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0 사기술의 황홀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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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0-2 8발 리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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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가 너 같은 독사는 키우지 말았어야 했어! 이건 그가 죽... 그가 떠나기 전에 내게 직접 한 말이야! 오, 주님 용서하소서!

너 같은 흉악한 건 조만간 지옥에나 갈 거야!

하필 유언장에 너를 유일한 수혜자로 지정하다니! 죽을 때까지도 마음이 너무 약했어!

그런 성격 때문에 필리스한테도 농락당하고...

21:50 PM

7월 13일

???

(멧돼지 가죽에 달라붙어 피나 빨아대는 거머리일 뿐이지. "농락"이란 말은 오히려 과분한 표현이었어.)

(그리고 그 늙은이... 정말 역겨웠어. 전두엽 절제는 면했지만, 칼로 뇌를 파서 기억을 도려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

여러분들 모두 보셨죠! 이 사람 사기 쳤어요!

그건 당신 실력이 문제잖아요,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그녀를 생각에서 끌어냈다. 엘리너는 이내 공손한 미소를 띠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까지 쓰러뜨리며 꽤나 격렬한 말다툼이 오가고 있었다.

손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괜찮습니다. 평소처럼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보라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재빨리 탁자 쪽으로 다가가, 어린 외모와는 대조되는 성숙한 말투로 달래듯 이야기했다.

서로를 비난하던 두 사람의 태도가 순간 바뀌었다. 이 게임에 무관심하던 다른 플레이어들조차도 갑자기 공손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엘리너 아가씨,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보통은 2.5배로 베팅하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판국에 10배를 베팅한단 말입니까!

이런 걸 대담하고 신중하다고 하는 거죠. 당신도 좀 배우시지!

입 다물어요!

그의 침이 옆자리 플레이어의 얼굴까지 튀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옆에 있는 소녀 쪽으로 돌아섰다.

아무튼 저 사람은 카드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운이 좋아서 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카드를 뒤집어 봤더니, 에이스 페어에 하트 에이스가 있더라고요!

보기 드문 행운이 찾아온 것 같은데요. 손님께서는 게임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가요?

소녀는 차분한 태도로 대화를 이끌며, 말다툼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요즘은 기계체가 카드를 섞고 나눠주죠. 당연히 이곳의 장비들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까요? 저는 테이블에 어떤 카드들이 나왔는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 사람 분명 사기를 쳤습니다!

카드를 기억하는 게 새삼 자랑할 일도 아닌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당신은 이미 하트 에이스를 받았잖아요. 어떻게 마지막에 똑같은 카드가 또 나올 수 있죠? 이렇게 뻔뻔하게 저급한 사기를 치다니...

그의 항의는 주변 플레이어들의 불평에 묻혀버렸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크게 한 판 이겨 주머니를 채우고 싶어 했고, 이런 불필요한 소동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방해 요소일 뿐이었다.

저희는 도시 전체에서 통일한 심판 장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테이블의 딜러 기계체의 기록을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전 잘못한 게 없어요. 이 사기꾼의 정체를 밝혀내야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엘리너가 능숙하게 인간형 기계체 뒤편의 패널을 몇 번 조작하자 게임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홀로그램 투영이 테이블 위에 나타났다.

이 작은 소동은 옆 테이블의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이의를 제기했던 플레이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거기에는 게임의 모든 순간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분명 문제가 있어요!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요!

다른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쯤에서 마무리하시는 게 좋겠네요.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지금까지 획득한 칩을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보안실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시죠.

엘리너는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말 속에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어...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결정했다.

엘리너 아가씨도 바쁘실 텐데… 이쪽은 제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소동이 진정되자, 플레이어들은 다시 기계체에게 카드를 섞으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금속음이 테이블을 울리자 사람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우리끼리 전통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방금 운 좋게 게임에서 이긴 상대에게 제안을 건넸다.

그의 오른쪽 팔꿈치는 테이블 가장자리에 가볍게 걸쳐져 있었고, 손에는 리볼버가 쥐어져 있었다.

하, 취향이 꽤 고전적이시네요?

일부 규칙들은 바뀌지 말아야 했어요. 이제는 딜러와 실랑이를 벌이는 재미마저 완전히 사라져 버렸네요.

