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1 끝과 시작의 경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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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1-3 의지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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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에서 길게 울리는 기적 소리가 퍼져나갔다.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둘 앞을 가로막았고, 끊임없는 울리는 소음이 그녀의 연약한 신경을 괴롭혔다.

너무 무서웠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

또다시 미친 아버지가 집안의 모든 가구를 부수고 유이를 집 밖으로 쫓아냈다.

유이

제발, 지나가게 해주세요.

넌 뉘 집 애냐? 지금 티켓 사고 있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젠장, 침식체가 닥치면 제일 먼저 너부터 잡아갈 거다!

난민들의 분노에 찬 함성이 배후에서 전해졌고, 공포감에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소녀는 집사가 적어준 쪽지를 쥐고, 인파를 헤매며 어머니의 주소를 찾았다. 어른들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었지만, 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얼굴을 봐야만 했다.

소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서 어머니를 찾아야만 했다.

어머니가 여기 계실까? 알아보실까? 어떤 표정으로 맞이해 주실까?

다정하게 안아주시고, 예쁜 인형도 사 주실까?

아... 아니면 낯선 사람처럼 차갑게 대하며, 방금 마주친 난민들처럼 저주하거나, 아버지처럼 내팽개치실까?

소녀는 어머니의 표정이 궁금하면서도 어떤 모습일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사람들의 그림자를 지나칠 때마다, 상대방의 얼굴과 손에 든 사진을 몰래 비교했다.

이 사람도 아니고, 저 사람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도대체 어디 계실까?

쿵. 유이가 갑자기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서 넘어졌다.

유이

으윽...

혼잡한 군중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햇빛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둘씩 이쪽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허둥지둥 일어났지만, 뒤에서 오는 사람들과 다시 부딪혀 넘어졌다.

유이

어머니... 어머니...

어디 계세요?

??

유이?

따뜻한 목소리와 짧으면서도 부드러운 음절이었다. 이 세상에서 이렇게 유이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

유이야?

연구복을 입은 여성은 다시 한번 소녀의 이름을 불렀고, 도망치는 군중들 사이에서 몸을 숙였다. 유이는 시큰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사진과 비교하려 애썼다.

유이

어머니!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니?

마른 그림자가 희미한 빛을 가리고 있어 어머니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차가운 손이 유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유이야.

유이

어머니... 어머니...

소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목이 터져라 울음을 터뜨렸다.

왜, 왜 저를 버리고 가셨어요? 왜 저를 그 집에 두고 가셨어요?

왜 아버지는 항상 차가운 거예요? 왜 아버지는 항상 술만 마셔요?

왜 아버지는 어머니가 남기고 간 인형을 드렸다고 화를 내시며 저를 쫓아내신 거죠?

왜요?

벌써 이렇게 컸구나.

어머니가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면서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그러자, 먼 길을 오면서 쌓였던 피로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젠 괜찮아.

그렇다. 이제... 이제 다 괜찮다. 어머니 품에만 있으면 모든 고통이 지나갈 것이다.

귓가에서 들리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심장 소리가 자장가처럼 의식을 꿈나라로 이끌었다.

"한 명이면... 돼요. 많이 필요하지 않..."

"하루 열렸... 아래... 승객... 막을 수 없어요."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 주실 수는 없나요?"

"입국 규정... 한 명... 충분히... 명확해요."

희미한 소리에 잠이 깼다. 어머니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유이

어머니?

유이는 깨어나자마자 다시 어머니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럼, 그렇게... 약속하신 겁니다.

창밖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잠시 후 몸을 숙여 유이가 잡고 있던 옷자락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유이야, 짐 들고 배 밑에서 기다리렴.

유이

어머니는요?

짐이... 더 있어서, 정리하고 금방 갈게.

유이는 어렵게 찾은 어머니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유이는 아버지와 지내며 배운 대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기뻐하실 거라 판단했다.

유이는 어머니가 시킨 대로 짐을 들고 배에서 내려 항구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배에서 내려오시면 어디로 놀러 갈까? 케이크를 못 먹어본 지 오래됐으니, 아주 크고 가장 달콤한 생크림 케이크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첫 조각은 엄마한테 드려야겠다! 오랜 시간 끝에 나를 찾았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기적 소리가 울렸다.

