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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18 킹즈 갬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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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 함교

로프라도스 작전 개시 6시간 전

오늘 이 비공개회의의 목적은 모두 잘 알고 있으니 거창한 말은 생략하겠다. 월리스 총참모에게 군부 극비 작전이라는 명목으로 의회에 예안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게 얘기해 뒀어.

이런 긴급 상황에서는 총사령관이 완전한 독립 지휘권을 가지게 되므로, 누구도 간섭하지 못할 거야.

회의실에 들어선 의장은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선조치 후보고군.

이번 임무가 실패하지 않으리라 믿어.

어이쿠, 벌써부터 다투는 건가?

평소 이런 회의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인물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자,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고.

아시모프가 과학 이사회를 대표해 상황을 설명할 거야.

인류 배신 사건 이후, 최전선에 있는 구조체 부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어.

로프라도스 주변에서 승격 네트워크의 활동이 점점 더 빈번해지면서, 정화 부대가 그 지역에서 미확인 구조체 샘플을 회수했지.

이런 구조체들은 공기 매개체와 접촉하지 않는 내장형 "역원 장치"를 장착하고 있어. 정확한 원리는 아직 분석 중이고, 현재 엔지니어링 진행 중이야.

어쨌든, 이들은 고농도 환경에 상당히 오래 노출되는 게 가능하고, 아마도 이 점이 승격 네트워크가 이 기체들에게 적극적으로 접촉한 이유일 거야.

꽤 괜찮아 보이는데? 군부 구조체들에게도 이걸 설치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린스가 일부러 말을 끊으며 비꼬듯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이 장치를 설치하면 기체는 사실상 일회용 소모품이 되어 버려.

퍼니싱을 ‘흡수’하거나 ‘차단’하는 게 아니라서, 농도와 노출 시간이 임계점을 넘으면 결국 기체는 완전히 침식되지. 의식의 바다는 말할 것도 없고.

어쨌든 임무의 핵심은 기술 회수가 아니라 이 구조체들의 출처를 조사하는 거야.

하산이 옆에 있던 군부 지도자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받았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쿠로노는 황금시대부터 각종 첨단 기술 실험을 독자적으로 "추진"해 왔어. 그렇다면 이 베일에 가려진 구조체들도 쿠로노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

니콜라가 회의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남자를 겨냥했다.

유감이지만, 난 그 괴상한 것들에 대해서 당신들만큼이나 아는 게 없어.

우리의 방식을 잘 알잖아. 정말 그렇게 쓸만한 소모품이 있었다면, 숨겨두지 않고 서둘러 실전에 투입했을 거야. 재난 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도록 두지는 않았을 거라고.

자신의 격을 낮추어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그의 방식인 듯했다.

쿠로노도 이번 조사 임무에 대해 의장과 총사령관만큼 절실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그린스는 과장된 동작으로 양손을 휘저으며, 마치 항복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협력의 성의를 좀 더 보여줘야겠지.

회수한 구조체의 데이터 칩에는 사실 꽤 흥미로운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 "에덴 III형 식민 함선". 혹시 떠오르는 게 있나?

니콜라는 그린스가 이 정보를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물러날 기회를 주는 것도 이번 협력을 위한 필수 전제라고 생각했다.

III형이라고? 에덴 계획은 세계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 아니었나? 공중 정원 이후에도 몰래 후속 모델을 만들었단 거야?

구명선을 만들어서, 이 골칫거리들을 두고 도망가려고?

그린스는 일부러 당황한 척하며 말했다.

제 부친께서는 그 미친 계획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걸 한 번도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어요.

니콜라가 언급한 단어에 그의 표정이 즉시 복잡하게 변했다. 망설이던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네가 쿠로노에 들어간 지 하루이틀 된 것도 아니니, 그들의 방식은 잘 알겠지.

내가 쿠로노에 있을 때, 로프라도스에서 우주 함선 생태권 안정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었어.

전설 속의 보크농 계획도 그룹 재무제표엔 "에덴 III형 식민 함선"의 이론 탐구 프로젝트로 기재됐지.

보크농 계획의 내용은 들어봤나?

네. 부친께서는 동방 계획에 참여하실 때부터 항성 간 항행이 직면할 잠재적 문제들을 평가하셨어요.

