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이없구먼...
창가에 기댄 녹티스가 아래 거리를 바라봤다.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저기 밑에서 최소한 5명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나가기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전부 알게 될 거야.
한숨을 쉰 녹티스가 여관의 침대로 돌아가 지루해하며 누웠다.
이러면, 그 녀석을 어떻게 잡지?
맥스가 배정... 아니. 강제로 그가 마련해 준 여관에 머물게 됐다.
맥스가 말했던 것처럼, 이곳은 공중 정원에서 온 모든 것을 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 조사를 통해 드몽을 찾아내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었다.
이장의 말에 따르면,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추수절 준비로 최근 일시적으로 마을을 폐쇄했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낯선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고, 드몽이 아직 마을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노인네가 한 말이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가짜인지 모르겠어.
침대 위에서 팔짱을 낀 녹티스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질문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던 거 같았다.
흥, 묻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봐. 내가 대답하고 안 하고는 다른 문제니까.
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 거야?
녹티스는 코웃음을 치며 웃었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폭약은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조합할 수 있는 거야. 원래는 말이야.
어. 나 말고 두 대원이 더 알고 있었는데, 다 죽었어. 게다가 내 눈앞에서 죽었으니까, 살아있을 가능성이 없어.
창밖을 바라본 녹티스는 거기서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당시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봤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확신할 수 없게 됐어. 젠장.
그놈이 머릿속으로 뭘 생각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뭐... 엄청 대단한 녀석이겠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조금은 짜증이 난 듯한 표정의 녹티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잠깐. 왜 난 계속 네 질문에 답해야 하는 건데! 나도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번갈아 가면서 해. 그래야 공평하지!
이 상황에서 공평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선, 왜 네가 거기서 드몽과 같이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지휘관은 드몽의 목적을 몰랐던 녹티스에게 드몽이 했던 모든 일을 설명해 줬다.
드몽... 처음부터 널 노렸던 건가? 그리고 그걸 나한테 덮어씌우려고 했어. 내가 드몽을 찾으면 가죽을 벗겨버리고 말겠어! 그래서 기체에 통각 시스템을 설치한 걸 후회하게 할 거야.
자. 이제 네 차례야. 물어봐!
음... 넌 역시 예리하구나.
오랜 시간 침묵한 녹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방금 말했던 두 대원의 죽음이 이것과 연관돼 있어. 그중 하나는 나이젤이라고 해. 정화 부대에 있을 때 내 전우이자, 정화 부대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죽인 놈이야.
나이젤... 지휘관이 처음 듣는 이름으로, 정화 부대 대원들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이젤이 지상의 한 마을에 나타난 걸 누군가가 봤다는 정보를 입수했어. 그리고 그 마을의 이름이 바로 "뉴 오클레르"래.
녹티스의 반응으로 미뤄보아, 이 나이젤이라는 대원은 녹티스에게 단순한 "지인" 이상의 의미인 것 같았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내 폭탄 제조법을 알고 있을까?
진실을 점차 파헤치면서 녹티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 이제 내 차례야. 그 드몽이라는 녀석, 왜 굳이 널 이곳으로 끌고 온 거야?
정화 부대의 추락 현장에서 수송차를 몰고 떠난 드몽이 이곳에서 무방비 상태인 지휘관에게 행동을 취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 작은 마을 옆으로 와서 개폐교를 폭파하는 짓을 하면서까지 사람을 경계하게 했고, 계획은 결국 실패로 이어졌다.
아마도 드몽은 자기 부하들을 미리 여기에 숨겨둔 게 아니라, 드몽의 부하들은 원래 이곳에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럼, 이곳 주민들 전부가 그들 편이라는 거야?
그래. 맞아. 만약 여기 주민들이 다 드몽의 부하였다면, 우리 둘 다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그럼, 다시 처음 문제로 돌아가서, 어떻게 드몽을 찾지?
참나! 계속 제자리걸음이군.
오! 그래! 어서 해봐!
질문을 받은 녹티스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냐고? 내가 말했잖아. 나이젤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려고 이곳에 온 거라고!
의논? 쳇, 이건 내 문제야. 굳이 다른 대원까지 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 없지.
…………
잠깐, 갑자기 그 둘은 왜 언급하는 거지?
하? 베라가? 날 걱정해? 너 이제 착각이라는 것도 하냐?
웃음을 참지 못할 뻔한 녹티스는 한숨을 쉬고는 입을 다물었다.
진짜 너무 짜증 나, 남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혼자 조사하려고 온 건데...
절대 안 돼! 난 돌아갈 생각 없어. 그러니 너도 돌아가지 마.
녹티스는 매우 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처음처럼 성급하게 행동하는 건 아닌 거 같았다.
넌 나쁜 놈들을 별로 보지 못했구나. 정화 부대의 대원 중에도 그 배신자들의 동료들이 섞여 있을 수 있어.
그렇지.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아.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완전히 믿을 순 없어.
어쨌든 난 내일 마을로 조사하러 갈 거야. 저 녀석들이 우리를 환영하진 않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기분이 나빠진 녹티스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에이. 마음대로 해.
확실히 좀 더 생각한다고 득이 되는 건 없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푹 쉬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평온함이 극에 달한 공중 정원의 휴게실과 비교하면, 마을 안 여관은 상당히 시끄러운 편이었다.
