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0 사기술의 황홀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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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17 유리병 속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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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넬리스 공군기지

로프라도스 근교

황금시대, 10월 3일

북미 생태 과학 연구소의 분류에 따르면, 지구의 계절은 여섯 가지로 나뉩니다. 여름, 가을, 폐산기, 겨울, 개산기, 그리고 봄이죠.

사막 오지에서 살아온 저는 이 자연의 흐름을 누구보다 몸소 체감하며 살아왔어요.

사방이 붉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땅, 그 열기가 늘 대지를 감싸고 있었지만, 겨울이 되면 하얀 눈이 덮이곤 했죠. 그때마다 도시의 묵은 공기가 걷히고, 새로운 숨결이 스며드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가 보크농 계획을 착수했을 당시, 로프라도스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그저 공군기지 부속 도시에 불과했죠.

제 오빠가 운영하던 여관의 오락 시설은 반경 수백 마일 내에서 군인들과 연구원들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휴식처였어요.

겨울이 되면 상점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갔고, 황량한 거리엔 간간이 남은 타이어 자국만이 흔적으로 남았죠.

발 아래에선 모래와 눈이 부딪히며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차가운 새벽 서리가 그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죠.

폐산기가 찾아오면 혹한이 산길을 가로막아 도시로 향하는 모든 길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의 목표는 이 황무지에 독립적인 생태권을 조성해, 쿠로노가 또 다른 차원에서 에덴 계획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죠.

맞아요. 하지만 생존 경험을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됐죠. 우주 함선 속 작은 세계가 수백, 수천 년 동안 자체 순환할 수 있다는 개념은, 이론적으로 진공 영점 에너지보다도 더 허황된 꿈이라는 것을요.

결국 인류의 항성 연구는 지구의 바다나 사막을 탐구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진전을 이루었으니까요.

우리는 이 한계를 극복하는 개척자가 되기로 했어요. 생명의 본질은 우리가 살아온 이 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어떤 이들은 신체 개조를 통해 한계를 넘어서려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의식 업로드로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했죠.

하지만 치명적인 방사선, 진공, 극저온의 위협 앞에서 생명의 근원적 가치를 포기한다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문명이 별을 향해 나아가는 진정한 의미는, 지구 생명과 모성의 모든 것을 먼 세계로 이어가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생태 요람을 복제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크틸라 계획을 이끄는 쿠로노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조카딸의 이름을 빌려 확보한 자원조차, 쿠로노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얻어낸 것이었죠.

케프하트가 '투자자'라고 언급한 방문객의 말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

미래의 비전보다 윤리적 판단에 집중할 거라면, 이 논의를 더 이상 이어갈 필요가 없겠네요.

몬자노 부인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평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꼬마 아가씨가 보여준 강한 결단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뿐이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결국 독자적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쿠로노와의 관계를 끊기로 결심한 것이군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케프하트가 말한 ‘신규 투자자’가 쿠로노가 아니라 당신을 가리킨 것이었나 보군요.

케프하트 역시 두 세력의 균형을 저울질하는 노련한 전략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케프하트를 당신, 저 그리고 쿠로노 사이의 공식 중재자로 내세운 판단이 탁월했네요.

"에덴 Ⅲ형 식민 함선"은 안전장치가 될 것입니다. 크틸라 계획과 에덴 계획이 모두 실패하더라도, 당신이 심혈을 기울인 이 함선이 마지막 희망이 되겠지요.

지나치게 신중한 계획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치밀함이 마음에 듭니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

순간의 악수가 은밀한 거래를 확정 짓는 서명이 되었다.

그 후 베일에 싸인 작가는 로프라도스의 몬자노에게 막대한 자원을 지원했다.

황금시대의 갑작스러운 종말은 오히려 몬자노의 선견지명을 입증했다.

에덴 계획의 핵심이었던 영점 에너지 엔진은, 문명을 파멸로 이끈 치명적인 점화 실험과 함께 소멸했다.

초월적 존재를 창조하려 했던 크틸라 계획도 결국 무너져, 후계자들의 각기 다른 해석 속에서 금기된 실험으로 변질되었다.

몬자노는 경쟁 프로젝트였던 겨울 계획을 평가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

뇌 절제, 신체 개조, 생명체 복제, 의식 전이 등 무수한 실험...

그녀의 눈에 이 모든 시도는 기존 데이터를 재현한 구조체 연구의 변형에 불과했다.

심지어, 그녀는 죽음을 정복하는 궁극의 비밀에 거의 다다를 뻔했다.

다만 그날 헤어질 때 작가가 던진 질문이 아직도 몬자노의 기억 속에 맴돌고 있었다.

기술이 통제를 벗어나기 전에, 우리는 기술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일까요?

자료를 수집하시려는 건가요? 유감스럽게도 그런 고민은 해본 적이 없어요. 과거의 기술이 위협이 될 때마다, 우리에겐 항상 그것을 제어할 새로운 해결책이 있으니까요.

몬자노는 연구의 방향과 진실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 성과 이외의 요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녀의 결정적 오류는, 기술적 이성을 유일한 해답으로 맹신한 것이었다.