그는 환형 창 너머로 펼쳐진 아득한 우주를 바라보며, 마치 냉핵융합로 엔진과 42명의 함대 탐사 대원을 태운 고독한 함선을 육안으로 찾으려는 듯했다.

냉핵융합 원자로와 새벽-III형 비행선이 각각 항성 간 항행의 동력과 항로 실현 가능성을 검증했지만,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식민 함선이 폐쇄된 사회에서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였죠.

현재의 공중 정원은 본질적으로 동기 궤도 위의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지만, 아시다시피 당시 사람들이 구상했던 식민 함선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수천 년,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었어요.

수십 세대가 함선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죽어갈 것입니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일생을 보내게 되는 거죠. 당시의 일부 견해에 따르면, 이런 소규모 사회가 생태 환경을 유지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갖출지는 미지수였어요.

그래서 동방 계획과 뒤이은 에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동안, 의회는 북미 생태 과학 연구소를 설립하여 우주 함선 생태권의 지속 가능성 문제 해결에 전념했죠.

그 역사는 알고 있어. 다만, 당시의 지배적인 견해가 그렇게 보수적이지만은 않았다고 기억하는데?

대다수가 영점 에너지 엔진으로 식민 함선의 동력 문제만 해결하면, 먼 우주에서 새로운 집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어.

맞아요. 쿠로노는 프로젝트의 자금과 핵심 인사권을 두고 벌어진 갈등을 통해 전체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확보했어요.

실종된 몬자노는 당시 연구소를 총괄하며 계획을 책임졌던 관리자였죠.

그는 정보 공개에 거리낌이 없어 보였으나,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보크농 계획의 최종 목표였던 "에덴 III형 식민 함선"은 결국 영원히 항해하지 못할 배일뿐이에요.

밀폐된 함교 안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공기 순환 장치의 기계음만이 조용히 공간을 채웠다.

로프라도스에서 일어난 일인가?

의장이 재차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네. 로프라도스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뉴 넬리스 공군기지가 건설 거점이었어요.

"에덴 III형 식민 함선"은 지하에 건설된 인공 생태권 시험 시설의 코드네임이에요. 시설은 표준 에덴급 식민 함선의 실제 크기와 동일한 규모로 제작되었으며, 우주선 내부의 모든 환경을 완벽히 구현했죠.

시설의 규모는 로프라도스 도시 구역을 관통할 만큼 거대하고, 공군기지 지하 심층부까지 확장되어 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선발된 입주단이 최소 10년간 시설 내에서 거주하며 핵심 연구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급격한 기술 발전과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인해, 장기 실험은 끝내 완료되지 못했어.

과학 이사회의 대변인이 냉정한 어조로 견해를 전했다.

퍼니싱이 폭발하지 않았더라도, 이 시설은 중요한 가치를 지녔을 거예요.

그의 말 속에 담긴 암시는 섬뜩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핵심 시설이 지하 깊숙이 위치하며, 독립형 냉각로와 순환 생태권을 갖추고 있어요. 또한 도시 기능을 완비한 "에덴 III형 식민 함선"은 결과적으로 완벽한 지하 피난기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죠.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토록 오랜 수색을 벌였는데, 결국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활동하고 있었군.

남자가 탄성을 내뱉었다.

모두들 이 계획이 초기 단계에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었죠.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던 유일한 관계자인 케프하트 의원마저 수년 전 종적을 감췄으니까요.

리스트의 설명을 듣자 의장의 잊혀진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케프하트라... 재난 이전의 의회 의원 말인가? 기억이 나는군.

두 쿠로노 관계자가 중대한 비밀을 은폐했던 것처럼, 의장 역시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케프하트 의원. 쿠로노와 협력하여 정체불명의 수송기들을 군부로 은밀히 이전하는 작전을 주도했던 인물.

미궁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이, 이제야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정황이 파악되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주요 관계자들은 몬자노의 지휘에 따라 지하 피난 기지로 대피했을 가능성이 높아.

애초에 이륙할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많은 비행 장비도 무의미했을 터였다.

그리하여 그 귀중한 수송력은 결국 쿠로노의 손에 들어가 거래할 협상 카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들은 공중 정원이 대피권을 제공하기를 기다리지 않았겠지.

