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6 첨탑 위의 서광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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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6-13 다른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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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주둔지

셰릴의 막사

쿵...

브리이타가 갑자기 테이블을 내리치자, 그 충격에 불안정했던 화면이 다시 한번 흐려졌다.

거절할게요!

진... 진정하세요. 조금의 자원과 정보를 교환하자는 것뿐이니까요. 그렇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지원 부대의 대장으로서 대원들의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요?

쿠로노의 연구 데이터와 얼마 되지도 않는 탄탈 자원보다는 현재 안전한 탈출로가 더 가치 있지 않을까요?

탄탈 자원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 말대로 우리의 안전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죠. 쿠로노가 공중 정원과 노르만 그룹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렇지만 연구 자료는 당신들과 공유할 이유가 없어요. 쿠로노도 이 자료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숨겨져 있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그리고 연구 자료보다 방금 한 말이 더 신경 쓰이는데. 당신... 아니... 쿠로노는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음... 죄송합니다. 거래 과정에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인 것 같네요. 어떤 걸 말씀을 하시는 거죠?

"안정된 탈출로가 존재할 수 있지만, 철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철수하기를 희망합니다."

브리이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되풀이했다.

이건 어떤 의도인 거죠? 대체 뭘 암시하는 거죠?

아하하...

영상 속 인물이 어색하게 웃었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 발언을 이렇게 정면으로 지적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이후, 상대방의 말투는 부드러운 어조에서 강경한 태도로 변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광정이 봄 소풍 장소라도 되는 줄 아시는 겁니까? 이런 위험한 곳에선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죠.

특히 실험실에만 갇혀있던 연구원들은 대처 능력이 부족하니... 이런 긴급 상황에서 목숨을 잃는 건 일반적인 일 아닌가요?

이 말을 들은 브리이타는 극도로 분노했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안젤이나 다른 연구원의 이름을 직접 불러 주시죠. 철수할 때 그냥 광정에 남겨두면 되니까요. 어때요?

이런, 브리이타 대장님은 정말 잔인하시군요. 지원 부대의 대장이란 분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앞장서서 하겠다고 말씀하시네요.

안젤은 노르만 그룹의 중요한 인재이자, 공중 정원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쿠로노가 그런 존재를 그냥 놔둘 리 없잖아요?

저희는 전력을 다해 구조할 겁니다. 다만...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한 것이 있고, 그게 예상치 못한 사고라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개자식.

머리끝까지 화가 난 브리이타는 오히려 서늘한 웃음을 흘렸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을 봐서, 사고 규모를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하... 두 분 다 맨입으로 모든 걸 얻으시려고 하네요. 이래선 대화가 안 되겠네요.

하지만 이번 작전이 공중 정원의 단독 발의는 아니니... 결정하기 전에 노르만 그룹의 의견도 들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님의 의견이 곧 저희의 의견이에요.

잡음이 한차례 들린 후, 다른 누군가가 통신에 합류했다.

저도 [player name] 지휘관님의 말씀에 동의해요. 파이를 어떻게 나누든 상관없지만, 남아 있는 이들의 목숨은 반드시 보장돼야 해요.

노르만 그룹은 직원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족 같은 회사예요. 작은 이익쯤은 포기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생명과 안전만큼은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영상 속의 의원이 화를 억누르며 웃음을 지었다.

빅토리아 님, 그 계산은 스크린 너머로도 듣기 거북하네요. 직원 복지가 그룹의 이익보다 우선이라니요.

예전 협의에서는 그런 태도가 아니셨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예전 협의요? 음... 조금 전에 의원님께서 하신 말씀을 빌리자면, 거래 과정에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지 않나요?

노르만 그룹은 워낙 큰 조직이잖아요. 구두로든, 서면으로든 맺은 계약이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일일이 기억하긴 어렵네요.

광정 건으로 노르만 그룹이 쿠로노와 접촉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저희가 예전에 협력했던 사업이다 보니 사전 준비로써 필요한 절차였을 뿐이에요.

…………

잠시 침묵하던 의원이 곧 감정을 추스르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더 이상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뜻인가요?

