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시야에서 붉은빛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병사의 몸이 급격히 뒤로 밀려나더니, "쿵" 하고 벽에 부딪혀 힘없이 미끄러져 내렸다.
병사는 짙은 화약 연기를 뚫고, 어떻게든 습격자의 정체를 알아보려 했다.
흥, 쓸데없는 저항이군.
그 가면... 젠장, 네가 뾰족 머리구나!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창을 들어 병사의 머리를 겨눴다. 그러자 상대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은 추수철의 메뚜기 떼 같아. 윙윙거리며 떼 지어 다니면서 시끄럽기만 하지.
너희의 희망을 뿌리째 뽑아버리지 않으면, 내 한계를 계속해서 시험하려 들 테지.
베로니카...
말해.
갇혀있던 인간들이 도망쳤습니다. 공중 정원의 지휘관과 드미트리도 같이 도망쳤습니다.
……
여성 기계체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기만 했다.
한때는 멀쩡했던 건물들이 폭동으로 모두 폐허가 되었고, 분노라는 감정 신호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도망쳤다고? 아니면 네가 도망치게 놔뒀어?
그들은 우주선 정박 구역에 갇혀 있었어. 그 구조체가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가졌다 해도 그곳의 문을 뚫을 순 없었을 텐데.
정무청의 비밀 코드는 문을 뚫는 것보다 더 해독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간단히 도망쳤다고 말하는 거야?
쿨럭. 진정하십시오. 베로니카.
통신 너머의 알렉세이는 베로니카가 조금 낯설게 느낄 만한 감정을 담아 태연하게 말했다.
1분 줄 테니까 설명해.
하아,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들은 베로니카의 동료인 함영이 구해줬습니다. 제가 자율 기계체들과 최선을 다해 막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함영은 철저히 인간의 편에 서 있었고, 혼자서 자율 기계체들과 저를 쓰러뜨렸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기계체는... 저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알렉세이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표정을 과장되게 지었다.
함영...
하, 정말 터무니없네. 그 지휘관과 동맹을 맺고 인간 편에 섰다고?
베로니카가 냉소를 터뜨렸다.
베로니카, 전 함영과 다릅니다. 제가 당신 편이라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충심을 담아 당신께 보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베로니카?
천국의 다리가 곧 마지막 에너지 축적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알렉세이는 통신 화면을 통해 뒤쪽 스크린을 보여줬다. 확실히 긴 로딩 과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인간들이 그걸 망치려 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야 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이기적이면서 오만하고, 다른 것들을 배척해 세상을 지배하려고만 한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알렉세이가 두 손을 과장되게 휘저었다.
공중 정원이 이곳을 발견한다면, 궤도포와 우주 무기를 가동할 겁니다. 그때는... 쾅!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야.
붉은 기계체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빛났다.
공중 정원은 인간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말씀대로, 그것을 완전히 짓밟을 때가 드디어 왔습니다.
베로니카, 지금 관제실에 도착했습니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겠습니다.
쿨럭... 당신도 빨리 오셔야 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지금 그 인간 지휘관과 함영이 가장 큰 변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알렉세이, 요즘 이상한 것 같아.
아...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베로니카는 대답하지 않고 통신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통신이 끊길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로 알렉세이는 베로니카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 에너지 축적 단계가... 곧 시작되려고 했다.
……
공중 정원이라...
아직은 쓸 만한 이 몸체가 예전 것보다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천국의 다리가 일단 가동된다면, 공중 정원은 정말 이 모든 걸 보고만 있을까?
둘... 하, 아니. 동포 셋을 잃은 기계 교회가... 계속 이렇게 남의 일처럼 굴 수 있을까?
아... 완벽해.
우리가 이뤄내야 할 미래, 우리 기계체가 세워야 할 세상...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내겠어.
공중 정원과의 연락 내용을 함영에게 알리자, 함영이 눈썹을 찌푸렸다.
음... 천국의 다리가 정말 가동 준비를 하고 있나요? 하지만 우리는 베로니카를 막아야만 해요.
저항군의 말에 따르면, 원자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지 않으면... 천국의 다리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무엇을 말씀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그렇다는 건, 천국의 다리를 중단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앞에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모든 것을 한 곳에 집중하면 위험할 수 있었다.
제가 갈게요. 베로니카를 만나더라도 제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거예요.
간단히 계획을 세운 후, 함영은 베로니카를 저지하러 갔고, 지휘관과 리브는 다른 통로를 통해, 천국의 다리의 관제실로 추정되는 곳으로 가 천국의 다리의 가동을 직접 중단시키기로 했다.
그럼, 출발할게요.
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그리고 모든 게 끝나면 천국의 다리 꼭대기에서 만나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리브에게 작별 인사를 한 함영은 혼자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여기서 위로 올라가면 천국의 다리일 거야. 방금 리를 모방했던 초병도 이쪽으로 도망갔었어.
자율 기계체 초병들이 입구를 배회하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천국의 다리로 바로 가는 고속 엘리베이터인가? 이렇게 많은 기계체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이곳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이 자율 기계체들은 모두 베로니카의 명령을 따르고 있으니, 전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