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5 분노의 황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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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5-4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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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 정원의 신형 수송기라 해도,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심한 진동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

저 안에 있는 녀석은 정말 수송기를 조종할 줄 아는 거야? 내 뇌가 흔들려서 다 섞일 지경이야!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어!

녹티스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르자, 큰소리로 불평하기 시작했다.

하, 어떻게 당신한테 운전을 맡겨요? 이따가 당신이 도망치면 저희가 추격해야 할 배신자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건데요. 괜히 일을 더 늘리지 마세요.

정화 부대 대원의 말에 다른 대원들이 킥킥 웃기 시작했다.

하... 나한테 한 대 맞고 싶은 거지?

녹티스가 그 대원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고 앞으로 나서려 하자, 옆에 있던 정화 부대 대원이 가볍게 막았다.

됐어. 이제 그만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도 여기 있잖아.

리와 리브는 현재 컨스텔레이션 내부에서 정비 부대를 도와 전투로 파괴된 건물들을 복구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공중 정원을 대표해 현지 로봇들과 컨스텔레이션 안으로 가장 먼저 들어온 주민들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관도 컨스텔레이션으로 이동해 그들과 합류할 계획이었다.

같은 수송기를 탔지만, 아무래도 정화 부대 내부의 일이었고, 외부인으로서 뭐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았다.

정화 부대 대원은 한숨을 쉬며 불친절한 눈빛으로 녹티스를 쳐다보더니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냥 장난 좀 친 건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야...

녹티스도 흥미를 잃었다는 듯, 팔짱을 끼고 다시 앉았다.

감사원의 처분이 결정된 후, 녹티스는 결국 케르베로스 소대를 떠나 이전에 복무했던 정화 부대로 전출됐다.

이런 처벌은 이전 조사로 비추어 볼 때, 다소 형식적으로 보였다. 녹티스가 원래 감사원의 목표가 아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뒤에서 누군가가 도와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너랑 이 녀석들이 꽤 친한 사이였구나?

녹티스가 정화 부대에 있었을 때와 달리, 지금의 정화 부대 안에 그가 아는 얼굴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수송기 안에서만큼은 그랬다.

예전에 비앙카가 카퍼필드 박물관에 갇혔을 때,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것 때문인지, 정화 부대 대원들은 녹티스보다는 지휘관에게 훨씬 더 정중했다.

참 겸손하시네요. 카퍼필드 사건 때, 제가 현장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휘관님이 없었더라면 정화 부대는 전멸을 당했을 거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안녕하세요, 전 드몽이라고 합니다.

정화 부대 대원 중 드몽이라는 이가 손을 내밀었다. 보아하니 다른 정화 부대원들과 달리, 침묵을 지키기보다는 훨씬 다가가기 쉬운 태도였다.

드몽이 손을 거둔 뒤, 녹티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뭐야?

지휘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동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게 어때?

드몽을 힐끗 보고는 멸시하는 듯한 미소를 지은 녹티스는 손을 내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름이 드몽이라고 했나? 난 너희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 우린 그냥 함께 움직이는 것뿐이니까. 그러니 서로의 이름만 알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해.

드몽의 얼굴이 굳어졌고,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드몽. 맞는 말이에요. 그가 정화 부대에 편입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를 감시하는 거니까, 친해질 필요 없어요.

드몽에게 말을 한 대원은 카퍼필드 박물관의 전투에서 함께 협력 작전에 참여했던 정화 부대의 병사였다.

이사루스의 날카로운 눈빛이 녹티스를 향했고, 녹티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시선을 곧바로 되돌려 줬다.

당신에게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그 즉시 고위험 요소로 간주해 우선 처리할 거예요.

오. 이거 영광인데?

비앙카 대장님한테서 당신이 예전 정화 부대에 소속되어 있을 때의 일들을 들었어요. 그래서 당신을 절대 얕볼 생각은 없어요.

녹티스와 정화 부대 사이에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진 알 수 없었지만, 이사루스의 말을 듣고 난 후 녹티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건 분명했다.

흥... 네 맘대로 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하는 게 뭐지?

출발하기 전에 대장님께서 설명해 주신 임무 내용을 아예 안 들은 거야?

그런 건 대충 들어도 되잖아. 그러니까 컨스... 어쩌구에서 탈주한 쿠로노의 실험체를 잡으면 된다는 거지?

괜찮아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께서도 상황을 알고 계시니, 저희에게 좋은 조언이나 제안을 해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사루스는 단말기의 투영 기능을 켜서 지점 정보를 공유했다.

목표는 컨스텔레이션에서 사라진 후, 근처 보육 구역에서 목격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피해 보고는 없어요.

목격자의 정보에 의하면, 그 목표에게 오히려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여요.

그럼, 나쁘지 않은 녀석이라는 거잖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목포가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위험 요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있었다.

정화 부대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면, 단서가 될 수 있는 보육 구역에서 멀리 떨어져야 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야외에서 떠돌아다니는 소수의 침식체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상하긴 하네... 넌 엄청 똑똑하구먼!

저희가 놓쳤던 부분이네요. 지휘관님, 괜찮으시다면 의견을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보육 구역에는 주변 여러 곳에서 온 난민들과 지상 방위를 담당하는 군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성이 매우 크다는 거였다.

