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7 구름에 드리운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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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7-2 열쇠와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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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네빌, 같이 놀자, 우리랑 같이 놀자!

네빌, 함영 언니는 왜 또 자고 있는 거야?

네빌

함영이 깨어나면, 나중에 같이 놀아 줄게... 이상하네. "고치"로 들어가는 잿빛 탑 데이터 스트림이 좀 이상한 것 같군.

얘들아, 부탁인데, 내 모자 좀 놔줄래...

기계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는 어느새 어둠의 끝에 잠겨버렸다.

보아하니 그 이전의 완충 구역 데이터는 온전하게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버린 모양이다.

……

인간 병사들이 마련해 준 임시 주둔지의 한편에 앉아, 읽기 가능한 모든 기억 데이터를 확인한 함영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잠들어 있던 그 시간에 어떤 사고가 일어난 것 같아. 네빌은 분명 뭔가 알고 있을 거야. 교회와 연락이 닿으면...)

함영은 시끌벅적한 병사들을 피해 네빌과 연락을 시도했다.

평소와 달리 통신 너머로 전류가 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수상하네... 어째서 연락이 안 될까...)

다른 기계 교회 멤버들과도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모두 연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떴다.

(마지막 한 명만 남았군...)

함영의 마지막 기억 데이터에 의하면, 세르반테스는 지금쯤 여행 중이어서 기계 교회에 없었을 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과 연락이 닿을 가능성이 가장 낮을 거라 판단했다.

함&%(**%%#*

세르반테스 님?

노이즈가 가득한 전파에서 세르반테스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함영? 휴... 드디어 깨어났군요.

세르반테스 님, 네빌과 연락이 되지 않고, 교회 내부 통신도 모두 끊겼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회 멤버들의 통신은 항상 잿빛 탑을 핵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존해 왔죠. 이런 대규모 통신 마비라면, 잿빛 탑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낙관적으로 보면, 잿빛 탑이 공격을 막기 위해 신호 차단을 활성화했을 수 있고요. 비관적으로는... 보시다시피, 제가 직접 교회로 돌아가서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교회에 안 계신 건가요?

네. 신호 차단은 잿빛 탑 근처의 신호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통화할 수 있는 거고요.

함영 씨가 기체를 교체한 후, 저는 마침 선현님의 통신을 받았고, 교회로 돌아가려 했어요. 하지만 네빌과 연락하려 했을 때, 이미 통신이 끊어진 상황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제가 휴면 상태일 때 일어난 일은 모르시겠군요.

그때의 당신은 매우 허약한 상태였죠, 지금 무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함영 배후의 이합 숲을 한 번 보더니, 표정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당신의 새 기체와 "그것"이 함께 분실된 건, 우리의 예상을 빗나갔다고 할 수 있죠.

"그것"이요?

그녀는 세르반테스가 잠깐 말을 더듬으며 대화를 이어갔다는 걸 눈치챘다.

선현님께서 떠나기 전에 남기신 또 다른 "열쇠"입니다. 지금 제가 교회로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어쩌면 그 "문"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열쇠"입니다, 교회의 미래이기도 하죠.

당신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교회가 위험에 처해 당신들을 외부로 보내야만 했을 수도 있고, 혼란 속에서 도난당했을 수도 있죠.

세르반테스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마치 이어서 할 말을 신중하게 고르는 것만 같았다.

교회가 무사하다면, 그 "열쇠"도 당연히 잘 보관되어 있겠죠. 하지만 혹시라도... 교회에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이 "미래"가 우리 손에 있는 한, 우린 되돌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함영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귓가에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완충 구역 끝자락으로 사라져갔다.

세르반테스가 말한 "열쇠"의 용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래"의 무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이런 사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열쇠"에 위치 추적기가 장착되어 있긴 하지만, 좌표가 오랫동안 갱신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갱신된 위치가 당신과 가깝습니다. "열쇠"를 찾는 일을 먼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교회 상황을 직접 확인한 후, 최대한 빨리 당신이 있는 그 위치로 찾아갈게요.

