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5 분노의 황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R05-3 개와 함께 춤을

>

여긴 어디지?

천천히 눈을 뜬 녹티스는 혼란스럽다는 듯 손에 닿을 듯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대장. 녹티스가 깨어났어.

자신의 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녹티스는 잠시 후 자신이 왜 여기에 누워 있는지가 떠올랐다.

꽤 튼튼하네. 21호가 온 힘을 다해 때렸는데도 3분 정도만 기절해 있었어. 하지만 전장에서 3분이면 죽었거나 침식체로 변하게 됐을 거야.

[삐-!] 내 몸에서 내려가!!!

녹티스는 언제 묶였는지 모를 두 손과 두 발을 계속해서 비틀며 자기 배 위에 서 있는 구조체를 떨쳐내려고 애썼다.

21호는 지금 애벌레 위에 서 있는 기분이야!

녹티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21호는 양손을 벌리고 균형을 잡으며 녹티스의 배 위에서 꿋꿋이 서 있었다.

누구한테 애벌레라 하는 거야! 난 적어도 지네 정도는 되거든!

화가 난 녹티스는 다리를 구부려 바닥을 찬 뒤, 배와 허리의 힘을 이용해 구룡무술의 "지네탄" 자세로 바닥에서 일어섰다.

녹티스가 일어서자, 21호는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뒤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녹티스가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자, 두 손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그리고 베라와 21호를 향해 전투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두 발은 묶여 있는 자세여서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그건 지원 부대가 대형 화물을 묶을 때 사용하는 쇠사슬인데, 이것도 끊은 거야?

헛소리 마! 이딴 걸로 이 몸을 묶어두려 하다니...

제대로 붙었을 때, 네 녀석이 비열한 수를 쓰지 않는다면, 난 절대 질 수 없어!

지고 억지 부리기는... 녹티스는 참 한심해.

조용히 해!

베라가 웃으면서 21호의 곁으로 걸어가, 그녀의 머리를 토닥였다.

21호는 내 대원이자, 내가 사용하는 "무기"거든.

이 태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써서 한판 붙은 건데 합리적이잖아?

입을 쩍 벌린 녹티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박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녹티스는 정말 멍청해.

게다가 누가 진짜 전투에서 당당하게 싸우자고 하겠어. 정화 부대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

그들은 종종 정화 부대의 임무 중 궁지에 몰려 가장 사납게 돌변한 녀석들을 마주해야만 했었다.

쳇,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거든.

단순하게 돌진해 오는 침식체와는 달리, 그런 녀석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비열하고 지저분한 짓이라도 서슴없이 저질렀었다.

어쨌든 결국에 내가 이겼어. 하지만 네가 납득하지 못하고 다시 붙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녹티스는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힘껏 주먹으로 자기 발목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부수었다. 그러자 21호와 그녀의 보조 기계는 곧바로 베라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보호했다.

됐어...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착각하지 마. 내가 너희한테 졌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녹티스는 자기 로봇 팔을 바라봤다. 거기에 남아 있는 상처들이 여전히 또렷하게 보였다.

어떤 인간과는 달리, 난 약속한 건 끝까지 지키지. 어떡해서든 말이야.

베라는 태도를 칼집에 집어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21호에게 경계를 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 내가 케르베로스 소대의 대장으로서 조언을 줄게.

넌 정화 부대의 전 대장이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고 싶어서 다시 정화 부대로 돌아가고 싶은 거겠지?

어떻게 알았어?

머리도 있고, 눈도 있으니까... 그리고 난 내 손에 쥔 "무기"를 어떻게 쓸지도 알아.

넌 화나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타입 같아. 그게 네 단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점이기도 해.

케르베로스에서 먼저 네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찾아봐. 그러면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거야.

걸음을 옮겨 돌아가려는 베라가 21호의 등을 톡톡 치며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녹티스는 제자리에 서서 베라의 말을 곱씹었다.

케르베로스라... 악인을 사냥하는 사냥개에서 문지키는 개가 되는 건가?

녹티스는 새로 칠해진 케르베로스 표식을 바라봤다. 그것은 지옥의 문지기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포악해 보이는 세 개의 머리는 의외로 수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녹티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베라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잠깐, 너 운전은 할 줄 알지? 돌아갈 때 수송기 착륙장까지 차를 몰고 가야 해.

멀리서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녹티스는 코를 가리키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날 뭐로 보는 거야? 이 몸 사전에 "못한다."는 말은 없어. 운전은 내가 제일 잘하는 거야!