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6 첨탑 위의 서광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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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6-14 "개미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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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를 해결하니 더 큰 문제가 튀어나오네.

하,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 광정을 떠나기 힘들 것 같네.

풉, 푸하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하긴, 엘리트 소대의 지휘관인데, 이런 상황쯤은 익숙하겠지.

어두운 갱도에는 지휘관과 브리이타가 들고 있는 탐조등만이 희미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루시아가 갑작스러운 의문의 신호를 쫓아 이탈하면서, 정비 부대와의 합류와 탐사 임무는 지휘관과 브리이타에게 맡겨졌다.

지하 건물은 미로처럼 사방으로 뻗어있었고, 안젤이 준 복제품으로 특수 인증을 우회하자, 지하 깊숙이 숨겨진 탑이 나타났다.

그러자, 함께 감춰진 통로와 실험실이 하나둘씩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미굴도 아니고... 이건 뭐...

그들은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서, 조금씩 빛을 멀리하게 됐다. 그렇게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스스로 숨을 곳을 찾아 파고들었다.

게다가 그들이 하는 일들은... 하늘 아래 드러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 이런... 일기장이네.

무기로 바닥에 있는 낡은 수첩을 집어 든 브리이타가 장갑을 끼고 페이지를 넘겼다.

또 이런... 내용이네.

갱도가 또 무너졌다.

구조 대원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콘스탄틴 채석장이 양심이 없긴 해도, 매번 책임감 있게 구조 대원을 불러주기는 한다.

그래도...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낫다. 최소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곳에선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공을 세우려고 욕심부린 두 녀석만 다쳤고, 나머지는 무사하다. 쿨럭.

……

-광원 A

이번에도 구조 대원이 나를 구해줬다. 정말... 두 분께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 그 부부는 오프로드나 암벽 등반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다고 했다.

이 빌어먹을 퍼니싱만 폭발하지 않았어도, 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이나 하고 있었을 텐데.

광산에서 곡괭이를 휘두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

-광원 A

일기장이 없었다면 광산에서 시간 보내기가 정말 힘들었을 거다.

구조를 기다리는 중인데, 이번엔 뭔가 이상하다.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난 죽은 척하며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이상한 소리가 멈출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다가, 이제야 겨우 글을 쓸 용기가 생겼다.

보지도 듣지도 않았다면,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아마도.

-광원 A

일기의 뒷부분은 백지였다.

……

응. 틀림없이 구조됐을 거야.

이 일기장에 나오는 구조 대원 부부가... 부모님인 것 같아.

퍼니싱이 폭발하기 전, 부모님은 익스트림 스포츠 팀의 대장이셨대. 사람 없는 광야나 험준한 봉우리를 자주 다니셨다고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어.

세상이 예전처럼 돌아오면, 날 데리고 멋진 풍경들을 보여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후...

아, 걱정하게 해서 미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모든 게 마무리되면, 부모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곳에 꼭 가볼 거야.

맞아.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부모님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그곳에 꼭 가볼 거야.

그때 나랑 같이 가줄래?

그럼, 약속한 거다? 가서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

농담이야. 농담.

어? 여기 뭐가 있는데...

브리이타가 탐조등으로 조작 패널을 비춘 뒤 권한 카드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오랫동안 꺼져있던 패널이 서서히 밝아졌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대체 누가 이곳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이 먼지에 파묻힌 듯했으나, 알맞은 열쇠만 찾는다면 암석 너머에 숨겨진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권한 카드 인증이 완료되자, 실험실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쏟아지는 차가운 백색광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누구야?!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실험실의 위쪽에서 카메라가 검붉은 빛을 깜빡이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관제실?

지휘관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르만이 제공한 지도 어디에도 관제실의 위치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리이타가 망설임 없이 총을 뽑아, 감시 카메라를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총성과 함께 카메라가 떨어졌다.

지도에 없는 관제실에서 누군가가 이걸 조종하고 있다는 건가?

브리이타가 몸을 숙여 부서진 카메라를 자세히 살폈다.