잊지 마세요. 노르만 그룹의 집사이자, 우리 형제자매의 가족인 스카이처 죽음에 당신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을요.

말이 끝나자마자, 영상 속의 의원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빅토리아가 스카이처란 집사를 진심으로 아끼든 말든, 그 이름이 나온 순간 협상은 끝났다는 걸 의원은 잘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어 정말 유감이네요. 그럼, 거래는 없던 걸로 하시죠. 다만...

쿠로노의 지원 없이는 광정이 훨씬 더 위험해질 텐데요. 예상을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지휘관님?

상대방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재빨리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쿵...

브리이타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탁자를 내리쳤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던 그때, 월리스가 입을 열어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브리이타, 네 선택은 옳아. 남들보다 도덕심이 강하다고 해서 분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해. 빅토리아, 노르만 그룹에서 새로 입수한 정보는 없는 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노르만 그룹이 쿠로노보다 많은 패를 쥐고 있지는 않아요.

현재 노르만 그룹이 모집한 지질 탐사팀과 정비 전문가들이 현장으로 출발했어요. 이 외부 지원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그럼, 카레니나가 처음 제안한 대로 진행하겠네. [player name]. 버틸 수 있겠나?

변동 사항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도록.

월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빅토리아도 가벼운 인사와 함께 화면에서 사라졌다.

…………

[player name], 미안해. 내가 너무 성급했나 봐.

지휘관이 미소와 함께 브리이타의 어깨를 토닥이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알았어. 근데...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좋을까?

알겠어!

새로운 정보가 전파되면서 임시 주둔지의 분위기에는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브리이타와 지원 부대의 대응 덕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브리이타를 다시 만났을 때는, 그녀가 대원들을 이미 안정시킨 뒤였다. 주둔지는 다시금 정상궤도로 돌아왔고, 모든 인원의 업무는 외부에서 활동 중인 정비 부대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재조정되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소 침울해졌지만, 통제할 수 있는 범위였다.

[player name], 그쪽은 어떻게 됐어?

창백한 얼굴의 안젤이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앉아서 지휘관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이 정말 그렇게 말했나요? 저를 해치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예전에 일어난 일들과 연관 지어 보면, 상황이 어떤지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아... 알겠어요. 저를 구해만 주신다면, 제가 가진 모든 걸 넘겨드릴게요.

입술을 질끈 깨문 안젤은 떨리는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짐 옆에 웅크려 앉았다.

이건 쿠로노에서 준 노르만의 권한 카드예요. 이걸로 원하는 걸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브리이타는 안젤이 건넨 물건을 받지 않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젤, 이러지 않아도 우린 널 보호할 거야. 내가 [player name] 지휘관과 널 찾아온 건 협박하려는 게 아니야.

우리는 쿠로노가 아니야. 지금 우리는 함께 살아남으려는 거고, 같은 배에 탄 동료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알겠지?

…………

안젤은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한참을 망설인 후,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가방에서 패드를 몇 장 꺼내 브리이타의 손에 자기 손과 함께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이건?

특별 제작한 지문과 손바닥 정맥을 복제한 패드예요. 그리고 저도 제가 가진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권한 카드와 손바닥 정맥으로 충분했다면... 그들은 벌써 제 손을 잘라서 해결했을 거예요.

믿어 줘서 고마워. 내가 꼭 지켜줄게. 안젤.

…………

안젤은 대답 대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브리이타가 막 일어서려는 순간, 누군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지휘관님, 셰릴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지휘관님께서 전원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신 이후, 셰릴이 그 실마리를 따라 뭔가를 계속 시도했어요.

그러다 조금 전, 레이더에 순간적으로 생명 신호가 감지됐어요.

셰릴은 일반인과 구조체의 신호 파형이 달라서, 장비 오류일 수도 있다고 말한 뒤 다시 확인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역시 지휘관님의 판단이 맞았어요. 광정 아래에 지원 부대와 쿠로노 말고도 또 다른 존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저희도 움직여야 해요.

알았어. 바로 준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