... 퍼니싱이 서브 단말기의 방화벽을 작동시켜서, 예전의 게슈탈트처럼 긴급 차단 상태예요.
라스티가 다시 몇 가지 명령어를 빠르게 입력했다.
접근이 거부됐습니다. 포트가 차단됐습니다.
………………
포기하시죠. 이건 게슈탈트가 아니에요. 외부 연결자인 우리가 직접 방화벽을 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길게 한숨을 내쉰 라스티가 프레임을 향해 손을 뻗어 문을 열려고 했다.
무슨 일이세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너무 희박해요.
그때와는 성격이 달라요. 당시는 화서의 교란이었지만, 퍼니싱의 침식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뭐...
라스티는 자리에서 기지개를 켰다.
선배님과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볼게요~
끼이익...
델라웨어 님, 조심하세요!!
침식체의 칼날이 유이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 병사 한 명이 그녀의 몸을 밀치고 마지막 한 발을 쏘았다.
왜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거예요?! 도망치세요!
……
참혹한 광경이었다.
짙은 연기로 가득 찬 거리에는 잔해, 철근, 시체들이 뒤엉켜 널브러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큰 소리로 외치던 동료도 검게 그을린 파편들처럼 고요히 그 안에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번도 살아있지 않았던 것 같았다.
공을 세우려고 나대던 바보들이 너무 일찍 기계체에 모델을 탑재하는 바람에 통제 불능 상태가 돼버렸지. 그래서 여과탑의 필터가 파괴됐고, 퍼니싱은 그 틈을 타 침입했어.
호르스트는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중간중간 양복의 먼지를 털고,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여유롭게 걸어왔다.
안에 있던 이들은 거의 다 끝난 것 같군. 나를 호위하던 보안과는 절반이 도중에 죽었어.
호르스트는 사소한 일을 이야기하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Ⅵ는요? 하늘이 선택한 자는요? 헤르타는요?
뭘 걱정하는지 알아. 네가 만든 그 두 모델이 걱정되겠지.
솔직히 말하면, 네 재능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있어. 그 두 모델 없이도 네가 본부에서 일해주길 바라고 있거든.
그런 멍한 표정 그만 지어. 넌 아직 젊고, 갈 길이 멀어. 앞으로 더 가치 있는 것을 만들 기회가 있을 거야.
유이는 멀지 않은 연기 속에서 움직이는 침식체 무리의 그림자를 보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억제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침식체들이 남긴 종아리의 상처가 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흐릿한 살점, 기어가는 몸, 유이는 순간 수년 전 그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햇살 가득한 출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탈출 직전, 그 순간에...
갑자기 날카로운 발톱이 유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수천수만 개의 날카로운 발톱이 유이를 빛없는 지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유이는 그렇게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차에 타. 침식체들이 곧 올 거야.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이 유이의 생각을 끊더니, 검은색 대형 장갑차 한 대가 그들 옆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무기로 가득 찬 내부는 큰 안도감을 주었다.
차에만 탄다면, 확실히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
Ⅵ는? 하늘이 선택한 자는? 헤르타는? 그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본부에서 다른 집행관들이 널 기다리고 있다. 새 실험실도 배정됐고, 새로운 고양이들과 정원 연구용 화단도 마련해 뒀다.
지금 생존 확률이 얼마나 될까? 10%? 아니면 더 낮을까? 눈앞의 참혹한 폐허를 보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절망, 억누를 수 없는 절망이었다. 하지만 결국 오늘 하루뿐인 쓸데없는 감정일 뿐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유이는 내일 본부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날 것이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환경과 풍부한 연산 능력도 얻게 될 것이다.
"Ⅵ는요?" 외침은 점점 멀어져 갔다.
결론은 이미 났으니, 가야 할 것이다.
쳇, 델라웨어가 완전히 겁먹었다. 너희들, 어서 차에 태워!
병사들이 몰려왔다.
탁.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가 땅에 떨어져 굴러갔다. 점점 더 멀리 굴러갔다.
Ⅵ의 생일 선물인 "화이트 박스"였다.
오늘은 Ⅵ의 생일이다. 그리고 Ⅵ는 유이를 기다리고 있다. 선물을 받고, 함께 놀기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야 해. 돌아가야 한다.
어?!
유이는 앞을 막고 선 병사를 밀치고, 비틀거리면서 땅에 떨어진 "화이트 박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뒤로 달렸다.
유이는 배회하는 침식체들을 피해 좁은 통로로 달려갔다.
침식체의 울부짖음, 사람들의 비명, 모든 것이 과거와 똑같았다.
그때는 도망쳤으면서 지금은 왜 다시 돌아온 것일까? 이 생명이 파괴된 연옥으로?
<i><size=60>유이, 정말 바보 같구나.</size></i>
<i><size=60>그동안의 연구와 학식이 널 조금도 성장시키지 못한 거니?</size></i>
인간은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물이란다.
이게 영리한 사람의 선택이야.
너도 언젠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될 날이 올 거다. 그때쯤이면 날 이해하게 될 거야.
<i><size=60>죄송해요. 어머니. 저는 여전히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size></i>
<i><size=60>저는 영리한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없어요.</size></i>
그것들은... 유이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