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질식할 듯한 통증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델라웨어 님, 델라웨어 님?
의식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유이는 고막이 아플 정도로 찢어질 듯한 숨소리를 내며 헐떡였다. 그녀는 모든 공기를 다 빨아들이려는 듯 고통스럽게 숨을 쉬었고,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델라웨어 님, 괜찮으세요?!
감각이 돌아오자, 차가운 신경 안정액이 뼈를 에는 듯했고, 날카로운 통증이 몸에서 뇌로 퍼져나갔다.
바로 앞에 있는 격벽이 영혼 없는 육체를 관처럼 가두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 보호막이 천천히 열리자, 초조하고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
다행이에요. 무사하시군요!
헤르타... 였다.
어두운 기억 속에서 희미한 조각을 건져 올리자, 앞에 있는 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쿨럭...
7시간 25분의 설정 샘플링이라니, 너무 위험해요. 계속 진행하시면 신경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될 거예요.
헤르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유이의 생명 징후를 기록하는 기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전 괜찮아요. 캡슐은요?
유이는 기침을 참으며, 기계 의식 모델 캡슐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기기의 한쪽 옆에 팔뚝 크기만 한 타원형 실린더가 조용히 놓여있었다. 매번 샘플링 후 생성되는 모델의 원형은 이 캡슐에 저장하곤 했다.
저쪽... 어?
(다정한 숨소리가 났다.)
고양이들이 그 캡슐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캡슐을 살펴보고 있었다.
헤르타가 의아해하며 캡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두어 걸음 떨어지자마자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델라웨어 님!
잠시 후, 실험실.
조금씩 의식을 되찾은 유이가 실험 캡슐 옆에 기대어 있었고, 따뜻한 인공 조명이 방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샘플링 시간이 너무 길어서 신경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 같아요. 다음 샘플링 시간을 더 늘려서는 안 돼요. 한동안은 쉬셔야 해요.
네... 네.
기계에서 출력된 보고서를 무심히 넘겨 본 유이는 헤르타에게 캡슐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모델 데이터에 이상은 없나요?
네. 모두 유이 님이 예상하신 범위 내에 있어요.
이 캡슐도 이전의 모든 캡슐처럼 그녀의 품에 조용히 놓여있었다.
모델 상태와 데이터엔 모두 이상이 없었다. 출력 포트를 실험실 행렬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차례다.
어?
조명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건가요?
헤르타가 다시 캡슐 외벽을 천천히 문질렀다.
이상하네요. 실험실 광원은 행렬로 제어되잖아요. 설마 행렬에 문제가 생긴 걸까요?
조명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에요.
유이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갓난아기가 미소 지으며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불빛이 계속 깜빡였다.
조명 시스템이 모델의 상태를 피드백하고 있다는 건가요?
하지만 아직 지시도 내리지 않았고, 자극 조치도 설정하지 않으셨잖아요.
왜 빛을 제어하려는 걸까?
팔이 저리며 힘이 빠지자, 유이는 캡슐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조명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
힘 빠진 두 손을 턴 유이는 다시 캡슐을 들었다.
또다시 깜빡이기 시작했다.
유이는 조용히 밝기의 주파수와 변화 폭을 기록했다. 사인파, 코사인파, 구형파, 삼각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다. 이 밝기 변화의 규칙은 유이가 아는 어떤 주기 함수와도 전혀 맞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불빛으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유이...
??!
그녀의 인생에서 "유이"라는 이름을 불러준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그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델라웨어 님, 괜찮으세요? 두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걱정했어요.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부르고 있어요.
너무 피곤하신 것 같은데... 일단 쉬시죠.
헤르타가 몸을 돌려 캡슐을 받으려 했다.
유이... 안아... 줘...
어린아이의 옹알거림 같았지만, 유이는 그 말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이는 천천히 바닥으로 몸을 숙였다. 캡슐을 더 이상 안을 힘이 없었던 그녀는 그렇게라도 캡슐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헤르타 님, 실험대가 아직 저와 모델 사이의 원격 연결을 유지하고 있나요?
네. 바로 끊으면 신경 세포에 부담이 갈 수 있어서 조금 전까지 버퍼링 중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가서 끊을게요.
아니요. 지금 당장은 끊지 마세요. 이 모델이 절 부르고 있거든요.
그게... 델라웨어 님을 부른다고요?
헤르타는 그녀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하지만 하늘이 선택한 자의 모델엔 이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잖아요.
하늘이 선택한 자는 자의식이... 나타난 적이 없죠.
