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황동 탄피들이 차량 바닥에 흩어졌고, 강철로 만든 기관총 총신에서는 연신 붉은 빛이 났다.
침식 기계체와의 전투는 새 기체의 절대적인 실력을 증명했지만, 새로 사귄 동료들 사이에서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쪽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인간의 육체로 침식체와 맞서 싸우면서 이 정도의 여유가 있다니, 제가 지휘했던 최고의 병사도 그렇진 못했어요.
어느새 살아남은 병사들이 함영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며, 포위하는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저는 말을 돌려서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글 아래로 노병의 매서운 눈빛이 보였다.
당신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다른 병사들도 전투태세와 같은 경계를 유지한 채, 들고 있던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눈앞의 병사들이 우주 도시에 접촉할 유일한 기회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먼저 현재 상황을 설명해야만 했다.
함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제 신분이나 전투력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아요.
쳇.
늙은 병사는 냉소를 지었다.
어쨌든 저는 구룡 쪽에서 왔고...
구룡에서 왔다는 건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구룡 "사람" 맞습니까?
……
함영은 궤변에 능숙하지 않았고, 거짓말로 자기 신분을 포장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우린 켄타우로스처럼 생긴 것들, 이른바 "구조체"라고 불리는 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그런 고철 덩어리 안에 집어넣고...
그래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쪽의 겉모습은 인간처럼 생겼지만, 만약 그런 종류라면...
저는 여러분께 위협이 되지 않아요.
총을 안전한 위치에 내려놓은 함영은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그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방금 전 수송팀 병사들이 기계체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기계체에 대한 편견은 자연스럽게 혈육이 아닌 몸체를 가진 구조체에게도 옮겨갈 것이었다. 그래도 함영은 이 인간들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주머니 속 다크초콜릿에는 아직도 인간 소녀의 온기가 남아있었고, 함영은 입술을 깨물며 다시 한번 말을 꺼내 보려 했다.
숲이 꽤 위험한데, 정말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실 건가요?
제가 인간이 아니라 해도, 제 전투력은 여러분께 도움이 돼요.
필요 없습니다!
노병이 다른 병사들에게 물러서라고 신호를 보내고 질문을 이어가려는 찰나, 허리에 찬 무전기에서 잡음 섞인 말소리가 들려와 대치 상황이 중단되었다.
여기는 수송팀입니다! 긴급 상황 발생...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매복 지점에 도착하셨습니까? 발포하지 마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발포하지 마십시오!
상대방은 노병이 놀랄 만한 말을 한 것 같았다. 함영의 예민한 청각 시스템에서는 "성주"와 "많은 기계체"이라는 단어가 포착됐다.
알겠습니다! 곧 도착하겠습니다!
노병은 함영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병사들은 다시 운송 장비 옆으로 돌아갔다.
죄송하지만, 구조체 아니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이든,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실력이라면 이곳을 벗어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게 되면 이렇게 평화롭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하던 노병은 모든 병사가 차량에 탑승한 후에 천천히 탑승했다.
우주 도시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함영은 병사들의 무심한 태도 이면에 더욱 위험한 폭력성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 사건이 터진 후에는... 그 뾰족 머리의 지휘 아래 기계체들이 전임 연구 책임자를 "처형"했어요. 그리고 뾰족 머리 스파이를 성주로 앉힌 뒤, 명분을 만들어 통치하기 시작했어요.
그다음은 기계체 무리는 24시간 연속 근무를 강요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혔고, 정해진 노동 시간을 채워야만 의식주로 교환 받을 수 있게 됐죠.
그들은 노인, 어린이를 상관하지 않아요. 노동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굶어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결국 자신의 기계체들과 맞서야 할 줄은...
대체 어떤... "사건"이 발생했던 건가요?
어떤 사건이 인간과 기계체의 관계를 이 정도로 악화시킨 걸까?
엔진이 굉음을 내자,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만 기관 총구는 그녀를 향한 채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겨누고 있었다.
병사들은 함영을 버리고 떠났다. 그리고 울창한 숲 사이에는 대충 묻어둔 시신만이 남아 있었다.
방금은... 또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동료와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서둘러 떠난 걸까?
함영은 그 젊은 병사의 시신을 묻고 그들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도시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저곳에... 답이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선 저곳으로 가 세르반테스가 말한 "열쇠"를 찾아 그 "미래"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