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6 첨탑 위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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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6-10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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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 채석장은 겉보기엔 평범한 건물 같지만, 지하 구조물만 놓고 보면 거대한 탑이 거꾸로 매달려 있듯이 되어 있었다.

개미굴처럼 사방으로 뻗은 갱도는 광야의 지하를 텅텅 비게 할 정도였고, 각 분기점마다 소형 실험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이곳 연구원들은 대부분 외부 출입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누구도 입 밖에 내뱉지 않았지만, 깊숙한 곳에 있는 실험실일수록 좀 더 첨단의 연구가 이루어진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자, 순환액과 혈흔이 뒤섞인 자국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지원 요청을 하러 돌아왔어야 하는 실리아가 아직도 그들을 쫓고 있어.

순환액이 빠져나간 정도를 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바닥의 순환액 자국이 갑자기 끊겼지만, 혈흔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를 끌고 간 흔적이 옆 갱도를 향했고, 흐릿한 형체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실리아!

지휘관이 루시아에게 신호를 보내자,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가 조명봉을 꺼내 던졌다.

그러자 차가운 빛이 생명 징후가 완전히 사라진 구조체를 비추었다.

그 장면의 충격이 브리이타의 의식의 바다를 관통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떨리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실리아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총상이야. 코어 근처를 맞아서 순환액이 유실됐어.

광정에 숨어있던 놈들의 짓이 분명해.

한 무리가 아닐지도 몰라요.

표면의 먼지를 쓸어내자, 일반적이지 않은 발자국이 암석 표면에 깊이 파여있었다.

넌... 충분히 용감했어. 실리아.

브리이타가 떨리는 손으로 실리아의 눈을 조심스럽게 감겨주었다.

지금부터는 내게 맡겨줘.

브리이타가 실리아가 있는 갱도에 표시를 남기고 숙연히 고개를 숙였다.

계속 전진하자. 바닥에 아직 혈흔이 있어. 그들이 뭔가를 저지르기 전에 따라잡아야 해.

어쩌면... 이 대원은 안젤 쪽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았는데, 나중에 협상이 결렬돼서 싸움이 벌어진 건 아닐까요?

그럴 리 없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죠?

브리이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트로이를 쏘아보았다.

난 배신... 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일을 겪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난 지원 부대 대장으로 임명된 후, 모든 대원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고, 새로 들어오는 신병의 이력에 대해서도 꼼꼼히 검토했어.

으흠...

영문도 모른 채 타깃이 된 듯한 느낌에 트로이가 멋쩍게 코를 긁적였다.

게다가 제3자의 도움 없이 안젤과 조수 둘이서 실리아를 제압하는 건 불가능해.

내 생각엔 안젤도 누군가에게 협박당해 끌려간 것 같아.

흔적이... 여기까지 이어져 있어.

브리이타가 말한 그곳은 광정의 생활 배수 시설 같아 보였고, 질퍽한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이 정말 이런 곳에 실험실을 만들었을까?

흥, 그들을 얕보지 마세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들이라면 암석층 속까지 파고들어 숨으려 할걸요? 태생부터 어둠에 물든 존재도 있으니까요.

익숙하다고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왜 그렇게 잘 아냐고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비열한 생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이 통했나 보죠.

……

브리이타가 앞서가는 트로이를 주시했다. 그녀는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곳에 대해 왜 이리 잘 알고 있을까? 그녀의 진짜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

광정에 들어온 뒤로 브리이타의 마음은 줄곧 불안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행동했음에도 결국 동료를 잃고 말았다.

자신을 향한 브리이타의 자책은 이 움푹 파인 하수도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응, 난 괜찮아. 그냥...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셰릴이 곧 통신 장비 수리를 끝마칠 거야. 그러면 최소한 내부 통신은 유지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후...

브리이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브리이타도 최근 자신이 보인 이상 행동을 눈치채고 있었다.

브리이타의 마음속에 불안감과 의심, 그리고 한때 햇빛에 가려졌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녀가 실리아의 시체를 발견한 순간,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결국 의식의 바다에 있는 검은 화산을 폭발시킨 기폭제가 돼버린 것이다.

걱정 마. 곧 괜찮아질 거야.

계속 전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