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0 사기술의 황홀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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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9 새로운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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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꼬마 아가씨, 내 말 못 알아들은 거야?

나는 폴라드 기관 같은 건 처음 듣는다니까?

쿠로노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별의별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우리 명성에 기대려는 것도 이해는 가.

그린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새로 개조된 구조체를 내쫓았다.

임무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로프라도스의 방어망은 재난 발생 182일 후 완전히 붕괴하였으며, 뉴 넬리스 공군기지는 침식체에 점령되었습니다. 기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는 수집할 수 없었습니다.

그 구조체는 감정 없는 기계처럼, 적어도 다섯 번은 넘게 반복했을 보고를 또다시 읊었다.

그만해!

그나저나... 그 이상한 가면 좀 벗을 수 없어?

이것은 제 전장 인지 장비의 일부로, 인간의 면역 및 조절 기전과 동일합니다.

그녀는 또 다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을 드러내는 건 불필요한 감정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어...

어쨌든, 네 격리 심사는 종결됐어. 해산!

저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겁니까?

이건 전근 명령이야. 너는 이제 군부 직속 정화 부대 소속이 된 거고. 먼저 니콜라 사령관님한테 보고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새로 부임한 비앙카 대장한테 물어봐.

그린스가 굵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몇 번 넘기더니, 오블리크에게 단말기의 공문서를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메이드 모습을 한 구조체가 몸을 돌려 브리핑실을 떠났다.

그러자 말없이 벽에 기대 있던 마른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앉아 있는 그린스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처리해도 괜찮겠습니까?

오블리크는 임무를 완수했어. 아니, 그 이상을 해냈지. 퍼니싱이 우리를 대신해 몬자노라는 늙은 유령 같은 재앙을 제거했고, 오블리크의 충성심도 다시 확인됐어.

그린스는 씹는담배를 한 갑 꺼내 포장을 뜯고, 회색 알갱이를 입에 넣었다.

파란고스키에 대해서는...

그는 구겨진 포장을 책상 아래 휴지통에 던졌다.

허...

동료는 그의 의도를 알아챘지만, 작은 한숨만 내쉬었다.

옛 세상의 일은 그곳에 남겨두는 게 좋겠어요.

리스트, 너 각오가 대단하구나?

그린스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고, 그 표정은 마치 가면극 배우가 쓴 가면 같았다.

어쨌든, 그 늙은 여자의 일은 내가 나중에 처리할 거야.

사태 발생 이후 지상의 전황은 어느 정도 안정됐어. 당장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발언권을 되찾는 거지.

그때 그 거래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톨리드가 그렇게 처참한 방식으로 희생할 줄 누가 알았겠어. 우리 쪽 사람들도 다 저런 각오만 있다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요.

리스트는 위선적인 감동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

언제부터 그렇게 우유부단해진 거야?

그린스의 거침없는 말투에 익숙한 리스트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말했다.

의회의 모든 자리를 지키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그 자리가 있었기에, 우리는 대철수 과정에서 수송력과 무장을 동원해 세계 정부 내 쿠로노에 충성하는 행정 관료와 입법 의원들을 공중 정원으로 대피시킬 수 있었죠.

하지만 케프하트는 로프라도스 우주항에서 오블리크를 쿠로노로 데려온 후 실종됐습니다.

리스트는 단말기를 들어 오블리크의 보고서를 화면에 띄웠다.

보고서 어디에도 케프하트의 행방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도 재난 발생 당일이었죠.

그냥 숨어버린 걸 수도 있지 않아? 너도 알잖아, 매일 떳떳하지 못한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숨 막히는 기분…

언젠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난봉꾼 한 명보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더 신경 쓰이네.

남자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것도 의심스러운 점 중 하나입니다. 케프하트의 배후 인물…

트라우트의 행방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내 생각이 궁금해?

제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요?

그린스가 냉소를 지었다.

재난 이전부터 이런 연구에 집착했던 녀석이 단순 박학다식한 작가였을 리가 없어.

만약 그 녀석이 살아 있다면... 다시 만나는 날…

우리는 그의 힘을 어떻게든 쿠로노를 위해 써먹어야 할 거야.

리스트는 단말기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방금 나눈 대화의 의미를 곱씹는 듯했다.

하나 줄까?

씹는담배를 입에 넣은 그린스는 입가를 씰룩이며, 동료에게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아시잖아요.

정화 부대 정비 구역

네가 그 신입이구나?

정화 부대 구조체 오블리크입니다. 비앙카 대장님께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안녕, 나는 드몽이라고해. 방금 본 남성 구조체는 그냥 "이사"라고 부르면 돼.

쾌활한 성격의 구조체가 다가와 자기소개를 늘어놓았다.

...

난 이사루스야.

비앙카 대장님은 현재 지상 임무 중이야. 우리도 곧 아침 훈련을 나가야 하고.

우선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이곳저곳 둘러봐봐. 훈련에 관심 있으면 이따가 훈련장으로 와도 좋아.

알겠습니다.

우리는 계급이 모두 같으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그럼 먼저 가볼게.

나중에 봐~

그들의 갑옷에는 정화 부대의 상징, '침묵의 눈'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오블리크는 무의식적으로 그 마크와 비슷한 의미의 격언을 떠올렸다. "영원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평생 이런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명령, 임무, 일정...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이 이해할 수도, 이해할 필요도 없는 목표를 수행하고,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공허를 섬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곧이어 오블리크가 정비실의 단말기를 켰다.

정화 부대 임무 데이터 시스템

앞으로 그녀가 직접 처리해야 할 과제들.

완수해야 할 정화 작전들이 차례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순간, 오블리크는 자신의 순환액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이것은...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검색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을 입력했다.

그녀는 쿠로노에 감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신체를 개조한 이후로는 의식의 바다가 무한한 지식과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몸이 개조되기 전, 그녀에게 글자를 읽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러나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i>엘리너 싱클레어</i>

검색 결과 없음

<i>엘리너</i>

검색 결과 없음

...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결과 역시 예상 범위 안이었다.

이 함선의 깊은 곳에서는 정화 부대가 밝혀내지 못할 비밀이 없었다.

이합 생물과 침식체가 점령한 지표면은 이제 그녀가 수많은 임무를 수행해야 할 전장이 되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오블리크는 어떻게든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