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0 사기술의 황홀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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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6 마시멜로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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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드 기관

쿠로노 그룹 비밀 벙커 시설

아무리 조사해도 몬자노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밝혀내지 못했다는 거야?

작전 검토 회의 때 노인네가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한데, 더 보충할 내용이라도 있나?

파란고스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 읽은 로프라도스 임무 보고서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고드윈은 이제 겨울 요새의 심층 시설에서만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그가 자발적으로 이 계획에 참여한 주된 이유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진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로프라도스 쪽은 몬자노의 손을 빌려 '기지'를 정리한 후 계속 감시 중입니다.

결국 "모든 게 순조롭다"는 말뿐이군. 내가 원하는 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야.

트라우트라는 작가는 겨울 계획을 위한 초기 자금을 댔고, 고드윈은 그 돈으로 우리 옛 방안을 기반으로 웻웨어 구조체를 개발했지.

쿠로노가 뜻이 맞는 자들과 협력하는 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우리 눈앞에서 제멋대로 날뛰게 둘 순 없어.

기관은 몬자노가 케프하트로부터 받은 자금이 트라우트의 조종이었다고 의심하고 있어. 하지만 트라우트는 현재 자살 방조 혐의로 구금된 상태고, 다른 작전팀의 심층 조사에서도 그의 수감 사실이 확인되었지.

그럼 대체 케프하트와 몬자노는 로프라도스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특수 요원을 몬자노 곁에 24시간 붙여놨는데, 네가 이렇게 질질 끌다가 제출한 보고서엔 ‘순조롭게 감시 중입니다’ 이 한마디뿐이라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밀실은 파란고스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쿠로노의 지시에 따라, 그녀를 투입한 것은 미끼를 던져 대어를 낚으려는 전략입니다.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정보원은 단호한 태도로 반박했다.

그래서 대체 뭘 증명하고 싶은 거지? 네 말이 사실이라면, 왜 아직도 케프하트가 배신한 이유조차 밝혀내지 못한 거야?

죄송합니다. 그의 행동 기록을 철저히 조사했지만, 특별히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파란고스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고서를 빠르게 넘기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

"12:04, 3/6 EST - 13:01, 3/8 EST 대서양 항공 PA-908편 탑승, 협만 도시의 수소 동력 자동차 공장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 현지 레저 호텔에서 최소 30시간 체류."

"22:31, 6/7 EST - 14:26, 7/1 EST 대서양 항공 TA-3304편 탑승, 구룡 연합 공동체 영내로 입국. 피서산장에서 휴가."

"10:00, 10/2 EST 상무·과학·교통 위원회의 정기 회의 불참. 감시 결과: 개인 주택에서 16시까지 수면 후 배달 음식 주문. 수상한 행동 없음.

일지에 남겨진 기록들은 케프하트의 오만한 조롱을 드러낼 뿐이었다. 동시에, 그간의 감시망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뻔하지. 선거구에서 연임만 하면, 의회에 또 하나의 쿠로노 꼭두각시가 생기는 셈이겠군.

그렇게 돼서 나쁠 건 없지. 그의 일상은 계속 감시하되, 세계 정부 안전 정보국에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로프라도스의 상황이 기대 이상입니다.

파란고스키의 불만이 조금 누그러진 것을 본 요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로프라도스 근교 뉴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는 걸 보고, 몬자노가 대서양 군부의 재무장 계획에 협조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용병 무장 방안이 세계 정부 의회에서 주요 쟁점이 되면서 더욱 그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운송 장비의 물동량과 정찰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시와 공군기지의 이상 움직임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로프라도스 우주항은 다시 민간 공항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몬자노는 더 이상 주요 위협 요인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 대충 알겠어.

그녀는 미간을 문지르며 피로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다 요원의 미묘한 표정을 눈치채고는,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오늘 밤 영점 에너지 엔진 점화식은 어디서 볼 생각이야?

네? 아아...

내일부터 휴가여서, 가족들과 함께 생중계를 볼 생각입니다.

