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
지원 부대
지원 부대의 수칙을 복창한다.
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확한 연계, 정확한 보장, 필수적인 지원으로,
어떤 희망도 포기하지 않는다.
지친 지원 부대원들이 경직된 모습으로 지원 부대 수칙을 복창했다.
벌써 새로운 임무라니... 이런 강행군은 버거운데 말이야.
콘스탄틴 채석장에서 큰일이 터졌나 봐. 그게 아니라면, 대원들이 이렇게 많이 투입되지도 않겠지.
채석장일 뿐이잖아. 그건 집행 부대 일 아닌가?
거긴 탄탈 광산이야. 임무 정보에 따르면, 내부가 퍼니싱에 침식돼서 지하에 있는 노르만 그룹의 탄탈 실험실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대.
퍼니싱이 폭발한 지가 언젠데 어째서 지금 보고가 올라온 거지? 현장 내부 상황도 아직 확실치 않잖아.
구조 지원과 개척 임무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다, 집행 부대 대부분이 지상의 침식체를 처리하느라 바쁜가 봐. 그래서 우리한테까지 일이 넘어오게 된 거지.
저 갈색 머리 신입 좀 봐. 훈련소를 갓 수료한 인원이라, 원래대로라면 이번 임무의 참여 대상이 아니야.
긴급 임무이기도 하지만, 신입의 가족이 콘스탄틴 채석장 붕괴 사고 때 구조 대원으로 참여했다더라고. 그게 아녔으면, 대장님이 절대 승인해 주지 않았을 거야.
브리이타는 분주한 인파 사이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브리이타... 여기예요!
로린! 네가 왜 여기 있어? 집행 부대로 전출 신청했다며?
부서 간 전출 건인 데다, 특별한 상황도 아니라서 승인 절차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브리이타가 이번 지상 임무에 지원했다고 들었거든요. 전투력은 미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원 부대의 다른 업무는 더 잘 알고 있으니...
다시 협력 작전을 할 수 있겠네!
네! 트로이 교관님도 계시고요!
트로이 교관님? 이번 임무에 교관님도 참여하셔?
저쪽에서 봤는데... 저기 계시네요.
로린이 가리킨 곳을 보니, 파란 머리의 구조체가 지급받은 무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트로이 교관님!
이 튀는 머리색을 바꾸든지 해야겠어.
어느 정도 정리를 마치자, 모든 물자가 수송기에 실렸다.
임무 지시에 따라, 지원 부대는 여러 소대로 나뉘어 콘스탄틴 채석장 내부로 진입하였다.
예상대로 트로이, 브리이타 그리고 로린이 같은 소대에 배치되었다.
그러니까, 브리이타가 공중 정원에 들어올 때까지도 콘스탄틴 채석장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어. 구조 대원 규정상, 구조 대원에게 사고가 났을 때는 책임자가 반드시 사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거든.
하지만 내가 공중 정원에 발령받은 후, 지원 부대 구조체로서 질의서를 보냈는데도 그들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어.
더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그 비밀이 드러나면 "한 구조체가 조사하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거야.
쳇, 양심 없는 사장 녀석.
이번에 콘스탄틴 채석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예전의 "붕괴"와 같은 상황일 거야. 다만 이번에는 그들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된 거지.
반드시 부모님에 대한 단서를 찾아낼 거야.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그분들을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둘 순 없어.
네! 브리이타 같이 뛰어난 구조체는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예요!
로린이 주먹을 불끈 쥐고 브리이타를 응원하는 동안, 트로이는 수송기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표정을 감춘 채 침묵을 지켰다.
콘스탄틴 채석장은 노르만 그룹이 아주 초기에 투자한 채석장 중 하나였다.
구조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채석장의 가치가 노르만 그룹에 의해 재조명되었고, 거대한 지하의 탑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콘스탄틴 채석장의 최고참 광원조차 지하 광정의 모든 경로를 안다고 장담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지원 부대는 콘스탄틴 마을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상황에서 가장 기초적인 방식으로 수색과 구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붕괴와 사고로 광정의 전력이 대부분 끊어져, 지원 부대원들은 들고 있는 전등으로 자신의 앞만 겨우 비춰볼 수 있었다.
