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9 새벽과 황혼의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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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9-19 뒤를 따르다

이렇게 된 일이야.

수국화 섬에서 돌아온 후, 난 성갑충의 새로운 리더가 됐어.

물론, V 녀석이 강요해서 그렇게 된 거지만 말이야.

팔지는 말을 하며 술이 들어간 박하사탕 하나를 공중으로 던져 올린 뒤 한입에 삼켰다.

그러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의료 로봇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난 예전에 네가 왜 그렇게 많은 임무 보고서를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

이번에 전투 환경이 복잡하다면서, 적조 확산 과정, 의식 투사 반응, 수국화 섬 환경 조건 등등 온갖 걸 전부 보고서에 자세히 쓰라고 하더라고.

내 여섯 개 손을 다 사용해도 처리 못 할 거 같아.

팔지, "슈트롤"한테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계속해서 눈을 깜빡거리는 의료 로봇이 헤바와 같은 의문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성갑충의 전임 리더가 희생된 후, 그가 술에 취할 때마다 이 로봇을 안고 헛소리를 했었기에 슈트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기묘한 공양을 받고, 말 없는 심리 상담사 역할도 해주었다.

아무튼 임무 목표를 잡지 못한 처벌로 성갑충은 지금 휴가 중이야.

적조의 위험도가 너무 높아서 니콜라도 뭐라고 하지 않더라고. 오히려 V 그 임무에 미친 녀석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지.

바렐리아 말로는 이건 휴가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감금일 뿐"이래.

있잖아. 슈트롤.

팔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갑자기 진지해졌다.

너는... 내가 성갑충의 리더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왠지... 리더가 되려면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이런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 너도 나처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보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아무튼, 난 아직도 두려워. 주변에 있는 이들을 또 잃을까 봐 무서워.

그러니까, 시간 날 때 예전처럼 잔소리 좀 해줘. 그럼, 내가 박하사탕 줄게.

팔지는 말을 이어가며 일어섰다. 그제야 "슈트롤"이 받은 공양물이 너무 많아 머리 위에 작은 산처럼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즈의 베개, 오블리크의 가위, 헤바의 점술 카드, 그리고 다른 술친구들이 준 각종 알코올 전해액 등등.

슈트롤과 교류하는 이들은 공중 정원 전체에 퍼져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털어놓고 싶을 때마다 이렇게 의료 로봇에게 자신만의 선물을 두고 갔다.

아껴 먹어. 이건 공급 한도가 있거든.

팔지는 말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술이 들어간 박하사탕 다섯 알을 공양물 더미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삐...

멀리서 어떤 검은 그림자가 살며시 녹화 중지 버튼을 눌렀고, 가면 아래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올랐다.

상대방이 더 이상 답장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단말기를 터치해 영상을 어떤 통신 포트로 전송했다.

자, 팔지, 술 좀 깨. 임무가 있어.

난 안 취했어.

알았어.

평가 결과, 사령관님께서는 수국화 섬의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판단하셨다.

무해화 개조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지상 요새로 다시 개방할 수 있을 거다.

팔지, 네가 그 섬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이 임무는 네게 맡기기로 했다.

무해화라고? 하지만 수국화 섬은 적조에 잠겨버린 거 아니었어?

적조는 우리가 있던 학교 건물을 덮은 후 빠르게 물러났어.

하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어. 섬에는 아직 침식체가 남아 있으니까.

그래서 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거야?

아니. 너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만 가는 거야. 성갑충 나머지 대원들은 아직 감금 처벌 상태야.

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팔지는 멍하니 그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V, 구조체용 숙취 해소 전해액 좀 줘.

바렐리아는 익숙한 동작으로 캐비닛에서 액체가 든 병을 꺼내 팔지에게 던졌다.

고마워.

갑자기 왜 그렇게 진지한 거야?

예전에 난 수석에게 자주 전술적인 문제들을 물어봤었고, 수석도 진지하게 답변해 줬어.

지난번에 수석이랑 같이 체육관 가기로 했었는데, 다른 곳도 가보고 싶어졌거든.

휴가처럼 생각하지 말고, 침식체 조심해.

숙취 해소 전해액을 단숨에 마신 팔지는 바렐리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걱정 마. V.

그렇게 말하면서 팔지는 동력 팔 가방을 어깨에 메고 휴게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