요란한 바람 소리, 알지 못하는 곤충의 지저귐 그리 술에 취해 요란하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까지...
그런데도 이런 혼란한 소음 가운데에서도 이상하게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침대와 베개에 채워진 마른 밀짚에서 풍기는 향기가 사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다.
야. 자?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야. 넌 왜 날 믿는 거야? 내가 그 배신자들과 한패일 수도 있는데, 내 말을 믿어줬잖아.
직감이라...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보다 때때로 판단을 내릴 때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너 진짜... 내가 분명 경고했다, 나중에 날 원망하지 말고. 나랑 엮이면 너도 배신자로 취급받을지도 몰라.
무죄든 아니든 그런 건 이젠 상관없어. 어차피 옛날이나 지금이나 진실에 신경 쓰는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거든.
고갤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자, 피로감이 조금씩 밀려왔다.
부지불식간에 이완감이 몸을 감싸자, 서서히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쳇... 오지랖이 넓네, 너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인데도 말이야.
한숨을 쉬며 침대에 몸을 맡긴 녹티스는 눈을 감았지만,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케르베로스로 돌아간다라... 좋아. 드몽, 그 놈을 잡고 나면 그걸 목표로 삼자. 베라와 삼칠이 모두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망각자의 본거지에서는 와타나베를 포함한 각 분야의 담당자들이 드물게 한 자리에 모였다.
전술 지도 위에는 각종 기호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반이중합 탑을 중심으로 한 원형의 정화 구역이었다.
그게 사실이야?
네. 망각자 2호 구역이 갑자기 이합 생물들의 공격을 받았는데 이합 생물들의 행동이 상당히 이상합니다.
이합 생물들이 알려진 종류보다는 공격성이 약한 것 같지만, 집단 행동과 협력에 익숙해져서 예전의 방어 수단으로는 막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그 퍼니싱 생명체들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모양이군, 어쩌면 그 탑의 출현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와타나베 님께서 공중 정원 쪽과 협상 중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이제 사람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정화 구역 내부로 들어가기 시작했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너희 탓이 아니잖아.
와타나베는 복잡한 표정으로 이합 생물의 확산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바라봤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공중 정원의 녀석들은 계속 정화 구역 내엔 조사가 필요한 곳이 많다고 하면서, 함부로 사람을 들여보내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저희를 늦게 들여보내려고 하는 게 아닌지 싶습니다...
군사 담당자의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은 공중 정원에 대한 불만을 조금씩 표출하기 시작했다.
공중 정원 측과는 이미 협의를 마쳤다. 그들이 잘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너희들은 안심해.
와타나베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참석자들을 둘러봤다.
과거의 여러 사건으로 인해, 우리 망각자와 공중 정원 사이의 관계가 항상 긴장 상태에 있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중 정원 사람들은 행동으로 우리에게 자신들의 태도를 증명했지, 이건 모두가 눈으로 확인한 바이기도 해.
일정 기간 공중 정원과 함께 다양한 적들과 마주했고 서로를 도왔다. 망각자 중 직접 참여한 이들은 공중 정원에 대한 시각이 조금이나마 달라졌다.
그러니 너희들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이합 생물 문제에 대해 빠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네!
와타나베는 심각한 표정을 한 채로 여러 망각자 주둔지에서 보낸 보고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보고서에는 이미 상당수의 망각자가 정화 구역의 방위 병력과 마찰 및 분쟁이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와타나베가 모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지만, 이런 잠재된 불만이 언제 폭발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교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와타나베는 주둔지의 그늘진 곳으로 몸을 돌려 물었다. 방금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도 그곳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것 같았다.
이 나이 든 남자는 와타나베의 아버지와 동년배의 군인으로 최근 와타나베의 요청으로 망각자의 신병들을 훈련하는 임무를 맡았다.
제가 보기엔 공중 정원의 약속을 백 퍼센트 믿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무리 전에 믿음직한 친구였다고 해도, 이해관계의 충돌 앞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공중 정원 내에도 다른 목소리가 있습니다. 망각자가 완전히 사라지길 바라는 목소리 말입니다.
네. 조심스럽게 협상하는 건 항상 옳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중 정원이 이 모든 걸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는 상황에선 우리가 그 이합 생물의 번식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합 생물이 출현하는 지역 근처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 지역을 공중 정원 사람들은 "이합 재난 구역"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전투력이 부족한 게 문젭니다.
제가 일부 부대를 이끌고 "이합 재난 구역" 근처에 가서 그 이합 생물을 처치하는 건 어떻습니까?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와타나베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최근 망각자에 합류한 사람들이 많지만, 규율이나 전투력 모두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건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망각자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면, 제가 직접 부대를 이끌고 나서는 게 모두에게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을 겁니다.
옆에 있던 남자도 자신의 수염을 쓸어내리며, 미소를 지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와타나베. 예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생각하십니다. 그럼, 생각대로 행동하십시오.
네.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 바로 저 녀석들을 데리고 저 이합 생물들을 맞이하러 가시죠.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구석에서 나와 와타나베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는 우리에게 맡겨주십시오. 망각자는 당신의 승리를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