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6 첨탑 위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R06-19 다시 광정으로

>

삐삐... 삐삐삐... 삐삐... 삐삐삐...

규칙적인 신호음이 트로이의 흐릿한 의식을 파고들었다. 트로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으... 으윽

트로이는 쉰 목소리로 신음하며 안간힘을 다했다. 떨리는 팔을 뻗어 브리이타가 옆에 놓아둔 단말기를 붙잡았다.

삐...

짧은 신호음과 함께 단말기가 연결되었다.

으윽...

브... 브리...

브리이타를... 구해...

…………

그 짧은 두 마디만 남기고 단말기의 상대는 침묵에 잠겼다.

광정 외부

지휘관이 단말기를 향해 두어 번 더 소리쳐 보았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저는 준비를 마쳤어요. 지휘관님.

잠깐, 우리도 같이 갈게. 테디베어는 어디 있어?

지금 신호 발신지를 추적 중이야. 광정이 무슨 들판인 줄 알아? 그렇게 금방 위치가 파악될 리가 없잖아?

너 혼자 그 위험한 곳에 가겠다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광정은 이미 두 번이나 무너졌고, 누군가가 음모를 벌이고 있잖아. 전문가도 없이 혼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정비 부대의 임무 범위는 지원 부대 구조까지야. 브리이타와 트로이는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지 않아?

정비 부대에도 규정이라는 게 있어. 현 상황에서는 최대한 얕은 층의 후방 인원만 수색구조가 허용되며, 그 이상은 무모한 판단이야. 부하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킬 수는 없어.

하지만 나 혼자선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 여기까지 왔는데, 브리이타가 위험에 처한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통신 단말기의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했어요. 그런데... 서둘러야 할 것 같네요.

제가 지질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신호의 파동과 끊김 현상을 봤을 때, 아래쪽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요.

지휘관 일행은 장비를 신속히 점검했다. 이후 새로 정비를 마친 정비 부대와 합류하여 광정 깊숙이 진입했다.

광정 내부

챙...

칼날이 교차하며 침식체가 루시아의 칼에 의해 조각났고, 그 아래 깔린 구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시죠?

여기야!

카레니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대원 둘이 달려왔다. 그 둘은 쪼그리고 앉아, 숙련된 동작으로 쓰러진 구조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복부에 관통상이 있어서 생명 징후가 좋지 않지만 살릴 순 있어.

내가 부목을 고정할 테니, 3번 응급키트로 상처부터 처리해. 대장님, 저희는 먼저 철수하겠습니다.

그래. 가는 길에 다른 대원들에게도 전해줘. 규정 시간을 지키면서 이 깊이까지만 수색하고, 더 내려가지 말라고.

대원 둘은 고개를 끄덕인 후, 부상자를 들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후... 이제 우리뿐이네.

테디베어, 신호는 어느 방향이야? 어디로 가면 돼?

모르겠어.

테디베어가 키보드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며 대답했다.

뭐라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광정의 장치는 해킹했지만, 붕괴와 전투 때문에 시설이 너무 파손되어서 정보가 엉망이야.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을 뿐이지, 구체적인 경로는 찾을 수가 없어. 내가 이곳을 설계하거나 계획한 이도 아니니까.

지금 상황에선 실제 설계자가 와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걸?

테디베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옆쪽 벽을 가리켰다.

이 방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망치로 벽이라도 부수고 가게?

음... 루시아, 전에 올라왔던 길은 기억하고 있어?

기억하고 있지만 별 소용없을 거예요. 테디베어 말대로 통로 대부분이 무너졌거나 변형됐으니까요.

게다가 더 깊은 곳은 전부 쿠로노의 통제 하에 있어서, 권한이 있는 얼마 안 되는 경로마저 막혀 있을 거예요.

오는 길에도 두 번이나 막다른 길로 들어섰잖아요.

그건...

그러는 수밖에 없겠네.

더 깊은 광정

스카이처가 어느 방 앞에 멈춰 서서 중얼거리며 문을 어루만졌다.

관... 뭐였지... 그래. 관제실.

여기인가?!

끼이익-

부드러워 보이던 커다란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가자, 금속 문이 굉음을 내며 찌그러졌다.

스카이처가 방 안에 들어섰다. 눈앞의 광경은 기억 속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는 한동안 멍하니 서서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었다.

스크린처럼 생긴 장비가 스카이처의 시야에 들어오자, 자신이 찾던 것을 발견한 듯 확신에 찬 태도로 변했다.

스카이처는 주먹을 꽉 쥐고, 눈앞의 장비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아... 그래. 여기야. 여기가 바로 관제실이었어!

증거는 없애 버려야 해. 노르만은 깨끗해. 쿠로노가 더러웠을 뿐이야.

이것도... 그리고 이것도...

스카이처가 광폭하게 방을 파괴하는 순간, 문밖으로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브리이타는 보관실 문패 앞에 멈춰 서서, 소리 없이 고개를 내밀어 스카이처가 있는 방 안을 살폈다.

………………

응?!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듯 거대한 몸이 휙 돌아섰다. 그 순간 일어난 거센 바람에 방 안에 있던 장비 부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브리이타는 재빨리 문 뒤로 몸을 숨겼다. 온몸에 있는 기계장치의 작동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꿀꺽...

브리이타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음... 쥐인가 보네.

아... 그래. 광정 지하엔 쥐가 너무 많아. 놈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노르만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잠시 굳어있던 스카이처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공허한 동공에는 혐오감이 가득했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손에 쥔 물건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더럽고!

쾅.

역겨운 것들!

쾅.

브리이타는 문밖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보관실에서 살며시 물러났다.

안전거리까지 벗어난 브리이타는 곧바로 관제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헉... 헉... 저 녀석이 미쳐버려서 다행이야. 정신 차리기 전에 얼른...

브리이타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달리기 시작했지만, 급한 발소리가 결국 스카이처가 있는 보관실까지 울려 퍼졌다.

타닥타닥...

희미한 발소리의 메아리가 흐릿한 의식을 깨웠고, 스카이처의 혼란스러운 정신이 순간 맑아졌다.

거대한 괴물이 파괴를 멈추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 안 구석구석을 눈에 담았다.

아니야. 여기가 아니야.

거대한 괴물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방 밖으로 몸을 내밀어 어두운 통로 끝을 응시했다.

저곳에...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