**, 이 망할 배가 진짜 떠나네. 난 아직 못 탔다고!

포기해. 전 재산 털어서 배표 살 사람들이 한 트럭이야. 그런데 네가 탈 수 있겠냐?

**, 조금 전 그 여자처럼 애 데리고 와서 동정표 좀 얻었으면, 돈 좀 더 보태서 살 수 있었을 텐데...

유이

배가 떠났다고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어라? 방금 그 꼬맹이잖아? 그 여자가 너 데리고 간 거 아니었어?

유이

어머니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곧 내려오실 거예요!

기다린다고? 기적소리 못 들었냐? 지금 떠나려고 하잖아!

유이

거짓말이죠...

바퀴 축이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승강용 사다리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유이

잠깐만요. 어머니!

유이는 바닥에 떨어진 캐리어를 아랑곳하지 않고, 닻을 올린 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유이

어머니가 그랬어요... 항구로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분명 시간이 급해서 아직 오지 못한 거예요, 제발 좀 더 기다려주세요!

저 배가 어머니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게 틀림없다!

그만 소리 질러, 꼬마야. 모르고 있었던 거야? 애 데리고 있으면 배에 있는 위선자들이 더 잘 봐준다고.

하하, 넌 그 여자한테 이용당한 거야. 배를 타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되고 버림받은 거라고.

유이

그럴 리 없어요. 저의 어머니예요, 어머니라고요. 그러니까...

유이는 자신의 어머니이기에 절대로 다시 버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어머니? 어머니가 뭔데?

난민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세상에서 일단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다고, 어머니, 아버지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퍼니싱의 학살 속에서 다들 자기 목숨 건 지기도 바빠. 이런 시기에 누가 애를 돌보겠냐고.

유이

말도 안 돼요. 그럴 리 없어요. 겨우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떻게 또 절 혼자 두고 가실 수 있겠어요.

쳇, 네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가 없어도, 나중에 자식 하나 더 낳으면 되잖아!

유이

그럴 리 없어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

누군가가 연약한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았고, 유이는 숨을 헐떡였다. 오랫동안 굶주린 탓에 현기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힘없이 넘어졌다가 발버둥 치며 다시 일어났다.

어머니는 분명 내려올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다. 어머니는 분명...

유이야.

"어머니"라 불리는 여자가 갑판 위에 서서 멀리 있는 항구를 바라보았다.

인간은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물이란다.

영리한 사람은 이렇게 선택하기 마련이지.

너도 언젠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될 날이 올 거다. 그때쯤이면 날 이해하게 될 거야.

날 원망하지 말렴, 유이야.

어머니라 불리는 여자가 떠나가는 배와 함께 조금씩 작아지더니 검은 점이 됐고, 결국 깊고 푸른 바다 너머로 사라졌다.

유이는 멀어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온몸의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어머니, 어째서...

음식과 물이 부족한 나머지 눈앞이 자꾸 깜깜해졌다. 하지만 의식은 의외로 또렷했다.

왜 또 절 버리고 가시는 거죠?

왜 절 찾아와서 어릴 때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다가, 왜 마지막엔 또 절 버리고 떠나신 거죠?

"인간은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물이란다."

불필요한 것... 그러니까, 전 불필요한 존재인가요?

다 마신 술병, 더러워진 벨벳 커튼, 깨진 거울처럼 말이죠.

모든 것이 눈앞에서 희미해져 갔다. 그러면서 밀려드는 인파가 빛과 그림자로 뒤섞인 채로 어지럽게 흔들렸다.

대체 왜 이런 걸까?

꼬마야, 그만 일어나. 아무리 기다려도 네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아. 어서 도망가렴. 침식체가 온다고!

유이

침식체?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 온 거니?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와서 줄을 섰는지 알아? 그 배는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배였어.

배는 떠났고, 침식체가 몰려오고 있어. 어서 도망가지 않고 뭐해? 죽고 싶어?

유이 쪽을 험악하게 노려보던 난민은 옆으로 달아났다.

"아..." 먼저 비명이 들리더니, 두 번째, 세 번째, 연이어 울렸다. 유이는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다시 유이가 있는 곳으로 몰려온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면서 앞사람을 밟고 지나갔다.

