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0 사기술의 황홀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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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3 도시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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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A/1절 - 소개 및 개요

1A/1a: 현행 <과학 기술 진보 및 보장법> 제1092조를 폐지한다.

1A/1b: 인간의 기본권은 신체적 특징, 행동 및 외형에 근거하여 보장되며, 유전적 특성을 이유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

1A/1c: 개인의 유전정보는 그것이 원래의 것이든 변형된 것이든 관계없이, 그 어떤 차별이나 권리 제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1A/1d: 연구 목적의 생물 시료 수집이나 데이터 확보를 위해 치료 혜택 또는 금전적 보상을 조건으로 하는 임상실험은 금지된다.

1A/1e: 인간의 유전정보는 외래 DNA나 합성 유전자가 도입되는 등의 유전적 변형이 있더라도,인간으로서의 지위는 보장받는다.

1A/1 f: 인간과 그 신체 구성요소는 그 어떤 개인, 단체 또는 기관의 재산적 권리 대상이 될 수 없다.

1A/1g: 인간에 대한 모든 형태의 복제는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7월 13일, <대서양 헤럴드> 1면 대표 기사,

"세계 정부 의회, <인간 생명권 및 생체의학 시험 보호법>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 사형수 대상 인체 실험 계획 최종 폐지"

발전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라져 왔습니다.

당신들이 흘린 피와 땀이 이런 처참한 결과를 낳았으니, 그 헌신이 헛되었다는 얘기예요.

그녀는 태블릿의 뉴스 피드를 확인하며, 손님이 직접 준비한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셨다.

럼의 양이 너무 많네요. 단맛이 데킬라 본연의 쌉쌀한 맛을 가려버렸어요. 제 조카가 만들었다면 화이트 민트 한 잎으로 이 불균형을 잡았을 텐데요.

그녀는 칵테일 글라스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손님의 조주 실력을 평가했다.

바텐더 친구에게 특별히 배운 레시피입니다. 독창적인 시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발의 남자는 교묘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눈짓을 보냈다.

럭키 38 카지노에서 오셨다고 했죠... 혹시 그곳에서 제 조카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당신네 사람들이 그 애와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폴라드 기관 요원들의 보안 수칙이 많이 느슨해진 모양이군요. 이렇게 공공장소에서 정체를 드러내다니...

그저 적당한 미끼를 쓴 것뿐입니다. 눈에 띄는 사설탐정 한 명이 주의를 끄는 동안, 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당신 조카의 날카로운 눈은 피할 수 없었죠. 엘리너가 아니었더라면, 리볼버의 비밀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이런 날이 선 대화는 그 둘만의 독특한 인사법 같았다. 잠시 후, 대화는 자연스럽게 핵심으로 향했다.

에덴 계획... 쿠로노는 아직도 그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네. 영점 에너지 엔진은 이론적으로 검증된 기술이기 때문에 구현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하지만 식민 함선의 생태 내부 순환 시스템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초기 거주민의 적정 수, 번식 계획, 생물군락 시스템 구축까지... 게다가 무기물 순환의 수용 한계까지 고려해야 해서,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무한 에너지를 품은 거대 우주선이 10년간의 긴 항해 끝에 마침내 광속의 25%에 도달해,

이제 겨우 오르트 구름을 통과할 수 있게 됐는데... 승객들이 전부 축적된 이산화탄소와 유기 폐기물로 사망하는 모습을요…

슉——유령선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끝없이 표류하겠죠!

그는 비웃듯 엄지를 치켜세운 뒤, 양손으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흉내 내었다.

몬자노 부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며 가벼운 냉소를 던졌다.

결국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체 강화 기술에 주목했던 것이군요.

네. 하지만 언론의 개입이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었죠. 쿠로노가 유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고, 사형수들은 자발적으로 실험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이로운 합리적인 방안이었습니다.

언론은 끊임없이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과학 실험을 마치 비인도적인 학대처럼 왜곡해서 보도하더군요.