이 세계에서 감정은 버려야 할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개인적인 대화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좋지.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마시면서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

알겠습니다. 그럼 파란고스키 님은...

쿠로노 요원은 자신이 한 말을 자각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

폴라드 기관! 영원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는 즉시 자세를 바로잡고 경례를 하며 기관의 신조를 읊조렸다.

가봐.

부하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취조실과 감옥은 다시 무덤 같은 침묵과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금속 벽면은 인간의 피와 구토물이 얼룩져 있다가, 고압 세척기에 의해 씻겨 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아무리 흔적을 지운다 해도,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멈추지 않았다. 문명은 계속해서 번영했고,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단지 그림자로 남을 뿐이었다.

황금시대라...

그녀의 생각은 수백 미터에 달하는 머리 위 방호 구조물을 뚫고, 끝없이 이어진 지표면의 홍암 설산을 가로질렀다.

그 후, 1만 킬로미터 상공의 궤도를 지나, 얼마 전 달 표면 기지에서 지구 궤도 우주 항으로 옮겨진 거대 함선을 향해 뻗어나갔다.

오늘 밤 이후, 에덴 Ⅱ형은 인류의 희망을 싣고 미지의 영역을 향해 항해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를 옭아매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그녀는 씁쓸한 감정이 들었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금속제 술병을 꺼내어 거칠게 한 모금 들이켰다.

옛 세상을 위하여.

로프라도스 우주항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가동식 당일

그날의 마지막 중형 군용 우주 비행기가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에 착륙했다.

전망탑 위, 검은 피부의 여성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너머, 저궤도에서는 하역 기계가 갈색으로 그을린 거대한 기체에서 화물을 내리고 있었다.

방사능 차단 코팅과 함선 이름을 도색할 합성 페인트입니다. 공사에 필요한 마지막 자재죠.

지상 지원 인원이 데이터 패드의 목록과 대조하며, 후방 지원 상황을 간단히 보고했다.

좋아, 이제 물자 이송 지원하러 가봐.

다들 그 "역사적인 행사"가 보고 싶을 테니, 오늘은 일찍 퇴근해.

그녀는 활주로 너머로 펼쳐진 광활한 모래 바다를 응시했다. 도시는 저무는 태양 빛에 감싸여, 황금빛 장막을 두른 듯 보였다.

만약 순조롭게 가동된다면, 에덴 계획은 성공하는 거겠죠?

그러면 우리 배도 다시 출항하게 될까요?

보크농 계획. 프로젝트에 관여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이지. 그날이 오면, 배에 네 자리도 마련해 둘게.

너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와 시민들, 그리고 도시의 모든 손님을 위한 자리도 마련할 거야.

몬자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지상 지원 인원에게 약속했다. 석양이 산맥 깊숙이 스며들며, 하늘은 점차 붉게 물들었다.

마치 꿈에서 계시를 받은 노아처럼, 지금의 몬자노는 예언자 빙의라도 된 듯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망설임을 드러내서는 안 됐다.

이만 거처로 돌아가셔서 편안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전망대 가장자리에 서 있는 몬자노를 바라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카지노에 손님들이 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겠어.

저물어가는 석양빛 속에서 몬자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기득권층의 무능함과 부패에 대한 혐오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있어 그들과의 협력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럭키 38 카지노 로비

로비는 사람들의 떠들썩한 대화와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 우아한 춤사위로 한층 활기를 띠었다.

이윽고 거대한 스크린이 점등되며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의 생중계 영상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화면으로 쏠렸다.

몬자노가 그곳에 발을 들이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로프라도스의 거물이자 뛰어난 과학 연구자이신 에이드리언느 몬자노 부인을 위해 건배!

세계 정부 의회의 고위 인사가 건배를 제의하며 거만한 태도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했다.

건배! 건배!

수많은 유리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환호성과 뒤섞여 몬자노의 귀를 때렸다.

몬자노 부인! 몬자노 부인! 몬자노 부인!

자, 자, 로프라도스의 주인공은 전 세계에서 오신 여러분입니다.