그래서 대원들은 낙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대원을 한 명씩 밧줄로 연결시켰다.
깊이 들어갈수록 지하 공간은 더 넓어졌다. 그들은 몇몇 침식체를 처리한 후, 콘스탄틴 채석장에서 제공한 노선도를 따라 조심스레 전진했다.
브리이타?
네.
로린?
네.
트로이?
……
트로이?
네.
여러 번 호명한 끝에 트로이의 평소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에서는 통신이 불안정했기에, 이런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혹시나 낙오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피 냄새가 나요. 이쪽이에요.
탐조등이 비친 곳에서는 생존자를 찾아볼 수 없었고, 참혹한 혈흔만이 이곳의 비극을 증언하고 있었다.
침식체가 남긴 흔적은 아닌 것 같아요.
로린이 몸을 낮추고 바닥의 마르지 않은 혈흔을 살폈다.
충돌에 의한 혈흔이에요. 총상이고... 여기를 보면 확실히 끌린 흔적이 있어요.
누군가가 시신을 옮긴 거예요.
역시 이곳엔 뭔가가 있어요.
이동 방향을 알 수 있을까? 혈흔이 마르지 않은 걸 보면 생존자가 있을지도 몰라.
저쪽이에요.
로린이 가리킨 방향으로 대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다시 한 번 30분 경과를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이에 소대를 이끄는 지원 부대 대원이 발걸음을 멈추고 대원들을 호명했다.
트로이?
구조체의 목소리가 텅 빈 갱도를 울리며 불길한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트로이, 대답하지 않으면 출근 점수를 차감할 거예요.
트로이!
발성 모듈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날 정도였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트로이... 트로이가 사라졌어!
안전 밧줄은? 낙오된 건가?
안전 밧줄, 안전 밧줄은...
어둠 속에서 밧줄을 찾는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대원이 안전 밧줄을 잡아당기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안전 밧줄이... 잘렸어!
탐조등 최대로!
대원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최저로 유지했던 탐조등의 출력을 최대로 높여, 갱도 바닥을 환하게 비췄다.
순환액 흔적이야. 트, 트로이가 설마!
그럴 리가 없습니다! 트로이 교관의 실전 능력은 이미 증명됐잖습니까? 그 누구도 교관을 기습해서 해칠 수는 없을 겁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제가 트로이 교관을 찾으러 왔던 길로 가 보겠습니다!
안 돼. 너무 위험해. 너 같은 풋내기가 이탈하는 거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여기까지 오면서 형광 표시를 해뒀고, 지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20분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 안에 트로이 교관을 찾지 못하면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내가 농담하는 것 같나?
저, 저도 브리이타와 함께 가겠습니다.
네가?
제가 강하지는 않지만, 이동했던 길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리이타와 함께 소대를 따라잡는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그만해.
딱 20분 준다. 그 안에 찾지 못하면 즉시 복귀하도록.
네!
한편, 어둡고 험한 광산 갱도에서 트로이는 지원 부대의 탐조등도 켜지 않은 채, 익숙한 길을 걷듯 침착하게 전진했다.
아무리 일하기 싫어도 "출근"은 해야 했기에, 트로이는 자신이 대원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트로이는 "연구실의 실험체에 납치됐다가,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나왔다."라는 핑계와 함께 소대로 복귀하면, 그녀들이 믿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브리이타가 자신을 추적할 경우도 염두에 두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험실에는 인증 시스템이 있으니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꽤 대담하네. 이런 지름길까지 폭파할 줄이야.
트로이는 무너진 갱도를 피해 다른 길로 돌아간 후, 조작 패널의 먼지를 털어내고 비상 전원 버튼을 작동시켰다.
인증에 성공했습니다.
다행이야. 그 무용지물들이 만든 예비 파워서플라이가 쓸만하네.
암석 뒤에 숨겨져 있는 대문이 조금씩 열리더니, 어두컴컴한 복도가 트로이 앞에 나타났다.
하... 옛 동료에 대한 정은 바라지 마.
쿠로노는 돈을 지불했다고.
트로이는 다시 한숨을 내쉰 후, 시체 몇 구를 피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깨끗이 처리해놨는데, 굳이 나보고 또 처리하라는 거야. 응?