함교 갑판

"에덴 Ⅲ형 식민 함선"

"에덴 Ⅲ형 식민 함선", 함교 갑판

대규모 모래 폭풍 직후, 퍼니싱이 거대한 파도를 이루며 도시를 집어삼켰어요.

가까운 시일 내 지표면 복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그녀의 초연한 태도는 몬자노에게 지속적인 불안감을 주었다. 마치 감정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지 않는 듯, 오직 임무 응답 및 수행이라는 두 가지 상태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쁜 거니?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전달해 드렸을 뿐이에요.

지표면 탈환 작업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 위험 요인으로 인해 진행이 중단되었어요.

소녀의 표정은 변함없이 냉정했으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구조체 지상 전투 지휘자의 권한으로, 의회에 전체 상황을 보고해도 될까요?

그녀는 더 이상의 지체가 무의미하다 판단했고, 의도적으로 몬자노의 취약한 심리를 자극했다.

이제 머리가 컸다는 건가? 내 영역에서 함부로 행동하기 전에, 자신의 위치부터 돌아보는 게 좋을 거야.

쇼핑몰 전투 이후의 유출 사건이 네 짓이라는 걸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니?

여주인 역시 더 이상 거짓된 체면을 유지하려 하지 않았다.

농담하시는 거죠? 저도 이곳에 살고 있어요. 자신도 마시는 수원에 독을 탈 멍청이가 있을까요?

릴리스는 마치 자신은 무관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모두를 독살하고 싶어하는... 백독불침인 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내 구조체 원형은 이미 321번째 순환했어. 하지만 네 기체는 대철수 때부터 수선해가며 오늘까지 써오고 있잖아.

퍼니싱을 끌어들이는 게 네가 혼란을 일으키고 우위를 점하려는 방법이라면, 난 네 최후가 안쓰럽구나. 내 사랑하는 조카야.

몬자노는 자신이 직접 키운 독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넌 "적자생존"을 늘 피상적으로만 이해했어. 자신감? 능력? 책략? 기술의 진보 앞에서는 그런 것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

가장 엄격한 시험을 버텨낼 수 있는 자만이 진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자격이 있는 법이지.

"버텨내다" 이 시점까지도 몬자노는 그 단어를 쓰고 있었다.

하하...

그 가벼운 웃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고모는 처음부터 어떤 작가분의 도움을 받고 계셨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트라우트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

꼭 그분을 지목한 건 아니에요. 단지 독서에 관한 작은 소감을 나누고 싶을 뿐이죠.

이런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그렇죠?

재난 전에는 경영으로, 재난 후에는 전투로 바쁘셔서… 정작 저와 고모는 한 번도 솔직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네요.

릴리스는 마치 지난 시간을 되새기는 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과거, 카지노 권력자들의 탐욕이 폭로되며 세계 정부의 허울 좋은 평화가 무너질 때, 몬자노는 그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율했고, 릴리스는 그녀를 경외했다.

하지만 생물이 늘 진화와 멸망을 반복하듯, 절대적인 권위 또한 영원할 수 없었다.

릴리스는 최소한, 몬자노가 만들어준 이 낙원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시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직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환희에 취한 군중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그녀는 분명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언제 입을 열라고 허락했지?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병균은 결코 죽지 않으며,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것은 수십 년 동안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도 있고, 방, 지하실, 짐가방, 손수건, 폐지 속에서 조용히 살아남아 집요하게 때를 기다린다."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릴리스는 여전히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두운 레퀴엠처럼 무겁게 울려 퍼졌다.

"어쩌면 언젠가는 다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일깨워주기 위해…"

"역병의 신이 다시 쥐들을 불러내, 어느 평화로운 도시로 몰아넣어... 그곳에서 죽게 할 것이다."

가장 원초적인 공포, 미지에 대한 공포가 몬자노를 지배했다.

몬자노는 릴리스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권력, 그것은 절대적이며, 반석처럼 단단했다.

설령 내 자리를 빼앗아서 권력자들과 함께 동면 캡슐 속 수천, 수만 명의 평민을 지배한다 해도…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네가 말하는 그 화려한 신분도 결국 더러운 행동을 감추기 위한 위장에 불과해! 이 타락한 세상에서 한때 카지노에서 잔재주나 부리던 꼬맹이를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지배는 위협에서 비롯되는 거야. 넌 누구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어.

엘리너 싱클레어? 그건 이미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썩어 없어진 이름이야!

내가 성과를 들고 쿠로노로 돌아가면... 너도 한몫 챙길 수 있었어! 너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보상이었다고!

몬자노는 뱀의 눈보다도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왕좌에 도전하는 벌레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건 제 이름이 아닌걸요?

이에 릴리스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도 없겠군! 네가 어디서 왔든 아무도 관심 없고! 네 지위를 인정해 줄 사람도 없어!!

넌 카지노에서 태어난 버려진 아이고, 보육원의 문제아이자 괴물이지!