세련된 화술은 그녀가 지닌 가장 빼어난 재능이었다.

오늘 밤,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몬자노의 단아한 손짓 하나에, 객석의 술잔들이 일제히 식탁 위로 돌아왔다.

곧이어 그녀는 군중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몬자노의 어깨를 스쳐 지나는 일부만이 허례허식 가득한 인사를 건넸고, 대부분은 술잔을 기울이며 다가오는 점화 순간을 기다렸다.

웅성거리는 대화 속에서, 몬자노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몇 마디의 속삭임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우주 이민은 무슨. 그저 마차를 타고 서부로 생계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잖아요.

맞아요. 미지의 영토 개척이란 매혹적인 환상으로 과학계 엘리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뿐이죠.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조차 예측할 수 없는데.

그러니까요. 저 낯선 환경에서 우리가 정착할 수나 있을까요?

그보다... 살아서 도착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크게 웃었다.

술이나 마시죠!

건배!

건배.

점점 메말라가는 지구를 위해.

샴페인처럼 넘쳐흐르는 감로수를 위해.

권력만 유지한 채 무위도식하는 의석을 위해.

안락한 삶을 버리고, 기꺼이 식민 함선에 오르는 모든 바보를 위해.

더 이상 고난이 없을 인간을 위해.

황금시대를 위해.

몬자노 부인이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배는... 결국 끝없는 바다를 향해 떠날 테니까.

몬자노 부인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로비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저택 거실

한편

몬자노 부인이 로프라도스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조사하고, 쿠로노에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제 임무에는 변함없습니다.

감정을 배제한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녀는 드디어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고모도 네게 기대가 큰 것 같네. 안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으셨을 거야.

릴리스가 오블리크의 로봇 의수를 바라보았다.

몬자노 부인께서는 제가 쿠로노에 돌아가서 부인의 내통자가 되길 바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들에게 상응하는 능력을 갖출 것을 강조하셨죠.

그럼, 이 의상은? 네가 직접 고른 거야?

제 신분을 상기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아프지 않아?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면, 고모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구나.

몬자노 부인은 엘리너에게도 의체 수술을 권유하지 않았나요?

적어도... 저는 더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굳어진 얼굴 근육에는 익숙했지만, 말투에 배인 진심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러니까, 고모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인체 실험 때문에 쿠로노와 등을 졌으면서, 정작 이익이 걸리면 평소 경멸하던 기술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시잖아.

이런 수술의 고통은 우리가 원래 맞이해야 했을 결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요?

그는 오래전 아문 흉터를 드러냈다.

하, 그게 뭐가 중요한데? 어떤 결말이든, 우리는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어.

폴라드 기관의 광기가 너를 무자비한 사냥꾼으로 만들었다면, 나는 이 화려한 철장 속에서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어.

릴리스는 매서운 눈빛으로 오블리크를 바라보다가, 정교하게 가공된 자신의 손톱으로 시선을 옮겼다.

넌 늘 이런 삶이 좋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해? 황금빛으로 가득 찬 이 세계가 사람의 눈을 현혹시킨 건 맞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두개골 안 손바닥만 한 작은 영역뿐이야. 그곳만큼은 도금되지 않은 채 우리의 것으로 남아있겠지.

결국 너도 고모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개가 되었구나.

그녀는 인위적인 감정을 담아 슬픈 결론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엘리너.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아직 함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릴리스의 눈에서 붉은빛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이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어디로 갈 건데? 이제 와서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거야?

고모의 오만함이 극에 달하더니, 이제는 내 영지에서 쫓아내려는 거야?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후, 저는 쿠로노 정보 조직 선발대의 일원으로 에덴 Ⅱ형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오블리크는 잠시 망설이더니,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함선의 이름은 지구 곳곳에서 끊임없이 회자되었지만, 최초의 은하계 식민 함선의 승객이 된다는 특별한 영예를 이렇게 담담히 말하는 이는 드물었다.