실험실 한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놓친 게 있는 건가?
잠깐! [삐-] 나라고!
쳇.
트로이는 짜증과 함께 혀를 차면서도 총으로 헤이드를 계속 겨눴다.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죠?
[삐-], 쿠로노 그 미치광이들이 들어오자마자 무차별 사격을 했어. 다행히 재빨리 피해서 뒤편에 숨어있었지.
이형 공중합체의 모든 연구 자료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 어서 나가자고. 지금 나와 함께 간다면, 내 몫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하지. 윽!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트로이의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공포에 질린 헤이드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목숨 값이 고작 그건가요? 그리고... 당신을 어떻게 믿죠?
음... 이건 신이 내린 기회일지도 모르겠네요.
임무를 받을 때만 해도, 이런 행운이 따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삐-]! 트로이! 잊지 말라고! 내가 아니었으면, 넌 [삐-] 진작에 그 시체 더미 속에 파묻혔을 거야!
그럴 수도 있었겠죠. 어쩌면 그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트로이는 다시 총을 장전하고 헤이드를 조준했다.
너는 날 죽이지 못해! 네 기체는 내가 직접 개조한 거라고. 내가 죽으면 너도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음... 당신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요.
저에게 살고 죽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살아서는 이런... 무의미한 쓰레기 같은 일만 하고, 당신에게 끊임없이 분해되고, 개조되고, 실험당하는데...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요?
그러니... 저랑 같이 이 세상과 작별하시죠.
트로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안 돼. 그러지 마!
트로이 교관님! 뭐 하시는 겁니까!
총성이 울리기도 전, 복도 저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삐-]. 무용지물들, 왜 저쪽에도 구멍을 내놓은 거야.
눈 부신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 실험실에는 다른 출입구가 있을 리 없었다. 브리이타가 인증 시스템을 피해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쿠로노 병사들이 실수로 새로운 통로를 뚫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총 내리십시오! 저 남자는 누구입니까? 왜 그를 조준하고 계시는 겁니까?
맘에 안 들어서.
그보다, 교관인 날 겨눠도 되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트로이는 자기도 모르게 헤이드를 겨누고 있던 총을 내렸다.
공중 정원에 자신의 정체가 아직은 드러나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오, 공중 정원의 구조대시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저, 저는 여기서 탄탈 광석 연구를 하고 있는 노르만의 연구원이에요!
헤이드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소리쳤다.
입 다물어요.
당신 정말로 연구원이 맞아?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분명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당, 당연하죠! 여, 여기 제 신분증이요.
헤이드가 권한 카드와 신분증을 다급히 꺼내 보였다.
허, 제 눈에는 "평범한 연구원"으로 안 보이는데요.
"평범한 연구원"이라면, 밖에 있는 시체들은 어떻게 설명할 거죠?
그, 그건...
다 퍼니싱에 침식된 구조체들이 한 짓이에요! 저, 저와는 아무 관계없어요.
음? 정말 당신과 아무 관계가 없나요? 수상쩍게 굴길래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요.
당신이야말로 이 모든 일의 주범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나요?
트로이는 다소 악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범"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하며 말했다.
말, 말도 안 돼요! 이런 오해가 있어서 총을 겨눈 거라면... 이해는 하지만...
……
브리이타의 눈에는 그들이 수상쩍은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이 둘의 만남이... 정말 우연이었을까?
용의자에게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지원 부대는 현장에서 처분할 권한이 없습니다. 트로이 교관님. 이건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브리이타가 조심스럽게 트로이의 반응을 살폈다.
브리이타는 상황 파악은커녕, 그들의 짧은 대화만으로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을 공중 정원으로 이송해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트로이 교관님, 로린에게 총을 주십시오.
가져가.
트로이가 자신의 권총을 바닥에 던졌다.
임무는 실패로 끝났고, 헤이드 제거에도 실패했다. 그리고 브리이타에게 정체가 탄로 난 지금, 트로이에게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아직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었다. 연구실 아래 설치된 폭발 장치를 작동시킨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었다.
하지만... 브리이타와 로린은 아무 잘못 없었다.
트로이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원망하듯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한 걸음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