그들 중 일부는 공중 정원의 정보기관보다 지상의 정보에 더 정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 정원을 떠난 그 소녀가 무언가를 조사하고 싶었다면,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저희 정화 부대가 목적지인 보육 구역에 도착하면 현지 주민들을 조사해 볼게요.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면... 딱히 내가 할 일은 없겠군.

당신한테 선택권은 없으니, 명령에 따르세요.

불만스럽게 한숨을 내쉰 녹티스가 단말기 화면의 좌표를 눈여겨봤다.

이 좌표는... 동쪽으로 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뉴 오클레르"라는 작은 마을이 있지 않아?

이사루스는 녹티스가 그 마을에 대해 딴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예리하게 눈치챘다.

무슨 의도로 묻는 거죠?

너희들이 그랬잖아, 임무 대상에 대해 좀 더 알아보라고. 아니면 말고, 난 그냥 신경 끌게... 도착하면 불러.

녹티스는 태연하게 다리를 꼬았지만, 시선은 계속 벽에 있는 좌표 위치를 힐끗거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은 녹티스는 명상하는 척했다.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왠지 걱정스러웠다.

며칠 후에 정화 부대의 수송기를 타고 지상으로 간다면서?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고, 일단 대답해, 맞지?

보통 정화 부대의 임무 지점은 기밀이었기 때문에, 공동 작전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비교적 공개적인 편이어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녹티스도 지금 정화 부대에 있는데, 혹시라도 뭔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그래. 뭔가 이상하다 싶거나,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한다면 막아줘.

베라는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지만, 왠지 조금은 안심한 듯 보였다.

걱정이라기보다는... 편하게 쓸 수 있는 "무기"를 부러뜨리기 싫은 거지.

베라의 눈빛은 다시 날카로워졌고, 아무래도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만약 그 바보 같은 녀석을 막을 수 없게 된다면,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어. 알았지?

넌 가끔 나나 21호보다 위험에 대한 감각이 둔하잖아.

지도를 확인했을 때, 지도에 표시된 지점은 목적지인 보육 구역과 그리 멀지 않았다. 정화 부대 대원들은 낮은 목소리로 도착 후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녹티스는 그 옆에서 눈을 감고 낮잠 자는 척했다. 이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녹티스가 갑자기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문제없어 보였다.

이봐! 여기 이상한 냄새 안 나?

제발 그만 좀 해요! 또 뭔데요! 꼭 방해를 해야 직성이 풀립니까?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녹티스는 기내를 두리번거리며 계속해서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 야! 너희들 냄새 안 나? 이 익숙한 냄새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뜬 녹티스가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다들 엎드려!!

녹티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폭발음이 그의 목소리를 덮어버린 뒤, 수송기 기내 전체를 휩쓸었다.

이사루스

지휘관... 아...

눈을 번쩍 뜬 지휘관은 수송기의 좌석 쿠션과 찢어진 천으로 만들어진 간이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옆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이사루스가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척추는... 문제없고, 몸에도 상처가 없어 보이네요.

이사루스가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은 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수송기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고, 수송기의 잔해로 비상 착륙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거의 없어요.

녹티스가... 사라졌어요.

그때, 파란 머리의 정화 부대 대원이 이사루스에게 다가와 고개를 저었다.

수송기 외부에서 공격받은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거죠.

폭발 중심지에서 남은 폭탄 성분을 조사해 봤는데, 녹티스가 이전에 보고했던 개인 무장에 사용된 폭약과 일치합니다. 녹티스가 자랑했던... 보고했던 내용에 따르면, 해당 폭약 조합은 오직 자신만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드몽은 수송기를 폭파한 장본인이 바로 녹티스라는 의도로 확신에 차 말했다.

하지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베라의 충고를 되새겨보면... 녹티스에게는 이런 배신행위를 해서라도 "공중 정원"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를 먼저 찾아야지만, 도와주거나 막을 수 있을 거였다.

이미 시도해 봤지만, 수송기의 통신기가 망가졌습니다. 우리 개인 통신 장비에도 심한 교란이 있어서, 당분간은 공중 정원과 연락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목적지인 보육 구역까지는 거리가 좀 멀고 또... 이동 노선을 보니 위치 추적 시스템 신호가 잘 안 잡히는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걸어서 가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수송기 안에 경량 수송차 한 대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구조체 한 명 정도 탑승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억지로 한다면, 한 명 더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사루스가 이쪽을 한번 쭉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께서는 이 일과 관련 없는 인원이라 여기에 방치할 순 없어요. 어떻게든 공중 정원에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지점을 찾아야 해요.

드몽이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자신의 노트를 펼쳐봤다.

제가 얼마 전에 이 근처에 온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대략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원격 통신 시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네, 내비게이션 없이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좋아요.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으니, 드몽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을 모시고 구조 요청하러 가세요. 나머지 대원들은 여기에 주둔할게요.

문제없죠... 그런데 이동하다가 녹티스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처리할까요?

경고 필요 없이 바로 선제공격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드몽이 지휘관과 이사루스를 등지는 순간, 슬쩍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