통치를 유지하려면 무력과 위신이 필요해.

하늘로 가든, 지하로 숨든, 결국 지구를 되찾고 정상적인 삶을 복구하는 것만이 정통성을 확립하는 유일한 방법이지. 감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도 그게 맞고.

그녀가 독자적으로 구조체 연구를 추진한 이유가 바로 그거야. 게다가 그 성과도 놀랍지.

니콜라의 말이 끝나자, 사령관의 시선이 다시 그린스를 향했다.

몬자노는 원래 쿠로노 출신이었으니, 구조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게 없지. 우리를 너무 얕보지는 마, 옛 부하 양반.

하지만 그녀가 벌인 일은 우리와 무관해.

그린스는 거침없이 반박하며, 마치 악역을 자처하듯 태연하게 굴었다.

빈번하게 출몰하는 구조체가 로프라도스의 승격 네트워크를 활성화했는지와 별개로, 과거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선역을 맡은 이도 협조적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봐. 건설적인 대화가 협력의 시작이니까.

의원들은 명목상 의회의 민선 대표였고, 하산은 그들을 동료로 대우했다.

신중한 사고방식이 곧 행동의 퇴보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제 부친은 은하 식민의 잠재적 문제를 인지하고 계셨지만, 감당해야 할 대가를 피하려 하진 않으셨죠.

새벽-III형 비행선은 출발 후 화학 로켓으로 명령 모듈을 발사하고, 궤도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완성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장비로 수백 년에 걸친 심우주 탐사를 수행해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생태권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험 시설에 숨어 자기기만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터무니없는 일이죠.

비록 짐승 가죽이 몸을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동굴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지 않고 초원 너머의 광활한 세계로 나아가려고 했어요.

황금시대에 빛나던 우주 개척자들을 잊지 마세요. 당시의 우주선은 공중 정원의 1인용 침상보다도 비좁았지만, 그들은 흡수성 속옷 하나에 의지한 채 필사의 각오로 중력권 밖으로 나아갔어요!

때가 되지 않았다는 건 언제나 비겁한 변명일 뿐이에요.

리스트의 말투는 거창한 연설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신념을 꺼내놓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심지어 더 나약한 자들은 빛조차 들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지배할 날이 올 거라고만 믿고 있죠.

우리는 대가를 치르기를 거부하는 기회주의자들을 인정할 수 없어요.

그의 결론과 함께, 쿠로노가 이번 합동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이 명확해졌다.

리스트는 언제나 각오가 대단하다니까.

원칙적으로 로프라도스의 보물들은 쿠로노의 자산이야. 하지만 이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군부와 협력해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지.

그린스가 마지못해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니콜라, 작전 계획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줘.

니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그램 전술 화면을 띄웠다.

승격 네트워크의 활동이 계속되는 걸 보면, 승격자들이 직접 로프라도스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현재 대기 중인 브로드 소드형 공중 전투기 1개 중대와 샤이엔형 중무장 항공기 2개 중대가 공중 및 지상 위협에 대응할 거야.

일반적인 지상전 규모에 맞춰 집행 부대의 구조체들도 투입했어.

임무의 까다로운 특성을 고려해, 정화 부대를 먼저 전투 구역에 배치할 계획이야.

선출된 인원에 대해서는...

크흠...

부자연스러운 기침 소리가 니콜라의 말을 끊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미 적임자를 골라 놨거든.

그린스는 곧장 함교 한쪽에 있는 방폭 문으로 걸어가, 통신 채널의 마이크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들어와.

문이 좌우로 열리며, 누군가가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지도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화 부대 대원, 오블리크입니다.

말을 마친 그녀가 경례를 올렸다.

니콜라 사령관님,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그녀는 재빨리 총사령관에게서 시선을 돌려 그린스를 바라봤다.

이렇게 비협조적이면 곤란한데.

내 명의로 군부 직속 인원을 동원한 건가?

니콜라는 상황을 따지려는 듯했지만, 지금은 과거 동료와 실랑이를 벌일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쨌든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도록 해야 해. 그러니, 오블리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 봐.

그건 말이지...

그린스는 거들먹거리며, 자신이 제멋대로 벌인 일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제가 로프라도스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 도시를 저보다 잘 아는 자는 없습니다.

