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도시 회의실
공기가 멈춘 듯,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휘관과 리브는 공중 정원 소속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정무청 입구의 자율 기계체에게 성주와 연결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성주의 태도는 매우 이상했다.
공중 정원에서 온 손님인 지휘관의 출발점은 이미 중력 함정과 거리가 있었다. 소위 동료라는 말은 그저 그럴듯한 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눈앞의 젊은 남자가 의도적으로 협상 카드를 가지고 노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알렉세이가 먼저 비밀 협상을 제안해서 이런 인적 없는 장소를 골랐다. 하지만 왜 에이스를 쥐고 있으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의 모든 협상에서 알렉세이는 협력을 간절히 바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협상의 기초는 이해관계인데, 지휘관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엘렉세이 무심하게 거절했다. 알렉세이가 신경 쓰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건 베로니카와는 관계없습니다.
알렉세이는 한마디를 툭 던진 뒤, 턱을 치켜들며 심문하듯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물자와 협력... 공중 정원이 내놓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인가요?
대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이건 "협상"이나 "회담"이 되어야 할 절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하는 거 없습니다. 그 구룡 기계체만 여기 남고, 당신들은 즉시 떠나십시오.
이 도시는 설계 당시부터 자립을 목표로 했습니다. 저는 공중 정원의 골칫거리가 되지 않는 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력 가속이 예열을 시작하면 고에너지가 방출됩니다. 당신들의 센서 어레이로 쉽게 확인할 수 있죠.
발사 임계 상태에 들어가기 전 몇 시간 동안, 우주 도시는 우주 공격의 좋은 표적이 될 겁니다.
이 작은 도시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공중 정원은 곧 흥미를 잃을 테죠.
영원히 궤도 위에 떠서, 마음대로 부활을 하사하고 징벌을 내리는...
세상을 되찾는 것보다... 세상 밖에서 지배자가 되는 것이 훨씬 통쾌한 일 아닙니까?
알렉세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
이건 그의 본의가 아니야. 하지만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비난이라기보다는... 선동적인 연설에 가까웠다.
이렇게 돼선 안 됐다.
알렉세이가 공연의 막을 여는 사회자처럼 팔을 들어 올렸다.
이미 늦어버렸다.
쾅!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정확하게 계산된 폭발력이 진동과 굉음을 일으켰다. 그리고 작업장의 셔터는 외부의 힘으로 뒤틀리고 부서지며 녹아내렸다. 쇳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공기가 들끓었고, 어지럽게 교차하는 포물선을 그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연기와 먼지 너머로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나타났다. 선두에 선 사람은 이전에, 율리아에게 먼저 접촉했던 저항군 수장이었다.
제압하라!
저항군 수장의 명령은 불필요했다. 맨 앞에서 걸어오던 저항군들은 이미 작업장에 들어서자마자 지휘관을 조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총을 더듬었지만, 이런 압도적인 차이에서 반응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공중 정원의 양반은 정말 꿍꿍이가 많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우리 생사를 신경 쓸 거라고 기대하는 게 잘못이었어.
분노에 찬 불청객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리브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자, 리브는 무기를 거두고 조용히 지휘관의 뒤로 물러났다.
매복해 있던 저항군들은 대화의 전부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시간을 끌던 알렉세이는 바로 이런 결과를 원했던 것이다.
인간은 모두 자신의 선택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저도 그렇고 당신도 마찬가지죠.
알렉세이는 이간질을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도망갈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저항군 수장이 성주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그때 숲에서 내가 너무 약하게 대한 것 같아. 이 배신자 같으니라고... 목숨은 건졌네.
저항군 수장이 젊은 남자의 발밑에 침을 뱉었다.
병사들은 그 모습에 고무된 듯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렉세이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함정이 있을까 두려워하는 듯 크게 다가서지는 못했다.
알렉세이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십자가에 못 박힌 구세주처럼 두 팔을 벌렸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후, 그 자리에 서서 선동적인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여러분 앞에 있는 자가 바로 이 도시에 재앙을 불러온 기계체들의 앞잡이입니다.
그는 동료들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도 않고, 기계체들의 하찮은 칭찬에도 기뻐하죠.
알렉세이의 말투는 서툰 연극에서 배역을 소개하는 것처럼 들렸고, 분노한 관객들은 그가 가장 원하던 반응을 보였다.
총의 개머리판이 그리 크지 않은 체구를 연달아 내리쳤다. 심지어 지휘관이 도망가지 못하게 앞을 막아선 두 명의 병사도 그 분풀이에 동참하고 싶어 했다.
알렉세이는 바닥에 웅크린 채 다시 시선을 마주쳤다.
사람들의 짓밟힘 속에서도 그 창백한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혹감은 공포로 바뀌었고, 끝내 사라지지 않던 부자연스러움은 마음속에서 하나의 모호한 결론으로 도출됐다.
눈앞에 있는 모든 사람의 행동이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며 점점 더 난폭하고 광기 어린 것이 되어갔다.
함영과 그녀가 추적하던 대상도 아마 잘못된 길로 이끌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