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5 분노의 황사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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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5-10 의심이 가는 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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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오아시스.

몇 번이나 더 말해야 하죠? 리더님께서는 부대를 이끌고 이합 생물을 소탕하러 가셨는데, 마침 그 지역에 강력한 전자기 교란이 있어서 잠시 통신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 교관님한테 연락했고, 오는 중입니다. 용건이 있으시면 먼저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아니, 그럴 순 없지. 그쪽은 딱 봐도 담당자가 아니잖아. 우리 이장님께서 당부하셨어, 꼭 담당자랑 이야기해야 한다고.

이상하게 차려입은 주민이 허리에 매달린 술병을 들어 올리며, 꿀꺽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한 모금 마셨다.

하... 이렇게 소식 전달하는 건 나도 처음이라, 역시 긴장되네.

저기요, 여기서 술 마시면 안 됩니다!

안심해. 그냥 밀즙을 정제한 거야. 내가 술을 못 마시거든.

네? "뉴 오클레르" 주민 아닌가요? 그런데 술을 못 마신다고요?

망각자 병사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자칭 마을 주민이라는 사람이 급히 말을 바꿨다.

에이, 이장님 심부름 때문에 온 건데, 술에 취해서 일을 그르칠까?

그는 트림을 하면서 병뚜껑을 연 뒤, 술병을 병사에게 건넸다, 말 그대로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한 모금 마실래?

괜찮습니다...

병사가 고개를 저었다.

참 아쉽구먼... 꿀꺽, 꿀꺽.

주민이 밀즙이라고 부르는 음료를 한 모금 크게 들이키자, 공기 중에 상쾌한 향기가 퍼져나갔다.

근데 말이야, 망각자하고 공중 정원하고 사이가 좋다며?

마을 밖에서 온 사람 말로는 양쪽이 여러 번 협력도 했다면서? 그럼 손해 엄청 봤겠는데?

공중 정원에서 내려온 건 대부분 구조체여서 복귀한 다음 정비하면 다시 쓸 수 있지만, 너희 병사들은 어떻게 하냐?

야, 공중 정원 측에서 너희 병사들 상처 치료까지 책임진 거야? 아니면 끝나고 그냥 가버린 거야?

저희는 공중 정원 없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괜히 여기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그의 말을 들은 병사는 무의식적으로 총을 꽉 쥐게 됐고, 주머니 속에 넣어둔 피 묻은 명패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냥 하는 말인데,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냐?

근데 담당자는 아직이야?

???

보고할 내용이 있다면, 일단 나한테 말하게나.

병사의 배후에서 침착한 목소리가 전해왔고, 그 앞에 서있던 병사는 바로 경례를 했다.

밸러드 교관님!

그래. "뉴 오클레르" 마을에서 온 주민이 우리한테 전할 정보가 있다고 들었다.

병사에게 답례한 밸러드는 그 마을 주민을 바라봤다.

와타나베가 없는 동안, 내가 망각자를 임시로 관리하고 있다. 무슨 일인지 말해봐.

밸러드의 위엄 있는 시선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던 주민은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잡은 뒤, 다시 술병을 허리춤에 찼다.

네, 중요한 보고 사항이 있어 왔습니다.

확실한 건가?

"뉴 오클레르" 마을 주민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합니다. 그 지휘관은 분명 신분이 높아 보였거든요.

적어도 그 난폭한 구조체는 지휘관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았어요. 이런 태도는 우리에게 부탁하러 온 게 아닐 거잖아요?

공중 정원 측에서 선을 넘는 거잖아! 감히 "뉴 오클레르" 마을까지 손에 넣으려고 하다니.

지구가 만신창이일 때는 도망갔으면서, 이제 와서 지구를 차지하려고 해?

하지만 대철수 시기에 비하면, 그쪽도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적어도 진심으로 협력하려는 의지를 보여줬죠.

너 같은 신세대가 뭘 알아! 넌 대철수 때의 상황을 직접 겪어본 것도 아니잖아!

제가 신세대는 맞지만, 그래도 와타나베 님과 함께 싸워온 시간은 당신 못지않습니다. 전 제가 직접 본 것을 믿습니다.

하여튼 우리 리더님이 워낙 마음이 약해서 말이지. 그냥 처음부터 무장으로 거점의 독립을 확보했어야 했어. 괜히 지금처럼 애매모호하게 됐잖아.

그것 때문에 지금 대부분의 병사는 거점을 지켜야 하고, 자기도 직접 부대를 이끌고 이합 생물을 처치할 수 밖에 없지.

그만해, 무의미한 말다툼은 여기까지.

밸러드의 차분한 목소리가 회의 테이블 끝에서 울려 퍼지자, 현장의 긴장감이 잠시 가라앉았다.

교관님. 저희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건, 공중 정원 측에서 소통을 거절하는 태도입니다.

침묵을 지키던 한 병사가 입을 열었다.

공중 정원 측에서 정화 구역 내부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건 당연히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그들은 하필 제일 건방진 방식을 선택했잖아요.

정화 구역은 모두의 것이어야 합니다, 공중 정원의 사유 재산이 아니라고요.