이 좌표는... 제 현재 위치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혹시 어떤 곳인지 아시나요?

치올콥스키 우주 도시입니다.

"정의"가 바로 그곳에서 교회와의 연락을 끊었어요.

"정의"라면... 혹시 베로니카라는 그 기계체 말씀이신가요?

아르카나 님이 말씀하시길, 베로니카가 전임 "거꾸로 매달린 사람"을 데려와야 했는데,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사망 소식을 전한 후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요.

네. 베로니카는 원래 독단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녀의 마지막 좌표 갱신이 바로 우주 도시 근처였습니다.

신호가 끊겼다면...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연결이 일방적으로 끊어졌고, 그 후로는 교회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이 베로니카를 기계 교회에서 제명하자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매우 관대하셨어요.

전임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사고 때문에 신호를 끊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가입한 첫날 돌아가신 그 동료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베로니카는 전임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사망 소식만 전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쨌든, 조심하세요.

교회 내부 상황이 불분명한 데다 선현이 맡긴 중요한 물건도 다른 곳에 분실된 상황이어서인지, 세르반테스의 눈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새 기체는 어떤가요? 급하게 가동되긴 했지만, 네빌의 설계라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적응하는 데는 문제없어요. 하지만 새 기체를 가동할 때 "악몽"을 꾼 것 같아요.

악몽이라고요? 참 수상한 현상이군요.

당신의 배양기 "고치"는 사용자의 생각에 따라 기체를 수정하게끔 설정됐어요. 당신 성격상 터무니없이 두려운 존재를 만들어내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때 당시, 잿빛 탑의 데이터에 이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네요.

실은 당신의 기체를 변경할 때, 잿빛 탑의 연산 능력도 보조 장치로 "고치"에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언급했던 그 악몽은 아마 잿빛 탑의 이상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그 후로 기체에 다른 이상은 없었나요?

기체를 점검해 봤는데 큰 문제는 없었어요. 다만 완충 구역에 있던 기억의 일부가 사라졌어요.

진한 먹물 같은 바다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두 손을 뻗어봤지만, 손가락이 닿는 곳은 어둠뿐이었다.

공포마저 심연 속에 잠겨버렸다.

……

수면이 갑자기 반짝였다.

그 빛... 저는 그 빛을 잡고 계속 위로 떠올랐어요.

그때, 그 빛이 저에게서 계속 도망치는 것 같았지만, 그 빛과 이어진 느낌은...

음... 따뜻했어요.

지휘관님?

리브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인드 표식이요? 방금 전까지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리브는 모든 데이터를 다시 확인한 뒤, 재차 물었다.

지휘관님, 혹시 불편을 느끼셨나요?

도시에 도착하고 나면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겠어요.

소녀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풉...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다시 한번 모든 데이터를 점검한 리브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추적 중이고, 바로 저 앞에 있어요. 이 정도 거리면 상대가 기계체라 해도 우리 대화를 듣지는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그를 따라가면 이 지뢰밭을 지나 우주 도시까지 갈 수 있을까요?

로제타의 말에 따르면, 우주 도시의 각성 기계체들이 이 지뢰밭을 설치했다고 했다. 그러니 우주 도시 출신의 각성 기계체라면 분명 이 지뢰밭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우주 도시 내부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그 도시에 먼저 들어가야만 했다.

리브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있는 목표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눈 덮인 숲을 계속 지나가다 보니, 좁은 눈길에 두루마리처럼 웅장하고 거대한 풍경이 숲 끝자락에 펼쳐졌다. 이윽고 숲 끝에 도시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쳇, 데이터 트랩이 효과가 없었나?

무언가가 그녀를 데이터에서 끌어낸 것 같아...

쳇, 이곳에 오래 머물 순 없겠군, 일단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