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7 구름에 드리운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R07-16 그녀의 결의

>

천국의 다리

웅장한 다리가 하늘 끝에 우뚝 솟아 있었고, 매서운 바람이 지면의 먼지를 흩날렸다. 석양은 다리 저편에서 눈 부신 빛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

함영

베로니카!

베로니카

귀찮아.

위엄 있는 자태의 여성 기계체가 차갑게 고개를 돌리자,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베로니카

말했잖아. 교회의 내분은 나와 상관없어. 네가 구경만 하겠다면 환영이지만, 이 일에 끼어들 생각이라면 같은 동포라고 해서 봐주지 않을 거야.

함영

알렉세이는 교회의 배신자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 역시 당신과 상관없나요?

베로니카

우리가 같은 기계체라 해서 내가 널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마!

창이 눈보라를 가르며 함영을 겨냥했다.

함영

거짓말하는 게 아니에요. 베로니카.

얼마 전, 알렉세이가 우리와 통신하면서 인간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당신을... 당신이 더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하더군요.

알렉세이는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을 통제할 수 없으며, 의식도 완전히 잃을 것이라고 했어요. 무엇보다 천국의 다리를 절대 작동시키지 말라고 경고했어요.

베로니카

너희도 인간들에게 현혹된 기계체냐?

베로니카는 본능적인 불안감을 억누르며 낮은 어조로 차갑게 말했다.

베로니카

그래서? 인간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알렉세이에게 일어난 일은 차치하더라도, 인간들이 저지른 모든 일들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만하지 않다는 거야?

함영

당신이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베로니카

무지하군.

너도 기계체가면서, 인간들이 우리 기계체 동포들에게 가한 고통을 보지 못했나?

함영

하지만 당신이 보지 못한 곳에서 더 많은 인간들이 기계체들을 돕고 있고, 더 많은...

베로니카

난 내가 직접 본 것만 믿어.

베로니카가 창을 들어 멀리 가리켰다. 그녀의 시각 모듈에 우주 도시의 참극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베로니카

인간들은 SDC-39를 미친 괴물이라 불렀어. 퍼니싱의 보균자라면서, 모든 인간을 죽일 거라고 했지.

원래는 기계체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었어.

어...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인간인데, 당신이 말씀하신 "기계 교회"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기계 교회는 모든 실향민들을 포용해. 이 도시는 더 이상 너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 나와 함께 떠나자.

같은 저녁, 같은 눈보라였다. 모든 모듈이 그날의 기온도 똑같이 매서웠다고 표시했지만, 이상하게도 베로니카의 기억에선 그날의 석양이 평소보다 더 찬란했던 것 같았다.

"거꾸로 매달린 사람"... 검색 시작...

타로 카드, 메이저 아카나, 13번째 카드, "운명"의 "운세"를 해석하는 데 쓰이며, "거꾸로 매달린 사람"은 "정의"의 연장선을 의미합니다.

저는 "운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자리"는 마음에 듭니다.

이것이 SDC-39에게 속한 자리입니까?

이곳이 네게 주어진 자리야.

그럼, 저는요? 저에게도 자리가 있습니까?

넌 인간이잖아. 기계 교회에 너의 자리는 없어.

아...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우주 도시 최고의 기계체 수리사니까요. 여러분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습니다.

천국의 다리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천국의 다리가 완성되면, 인간과... 기계체가 별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인간들이 너의 정체를 눈치채기 시작했어. SDC-39.

괜찮습니다. 인간들은 친절합니다.

베로니카

흥, 인간들이 친절하다고?

이건 SDC-39, 전임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내게 한 마지막 말이야.

그리고 다음 날... SDC-39는 인간들에 의해 잔인하게 토막 났지.

함영

그 인간들은 누군가에게 속았던 거예요. "그들"이 당시 인간들이 본 데이터 보고서를 조작했던 거라고요!

희미하게 투명한 실 하나가 모든 것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함영

황제예요. 분명 황제가 한 짓이에요!

황제가 교회를 배신했어요. 우리가 구룡으로 향할 때 황제는 구룡을 침략하려 했고, 지금은... 우주 도시를 차지하려는 거예요!

베로니카

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함영.

누가 어떤 목적으로 했는진 이제 중요하지 않아. 도화선은 다 타버렸고, 전쟁은... 이제 시작될 거야.

베로니카는 천국의 다리 꼭대기에 서서 창으로 도시를 가리켰다.

베로니카

눈을 크게 뜨고 이 세상을 똑똑히 봐. 함영!

우주 도시 안에서는 포화가 끊이지 않았고, 기계체들은 최후까지 싸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래서 몸체에 팔 하나만 남아있어도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 모든 것이 인간들이 저지른 짓이야!

인간들이 어딘가에서 방어선을 뚫은 듯, 귀청이 터질 듯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두려워해. 더욱이 기계체가 깨어나 자신들의 지배적 위치를 위협할까 봐 공포에 떠는 거야!

그들은 SDC-39를 죽였어. 선현님의 벽화로 깨어난 동포들을 학살했지. 내 힘을 본 그들은 두려운 나머지, 관리자라는 자를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었어!

어리석고... 터무니없고... 무분별한 파괴욕만이 가득한 자들! 바로 이런 것들이 네가 보호하는 인간이고, 네가 신뢰하는 인간이야!

함영

하지만 많은 기계체 동포들도... 이 끝없는 살육의 굴레 속에서 헛되이 목숨을 잃고 있어요.

함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베로니카

...

베로니카가 드물게 말을 멈칫했다.

베로니카

그들의 저장 장치는 내가 다 보관하고 있어. 전투가 끝나고 기계체가 세상의 정상에 오르면, 그들을 모두 더 좋은 기체에 옮겨줄 거야.

이 모든 것은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어.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나도 이 전투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 기계체를 위한 세상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의미가 있는 거야.

난 천국의 다리를 가동할 거야. 천국의 다리를 통해 선봉함을 발사해서 제공권을 장악할 거야. 하늘은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니까.

공중 정원만 들어갈 수 있다면...

함영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기계체와 파괴욕에 사로잡힌 인간들 사이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함영이 분노에 찬 베로니카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함영은 베로니카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계체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함영도 마찬가지로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인간들의 잘못을 "인간"이라는 집단 전체의 탓으로 돌린다면...

그런 기계체가 "기계체"를 "퍼니싱"이라고 낙인찍은 인간들과 무엇이 다를까?

게다가, SDC-39를 처형한 당시 과학 연구원들은 아마 황제에게 속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함영

그만두세요. 베로니카. 천국의 다리는... 이렇게 가동되어서는 안 돼요.

천국의 다리는 희망을 싣고 별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극북의 상징물처럼 우뚝 설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전쟁의 도화선이 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베로니카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군.

내 창끝이 동포를 향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날 막고 싶다면, 내 몸을 밟고 가야 할 거야. 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