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5 분노의 황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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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5-12 빌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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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티스와의 통신은 그가 버려진 양조장으로 들어간 후 교란으로 인해 끊겼다. 이에 따라 혈혈단신인 녹티스가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걱정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바텐더라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추수절 기간, 이 주점은 밤늦게까지 주민들로 가득 차곤 했다. 그래서 피크 타임을 미리 준비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바쁠 때 정신없이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깨끗하게 씻은 술잔을 집어 들고, 살짝 입김을 불어 넣은 뒤, 마른 천으로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서 술잔 전용 걸이에 걸었다. 그러자 이상하면서도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그때, 주점 문에서 "딩동"하는 소리가 들렸고, 오늘 밤의 첫 손님이 주점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 손님은 다른 단골들처럼 바로 바 카운터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걸었다.

이때 바 카운터의 위치를 파악한 듯, 천천히 걸어와 바 카운터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죄송해요. 제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요.

희미한 조명 덕분에 그가 의자에 앉고 나서야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선글라스 아래의 눈은 빛이 없어서 오싹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아무거나요... 바텐더가 대신 골라주세요.

그의 얼굴에는 예의 바른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를 강렬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휘관 특유의 근거 없는 의심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계속 남아 있었다.

음...

숙련된 손길로 술장에서 낮은 도수의 비알코올 전해액 한 병을 꺼낸 뒤, 술병에 있는 금빛 액체를 잔에 부었다. 그러자 유혹적인 향기가 퍼져나갔다.

???

고마워요.

왼손으로 테이블 위를 헤매듯이 더듬던 그는 잔을 꽉 쥐었다.

그 과정에서 바람에 오른쪽 어깨에 걸친 망토가 살짝 들리면서, 아래쪽 텅 빈 곳이 드러났다.

잔을 닦던 손길이 문득 멈췄다. 이 불청객의 정체를 들어본 적이 있는 거 같았다.

지금의 그는 앞에 있는 바텐더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지휘관에게는 유리한 상황으로, 녹티스에게 필요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기회였다.

나이젤

예전엔 그랬지.

나이젤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이젤

과거, 지상에 몇 번 왔었지만, 임무 지점 외에는 다른 곳에 간 적은 없어.

나이젤

음... 임무 때문에.

술잔을 든 나이젤은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대신 귀에 가져다 댔다.

나이젤

난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

나이젤은 잔 속의 술을 흔들며, 액체가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이젤

술을 꽤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

나이젤

음... 사실 그 친구의 주량은 별로였는데, 나랑 다르게 취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개의치 않았지.

나이젤은 눈치채기 어려운 미소를 지으며, 잔 속의 술을 모두 마셨다.

나이젤

역시 내 입맛에 안 맞는 것 같아.

테이블 위에 다시 술잔을 내려놓은 나이젤이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구조체와 인간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해?

바 카운터를 세심하게 닦는 척하면서, 눈길은 내내 나이젤을 떠나지 않았다.

흠, 그런가...

나이젤은 마신 술값의 블랙카드를 바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바텐더가 아닌... 공중 정원의 지휘관이라면 답이 달라질까?

나이젤의 질문을 듣는 순간, 지휘관의 손이 바 카운터 안쪽 서랍을 향해 갔다. 그곳엔 방어용으로 쓰이는 제식 권총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왼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이 왼쪽 몸을 지배했다. 나이젤에게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의 무기에 당한 것이었다.

통증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마비가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녹티스가 날 언급했던 모양이군... 그럼, 나한테 찾아오라고 전해, 나랑 그 녀석 사이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네.

내가 마지막으로 던진 그 질문의 답도 녹티스가 직접 답해달라고 전해줘.

안경을 밀어 올린 나이젤은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충고 한 가지를 하지, 당신과 그 이장만으론 '통솔자'를 막을 수 없어...

나이젤의 발걸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자, 지휘관의 의식도 조금씩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