공중 정원은 여전히 지구를 자신들의 주머니 속 물건처럼 여기는 것 같아요. 자신들이 버린 지상에서 아직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잊은 것 같아요.

"뉴 오클레르" 마을은 망각자에게도 중요한 식량 생산 지역입니다. 저희는 단지 생명줄이 또다시 그들의 사유 재산이 될까 봐 걱정하는 것뿐이죠.

공중 정원이 이런 짓을 하는 것도 처음은 아니니까요.

너희들의 걱정은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공중 정원 내부에도 망각자를 완전히 소멸하자는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온전한 독립의 힘을 갖추기 전까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을 유지하는 거야.

아직 양쪽 모두 대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망각자 측은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켜서 대의를 잃게 할 필요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밸러드가 결정을 내릴 무렵, 현장에 있던 모든 망각자의 통신 단말기에서 급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조 신청?

모든 망각자의 단말기에는 동일한 젊은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전술 마스크를 벗어 던진 뒤,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명패에는 뚜렷하게 "연잎밥"이라는 세글자가 쓰여 있었다.

와타나베가 망각자 부대를 이끌고 이합 생물이 출몰하는 구역에 방어선을 구축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연잎밥"이라는 이름의 망각자도 있었다.

공격... 전 채널...

연잎밥 쪽에 심각한 교란이 있는 거 같았다. 간간이 들리는 말소리 사이로 전류 소리, 총격과 폭발음이 섞여서 들려왔다.

망각자A

"연잎밥". 넌 리더님과 함께 있는 거 아니었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정화 부대... 중상... 지원...

영상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연잎밥"'의 시선은 계속 아래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무언가를 끌고 가는 것 같았다.

그때, "연잎밥"이 볼 수 없는 등 뒤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유탄 한 발이 직격으로 날아오는 모습을 모두가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망각자B

"연잎밥"!!!! 빨리 엎드려!!!

마지막 화면은 "연잎밥"이 제자리에 바로 엎드리는 동작에 멈추고 말았다.

통신이 끊긴 후, 모두는 잠시 침묵에 빠졌지만, 이런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던 망각자가 벌쩍 일어나자, 의자가 바닥에 쓰러지면서 소리를 냈다.

깜짝이야.

망각자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고, 방금 전까지 그와 맞섰던 다른 망각자도 일어나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너희들 어디 가는 거야?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당장 저 공중 정원 녀석들한테 가서 항의할 거예요!

그의 목소리엔 억눌린 분노로 가득했고, 그의 곁에 서 있던 다른 망각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앉거라. 주둔지 전체에 공황과 혼란을 퍼뜨리고 싶은 거냐?

밸러드 교관님!!

그가 손가락으로 밸러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과거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당신이 면역 시대에 정화 부대를 창설했잖아요.

왜요? 아직 공중 정원이 그립습니까?

난 정화 부대에 죽은 존재나 다름없다.

상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밸러드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 건, 나나 와타나베가 가르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만약 이 영상이 조작된 거라면, 넌 어떡할 셈인가? 그리고 만약 "연잎밥"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정화 부대의 공격을 당했다는 게 아니라면 어떡할 건가?

그들과 관련이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감시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치자, 그럼 넌 어떻게 그들을 찾아낼 생각이지? 주변을 향해 큰소리치는 게 네 방식인가?

그들을 찾아낸 뒤에는 또 어떻게 처리할 거지? 자체적으로 처벌을 가할 건가?

이 일로 공중 정원과 적대 관계가 되면, 경계선 지역의 안전은 또 어떻게 보장할 계획이지?

밸러드의 질문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그의 뒤에 있는 그림자가 무한히 커지면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망각자의 어깨 위에 무거운 압력을 가했다.

무거운 현실이 순간적인 분노를 눌러버렸고, 그 망각자는 온몸을 떨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교관님,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방금 통신을 기술자에게 분석하도록 넘기고, 와타나베가 처음에 계획했던 구역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한다.

와타나베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이 일이 공중 정원의 짓이라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들에게 복수하는 게 아니다. 정화 구역 처리가 초기 단계인 지금, 망각자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힘을 바탕으로 한 실력이 없다면, 모든 요구와 저항은 우스워 보일 뿐이다.

이런 손패들을 모아두면, 나중에 와타나베 피습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거나, 와타나베를 구출할 때 이걸 보험으로 삼을 수 있다.

와타나베 리더가 여기 계셨다면, 이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그를 위해 행동한다면, 대부분의 망각자는 이 계획에 동의할 거예요.

그래, 그럼 일단 작전 방안부터 세워보자고.

그리고 이 "뉴 오클레르" 마을의 주민은...

밸러드는 구석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망각자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빠져나가려는 사람을 바라봤다.

으음... 이제 제가 할 일이 없는 거죠?

여기 좀 더 머물러줘야 할 것 같군.

당신들... 네, 그럴게요.

그는 반박하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현장에 있는 망각자와의 전투력 차이를 깨닫고 바로 저항을 포기했다.

다른 망각자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말이 없던 그 망각자는 조용히 고개를 젓다가 멈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