공정한 대결에는 항상 심판이 필요합니다. 어떤 형태로든요.

제안 하나 하죠... 엘리너가 총알을 장전하도록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전 떳떳하니까 두려울 게 없습니다.

승자는 쉽게 도전을 받아들였고, 곧 사방에서 휘파람 소리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법적으로 총기 소지가 허용된 도시였지만,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실제로 감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엘리너의 입가에는 더욱 과장된 곡선이 그려졌다.

손님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이 카지노뿐만 아니라 로프라도스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녀는 순식간에 도전자의 손에서 무기를 빼앗았다. 총기의 주인은 뒤늦게 항의했지만, 엘리너는 개의치 않았다.

이봐요, 조심하세요! 그거 위험한 물건이라고요!

이건 제 명예가 걸린 일입니다! 제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대신 이 게임을 마무리해 드리죠.

손님들이 이런 위험한 대결을 벌이게 된 건, 어쩌면 제 불찰이겠죠? 그렇지 않나요?

이어서 소녀는 장난감을 다루듯 능숙하게 약실과 공이를 점검했다.

그녀의 얼굴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퍼필드-포스버리 더블 액션 연발 리볼버라니, 요즘에는 정말 보기 드문 물건이네요!

<color=#ff4e4eff><b>8발 약실</b></color>에 357 매그넘 탄약을 장전할 수 있고, 고전적인 디자인을 재현했죠. 수집가들을 위해 제작된 물건인데... 이런 특별한 물건에는 그에 걸맞은 특별한 규칙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엘리너는 마치 자기 물건인 듯 능숙하게 다뤘다. 큼직한 리볼버는 그녀의 가느다란 하얀 손가락과 어울리지 않을 법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야말로 이 총기의 진짜 주인처럼 보였다. 이윽고 엘리너는 총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직접 <color=#ff4e4eff><b>두 발의 총알</b></color>을 장전하시죠. 그럼 패배할 확률은... 4분의 1이 되겠네요.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직접 게임의 위험도를 높이겠다고 나섰다.

테이블 주변의 구경꾼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쉬었다.

물론 손님께 돈을 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운 좋게 이기게 된다면, 소원 하나만 들어주세요, 어떠신가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모두가 숨을 죽였다. 카드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조차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이끌려, 상금과 전략 따위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전 이의 없습니다. 그렇게 하죠!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새끼손가락을 우아하게 들어 올린 채 총신을 잡고, 그립을 도전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총을 낚아채더니, 실린더를 홱 열어 주머니에서 황금빛 총알을 꺼냈다.

그는 총알을 가볍게 공중에 던졌다가, 회전하는 실린더로 떨어지는 것을 받아냈다. 교묘한 묘기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기대했던 화약이 터지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총은 마치 윤활유가 말라붙은 듯 멈춰 버렸고, 방아쇠를 당겨도 실린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참 성급하시군요. 뭐, 괜찮습니다. 손님께 순서를 양보해 드리는 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총이 막혔으니, 첫 발은 제 쪽에서 시작하는 걸로 하죠.

총을 받아 들자 손잡이에서 불쾌한 끈적임이 느껴졌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순간 긴장된 공기가 다시 감돌았고, 그녀는 침착하게 이마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광기에 찬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기대하던 총성은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몰입하던 군중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고, 이어 실망한 탄식과 분노에 찬 아우성이 걷잡을 수 없이 들려왔다.

평소 점잖던 플레이어들조차 가식적인 자존심을 내려놓고, 위험이 주는 짜릿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생사를 건 대결에 홀 전체가 들끓었다.

유감이군요.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순수한 미소와 함께 손에 쥔 리볼버가 건네지자, 도전자는 벼랑 끝에 선 기분이 들었다.

이건 그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단순히 카드 게임에만 능숙할 것이라 여겼던 엘리너였지만, 지금 그녀는 죽음의 룰렛 앞에서도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부드러운 곡선에서, 남자는 날카로운 낫 날을 떠올렸다.

네, 네... 제 차례죠...

다시 한번 방아쇠가 당겨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심판의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계속하시죠.

