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하인처럼 굴어야 했고, 재봉사처럼 행동해야 했다. 몬자노 부인과 아가씨 앞에서는 언제나 몸을 낮춘 채,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보여야만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엘리너 아가씨.
오블리크는 침실로 들어와 능숙한 손길로 찻상 위에 하얀 냅킨을 깔고 식기를 정리했다.
그녀는 오직 왼손만을 사용했지만, 그 동작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마치 천을 재단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완벽했다.
너는 안 먹어?
엘리너가 식사용 나이프와 포크를 가리키며 가볍게 물었다.
그건 몬자노 부인의 지시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트레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금테가 둘린 원형 접시 위에는 허니 머핀, 스크램블드에그, 바삭한 베이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엘리너 아가씨의 취향을 고려해, 커피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너와 오래 함께한 사람이라면, 그녀가 아침 식사에 커피를 곁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 내가 먹으라고 명령하면?
...
오블리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어. 보아하니 고모 말씀을 잘 들어야 하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네.
엘리너의 가시 돋친 평가를 들은 메이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어붙었다.
이 공간에 변명의 여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엘리너 아가씨, 그렇지 않습니다!
아가씨?
어떤 호칭으로 불러드리는 게 좋으신가요?
우선 그 역겨운 앞치마부터 벗어.
오블리크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곧바로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그렇게 변장을 벗어 던지자, 몸에 꼭 맞는 작전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 이제 식사 하시겠습니까?
지금 내가 네 임무 대상이란 거야? 다음은 독이 든 술이라도 주려는 건가?
제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오블리크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쿠로노가 제게 내린 임무는 원래 몬자노 부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의미가 없어졌죠.
그분이 쿠로노의 유배자라면, 저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몬자노 부인과 함께 그들에게 복수하려는 거야?
엘리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아이처럼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쿠로노에게 원한이 없습니다.
정말? 유명한 가게의 사장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벽난로 화재로 죽었다는 걸 나보고 믿으라고?
엘리너는 정확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찔렀다.
... 전 지금의 생활이 좋습니다.
실상을 공개하면, 엘리너도 이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오블리크는 자신이 무심코 실언했음을 깨닫고, 즉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겪으신 일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음? 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의 웃음소리는 기묘하게도, 마치 가면을 벗어 던진 듯한 해방감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블리크도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는 걸 느꼈다.
사과할 게 뭐가 있어? 결국, 술잔만 가득 채우면 도박꾼들은 자리를 뜰 수 없고, 교묘한 속임수 하나로 그들의 재산을 내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잖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환상 같은 건 애초에 없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이런 즐거움보다 태엽 인형처럼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엘리너가 온전히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 듯했다.
엘리너가 행복하다면, 그게 저의 행복입니다.
오블리크는 최대한 듣기 좋은 말로 그녀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화제를 돌리네? 쿠로노가 너에게 뭔가를 숨기는 법은 잘 가르쳐 줬나 봐. 그런데 정작 내가 단어 하나를 더 알려주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것 같네.
엘리너를 감싸던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사실 엘리너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메이드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어조는 미묘하게 부드러워졌다.
오블리크는 엘리너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일을 듣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엘리너가 어떤 세계를 살아왔는지 알고 싶었고, 겨우 다시 타오른 촛불이 꺼지는 일만은 없기를 바랐다.
오블리크는 여전히 엘리너와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화재가 일어난 그날 오후, 저는 급송 소포를 한 개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죠.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더니, 뭔가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접혀 있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행동이 종료되거나 중대한 상황 변동이 일어날 시, 기관은 실물 우편으로 지령을 하달한다."
"안전을 고려해, 소포는 수령인의 상황에 맞게 위장되어 전송된다. 읽은 후 반드시 소각할 것."
엘리너가 갑자기 조례의 원문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그런 것들은 기억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건 당신이 살아갈 세계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오블리크는 종이를 펼치던 동작을 멈추고, 다소 놀란 듯한 눈빛으로 엘리너를 바라보았다.
그 모든 걸 겪었는데,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 말에, 오블리크와 엘리너는 말없이 서로만 바라보았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엘리너였다.
서류 가방에 새겨진 양복점의 금박 표식과 종이 상단의 기관 표시를 보고 어느 정도 짐작했습니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 저는 그분을 찾아볼 생각도 못 했어요. 그저 찢어진 커튼을 벽난로 속으로 던져 넣기만 했습니다.