<공공안전정보 통제법> 초안을 수차례 발의했습니다만, 의회 동료들은 이 사안의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론사들과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보도는 스캔들보다 훨씬 더 떠들썩하더군요.

"… 최근 쿠로노 그룹의 기밀 연구시설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관련 법안에 대한 의회의 심의 절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몬자노는 태블릿을 천천히 들어 올려 화면을 넘기며, 차가운 냉소를 담아 뉴스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초월적 존재가 되는 길은 막힌 것 같네요. 이제 우리도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북미 생태 과학 연구소의 전 주임님…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인정한다면... 결국 당신이 제안하신 대로, 완벽한 생태계를 갖춘 우리의 요람을 우주로 옮기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겠군요.

케프하트의 태도는 예상외로 담담했다. 그는 실패를 마주하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교묘하게 상대를 칭찬하는 말을 덧붙였다.

이제 사람들이 저를 로프라도스의 거물이라 부르더군요.

당신의 오빠네 부부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덕에, 엘리너의 법적 후견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셨죠. 재산은 그 아이의 몫이 되었지만, 실질적 권한은 모두 당신 손에 들어왔고... 꽤나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 드시겠네요?

설마... 쿠로노를 위해 예산을 청탁하러 오신 건가요? 본인의 위치도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허황된 욕심을 부리시다니...

너무 차갑게 대하진 말아 주세요. 이번만큼은 정말 간절한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뉴 넬리스 공군기지는 로프라도스 우주항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군수 시설과 발사 기지가 남아있습니다.

32대 우주 환경 시뮬레이터의 검증 작업이 치올콥스키 우주 도시에서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설령 식민 함선이 심우주 항해를 견딜 수 있다 하더라도, 우주 함선 생태권 내의 인류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쿠로노가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위험 분산이라는 핵심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연구소의 경험과 공군기지의 시설이 바로 보크농 계획을 재개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보자고 제안드립니다, 몬자노 부인.

케프하트의 목소리는 점차 격앙되어 가고 있었다. 단순한 제안으로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새 열정적인 연설로 변모되었다.

사업을 논의하면서 비용 계획을 언급하지 않으시다니, 이런 식의 접근은 적절치 않습니다. 구체적인 예산안은 준비되어 있으신가요?

몬자노 부인의 지적은 매우 타당했다. 몇 년 전 쿠로노가 몬자노의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것도, 야심 찬 신규 계획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느라 북미 생태과학 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생명 보장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자기기만에 불과합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이 아닌, 지구 생태권 자체를 우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이 연구소가 폐쇄될 당시 쿠로노에서 주장하셨던 핵심 이념이었죠.

그렇다면 쿠로노의 후속 프로젝트는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통해, 극한 환경 적응이 가능한 개량된 인류를 창조하는 것이 목표였겠네요?

얼마나 비현실적인 계획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하네요.

당신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번엔 평소라면 접근조차 불가능했을 투자자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죠. 아직 마무리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고 하셔서, 오는 10월 중 로프라도스 기지를 방문해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을 직접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몬자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술잔을 탁자에 내리쳤다.

경솔한 제안에도 선이 있어야 합니다. 허황된 약속으로 신뢰를 기만하는 자들의 최후가 궁금하시다면, 도시 외곽 공동묘지의 무덤들이 그 답이 될 겁니다.

저는 세계 정부 의회의 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뿐입니다. 개인적인 권력이나 재산은 없으며, 순수한 중재자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의 전부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씀드리자면, 로프라도스의 밤거리는 여전히 그 매력을 잃지 않았더군요.

케프하트는 의도적으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여름밤의 라이트쇼는 카퍼필드도 극찬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방문 기간이 마침 시즌과 겹쳐 기대가 큽니다.

더 이상 논의할 사항이 없으시다면, 이만 자리를 떠나겠습니다.

금발의 남자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하시죠.

오랜 인연을 고려해 한 말씀 드리자면, 이곳 도시 경비대의 많은 이들이 쿠로노 그룹의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당신이 평화롭게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니, 참고해 주세요.