쿠로노나 내가 아니었다면… 넌 탯줄도 자르지 못한 채 쓰레기통에 처박혀 얼어 죽었을 거야! 쥐와 벌레들에게 뜯겨 하얀 뼈다귀가 되었겠지!

릴리스는 눈앞의 그녀가 조금 가련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분노가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몬자노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카드 오픈 전의 심리전 단계에서 먼저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저는 여전히 고모의 조카예요. 그 사실은 변하지 않죠. 고모의 오빠를 죽이고, 이 함선을 건설할 장소와 자금을 제공한 조카 말이에요.

그 조카는 늘 고모께 감사해 왔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고모와 함께 나누고 싶어 했죠.

고모는 그 치명적인 고농도 환경에서 생존하여, 인간의 진화를 증명하고 싶어 하셨죠. 그래서 저는 고모를 위해 그런 고농도 환경을 만들어드린 거예요.

유일하게 성공한 의식 전이 실험, 심지어 수백 번 순환된 구조체 실험도 모두 이런 환경 덕분에 가능해진 거 아닌가요?

결국 퍼니싱에 선택받은 건 고모이실지도 몰라요.

릴리스는 고상한 연설을 마무리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이 정확한 문법과 예의를 갖춘 품위 있는 발언은 오히려 듣는 이를 전율케 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모든 단어가 문장으로 이어질수록, 그것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어!

이성이 흔들릴 때, 몬자노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절대적인 진리뿐이었다.

몬자노의 기체 내 모든 회로에는 퍼니싱이 날뛰고 있었고, 최고 등급의 내장형 역원 장치조차 그 앞에서 무너지려 하였다.

고모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시다면, 간단한 선택 하나만 하시면 돼요.

계속 지껄여봐. 그 썩어빠진 혀를 당장 잘라버릴 테니까! 난 언제든 기체를 교체할 수 있어!

"견뎌내다" 이 시점까지도 몬자노는 그 단어를 쓰고 있었다.

권력은 퍼니싱보다도 강력한 부식성 물질이었기에, 릴리스는 포기하지 못하는 몬자노의 태도에 점점 싫증이 났다.

권력에 매인 자는 아무리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다 해도, 필연적으로 규칙 바깥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

권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생명이다.

가장 소중한 마지막 패를, 목숨을 걸 각오를—그들은 끝끝내 내던지지 못한다.

저는 고모의 기술을 늘 믿어왔어요.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해둘 게 있어요. 전, 고모의 자리를 빼앗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럼 대체 뭘 원해, 설마 복수라도 하려고?

그 오블리크라는 죽은 꼬맹이와 네가 겪은 일 때문에 나한테 복수한다고?!

원흉인 로즈워터를 직접 처단할 기회까지 줬는데, 이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더니! 그 오랜 세월 정성껏 돌봐줬건만, 결국 머릿속에 남은 건 복수 같은 하찮은 생각뿐이구나!

그럼, 고모는 "권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시나요?

로프라도스를 되찾고, 보육 구역을 건설하고, 아이스크림처럼 얼어붙은 평민들을 녹이고...

단 하루도 고생해 본 적 없는 권력자들을 모아 통치 구조를 재건하고, 대중에게 아낌없이 빵이나 나눠주는 건가요?

자원만 충분하다면, 언젠가는 그들에게 서커스도 구경 시켜줄 수 있겠죠.

그날이 와서 그들이 고모를 왕으로 떠받들면, 고모의 기술과 실권이 내분에 시달리는 쿠로노와 공중 정원 의회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실 수 있나요?

릴리스는 감정적인 판단 없이, 사실을 말하듯 계속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신경을 자극하지 못하는 속물에게 더 이상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능력으로 치욕을 씻는 게, 복수보단 낫지 않겠어?

고모가 꿈꾸는 제국이 그보다 더 거대한 적조 속에서 단 하루, 단 1시간, 아니 단 1초라도 버틸 수 있을까요?

자연 장벽 덕분에 이곳이 당장 함락되진 않겠지만, 고모가 위협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날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어요.

퍼니싱은 진화의 다음 단계예요. 하지만 고모의 논리는… 그 진화와는 아무 상관도 없죠.

고모가 보는 질서는, 그저 고모가 정한 질서일 뿐이에요. 미지 앞에서 결국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죠.

그럼, 이 유리병 속의 도시도... 곧 무너지겠죠?

그때, 궤도가 약해져서인 건지, 복잡한 갑판 아래의 깊숙한 곳에서 맹수의 포효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함선 내부를 뒤덮은 퍼니싱이 금속 구조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했다.

함교의 환형 창에서 유리 파편이 튀었지만, 릴리스는 재빠르게 펼친 월산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이야기는 결국, 별하늘을 향한 갈망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그러니 고모와 저는… 별하늘 아래에서 다시 만나는 게 좋겠죠?

릴리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함선이 흔들리건 말건, 그녀의 걸음은 흔들림 없이 가볍고 리드미컬했다.

네 마지막 연회나 즐기시지.

이 유리병 속의 도시를, 네 무덤으로 만들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