운이 없는 이는 침식체에게 잡히기도 전에 사람들의 발에 밟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여기서 무릎 꿇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밟혀 죽기 싫다면 반드시 뛰어야 했다. 하지만 사방이 사람들뿐인데 그녀는 어디로 도망가야 할까?

야... 그만 두리번거리고 여기로 와!

맨홀 뚜껑을 연 남자아이가 힘껏 유이를 끌어내렸다. 이곳 맨홀은 유난히 좁아서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남자아이의 손전등이 희미한 빛을 비추자 마른 얼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다른 아이들이었다.

신입, 운이 좋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침식체 무리를 피할 수 있거든.

유이

그럼... 너희들은 왜 여기 있는 거야?

길 잃은 사람들이 헤매지 않게 하려고!

여긴 143호 도시에서 제일 큰 지하 미로거든. 네가 실수로 침식체 있는 쪽으로 가면 안 되잖아!

온몸이 더러운 꼬마들은 신이 나서 새로 온 아이를 둘러쌌다.

더러웠다. 꼬마들은 온몸이 하수구의 진흙투성이였다. 하지만 더럽긴 해도, 따뜻했다. 유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보다 더 따뜻했다.

너도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거야? 괜찮아. 우리도 다 버려진 애들이니까. 우리랑 같이 있자!

그래. 맞아. 우리도 다 버림받은 아이들이야. 우리랑 함께 있자!

남자아이는 흐릿한 손전등 불빛으로 다른 아이들이 물웅덩이를 피해 가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너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더 많이 구해야 해.

그리고 나서 새로운 "가족"이 되는 거야. 형제자매가 되는 거라고! 그럼, 어른이 없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유이

그래도 돼?

당연하지. 우리도 다 이렇게 살아남은 거야.

여자아이가 거친 천으로 만든 망토를 벗어 유이에게 둘러주었고, 남자아이는 자신의 손전등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길을 찾을 수 있게끔 했다.

도착했어. 바로 여기야. 여기로 올라가면 침식체들을 피해 갈 수 있어.

신입, 네가 먼저 올라가. 위쪽이 더 안전하니까, 우리가 뒤를 막을게.

유이

응. 고마워.

텅 빈 곳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유이는 낡은 가죽 신발로 조심조심 하수도를 밟았다. 빛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저쪽이 출구인 것 같았다.

그녀는 녹슨 사다리를 잡고 발을 디뎠다.

그러자 속이 빈 쇠 파이프가 불안하게 삐걱 소리를 냈다.

유이는 "괜찮아. 거의 다 왔어. 곧 도착할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상체를 밖으로 내밀었다.

끽!!!

날카로운 무언가가 그녀의 종아리를 찔렀고, 곧이어 통증이 전해졌다.

사다리 옆에 매달려 있던 침식체가 갑자기 유이를 붙잡았고, 다섯 손가락이 살점 깊숙이 파고들었다.

유이

아!!!

유이는 아이들이 있던 방향을 향해 크게 소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 길은 막혔다고 했잖아."

"재수 없는 애 하나로 시험해 봐야 알지."

"이제 알았으니까 가자. 나머지 길은 다른 놈으로 시험해야지."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랬을까? 새로운 가족이 되기로 했는데,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끽!!!

너무나도 아팠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를 불러야 할까? 아버지? 아니면 어머니? 아니면 조금 전 "형제자매"라고 자칭했던 그 아이들?

그녀는 아무도 부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유이가 이를 꽉 물자 아랫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오른손으로는 허공을 더듬어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마침 날카로운 돌 하나가 손에 잡혔다.

온 힘을 다해 돌을 꽉 쥐었고

그리고 있는 힘껏 내리쳤다! 미친 듯이 아래로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멍든 종아리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차가운 기계 손바닥이 느슨해질 듯하다가도, 유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다시 발목을 세게 움켜잡았다.

너무 아팠다.

종아리가 피범벅이 되어서인지, 침식체는 유이를 잡으려 손을 뻗지도 못한 채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이는 허겁지겁 상체를 움직여 하수구에서 기어 나왔다.

부서졌다.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구"도. 모든 "감정"의 관계는 인간의 거짓말에 불과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손을 세게 움켜쥐자, 날카로운 통증이 뇌로 전해졌고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결국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제부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었다.

유이·델라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