오블리크는 그린스가 자신을 대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 듯, 그의 말을 끊고 직접 대답했다.

너, 지금...

그린스는 그 말에 담긴 의미에 흠칫 놀랐지만, 오블리크는 불미스러운 과거를 논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몬자노는 쿠로노에서 제가 담당했던 임무 목표였습니다.

그녀는 군더더기 없이 본론을 꺼냈다.

현재 저는 군부에 충성하는 현역 구조체입니다. 이번 연합 작전을 통해 제 과거의 잘못을 청산할 기회를 주십시오.

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참석자들은 그녀의 말에서 단단한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수많은 전투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바 있었다.

승인하지. 선발 전투조의 인원 구성은 네가 결정하도록 해.

3시간 후, 격납고 정비 구역에서 집합한다.

알겠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오블리크는 경례를 하고 함교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드시 완수해야 할 임무였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고민에 빠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엘리너를 마주하게 된다면 오블리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너희들의 요구사항을 말해 봐.

의장은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았다. 쿠로노가 이번 협력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할 것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음? 꽤 호쾌하게 나오네? 그럼 나도 사양할 이유가 없지.

몬자노 쪽에서 새어 나온 구조체가 너무 많아서, 조만간 관련 샘플들을 확보하게 될 거야. 그러니 쿠로노가 기술을 독점하려 한다고 오해하지는 말라고.

하지만 말이지, 그 구조체들은 결국 우리 기술에서 비롯됐고, 퍼니싱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어.

나중에 공중 정원 부대와 충돌이라도 생겨서 오해를 살 만한 일이 벌어지면, 우리도 체면이 안 서잖아?

그래서 쿠로노는 앞으로 로프라도스 지하에서 나온 모든 구조체를 배신한 구조체로 분류할 거야. 최근 승격 네트워크에 접촉한 뒤 배신한 녀석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군부에서도 이 정도 명분에는 딱히 이의 없겠지?

어쨌든 몬자노도 배신하고 도망친 전 쿠로노 인원이니까, 이렇게 정리하면 문제 될 게 없잖아.

로프라도스 사태의 전모를 공개하면 병사들의 사기에도 영향이 갈 테니 그 점은 수용하겠다.

다만, 의회의 융통성 없는 문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가 보장할 수 없어.

니콜라는 의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는 대답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적절한 때가 되면 진실을 밝혀야겠지. 전시 조치가 변명의 이유가 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하는 이상주의자가 될 생각도 없어.

시원시원하네. 이러니까 얼마나 좋아.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앞으로 며칠 동안 다들 바빠지겠군.

의장은 여전히 친절하네. 난 갈 테니까 멀리 나오지 마!

그린스와 리스트가 사라지자, 사령관이 의장에게 다가섰다.

후회하게 될 거란 생각은 안 드나?

그의 말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니콜라는 하산이 또다시 나약한 타협을 했다고 판단한 듯했다.

아직 쿠로노와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어. 이번 협력은 단순히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해.

"겨울 계획"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너도 궁금해하지 않았나?

그게 무슨...

하산의 말에 니콜라가 당황해했다.

쿠로노에서 분리된 옛 프로젝트가 승격 네트워크와 연관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저들이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 건 뭔가 이상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계획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선제공격이 중요한 때도 있지만, 때로는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해.

너무 큰소리치는 거 아니야? 네 의도는 뭔지 알겠어.

그리고… 중요한 건 아니지만, 오래된 의문 하나가 풀렸어.

뭔데?

작전과는 무관한 아주 오래전 일이야. 이후의 일은 네게 맡길게.

니콜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극비 작전이 실패로 끝나면, 의회에서 문책당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야.

인사를 마친 후 사령관도 함교를 떠났다.

의장은 홀로 남아, 환형 창 앞에 서서 푸른 빛을 잃은 모성을 바라보았다.

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군.

수송기의 출처를 밝혀낸 것은 작은 성과에 불과했고, 그것만으로 과거에 묻힌 비극을 되돌릴 순 없었다.

하지만 음모자들이 과거에 어떤 재앙을 일으켰든, 혹은 그 죄악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해도, 그의 결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거짓을 타파하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그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