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바텐더 지휘관. 평소처럼 얼음물 한 잔 줘!
이 녀석은 매일 얼음물 한 잔만 주문했다.
지휘관은 주저 없이 사장이 준비한 표지판을 바 카운터에 내놨다. 그 위엔 "추수절 기간 무료 얼음물 제공 안 함"이라고 적혔다.
이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주민이 실망하기 시작하자, 비알코올 전해액 한 잔을 따라 그의 앞에 놨다.
어... 난 비알코올 전해액을 시킨 적 없는데?
오! 이것 봐~ 내가 처음부터 넌 좋은 사람이라고 했잖아.
(오? 공중 정원에서 온 [삐--!]라고 했으면서?)
주민은 잔을 들어 비알코올 전해액을 털어 마신 뒤, 입가에 남은 거품을 닦아내고서야 입을 열었다.
옛날에 우리 이장한테 불만을 품은 몇몇 건달들이 마을에서 쫓겨난 적이 있거든, 지금은 마을 외곽 양조장에 모여있다고 들었어.
허튼소리 하지 마, 내가 우리 이장님을 얼마나 존경하는데, 흠~ 솔직히 말하자면, 이장님이 아니었으면, 나와 내 형제들은 굶어 죽었을 거야. 나 때는 말이야...
괜히 말이 길어질 것 같은 주제였기에, 지휘관은 서둘러 화제를 바꾸도록 유도했다.
아, 맞다! 그놈들 말이야, 너희들이 마을에 도착한 이후로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어... 근데 그게 너희들이 조사하고 있는 이와 관련이 있는진 모르겠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았는지 참... 듣기론 추수절 전에 엄청난 양의 식량을 사들였대.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그리고 오늘이 바로 추수절이라... 그놈들이 모두 거리로 나올 모양이던데, 분명 어떤 의도가 있겠지.
지휘관은 잔을 조심스레 닦으며, 주민이 제공한 정보의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드몽과 그 부하들이 이 마을에 숨어서 뭔가를 꾸미고 있다면... 추수절과 같은 북적북적한 시기가 움직이기 가장 적합한 타이밍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드몽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어, 다 들었어. 그러니까 오늘 건달들이 나타나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녹티스는 고민을 자주 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둔한 축에 속하지는 않았다.
훗, 오리지널 정화 부대의 예리한 "후각"을 한번 보여줄게. 파트너!
네가 말했잖아. 지금 넌 잠시 지휘관 신분을 내려놓았고, 나도 집행 부대의 구조체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새로운 호칭을 써야 하지 않겠어? "파트너"라고 하면 괜찮지 않나?
헤헷, 그렇지!
지휘관과 구조체의 상하 관계가 아닌,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의미하는 "파트너"가 현재 지휘관과 녹티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인 거 같았다.
음? 이거 말하는 거야? 방금 추수절 노점에서 산 코팅인데, 이 친구가 골라준 거야.
[삐--!], 우리 형님 [삐--!] 멋지다니까!
중요한 건 명절 분위기 속에서 이런 차림으로 돌아다녀도 눈에 띄지는 않을 거 같았다.
녹티스.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통신의 건너편에서 녹티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칫, 내 성질을 건드리는 녀석이 왔군. 나 잠깐 가볼게.
하기 싫으면 그냥 가세요.
뭐? 너 진짜 사람 짜증 나게 하네. 미리 말하지만, 난 네 명령에 따르는 게 아니라, 이건 그냥 내 "업무"일뿐이야.
마을 주민들을 도와 갑자기 나타난 이합 생물을 막은 후, 마을을 보호하는 일을 맡게 된 녹티스는 치안관인 반과 함께 행동했다.
당신은 그 지휘관의 명령만 따르나요? 이게 공중 정원의 룰인 건가요?
난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아. 하지만... 내 파트너가 "부탁"한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다르지.
녹티스가 자기 옆을 지나가는 노부인을 향해 열정적으로 인사했다. 그러자 노부인이 녹티스에게 야생 과일을 건넸고, 그는 과일을 받아 한 입 베어 물었다.
흥... 그럼 넌? 너도 네 이장 아버지의 말을 들어야 하잖아?
아버지를 언급하자 표정이 어두워진 반은 야생 과일을 든 녹티스를 혐오하는 눈빛으로 봤다.
아버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요. 아버지와 전 만나면 싸우기만 할 뿐이니까요. 전 그냥...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치안관이 된 거예요.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걸 의식한 반은 입을 다물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잖아.
녹티스는 야생 과일을 먹으며, 길가에서 간식을 사주지 않는다고 아버지에게 보채는 어린아이를 바라봤다.
나한테도 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었고, 티격태격하던 형제도 있었어. 그런데 모두 죽었지. 내 눈앞에서...
그러니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이야기를 실컷 나누라고, 의외로 재밌을지도 모르잖아.
녹티스가 웃으며 반의 머리를 쓰다듬자, 반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맞받아쳤다.
그럼, 난 먼저 저쪽을 순찰하러 갈게. 이따 보자.
반은 녹티스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본 후, 품속에서 공중 정원의 제식 권총을 꺼냈다.
……
반은 권총을 다시 옷 주머니 속에 넣은 뒤,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멀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