소녀, 도전자, 소녀, 도전자... 죽음의 순서가 교차하며 이어졌다. <color=#ff4e4eff><b>여섯 발</b></color>의 사격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노련한 플레이어는 마치 영원한 시간에 갇힌 느낌이었다. 땀방울이 그의 관자놀이에서 시작해 목덜미를 적시며 천천히 흘러내렸다.

여섯 번의 격발. 여섯 개의 빈 약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진실...

리볼버는 이미 엘리너의 손으로 돌아왔고, 그것은 마치 무거운 죽음과도 같았다.

잠... 잠깐만요! 포기하겠습니다! 제발 그만합시다!

두 개의 실탄이 엘리너의 손에 있었군요... 하하, 운명의 장난이네요. 이쯤에서 엘리너의 승리로 하는 게 어떨까요…? 제발…

사방에서 격렬한 항의가 쏟아져 나왔지만, 게임 당사자의 단호한 결정에 다들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 되죠, 규칙입니다. 단순히 카지노의 규칙이 아니라... 저와 손님들 간의 약속이기도 하죠.

약속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거예요.

아직 피비린내가 퍼지지도 않았는데, 홀은 이미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리고, 손님께 미리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저는 운 같은 건 믿지 않아요.

확률만 믿죠.

엘리너는 다시 총구를 이마에 들어 올려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가 당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혼돈을 잠재웠고, 광기 어린 아우성은 순식간에 죽음의 정적으로 바뀌었다.

1초, 2초, 3초.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은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카드 테이블 맞은편의 남자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보라색 머리카락과 담담한 미소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선명히 보였다.

소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멀쩡했다.

그녀의 미소는 마치 연못 위로 퍼지는 잔물결처럼, 카드 테이블을 둘러싼 군중에게 전염되었다.

리볼버가 비어 있었군요! 당신이야말로 사기꾼이네요!

그,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총알을 장전하는 걸 분명히 봤어요!

충격에 빠진 남자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여러분, 그렇게 심하게 몰아붙이지 마세요.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답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에요.

그녀가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자 공이와 실린더가 작동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미쳤군요!

아니, 저 실린더는 사실... ! 그런데, 대체 어떻게…

죽음 앞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미치광이 그 자체였다.

소녀의 모든 움직임은 마치 카지노 주인의 위엄을 보여주려는 듯 절제되고 우아했다.

예상대로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그녀의 표정에는 더 이상 흥미가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승리가 보장된 게임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마지막 한 발은 제가 쏘았군요. 아무래도... 생존자는 저겠네요.

손님과 함께 즐기고 싶었는데, 저 혼자 승리를 독차지해 버렸네요. 하지만 용서해 주실 거죠?

이 게임은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 끝나는 룰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살아남았다면, 이는 무승부가 아니라 반칙이었다.

카드 테이블 맞은편의 남자는 이미 넋이 나가 있었다. 그는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 얼굴의 그 어떠한 근육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은 어떻게 알았던 거죠...

어머, 이해가 안 되시나요?

그녀는 당당하게 실린더를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

청량한 소리와 함께 손가락 마디만 한 금속 탄피 두 개가 카드 사이로 굴러떨어졌다.

가장 가까이 있던 구경꾼은 진실을 확인하려는 듯 재빨리 탄피를 집어 들었다.

이거 봐요! 사기꾼은 바로 저 사람이에요! 이건 분명 빈 탄피 두 발!

저를 비난하더니, 결국 허세 부리는 사기꾼이었네요!

그는 자신의 무고함이 밝혀진 것에 안도했고, 주변의 구경꾼들도 긴장된 신경을 풀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소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카퍼필드-포스버리 더블액션 리볼버의 기본 모델은 중량이 56온스, 즉 1,587g입니다.

그녀는 해명을 요구하는 주변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이 손님의 안목이 특별하시더군요. 총기의 장식은 상당한 품격을 갖추었습니다. 손잡이의 마노 다이아몬드 장식과 총신의 도금 작업을 고려하면, 완성품의 중량은 약 1,800g 정도로 예상됩니다.

357 매그넘 탄은 표준 리볼버 탄환에 비해 더 무겁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탄환 1발당 15g의 중량을 가집니다.