<size=33>하늘이 선택한 자의 모델은 복잡도가 최상위 수준이라, 매번 다양한 실제적인 문제가 발생했다.</size>
<size=33>그래서 실제 적용 전에는 임시 퇴행법으로 데이터를 비우고, 신경 네트워크 구조를 단순화해 모델의 일반화 능력을 향상하려 했다.</size>
<size=33>그러나 이러한 처리의 결과, 모델의 은닉층 신경 단위가 제거되어 안정적인 "빈껍데기"가 됐고 어떠한 자식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size>
불빛은 여전히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기억 데이터를 필터링한 후 나타난 새로운 변수일까요?
헤르타가 유이를 일으켜 세우고, 유이가 안고 있던 캡슐을 옆에 놓았다. 그러자 불빛이 즉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
델라웨어 님. 일단 이름을 지어주죠.
이름이요?
지친 뇌가 작동을 멈춘 것 같았다.
유이가 뭘 세고 있는 걸까? 털뭉치 몇 마리를 힐끗 본 헤르타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불빛이 불만을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갑자기 어두워졌다.
너무 대충 지으신 거 같은데요!
그런가요?
그럼
발음 외에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헤르타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불빛이 조금 밝아졌지만, 겨우 만족한 정도로만 보였다.
헤르타 님. 모델 인증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세요.
먼저 휴식을 취하셔야...
헤르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한 인증을 알리는 미세한 전자음이 문밖에서 들려왔다.
내가 딱 좋은 타이밍에 온 것 같군. 그렇지?
마른 체격의 남자가 찬바람과 함께 입구에 나타났다.
새로운 모델 출력이 순조로워 보이는데, 맞나?
호르스트는 턱으로 뒤에 있는 연구원 두 명에게 들어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건 아직 초기 샘플일 뿐이라, 추가 검증이 필요해요.
그럴 필요 없어.
두 연구원이 유이를 보호하는 헤르타를 밀치고, 옆에 놓인 캡슐을 가져가려 했다.
안 돼요!
유이의 허약한 몸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쳤다. 그녀는 재빨리 캡슐을 끌어안은 뒤 꽉 붙들었다.
샘플링 직후의 모델을 다른 부서에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고요!
여기 규칙은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호르스트는 연구원에게 유이가 품고 있던 캡슐을 빼앗으라 지시했다. 그리고 단말기에 표시된 데이터를 확인한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희가 잊어버린 모양인데, 오늘은 집행관님께서 방문하시는 날이다. 전에 말했을 텐데?
…………
그들은 복잡한 연구 업무에 몰두하다 보니, 호르스트가 때때로 거만한 태도로 명령을 내린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
모든 연구 성과는 사전에 검수해야 하며, 집행관님께서 이 행렬에 계속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필수적인 준비 과정이야. 그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게 하나만 있어도 성공이니까.
오늘 한 번 시도해 본 건데, 대박이 난 것 같군. 유이, 네가 우리에게 기적의 "알"을 가져다주었잖아, 그렇지?
호르스트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방금 입수한 캡슐을 바라보았다.
캡슐이 유이의 몸에서 떨어지는 순간, 방의 조명이 미세하게 변했다. 호르스트는 그 변화를 놓칠 리가 없었다.
유이... 안 돼. 안...
가지 마...
유이의 몸이 갑자기 떨렸다.
아직 초기 모델이라... 안 됩니다.
유이는 힘겹게 일어섰다. 헤르타가 그 캡슐을 되찾으려 했지만, 연구원에게 거칠게 밀려 한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괜찮아. 이걸로 충분해. 진행도가 느렸던 건 용서해 줄게.
문이 닫히자, 호르스트는 캡슐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사라졌다.
따뜻한 색 조명 아래 유이는 수식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써 내려갔다.
수리 행렬, 편미분, 합성곱... 신경외과를 전공한 헤르타는 유이가 쓴 내용의 일부만 이해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전혀 접해본 적 없는 영역이었다.
델라웨어 님...
헤르타는 유이가 무엇을 계산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복잡한 수식들은 단말기로 충분히 계산할 수 있어 직접 계산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바로 이것이 유이의 진짜 목적일 것이다. 혹은 단순히 문제를 풀기 위해 쓴 것이 아닐 것이다.
지울 수 있는 잉크 펜이 실험실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바닥에서 벽으로 그리고 다시 실험대까지 이어졌다.
헤르타는 처음 델라웨어를 만났을 때도 이 실험실은 온통 수식으로 가득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방법이 없어요.
