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6 첨탑 위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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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6-11 이중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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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주둔지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실리아의 유해는 수습됐지만, "어둠 속의 적"이 있다는 사실은 모두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안젤, 아직도 말할 생각이 없는 건가?

……

안경을 쓴 여성 연구원은 침묵을 지켰다.

혹시 몰라서 임무 시작 전에 너희들의 이력을 살펴봤어.

공중 정원이 떠오르기 직전에 태어났더군. 그리고 공중 정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노르만 광업 그룹의 탄탈 연구실에서 담당자까지 꽤 빠르게 승진했던데...

노르만 그룹이 지시하지 않는 한, 공중 정원 이외의 세력과 결탁할 이유가 없어 보였어.

……

우리를 믿어도 돼. 노르만의 연구원들은 다른 곳에 격리됐고, 여긴 모두 공중 정원의 인원들이야. 널 해칠 생각은 없어

안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입을 열 생각은 아직 없어 보였다.

하...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브리이타가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로이, 부탁해.

음지의 사람은 음지의 방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당신들처럼 설득만 해선 안 돼요.

트로이가 커튼을 걷어내더니,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자,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해 드리죠.

저는 친절과 거리가 멀어요. 그러니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예요.

안젤이 계속 입을 열지 않자, 브리이타는 고개를 저으며 텐트를 빠져나갔다.

입도 뻥긋 안 해.

지원 부대 훈련에 심문 과정은 없단 말이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 봤는데 듣지도 않아.

이럴 때는 맥주 맛 전해액 한 병 마셔야 하는데...

브리이타가 근처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기지개를 켰다.

내가 부탁했어. 둘 다 노르만 광업 소속이니까 트로이가 물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거든.

사실... 트로이한테 맡기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

갈색 머리의 구조체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의 일이 있으니, 트로이를 아직 의심하는 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를 보니... 내 이런 "의심하는 태도"가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돼.

난 분명 친한 친구이자, 스승으로 여겼는데... 트로이의 눈엔 난 어떤 존재였을까?

그때의 트로이는 누구의 편이었을까? 지금은 정말 단순히 노르만의 직원인 걸까?

난... 잘 모르겠어.

여기 콘스탄틴 채석장이 내 마음속의 응어리였나 봐.

브리이타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난 콘스탄틴 마을에서 자랐어. 이 채석장에서 부모님을 잃었고... 그 후에는 흔적을 찾으려다 더 많은 걸 잃어버렸지.

수수께끼가 겹겹이 쌓여가고 있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숨기려 할수록 더 큰 비밀이 있다고 확신하게 돼.

방금 그 실험실에 있던 실험 실패로 쌓여 있던 구조체들, 섬뜩한 핏빛 기록들, 심지어 어린아이가 그린 게 분명한 "지도"까지... 이 모든 것이 이곳의 칠흑 같은 죄악을 증명하고 있었다.

고마워.

갈색 머리 구조체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에게 인정을 받다니, 이거 영광인데.

대화하고 있는 중간에 뒤편 커튼이 걷히더니, 트로이가 조금 전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들어와서 알고 싶은 걸 직접 확인해 봐요.

트로이가 어떤 방식으로 안젤을 위협한 게 분명했다.

그녀의 눈은 동태 눈처럼 초점이 없었고, 얼굴은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로노가... 저에게 이번 임무를 맡겼어요

여러 차례 타격을 입은 쿠로노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이형 공중합체맞아요. 쿠로노가 제게 노르만 연구원의 권한으로 연구실에 있는 탄탈-이형 공중합체 관련 연구 자료를 빼 오라고 시켰어요.

탄탈-이형 공중합체?

탄탈-이형 공중합체가 개발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그 적응성 범위는 훨씬 더 넓어지게 돼요. 다시 말해, 탄탈-193 공중합체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도 구조체로 개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해가 잘 안되긴 하는데... 일단 계속 말해봐.

이게 다예요.

저는 실험이 성공했는지도 잘 몰라요. 이건 그저 가설일 뿐이에요. 방금 복사한 자료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내가 너를 믿게 할 근거를 대봐.

……

잠시 멍하니 있던 안젤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쿠로노가 원한 건... "저와 자료"가 함께 빠져나가는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자료만 원했던 거예요. 쿠로노 병사들의 진짜 임무는... 자료를 확보한 뒤, 이 일과 관련 있는 모두의 입을 막는 거였어요.

광정 안 실험실은 쿠로노와 노르만 그룹이 공동으로 투자해서 만든 거예요. 그 폐기된 실험체 역시 쿠로노가 그곳에 버린 것들이죠.

의회는 불법 실험실과 불법 연구 프로젝트를 모두 철회한다는 법안을 이미 통과시켰어요. 이곳에서 진행된 실험이 밝혀지게 된다면, 쿠로노의 세력은 큰 타격을 받게 되겠죠.

그들은 제 조수가 출혈로 죽어가는 걸 그냥 지켜만 봤어요.

안젤은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연구원 권한으로 그들을 따돌리긴 했지만, 갱도의 침식체는 피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배양기 안에 갇히게 된 거예요.

어쨌든,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고맙긴.

그럼, 우리가 광정에 들어올 때 본 연구원들도 쿠로노가 살해한 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안젤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이어서 말했다.

쿠로노가 이번에 제 "임무"를 지원해 주기 위해 둘만 보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과의 접선 시점으로 봐서는 우리가 광정에 들어온 후에 들어왔을 거예요.

갱도 폭발과 통신 두절은 쿠로노 병사들이 한 짓이겠지만, 그 연구원들의 시신은...

그들이 그런 "작업"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을 거예요.

광정에서 봤던 정체불명의 발자국이 떠올랐다. 브리이타도 이쪽을 보는 걸 보니 아마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광정 안의 적은 쿠로노르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았어.

안젤이 건넨 자료를 들고 텐트를 나가려던 브리이타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이건...

자료의 첫 페이지에는 실험군의 1차 실험체 명단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 명단 옆에는 담당 연구원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머그샷이 첨부되어 있었다.

연구 프로젝트는... 탄탈-이형 공중합체의 인체 내구도, 메인 연구원은... 헤이드?

그녀는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명단을 훑어보던 브리이타의 눈에 파란 머리를 가진 구조체의 이름이 들어왔다.

말도 안 돼.

브리이타가 재빨리 자료를 넘겨보았다.

시간이 촉박했던 탓인지, 안젤이 복사한 자료는 완전하지 않았고 간단한 정보만 기록되어 있었다.

트로이, 성별 여성. 소재 출처는 유랑민으로부터 구매. 담당 연구원은 헤이드.

1차 탄탈-이형 공중합체 적응성 배양 시간 기록...

2차 탄탈-이형 공중합체 적응성 배양 시간 기록...

X차 탄탈-이형 공중합체 적응성 배양 시간 기록...

적응성 양호, 구조체 개조 실험 진행 결정.

**!

항상 예의 바른 브리이타가 드물게 욕설을 내뱉었다.

실험 데이터, 이름, 사진까지 본 그녀는 "말도 안 돼.", "분명 사기일 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하기만 했다.

선택 없이 모두를 구하겠다 다짐한 그녀였지만, 한때 "친구"라고 여겼던 트로이마저 구하지 못한 걸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브리이타는 트로이의 수상한 점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광정에서 트로이가 죽이려고 했던 그 연구원...

그 연구원이 바로 헤이드야.

내가 잘못한 걸까?

브리이타는 멍하니 눈앞의 자료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