걱정 마세요. 저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정도를 벗어나거나 신뢰를 배반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케프하트는 창가의 여주인을 향해 등을 돌리며, 손을 들어 OK 제스처를 취했다.

엘리너 아가씨... 이렇게 마주치다니. 급한 용무는 잘 마무리되었나요?

복도 저편에서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실루엣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모의 손님이시군요. 그때 불미스러운 상황을 목격하시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케프하트, 엘리너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

건너편에서 들려온 몬자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퇴장 명령이 담겨 있었다. 그가 케프하트의 이름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두 분, 편안한 시간 되세요.

케프하트는 현관 쪽으로 재빠르게 걸어가며, 상황을 이해한 듯 조용히 문을 닫고 사라졌다.

대화를 엿들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그리 멀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요.

케프하트는 이 공간이 감시의 눈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그런 실수를 저지를 만큼 경솔한 사람이 아니야.

몬자노가 턱을 살짝 들어 테이블 위에 놓인 단말기를 가리켰다.

고모의 예견대로, 로프라도스의 연구 자원을 고모의 기존 프로젝트에 재투입하려는 건가요?

케프하트의 제안은 신뢰할 만해.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네가 이전에 겪었던 그 사건이야.

폴라드 기관의 민간 탐정과 쿠로노 소속 의원이 공조한 것은 기밀 유지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사례야. 더구나 그 노인네는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외부 투자에 의존하지 않지.

의식 업로드와 인체 개조 연구가 실패로 끝난 직후에 생태권 연구를 재개한다는 결정을 내린 타이밍, 이건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 의심스러워.

소녀는 소파 옆에 조용히 서 있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여주인을 향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났습니다. 고모께서는 늘 가르치셨죠.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적기를 놓치지 말라고요.

소녀가 조심스레 의견을 꺼내자, 몬자노는 단숨에 화제를 이어갔다.

예상치 못한 유리한 패가 나왔을 때, 순수한 행운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확률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은 딜러와 상대방이 교묘하게 설계한 덫이라는 걸 깨닫게 돼.

순간의 변화도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어. 중요한 건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거지.

먼저 유리한 패를 확보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승산을 계산하고 역전의 순간을 기다릴 수 있겠어?

결국, 조작된 게임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기회라는 말씀이군요. 위험을 감수한 만큼 승리의 대가는 남다르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네 의견을 묻는 게 아니야.

몬자노는 소녀의 말을 차갑게 끊어냈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제 발언이 부적절했군요.

쿠로노 내부의 이념 대립이든, 아니면 교묘한 기만극이든, 직접 상대하기 전까지는 실체를 파악할 수 없을 거야.

더욱이, 이번 기회야말로 보크농 계획을 되살릴 마지막 전환점이 될 거야.

그녀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이으며, 창밖의 불빛을 향해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화려한 건물들 사이로 정교하게 배열된 네온사인들이 빛나고, 투광등은 초여름 밤하늘을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게임은 영원한 생존의 법칙이었다.

몬자노 부인

세계 정부의 출범 이후, 과거 사람들이 예견했던 역사의 종말은 한낱 순진한 착각으로 치부되었지.

인류는 모든 한계를 도전하는 데 광기 어린 집착을 보였어. 에너지, 공학, 생물학... 모든 분야에서 극한을 추구했지. 마치 칠일칠야 만에 통천탑을 완성하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말이야.

그때의 광기 어린 갈망에 사로잡혀, 나는 프레드의 제안을 거절하고 쿠로노 그룹의 연구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어. 이제는 고인이 된 그가 편안히 영면하기를...

부인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엘리너를 살폈다. 엘리너의 표정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는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연신 한탄의 말을 쏟아냈다.

몬자노 부인

로프라도스는 쾌락의 정점을 보여주는 곳이지. 인간이란 정말 모순적인 존재야. 이성의 한계를 도전할수록, 더욱 강렬하게 원초적 욕망을 분출하려 들지.

퇴폐와 향락의 도시가 지닌 자원이 인류 최후의 탐험을 위한 밑거름이 되다니... 운명의 역설이 아닐 수 없군.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야.