따라서 탄환 2발이 장전된 상태의 총기 중량은 1,830g에 달하며, 추가 장식이나 개조에 따라 무게는 더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color=#ff4e4eff><b>빈 탄피 2발</b></color>만 장전했다면, 사실상 탄환이 없는 것과 같은 무게가 됩니다.

담담한 설명에도 침묵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숙련된 도박꾼이라면 각 무늬별 카드의 위치는 완벽히 추적할 수 있고, 주사위 조작 같은 기술은 기본에 불과합니다.

제가 배운 건 바에서 익힌 기본적인 무게 감별법뿐입니다. 손님들의 전문적인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요.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것이 쑥스러운 듯, 테이블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수줍게 목례를 건넸다.

어떠신가요, 손님?

말도 안 돼... 이런 정교한 감각은 숙련자도 갖기 힘든데... 하물며 저 어린 계집아이가...

격앙된 남자는 자신의 말실수를 순간 자각하고 말끝을 흐렸다.

앞서 드린 얘기는 분위기를 풀려고 한 농담이었습니다. 손님 말씀이 맞아요. 미세한 몇 그램의 차이를 구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매그넘 탄약의 경우, 일반 탄약보다 화약량이 많을 뿐, 결국엔 소형의 고성능 폭발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평두탄 형태를 사용하죠.

손님께서 장전하실 때 보여주신 교묘한 손놀림을 보고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평두탄과 일반 탄환은 전문가의 눈으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죠.

그런데 손님의 손놀림은 실로 인상적이었어요. 분명 정식 훈련을 받으신 분이겠죠.

이류 킬러든, 삼류 사설탐정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정체가 드러난 상대에게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도시 경비대! 도시 경비대는 어디 있습니까? 이 파렴치한 자를 당장 끌어내세요!

맞아요! 더 이상 판을 망치지 말아주세요!

차가운 금속음에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일제히 멈췄다.

소녀는 의자에 기대 있던 월산을 들어 바닥에 내리쳤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녀가 줄곧 숨기고 있던 무기를 발견하고 숨을 삼켰다.

뭐가 그리 조급하세요. 진정한 게임의 묘미는 승부를 확인하는 순간에 있잖아요?

승자의 특권으로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네요. 손님의 실수는 일순간의 격정에서 비롯된 것이니,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없던 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근거 없는 비난과 무질서를 방치한다면, 우리가 지켜온 규칙과 신뢰도 함께 무너지고 말 테니까요.

엘리너는 우아하게 고개를 틀며, 사건의 주동자를 향해 차가운 웃음을 날렸다.

노련한 베테랑이시니, 여유 자금도 넉넉하실 테죠. 고용주께서 제시한 급여도 상당했을 테고요.

소녀는 당사자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그걸... 어떻게...

남자는 저항할 의지마저 잃은 채,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어머나, 숙녀의 비밀을 캐묻는 건 실례 아닌가요?

오랜만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네요. 멋진 승부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것 같은데... 오늘의 술값은 손님께서 전부 내시는 게 어떨까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남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어정쩡하게 손을 흔들었다.

기계체 웨이터들이 쟁반을 들고 군중 사이를 지나가자,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흥미진진한 가십과 넘치는 술잔, 그리고 통 큰 후원자의 등장까지. 오늘 밤 로프라도스는 다시금 환희에 취해 물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축제의 열기가 무르익기도 전에, 소녀의 모습은 어느새 출구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홀 구석에서 자신을 노리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려는 듯 행동했다.

흥미롭군... 아주 흥미로워. 기대 이상의 재목이야.

???

상황은 어떻지?

모니터링 결과, 럭키 38의 방문객 수가 평균치를 초과하여 홀 내부를 점검하고 왔습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작은 분쟁도 신속하게 해결했습니다.

???

직접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기계체에 이상이라도 있었던 거야?

그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용의자가 사용한 총은 쿠로노 정보국 폴라드 기관의 무기를 불법으로 개조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소속을 노출한 의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는 분명...

쿠로노가 활동을 재개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녀는 모자 안쪽에 은닉한 통신기를 비활성화한 후, 맞은편 고층 아파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