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후우...
바닥에는 부서진 서보와 경비 기계체의 잔해가 널려 있었고, 화려한 바닥과 섞여 기묘한 부조화를 이루었다.
격렬했던 전투가 끝나자, 여성 구조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렇게 빨리 퍼질 줄이야. 독한 술보다도 더 강렬하네.
시간은 많아, 너무 서두르지 마.
그녀는 여전히 몸부림치는 침식체를 지나치며, 지팡이처럼 우산을 땅에 내리찍었다.
키이익...
그렇게 마지막 위협도 제거되었다.
원래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이제야 답을 알게 되다니 아쉽네.
소위 말하는 ‘선별’이란, 스스로 체 속으로 뛰어들 각오를 다지는 것이었다.
검역 격리는 해제됐어?
통신 채널에서 고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어요.
시스템 자체 검사에서 침식원을 찾아냈어.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의 데이터 칩에서 미량의 퍼니싱이 중추로 옮겨진 거야.
회수한 뒤에 무해화 처리를 안 한 거야? 죽고 싶은 거라면 내가 소원대로 해줄게!
리볼버의 총성이 울려 퍼졌고, 그 뒤를 따라 군중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몬자노 부인의 분노 섞인 목소리는 그 속에서도 뚜렷이 들렸다.
전에 이미 손을 쓴 그 데이터 칩은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나 릴리스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고모와 자신이 무력으로 위협을 제압하면,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로 정리될 터였다.
이렇게 뼈아픈 교훈이 될 줄은 몰랐네요.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문제부터 해결해!
임시로 검역 격리를 해제한 건 통행을 위해서야.
실험 구역의 긴급 봉쇄 프로그램은 아직 유효하니, 나중에 근원을 조사해서 전파를 해결할 수 있어!
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너는 빨리 하층의 상황을 안정시켜!
말씀대로 할게요.
릴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통신이 끊겼다.
근원이라...
그렇게 간단한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었다.
릴리스는 피식 웃으며, 난감하다는 듯 살짝 숨을 내쉬었다.
그 민감한 센서 어레이는 어떤 미세한 변동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감지해 냈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질소와 산소로 채워진 이 공간에는 퍼니싱의 정보가 모든 틈새에 퍼져 있었다. 너무나 희미해서 감지하기 어렵지만, 그것은 점점 더 많은 숙주를 찾아 달라붙고 있었다.
그것은 감로수이자, 단비였으며, 스스로에게 준 상이었다.
릴리스는 몬자노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역사 속에서 독을 탄 자는 수없이 많았지만, 스스로 독 술을 마신 이를 의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질서의 지배자 몬자노 부인이 확신하는 상식, 그것이야말로 릴리스가 가진 마지막 패였다.
이곳은 그녀의 낙원이었고 시간은 충분했다.
비록 퍼니싱에 대한 이해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는 고모, 결국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퍼니싱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고모는 진작에 그 점을 알고 계셨죠?
릴리스는 온몸을 감싸는 황홀감에 빠져들며, 하층 실험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