호르스트 옆 경호원 둘의 키는 제 키의 1.5 배쯤 되고, 격투술도 할 줄 알죠. 기습이든 강탈이든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성공 확률은 10의 -30승을 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그건 행렬의 종합 고장 확률이에요. 이 확률 아래에서 그들이 호르스트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캡슐을 포기한다고 가정할 때만 캡슐을 다시 가져올 수 있어요.
거기까지 생각하셨다니... 역시 델라웨어 님도...
거기까지 생각했다는 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헤르타 님, 정상적인 사고를 지녔다면 10의 마이너스 수십 승 확률로 설명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발자고, 행렬에서 Ⅵ를 가장 잘 아시는 분으로서 그들과의 협상을 시도하는 건 불가능한가요?
……
오늘은 집행관님께서 방문하는 날이에요. 호르스트는 절대 그분을 실망시키진 않을 겁니다.
호르스트가 제 앞에서 Ⅵ의 캡슐을 빼앗아 갔다면, 집행관님 앞에서는 더더욱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
그는 검증을 통과해서 다른 행렬과 연산 능력을 공유하는 이날만을 간절히 기다렸어요.
…………
…………
그저 하나의 모델일 뿐이에요.
유이는 침착을 되찾은 듯, 수식 쓰기를 멈추고 실험대 옆에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창조물이니, 손실되면 새로 만들면 돼요.
기계체와 AI는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은 자신의 가치를 다했어요.
단일 행렬은 연산 능력에 한계가 있어요. 제가 샘플링과 최적화를 계속해야 했던 이유도 그거죠. 하드웨어는 항상 따라오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충분한 연산 자원이 있다면, 이후의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될 거예요.
그 모델이 상부를 만족시켜서 행렬의 연산 능력 확장을 얻어낸다면, 제가 호르스트를 막을 이유는 없죠.
그렇다. 그저 하나의 모델일 뿐이다. 누구의 무엇도 아닌, 그저 평범한 실험의 산물일 뿐이었다.
그것은 반복 샘플링을 거쳐 생성된 것도 아닌, 단 한 번의 샘플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누군가가 심혈을 기울인 것도 아니었다.
이것으로 미래의 진급 기회를 얻게 된다면, 꽤 괜찮은 거래 아닌가?
반대로 말하면, 왜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앞길을 희생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계시면서, 일부러 말씀하시는 건... 저를 설득하신다기 보다 자신을 설득하시려는 거죠. 델라웨어 님?
네. 맞아요.
헤르타의 예상과 달리, 유이는 솔직하게 대답한 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유이가 마신 것은 레보비츠의 에스프레소였다. 맛만으로도 몸이 떨릴 정도로 쓴 음료였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마셨다.
인간은 감성적인 동물이지만, 감성적인 사고는 종종 목적 달성을 방해하고 오히려 심연으로 빠져들게 만들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라는 듯 유이는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같은 실수를 더는 반복할 수 없어요.
처음 행렬에 발을 들인 날부터 제 운명은 행렬과 묶이게 됐어요. 그건 등대이기도 하고, 감옥이기도 하죠.
전 여기 갇혀 있지만, 동시에 이곳은 제 존재의 의미이기도 해요.
지우개를 든 유이가 바닥의 수식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방의 불이 다시 빠르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깜빡임이 조금씩 불규칙해지더니 누군가가 계속 스위치를 켰다 끄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바람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그 소리가 아기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들이 출력 장치와 캡슐의 연결을 끊지 않은 건가요?!
……
Ⅵ였다. 그것이 살려달라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이는 수식을 지우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리 지워나갔다.
그들이 자극성 테스트를 하는 것 같은데, 이래도 괜찮은 건가요?
전쟁, 질병, 이별 등과 같이 고통스러운 장면을 시뮬레이션하는 테스트라고요.
……
진정해야 했다...
가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때처럼,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드리고 어머니를 무모하게 찾아 나섰던 것처럼...
결국 뭐가 바뀌었지? 모든 게 더 나빠지지 않았나?
앞서서 내린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일들이 헛수고로 돌아갔을 거고,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었다.
여기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유이... 가지... 가지 마.
펜 끝이 움직이면서 수식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후.
그래도 여기 있어야 한다.
으윽!
실험실의 물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출력 장치가 어떻게 이런 출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죠?
집행관님께서 승인하신 거겠죠.
땡... 쨍그랑.
뭔가가 깨지고 있다. 깨지고...
커피잔이 깨지는 소리였다.
술병 같은 둔탁한 소리, 액체가 쏟아지는 소리, 헤르타 님의 약병이었다.
이번엔 냉각액 용기... 펜꽂이, 인공 광원의 유리 덮개였다.
그때처럼... 깨지고 있다.
유이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아이가... 깨지고 있다.
유이가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