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5 분노의 황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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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5-14 마을의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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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밀밭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 속의 소녀는 맥스가 영원히 잊지 못할 진심 어린 사랑이었다.

너... 날 마중 나온 거야? 나...

이게 인생의 끝이라면... 죽음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소녀는 밀밭보다 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삐--].

맥스의 수많은 꿈속에 등장했던 소녀가 그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우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오클레르?

너 바보냐? 내가 말했잖아. 죽으면 다 끝인 거고, 난 그저 네 기억 속 환상일 뿐이야.

아... 그래... 오클레르는 이미 죽었어. 다시 살아날 수는 없어.

하지만 넌 아직 살아있잖아. 안 그래?

오클레르는 맥스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그곳의 고동을 느꼈다.

어이. 오클레르가 사랑하는 남자가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 겁쟁이였나?

맥스는 손을 뻗어 오클레르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느낄 수 있는 건 자기 심장 박동뿐이었다.

이제 그만 빈둥거리고 일어나지. 네 아들과 젊은이들이 싸우고 있잖아!

아... 그래. 아직은 작별 인사할 때가 아닌 것 같아.

네가 담배를 끊지 않는다면, 우린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오클레르에게 미소를 지은 맥스가 고개를 끄덕인 뒤, 끝없이 펼쳐진 밀밭을 등지고 돌아섰다.

하하... 그럼... 지금은 그 녀석들을 좀 더 도와줄 시간인 것 같군.

오클레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맥스의 등에 기대며 서서히 사라져갔다.

쿨럭... 쿨럭...

갑자기 눈을 뜬 맥스가 목구멍에 고인 피를 쿨럭거리며 토했다.

야! 이장, 아직 살아있는 거지?!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지 마. 내가 다친 건 어깨지, 귀가 아니라고.

한쪽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반이 달려왔고, 맥스가 깨어난 것을 발견했다.

아, 아버지!!!

제식 권총을 한쪽에 내팽개친 반이 달려와, 맥스의 손을 꽉 잡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아버지를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한쪽으로 밀려난 녹티스가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자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만 같았다.

반...

네?

그만 울어라. 넌 우는 게 네 엄마랑 똑같아서 보기 흉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맥스는 반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러고는 녹티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녹티스. 우릴 구해줘서 고맙군.

고맙다는 말은 사양할게. 파트너가 너희를 구하라고 해서 온 거니까. 이장이 죽으면 이 마을이 위험해질 거라고 했거든.

그 지휘관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한 판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파트너도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야.

내가 그 지휘관과 대화 좀 할 수 있겠나?

고개를 끄덕인 녹티스가 방금 전 받은 단말기를 꺼냈다. 통신은 연결된 상태였지만, 녹티스가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파트너... 이봐... 대답 좀 해봐!

통신에서 침묵이 이어졌고, 불안과 초조함도 함께 커져만 갔다.

"어..."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마침내 단말기 너머로 안심시켜 주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다음에...

"아...!!!"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처절한 비명이 다 덮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