엘리너는 오블리크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쿠로노는 처음부터 저를 무시했던 거겠죠? 수신인이 저 밖에 안 남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굳이 글자로 전달하려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복종만 가르치는 그 기관에서, 오블리크는 지식을 배울 기회를 꿈꿀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 눈빛에는 깊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엘리너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됐어, 그렇게 기 죽지 마. 그건 기관이 정보국을 포기할 때 따르는 표준 절차였을 뿐이야. 네 잘못이 아니었어.
엘리너는 상대방이 계속 이야기하기를 바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저는 몬자노 부인의 프로젝트가 이미 중단됐고, 정보국이 사실상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뒷수습은, 그저 제가 지시에 따라 수행한 마지막 임무였죠.
하지만... 그들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가능하다면, 그 편지에 정확히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오블리크는 엘리너 앞에서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남의 뒤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종이를 펼쳐 엘리너에게 건넸다.
엘리너는 그것을 받아 들고 가볍게 훑어보더니, 판결문을 낭독하듯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한파"에 진입했으며, 감시 목표는 가치가 없다. "자수가위"는 폐기가 가능하므로, 청소 작업을 실행한다. 부속 자산은 자체 처리한다.
메이드는 한때 그 목소리에 가장 의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단어 하나하나가 그녀의 영혼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 암호문의 의미를 설명해 줄래?
엘리너는 이미 그 뜻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무구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태연하게 물었다.
"한파": 겨울 계획.
"자수가위": 로즈워터.
"부속 자산": 오블리크.
쿠로노는 몬자노 부인의 적들에게 자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로프라도스, 정보국 그리고... 저까지도. 모두, 버려도 되는 것들이었죠.
오블리크가 갑자기 부자연스럽게 말을 멈추었다.
그렇다면 몬자노를 감시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블리크... 내게 설명해 줄 수 있어?
이전의 고고한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녀는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듯 조용히 손을 뻗었다.
몬자노 부인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저는 정말 쿠로노로 돌아가야만 했나 봅니다.
저는 답을 알아야겠습니다.
접시 위 팬케이크는 이미 시럽으로 눅눅해졌고, 갈색 시럽은 케이크 가장자리를 따라 흘러 훈제 스테이크의 반쯤 굳은 버터와 섞여 있었다.
밀려오는 혐오감에 메이드는 처음으로 엘리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메이드는 결국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수천억의 재산을 상속받은 아가씨가 어쩌다 오블리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된 걸까?
한때 엘리너의 행복이 곧 오블리크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엘리너는 과연 행복했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고, 그녀는 본능에 따라 살아갔다. 고모를 모시고, 구속 벨트로 자장가를 연주하는 법을 배우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로프라도스
2년 후
예술과 기술의 도시라고? 흥, 그저 그럴듯한 변명일 뿐이지.
부인은 단말기로 최근에 받은 보고서를 훑어보며, 경멸스럽다는 듯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에는 은빛이 반짝이는 도시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도시는 화려하다 못해 퇴폐적인 유흥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밑에 첨부된 글이 이 허상을 찢어버렸다.
<컨스텔레이션 도시 건설 기념식 개막, 4대 경제체의 해당 도시 투자금이 쿠로노에 의해 북아시아 실험 시설로 비밀리에 전달됐다.>
내가 트라우트와 접촉했을 때 얻은 정보처럼, 이건 완전히 케프하트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어. 쿠로노는 이미 모든 자원을 사형수 인체 실험의 후속 프로젝트에 투입했지.
네, 오블리크가 이미 그 편지의 내용을 털어놓았어요.
공손하게 몬자노의 곁에 서 있던 엘리너가 동의한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니까... 로즈워터를 제거한 게 오히려 쿠로노의 뒤처리를 도와준 셈인 거네.
그렇다면, 오블리크도 우리에게 쓸모가 있겠어. 그녀를 회유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몬자노 부인은 자신이 시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기양양해하며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예리함이 실험실에서도, 명리의 각축장에서도 결코 흔들린 적이 없음을 확신했다.
그녀의 프로젝트는 인간의 미래와 관련된 것이며, 미래의 적은 완전히 말살되어야만 했다.
케프하트를 통해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한 트라우트 씨는 도대체 무슨 의도였을까요?
엘리너는 겉으로는 순진한 질문을 던지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몬자노를 떠보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내가 언제까지 알려줘야 하는 거지? 손님이 계속 돈을 지불하는 한,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 마.
추궁은 카지노에서 금기시되는 행동이었기에, 몬자노는 대수롭지 않게 얼버무렸다.
다음 목표는 북아시아 생명 과학과 진화 연구소야.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내 사랑하는 조카가 동상에 걸리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방한복을 꼭 챙기도록 해.
고모 말씀대로 할게요.
소녀가 허리를 굽히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