엘리너... 저와 함께 가시죠. 당신은 몬자노 부인에게 진정으로 충성하지 않을뿐더러, 쿠로노에 충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배신자로 위장하기만 하면, 제가 당신의 승선권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메이드는 냉정한 음성으로 광기 어린 계획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릴리스는 그 말에 담긴 애원을 눈치챘다.

플라스틱 구속 벨트, 마취도 없는 실험, 만난 지 5분도 안 된 누군가를 가장 빠르고 잔인하게 죽이는 일...

배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예요.

장소가 바뀐다고 해서 쿠로노의 본성이 변하겠니? 정말 순진하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별들도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별들 말이죠.

어쩌면 엘리너께서 저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겠죠.

그 모든 기억을 이 행성에 남겨두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겁니다.

로즈워터... 저는 이제 누가 그를 죽였는지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과거는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죠.

오블리크의 갑작스러운 마지막 고백은 릴리스에게 그녀의 결심을 확인시켜 주었다.

얼마나 비참한가. 그녀는 폭우 속을 떠도는 짐승처럼, 안식처는커녕 숨 쉴 틈조차 찾지 못했다.

고려해 볼게.

그 순간, 릴리스는 정말로 망설이는 듯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기를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시계에서 스무 번째 종소리가 울리더니, 창밖에서 중심 도시의 불꽃놀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의식이 시작되려나 보네.

생중계를 보시겠습니까?

점화에 성공해야 네가 말했던 그 일들이 비로소 현실이 되겠지.

오블리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마치 오래전 잊혀진 기억마냥 낯선 표정이었다.

네, 간식을 좀 가져오겠습니다.

곧이어 릴리스는 홀로그램 스크린의 버튼을 눌렀다.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며, 문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연호를 바꾸지 않아도,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이날을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변혁이며, 청춘기와 작별하는 성년식이자, 인간이 더욱 성숙해지는 위대한 전환점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의 관객들이 스크린, 홀로그램 투영, 대형 디스플레이 앞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는 게슈탈트의 최초 가동에 비견될 만큼 장엄한 의식입니다.

30분 후, 이곳에서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의 첫 점화 실험이 시작됩니다. 만약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에덴 Ⅱ형은 올해 안으로 영점 에너지 엔진을 탑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황금시대의 결정체인 이 함선이 인간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출항할 것입니다.

릴리스는 볼륨을 낮추어, 그 흥분된 목소리가 불꽃놀이의 소리에 녹아들게 했다.

인간은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 고난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그들 앞에는 정복의 길만이 펼쳐져 있다.

별들의 바다, 우주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모든 걸 정복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간식이 다 떨어졌네요. 급하게 마시멜로 쿠키라도 만들었는데, 이거라도 맛보세요.

메이드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간식을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릴리스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채로 홀로그램을 응시하고 있었다.

인간은 불가능해 보였던 시련을 수도 없이 극복해 왔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은 때로는 상으로, 때로는 저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이 세계에 순풍에 돛 단 듯한 행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엘리너, 한 조각 드시겠어요?

역시 대답이 없었다.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 점화까지 5초 남았습니다.

엘리너?

역시 대답이 없었다.

릴리스가 몰두하는 모습을 본 오블리크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신성한 의식을 지켜보듯 집중하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간식을 자신의 입에 넣었다.

마시멜로의 달콤함과 통밀 비스킷의 바삭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너무 달아.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점화됐습니다.

<color=#ff4e4eff><size=60>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점화됐습니다.</size></color>

1호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점화됐습니다.

그 순간, 홀로그램 속 아나운서의 얼굴이 파문처럼 일렁이며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왜곡된 목소리가 기계음과 뒤섞여 거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모든 것이 갑자기 멈췄다.

홀로그램의 푸른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창밖에서 들려오던 축하 음악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거실에는 오직 희미한 달빛만이 남아, 방금 전까지의 온기와 대조되는 깊은 적막을 드리웠다.

?!

신호가 끊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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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발전의 희생자로 남아야 했던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통쾌한 해방이었다.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오블리크조차 낯설게 느낄 만큼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의 여운이 길게 퍼지며, 고요히 내려앉은 달빛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