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0 사기술의 황홀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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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19 은빛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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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이 순식간에 수천 개의 파편으로 부서져 떨어졌고, 돔 밖의 황무지에는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산맥의 검은 등마루는 맹렬한 불길에 일렁이다가, 곧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지평선을 따라 뱀처럼 꿈틀거리는 퍼니싱의 기세는 붉은 죽음이 만든 황무지를 짓밟으며, 짙은 어둠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했다.

별들은 불안정한 궤적을 그리며 추락했고, 유리 파편처럼 조각난 빛들은 환영처럼 흩어졌다가, 청아한 파열음과 함께 사라졌다.

붉게 타오르는 균열이 생체공학 피부를 찢고 검붉은 기운을 퍼뜨렸다. 새롭게 열린 틈을 따라 스며든 공기가 얼굴을 스치자, 릴리스는 차가운 쾌감과 함께 확신을 느꼈다.

그녀는 승리했다. 이 위선으로 가득 찬 돔 아래에서, 그것이야말로 유일한 진실이었다.

릴리스

인간은 결함투성이야. 그들은 목표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게임을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거든.

그들에게 유일한 추진력은 재미야.

인간은 어릴 때부터 숙제보다 게임이 더 재밌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지. 게임을 할 때 우리의 뇌는 도파민에 젖어 들고, 지시에 따르는 것보다 직접 주도권을 쥐는 게 훨씬 짜릿하니까.

게임의 쾌락은 결과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순간에 있어.

확률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는 이상, 반드시 판돈이 필요하겠지.

기술과 실력이 판돈을 좌우할 테고, 영광과 치욕,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비싼 대가가 될 수 있어.

그것이야말로 게임에 참여한 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자, 그들의 존재를 정의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인류는 거대한 도박판에서 패배했어. 그런데도 아직도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

황금시대의 마지막 판돈은 영점 에너지 원자로였어. 인류는 모든 미래를 거기에 걸었고.

하지만 결국, 그건 발전이라는 이름의 게임과 참가자,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버렸어.

상식적으로는 적절한 때에 손실을 멈추고, 새로운 베팅 방식을 선택하겠지만, 그들의 낡아빠진 상식은 그러지 못했어.

난 승격 네트워크를 선택했어. 그리고 승격 네트워크도 나를 선택했지.

이건 사실이야, 안 그래?

긴 게임의 끝에, 유일한 승자는 날카로운 은빛 빗속을 홀로 걷고 있었고, 그녀는 마치 새롭게 태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침식체, 이합 생물, 고농도 오염 구역, 적조... 돔 밖의 왕성한 생명력은 생존자들의 뼛속 깊이 각인된 공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릴리스에게, 그곳은 빛나는 놀이공원이자, 새로 발견한 장난감과도 같았다.

그녀는 전투기들이 시설을 포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파일럿들은 계기판의 경고음을 확인하며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공중 정원의 병력은 여전히 붉은 대지와 하늘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머지않아 각자의 운명과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릴리스는 유리 파편이 피부 표면에 축복을 남기는 것을 즐기며, 머릿속으로 자신이 곧 누리게 될 절대적인 힘을 그려보았다.

천국의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지옥의 왕이 되겠다는 자들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이 무너진 작은 세계에서는 그녀가 바로 지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