이건 동작 인식 카메라야. 우리가 들어오는 걸 감지하고 회전한 거였을 수도 있어.

어.

이 일을 겪은 후, 한층 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작대를 통해 단말기의 연구 기록을 복사한 둘은 재빨리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하네.

갱도는 더 어두워졌지만, 그 하얀 빛으로 가득했던 실험실과 비교하면, 이 좁은 갱도가 이상하게 더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player name], 반응 속도 진짜 빠르던데?

인간이 이 정도면 대단한 거야. 이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의 실력인가?

집행 부대는 인재가 정말 많은 것 같아.

당연하지. 신병 훈련 끝날 때 집행 부대에 지원하라고 추천도 받았었어.

하지만... 왠지 내 자리가 아니란 느낌이 들더라고.

집행 부대는 좋잖아.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최고의 기체까지 갖추어 있고 말이야. 근데 모두가 집행 부대에만 몰리면, 지원할 인원이 없잖아.

아, 집행 부대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는 그들을 도와야 하잖아.

각자의 길이 있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은 집행 부대가 아니야.

정말 집행 부대 지원을 포기하실 건가요? 지원 부대보다 대우가 훨씬 좋아요.

훈련 성적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은데... 다시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이미 결정했어요.

저는 지원 부대를 선택할 거예요.

와, 성적이 이렇게 높은데! 왜 여기로 온 거예요?

집행 부대가 더 좋잖아요! 새로운 연구 성과나 기체가 나올 때마다 거기가 우선이고요.

여기도 좋습니다! 대형 운송 장비도 몰 수 있지 않습니까! 집행 부대는 이렇게 다양한 운송 장비를 다룰 기회가 없습니다.

하하, 예전 대장님은 맨날 내 재능이 아깝다고 잔소리하셨어.

하지만 난 선택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지원 부대에 온 걸 후회한 적도 없고.

의식의 바다 속 화면이 흩어졌다 다시 하나로 모여들었다.

브리이타가 이해득실만을 따졌더라면, 어린 시절에 노르만 그룹의 보상을 받아 보육 구역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신중하게 선택했더라면, 구조체가 된 후 집행 부대에 들어가 공을 세우고 엘리트 소대까지 승진하여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브리이타는 언제나 자신이 처음 선택한 길을 지켜왔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지원 부대를 이끌게 된 후 집행 부대와 보육 구역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건 사실이야.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브리이타가 지원 부대에 합류한 후, 그녀의 신속한 지원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여러 소대가 공중 정원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후.

브리이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 트로이가 뭔가에 휘말려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그녀를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

브리이타의 묘사로 볼 때, 트로이는 의식의 바다가 손상되어 기억을 잃기 전에 쿠로노의 스파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트로이였다면 설령 브리이타가 호의를 보였더라도,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네 말이 맞아. 어쩌면 내가 정보를 캐내려 한다고 의심했을지도 몰라.

트로이는... 참 모순적이었어. 나와 로린을 진심으로 도와줬거든. 트로이의 지도가 없었다면, 우리 둘의 훈련 성적이 그렇게 빨리 오르진 못했을 거야.

스파이라면 그렇게 눈에 띄는 걸 원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하하하, 글쎄? 나랑 로린은 정말 골치 아픈 존재였거든.

하지만... 괜찮아.

브리이타가 익숙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트로이와 나 모두 살아있잖아.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야.

브리이타는 어깨를 으쓱이며 밝게 웃더니, 앞으로 갔다.

가자. 아직 갈 길이 멀어~

???

크윽... 컥...

가문의... 명예...

???

크윽... 의식의 바다가...

크으...

밀폐된 방 안, 고통에 찬 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무거운 발소리, 괴성 그리고 날카로운 금속음이 뒤섞여 들렸다.

???

후...

쿨럭... 새로운... 손님인가?

희미한 불빛이 어두운 방을 서서히 밝히는 가운데, 조작대 앞 빼곡한 감시 스크린에는 갈색 머리의 구조체가 감시기를 부수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쿨럭... 손님이 왔으니... 준비를 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