엘리너

고모,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보크농"이란 말의 의미를 여쭤봐도 될까요?

몬자노 부인

노인네가 심취했던 어떤 소설에서 따온 것이란다. 비록 그 작가는 정신적 혼란에 시달렸던 의사였지만...

쿠로노 사람들의 그 섬뜩한 발언들을 들을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지.

난 내가 쏟은 정성과 노력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표현하는 걸 선호해...

"<color=#ff4e4eff><b>에덴 Ⅲ형 식민 함선</b></color>".

몬자노의 시선이 유리창 너머로 스쳐 지나갔다. 빼곡히 자리 잡은 고층빌딩들이 그의 시야에 걸렸고, 엘리너는 몬자노의 마음이 이미 도시 북쪽 외곽의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뉴 넬리스 공군기지. 별들을 향한 인류의 도전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안전장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위치 불명

코드네임: 겨울 요새

6개월 후

천년의 혹한이 바위를 깎아내며 남긴 흔적들이, 바위마다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눈보라와 거대한 산맥 사이에 숨겨진 보루는 이 극북의 땅에 남은 마지막 문명의 흔적이었다.

여기가 "북아시아 생명 과학과 진화 연구소"인가요?

헬리콥터에서 내린 남자는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섰다. 그는 고글을 벗어 올리며 웅장한 산맥을 바라보았다.

상인

흠, 이것이야말로 연구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보여주는군요.

정갈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비행기 계류장에서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상인

고드윈 선생님의 뛰어난 업적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도 보았죠. 실험실에서 일어난 작은 사고로, 선생님의 연구가 눈엣가시처럼 되어버린 사람들에 의해 모두 무너져 버렸다고 하더군요.

다행히도 적절한 시기에 나타난 후원자 덕분에, 선생님의 혁신적인 연구가 빛을 잃지 않게 되었습니다.

폭발 사고 당시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CB103 샘플은 현재 제가 모시는 분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선생님의 귀중한 연구 성과가 세계 정부 산하 4대 강대 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여왕벌 계획이든, 그 외의 그럴듯한 제안이든, 이제는 더 이상 논의할 마음이 없습니다.

노인네가 그 과격한 자들을 등용한 덕분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던 비전이 순식간에 좌절되었습니다. 그들의 방해 공작은 대중의 우려나 언론의 질타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었죠.

상인

사장님께서도 모든 상황을 잘 알고 계십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해서는 의식 융합 같은 비현실적인 시도가 아니라, 기계 개조를 통한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여기서 연구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안부를 전하셨는데, 이분의 성함을 들으시면 아마 기억이 나실 겁니다.

상대방이 간결한 디자인의 명함을 건네자, 고드윈은 그것을 받아 확인했다.

그 뉴스에 출연하셨던 의사이자 작가이신 그분인가요? 저처럼 연구실에만 있는 사람도 익히 알고 있죠.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이니 이런 비인도적인 실험에 투자한 거겠죠.

고드윈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인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남자는 방금 착륙한 고드윈의 헬리콥터에 재빨리 올라탔고, 프로펠러가 작동하자 눈발이 휘날리며 고드윈의 얼굴을 할퀴듯 스쳐 갔다.

살을 에는 한기가 느껴지자, 그는 방한복의 지퍼를 목까지 올려 단단히 여몄다.

정말 춥군...

지구와 잠재적인 거주 가능 세계 사이의 아득한 광년은, 지금의 인류에게 마치 결코 넘을 수 없는 혹한기와도 같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인류도 요람을 벗어나려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의심스러운 계약서에 서명하고, 이 극한의 실험 현장까지 오게 된 이유였다.

이곳에서 인간은 진화의 궁극적인 한 걸음, 영생을 향해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철걱철걱...

무거운 기계축이 돌아가는 소리에 고드윈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검은 철문이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림자 속의 투자자가 이미 세밀하게 모든 세부 사항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이었다.

고드윈은 눈 덮인 먼 산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몸을 돌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통로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