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단말기가 갑자기 무거운 침묵 속 잡음에 다시 빠져들자, 녹티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알 수 없었다.
통신 단말기에 표시된 대략적인 거리만으로 신호가 사라지기 전의 녹티스 위치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 안이기도 했고,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녹티스가 이전에 경고한 대로 여관을 함부로 떠날 수는 없었다. 만약 이게 함정이라면...
마을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나도 상황을 좀 보러 가야겠어. 넌...
맥스는 이쪽을 가리킨 뒤,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같이 가지. 너도 그 빨간 머리 구조체를 찾고 싶어 했잖아?
맥스 이장과 함께 간다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를 완전히 신뢰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뭐지? 내가 죽일까 봐 겁이 나나?
그래, 용기 있군, 이곳에서는 좋은 덕목이지.
맥스는 걸음을 멈추고 손에 든 시가를 한 모금 피웠다.
그리고 날 "이장"이라고 불러줘.
문을 여는 순간, 귀를 찢을 듯한 소음과 짙은 술 냄새가 밀려 들어왔다. 적막한 거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평소보다 두 배 정도는 크게 말해야 소통이 가능했다.
여긴 마을의 주점이고... 알코올은 마을 주민들의 대부분에게 필수품이지. 특히 이런 밤엔 더 그렇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맥스가 공기 속 진한 맥주 향을 음미했다. 그리고 얼굴에는 어느 정도의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흠... 올해도 품질이 훌륭한 것 같군.
공중 정원에도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관리가 엄격한 통제품에 속했다. 하지만 여기선 일반 상품처럼 시장에서 흔히 유통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합성 식품이 아닌 자연이 생산한 식품을 사용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양조한 음료라면, 어떤 의미에서는 사치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뉴 오클레르"의 황금빛 피라 할 수 있지.
맥스는 거품과 황금빛 광택이 도는 맥주 한잔을 한 모금에 비워버렸다.
와인처럼 값진 건 아니고, 쌀로 담근 술처럼 섬세한 향이 나지도 않지. 그저 즐거움과 자유를 표현한 단순한 음료라 할 수 있어.
어때? 한잔할래?
거참 융통성이 없는 지휘관이군. 너도 그 친구한테 좀 배워야 해. 괜히 복잡한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야~~~~~~~~ 후~~~~~~~~!
바로 그때, 북적이는 주점 한구석에서 열광적인 괴성과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런 이합 생물들이라면, 내가 이전에 그 으스스한 숲에서 한 무더기를 해치웠어! 다들 한 방에 쓰러지더라고! 그러면서도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을 지키느라 고생 좀 했었지.
형! 멋져! 역시 천하무적이야!
[삐-], 너무 [삐-]!
오! 이봐. 이봐. 내가 말한 그 지휘관이 왔어! 여기. 이쪽이야!
주민들 사이를 힘겹게 뚫고 가니, 연기가 자욱한 희미한 불빛 너머로 누구보다 높이 서서 손을 휘두르는 녹티스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 번진 홍조를 보니, 분명 유사 알코올 전해액을 마신 것이 틀림없었다. 술 말고 이런 것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아니. 아니. 형님은 사실 조금밖에 안 마셨어.
의외로 옆에 있던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쉿! [삐--!]. 너 죽고 싶어? 십 분 전에 형님을 놀렸던 [삐--!]는 벌써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바닥 액세서리가 됐다고!
다행스럽게도 녹티스는 이쪽에서 한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거 같았다.
30분 전만 해도, 이 주민들은 녹티스 머리 위로 침 뱉을 기세였다.
형님 덕분에 그 이합 생물들을 쫓아내고 식량 창고를 지켜낼 수 있었어. 그러지 않았다면 올해 추수절을 망쳤을 거야!
[삐--!], 우리가 아무리 못돼먹었어도 은혜를 원수로 갚진 않아!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은 딱히 착해 보이진 않았고, 어쩌면 보편적인 상황에서 빌런으로 취급받을 사람들이었다. 다만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얼간이들은 아니었다.
어차피 형님을 이길 수도 없었잖아, 하하하하하!
[삐--!]. 그렇긴 해! 하하하하하!
야! 지휘관. 거기서 뭐 해? 어서 여기로 와!
주민들에게 둘러싸인 지휘관은 녹티스가 있는 앞쪽으로 떠밀려갔다. 녹티스는 단순히 의자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춤추자고!
어? 춤은 굳이 장소를 가리면서 출 필요는 없잖아, 그냥 즐기는 거지!
눈 부신 불빛이 흔들렸고, 취기가 오른 녹티스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맥스가 말했던 것처럼, 이 마을에서는 너무 많은 걸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가즈아!
망설였지만 결국 녹티스의 손에 이끌려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올라가게 됐다.
테이블 아래 주민들이 환호와 웃음을 터트리자, 지휘관은 어색한 감정을 다소 덜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같이 브레이크 댄스 추자고!
같이 춰! 부끄러워하지 마.
대답도 듣기 전에 녹티스는 손과 발을 휘저으며 테이블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와 흡사한 동작을 보여줬다. 물론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보이는 동작일 뿐이었다.
말은 그렇지만 사실 상관없었다. 춤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하하하하! 야! 우리도 올라가자!!
[삐--!]. 가자!
취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하나둘씩 녹티스를 따라 테이블 위로 기어 올라왔고,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바닥에 떨어진 술병을 주운 뒤, 주점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어느새 창밖 하늘에서 옅은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시간은 어느새 아침이 됐고, 지휘관은 참다못해 하품을 했다. 파오스에 있었다면, 작전 기간에 하품을 했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을 거였다. 어쩌면 정신줄을 좀 놓아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
하지만 녹티스를 포함해,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는 주민들이 한 무더기가 있었다.
흥. 이 녀석... 단 하루 만에 이 마을 주민들하고 허물없는 사이가 됐어. 현지 주민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야.
공중 정원의 지휘관. 넌 기분이 어때?
인생이란... 항상 "생각지 못한 일"로 가득한 법이지. 온 김에 편하게 적응하길 바란다.
전에 말했었지. 여기 머무르면서 드몽이라는 녀석을 조사하고 싶다면, 취직을 해야만 한다고.
맥스가 주점 사장과 눈인사를 나누더니, 사장도 따뜻한 미소로 이쪽을 바라봤다.
차라리 여기 주점에서 일하는 건 어때? 추수절 기간이라 마침 사장도 일손이 모자라서 그래.
하지만 지금은 그 신분을 잠깐 접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저 구조체는... 전투 실력이 출중하니까, 마을 수비를 맡기는 게 어때? 일어나면 반한테 데려가서 보고하게 해.
내 아들이야... 스스로 치안관이라는 직위를 만들는데, 이 마을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했거든.
궁금한 게 있다면 그 녀석한테 물어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야. 물론... 반이 순순히 말해준다면 말이지.
그럼, 첫 번째 임무를 맡겨주마, 사장을 도와서 저 취객들을 모두 밖으로 내던지는 거다.
말을 마친 맥스는 몸을 돌려 떠났고, 한쪽에 서 있던 주점 사장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의외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 팔뚝이 드러났고, 취객 하나를 가볍게 문밖에 던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